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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라면 주시려고요?
작성일 : 19-09-22 04:22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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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공윤은 눈을 뜨면 피투성이로 널브러진 키론을 보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대신 재채기를 했다. 공윤은 콧물을 닦느라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털?

 허공에 털 몇 가닥이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달빛 아래에서 짙은 갈색으로 반짝였다.

 바닥까지 떨릴 듯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피식자로 하여금 원초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였다.

 바오밥나무처럼 두꺼운 다리, 아파트만한 크기에 탱크보다도 강인해 보이는 몸통, 짙은 초콜릿색 털...... 금빛 안광으로 이글거리는 짐승의 눈. 공윤은 서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것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늑대였다. 그녀 따위는 깔리면 찍 소리도 못하고 뭉개질 것만 같은 크기의.

 공윤은 이만하면 오늘 감당할 판타지는 다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의 눈으로 피가 투두둑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 색깔과 농도가 너무 선명해서 공윤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런, 씨......

 늑대가 뱀 여자를 입에 물고 고개를 흔들자 피가 온 사방으로 튀었다. 라미아는 발악했다. 팔이 반쯤 동강나 간신히 붙은 살점에 의지해 덜렁거렸다.

 이제 고어 장르도 추가하는 거야?

 “릴리, 그만해. 죽이지 마.”

 키론이 늑대를 말렸다. 그는 어떤 질린 기색도 없이 맑고 잘생긴 얼굴 그대로였다. 늑대는 목 안쪽으로 울리는 소리를 내더니 라미아를 뱉었다. 공윤은 약간 토하고 싶어졌다.

 키론은 피와 침 범벅이 된 라미아에게 다가갔다.

 “그만 돌아가세요, 라미아. 아이를 잡아두지 마세요. 당신 것이 아니니까.”

 “이...... 저주받을, 잡것이......”

 “저주.”

 키론이 픽 웃었다.

 “그건 이미 받았으니까, 당신까지 보태진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내가 키웠어......”

 “연어 먹는 곰을 잡아오라고 한 걸 보면 제대로 된 양육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키론이 손을 저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마치 땅 아래로 떨어진 듯이.

 공윤은 나중에도 그 광경은 잊지 못했다.

 그의 뒷모습.

 그는 영원히 붙잡혀 절대로 변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했건만.

 “그래서, 공윤 씨.”

 늑대와 달빛을 등진 채 키론이 그녀를 향해 웃었다. 한때 천사 같다고 생각했던 그 표정은 상당히 지독해보였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거, 압박 면접입니까?

 공윤은 차마 그렇게 농담을 던질 기운도 없었다. 그녀는 비실비실 주저앉아 숨 쉬는 것에 집중했다. 키론은 당장 대답하기를 기대하지 않은 듯 반파된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공윤은 저절로 일으켜지는 의자와 본래의 형체를 찾아가는 유리창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늑대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점점, 점점 더 줄어들더니 마침내 좀 크다 싶은 개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저 릴리가 그 릴리였어?

 성깔 더럽게 잘생겼다 싶었던 개는 피가 묻은 입가를 핥았다. 다소 섬뜩해진 공윤은 서리를 꼭 껴안았다. 소름이 계속 돋아서 너무 추웠던 탓에 어린아이의 온기라도 얻고 싶었지만, 그 시도가 무색하게도 서리의 몸은 차가웠다. 사실 공윤은 서리와 닿을 때마다 따뜻함이나 체온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서리는 항상 차가웠다.

 공윤은 문득 서리가 벌벌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겁먹은 걸까? 그녀가 서리를 살펴보려고 품에서 떼어내려는데, 서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힘을 줘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강철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서리야?”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이름을 부르면 항상 그녀를 쳐다봤는데. 갑자기 목에 서늘한 것이 닿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소름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이런.”

 가게를 정리하고 있던 키론이 그녀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오팔색 눈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당황한 것 같았다.

 “안 돼, 물지 마!”

 키론의 입술에게서 비롯된 파문이 닿기 직전에, 서리는 그녀를 있는 힘껏 깨물었다. 목에서 뭔가 쭉 빨려나가는 느낌과 함께 공윤은 비로소 기절했다.

 누가 내 뒤통수 좀 받쳐주면 좋을 텐데.

 

 

 6.

 그가 웃고 있었다. 예쁜 웃음이었다. 그 갈색 눈이 너무 예뻤다.

 그런 식으로 웃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내가 널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

 

 우티스시여, 제발......

 

 

 공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더듬어 타이레놀을 찾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마 그게 두통의 원인일 듯싶었지만, 생각이 안 나서 더 짜증났고 그래서 머리가 더 아팠다.

 이 꿈, 기억 못하면 진짜 후회할 것 같은데.

 그런 예감이 스쳤으나 눈앞에 있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훅 날아가 버렸다. 하얀 스웨터를 입은 키론이 그보다 더 하얀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치 잘생긴 유령 같았다.

 “깼어요?”

 낮은 악장의 플룻 같은 목소리였다. 순간 공윤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녀는 생애 다시없을 속도로 다리 사이에 끼인 이불을 빼냈다.

 “갑자기 움직이지 마요. 생각보다 피가 많이 빨렸으니까.”

 ‘빨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평소보다 어지러운 건 확실했다. 공윤은 저혈압은 없었다.

 “왜 여기 있어요?”

 물어볼 게 삼천 개도 넘을 것 같았으나 막힌 목을 뚫고 나온 건 그게 먼저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엉뚱했다.

 “미안해요.”

 목소리에 미처 가다듬지 못한 죄책감이 새어나왔다. 그의 얼굴은 레몬색 전등 빛을 뒤집어쓴 아래에서도 창백해보였다. 잠을 못 잔 걸까?

 “서리가 물 줄 몰랐어요. 그 애는 당신에게는 상당히 자제하고 있어서...... 라미아와 떨어지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나 봐요.”

 “굉장히, 음, 거칠긴 했죠.”

 그것은 지난 사건을 너무 순화한 발언이었으나, 안 그러면 키론이 울 것 같았다. 그의 속눈썹은 이미 잠자리가 앉은 꽃잎처럼 은은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윤은 머릿속에서 생생히 재생되는 피와 비늘과 반쯤 절단된 팔을 지우려고 애썼다.

 사실 그 뱀 여자는 꽤 끔찍하게 굴었다.

 서리가 깨문 것 정도야 그것에 비하면 어린애 발차기 수준이었다. 그것보다 아프긴 했지만.

 “정말 미안해요. 제가 제안했던 일...... 하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회복되면 바로 집에 보내줄게요.”

 “여기 모텔은 아니죠?”

 약통이 손에 안 잡힐 때부터 집이 아니라는 건 직감했다.

 하지만 키론의 대답은 모텔보다 더 나빴다.

 “제 저택이에요.”

 
작가의 말
 

 모캉스가 그렇게 좋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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