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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시작의 밤 - (2)
작성일 : 19-09-21 23:15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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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화염이 목을 죄여온다. 붉은빛과 구불거리는 어둠 속에서 하이안트는 홀로 서있다. 친구들은 미처 손을 뻗기도 전에 쓰러져갔다. 되살아난 이방인은 느린 발걸음으로 하이안트에게 다가갔다.

 

 하이안트는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레이시아의 눈 자체가 마주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목전까지 온 그레이시아는 늘어져서 흔들리는 자신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목을 원래위치에 놓자 검은색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머리와 몸을 잇기 시작했다.

 

 하이안트는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상식에서 훨씬 벗어난 행동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다 잠시 후에 그레이시아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여러 번 흔들었다.

 

 “실례했습니다. 붙이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얼어붙은 소년의 반응을 즐기는 듯 그레이시아의 말투와 분위기는 더욱 가벼워졌다. 그는 쓰러져있는 레이븐을 슬쩍 보고 기다란 팔로 묘한 자세를 취했다.

 

 “걱정하지마세요. 기절한 것뿐입니다. 저쪽의 두 분은 출혈이 좀 있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하이안트는 뒷걸음 친 후에야 입을 열수 있었다.

 

 “당신은 도대체...”

 

 “그 질문은 이제 됐습니다. 그것보다 아까 가람휘께서 말한 이곳에 온 목적.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이안트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레이시아는 단지 이 상황을 즐기며 떠들고 싶을 뿐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러분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를 방해하는 계승자들의 새싹. 그런 여러분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거든요.”

 

 ‘저희’라는 말이 나올 때 하이안트가 미세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레이시아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묻지도 않은 정보들이 물 새듯 쏟아져 나왔다.

 

 “저희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계승자는 고작 네 가문. 대륙에 남아있는 분들에게는 다른 위대한 상관 분들이 찾아가셨죠. 아참, 그리고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년 전에 섬을 떠난 부모님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지.”

 

 하이안트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격하게 변한 한 사람으로 인해 그레이시아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그레이시아.”

 

 귀부인에게 방금까지의 여유와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레이시아는 허둥지둥하며 그녀를 향해 외쳤다.

 

 “죄송합니다, 마린님! 마린님의 즐거움을 생각하다보니 그만...!”

 

 “그건 이제 됐어. 네가 받은 명령만 생각해.”

 

 귀부인은 의자에 앉은 채로 살짝 손짓을 했다. 그러자 줄곧 옆에서 꿈틀거리던 괴물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시아도 서둘러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순간, 쓰러져서 고통을 호소하던 란이 불길함을 느끼고 코니를 붙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하이안트를 향해 외쳤다.

 

 “도망쳐!!”

 

 란의 목소리가 울릴 때, 진흙 괴물의 몸이 빛났다. 마을을 태우고 있는 화염과 같은 색이다. 하이안트는 어쩔 줄 몰랐다. 도망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따라주지 않는 몸을 끌어서 레이븐을 감싸는 게 고작이었다.

 

 “작별선물이니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그레이시아는 다시 하이안트를 바라봤다. 차마 웃음을 억누르지 못한 그의 입꼬리가 뼈 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저희가 대륙의 계승자들을 무시하고 이곳에 올 수 있었을까요?”

 

 그레이시아는 말을 끝내자마자 손에 쥔 물건을 던져 올렸다. 그 후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침입자들은 눈앞에서 사라졌고, 하늘에서는 광활한 점멸이 일어났다.

 

 

  숨이 막힌다. 공기를 들이쉴 수가 없다. 내쉬는 것도 제대로 되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하이안트는 계속 달렸다. 사방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는 끝도 없이 울린다. 의식 없는 레이븐을 등에 업은 채로 불바다가 된 마을을 달려갔다.

 

 란과 코니에 대한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디 있는 건지, 괜찮은 건지, 그런 제대로 된 사고는 불가능했다. 지금은 그저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두 다리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열기가 조금 약해졌다. 미약하게나마 수월해진 호흡 덕에 위치 가늠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골목들이 하나로 합쳐진 길이 그대로 야트막한 언덕까지 이어져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몸이 기억하는대로 마을을 빠져나왔다.

 

 뒷산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서 하이안트는 어른들을 찾았다. 그리고 마이를 발견하자마자 긴장과 함께 다리가 풀려버렸다.

 

 “하이안트! 들려?! 정신 좀 차려봐!”

 

 “누나...”

 

 마이는 곧바로 물병을 건넸다. 타들어가는 목과 달아오른 몸에 단비가 내렸다. 어느 정도 머리가 맑아진 하이안트는 두리번거리며 레이븐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바로 옆에 누워서 아직 눈을 감은 상태였다.

 

 하이안트는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찼다. 어지러움이 몰려와 휘청거렸으나 부축을 받지도 않고 언덕의 끝으로 걸어갔다.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아래, 정겨운 마을에는 피처럼 붉은 화염뿐이었다.

 

 후회와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도 잘 되지 않았다. 처절하게 도망쳐 나온 저곳에는 아직 란과 코니가 남아있다. 혼자 가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머릿속에서 그런 목소리가 메아리쳐도 움직이려했다. 하이안트는 언제나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저 불길 속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누나, 레이븐을 부탁해.”

 

 마이가 만류할 새도 없이 하이안트는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한 마디에 마이는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이안트는 텅 빈 양동이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그의 윗도리가 흠뻑 젖었다. 연기와 열기를 뚫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 사이를 뛰어가는 동안에는 그저 감에 의존했다. 해변을 향해서 달리기만 했고, 필사적으로 불길한 생각들을 떨쳐냈다.

 

 도착한 해변은 적막했다. 지금은 그렇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있었던듯하다. 모래사장은 군데군데 움푹 파여 있다. 그것도 시커멓게 그을려서 아직까지 붉은 액체가 녹아내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이안트는 친구들이 쓰러져있던 자리를 살펴봤으나 약간의 핏자국이 전부였다.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괴물도, 침입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해변을 양끝까지 수색해 봐도 발견한 건 없었다.

 

 헤매는 시간을 끝낸 건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였다. 어디서 난 건지 가늠도 할 수 없게 울려 퍼진다. 사방을 둘러본 하이안트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올려보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것은 새빨갛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달이 가려진 하늘에서 그것은 땅의 불빛보다도 강렬하게 타올랐다. 회랑을 가두는 장막 같은 날개와 섬뜩한 어금니, 폭발직전의 용암을 머금은 두터운 목. 수많은 책에서 읽었던 괴물들의 존재는 그것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이안트의 눈에 재앙으로 비췄다.

 

 붉게 끓는 것이 괴물의 목을 타고 올라간다. 그것만으로 하이안트는 해변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게 됐다. 괴물은 고개를 앞으로 기울였다. 저 번뜩이는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마을이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허나 하이안트는, 그러한 사실을 앎에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사람들을 잃는다는 사실과 함께 깨달은 건 스스로의 무력함이었다. 더하여 그레이시아에게 들은 말까지 뇌리에 스치며 하이안트는 완전히 꺾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닫히고 무너지는 것 같아도 생명체는 더 나아질 방법을 모색하는 법이다. 포효직전의 괴물을 바라보기만 하던 하이안트는 한참이 지나서야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알아챘다.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점점 빨라진다. 파도가 죽은 바다에서 나오고 있다.

 

 “코니...!”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하이안트는 여태껏 본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눈이 마주치자 코니는 더욱 역동적이 됐다. 그가 내려치던 나뭇가지는 바위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버렸다. 수면위로 솟은 암초 뒤에 코니과 란이 있었다. 하이안트는 둘을 보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된 거야...”

 

 걱정 가득한 눈빛에 코니는 손사래를 쳤다.

 

 “난 멀쩡해. 파편이 조금 튄 것뿐이야. 그런데 란이...”

 

 란은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괴로운 표정에 거친 숨이 끊이질 않는다. 그가 부여잡고 있는 왼팔은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 녹은 살가죽과 눌러 붙은 피로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란은 걱정을 듣기 전에 딱 잘라 말했다.

 

 “나도 별거 아니야... 얼른 마을로 가야해..! 곧 있으면 그 포효가 다시 시작될 거야.”

 

 하늘이 점점 밝아진다. 괴물의 머리 위로 두껍게 깔린 구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이안트는 혼란스러웠다.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 눈앞에서까지 펼쳐지고 있다.

 

 “미쳤어?! 지금 나갔다가는 다 죽는다고!”

 

 “그럼 가만히 구경이나 하자는 거냐?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란은 우직하게 전진하려하고, 코니는 그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곳에 있으면 살 수 있다. 저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잃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간다고 해서 구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쓰러지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소리가 멀어지고 주변이 멈춘 것 같다. 누군가 도와줘.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 제발 누군가 나한테 알려줘.

 

 “아버지...”

 

 내뱉고 나서야 말했다는 걸 인지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떠올렸을 때, 이방인이 남긴 얘기가 귀를 타고 흘렀다.

 

 ‘저희가 대륙의 계승자들을 무시하고 이곳에 올 수 있었을까요?’

 

 “아...”

 

 하이안트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작은 소년의 고민마저 재로 만들어버리는 무수한 재앙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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