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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현명한 레시피
작가 : 이웃집메이
작품등록일 : 2016.7.21

"우리, 사귀어 볼래요?"
"...큽!"
든든한 식사 이후에 챙기는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와 파티쉐.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는 그들의 계약... 연애? No! 36살 파티쉐와 28살 셰프의 달콤살벌 계약연애 스토리!

 
05화. 알리오 올리오 같은 관계입니다?
작성일 : 19-09-21 22:09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1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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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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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 올리브유에 마늘 향을 내고 매운 페페론치노를 부셔 넣어 만든 스파게티. 부드럽고 순수한 맛이 매력적인 이탈리아 요리.

 

 

  정식으로 사귀어 보자고 했지만,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뭐, 물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뱉어진 말이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정식으로 사귀기에는 3개월이란 조건이 걸려 있는 ‘계약연애’라는 것. 어차피 3개월 뒷면 서로 이 관계를 깨끗하게 잊을 그런 연애라는 거다.

  두 번째, 둘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 8살 차이의 그 세월의 갭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수 씨, 오늘 일 끝나면 같이 놀러가요! 네? 네? 꼭 가요, 꼭!”

 

 

  계약 연애의 전, 후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아, 저 오늘은 선약이 있…”

 “누구 만나러 가는 데요! 남자면 같이 가고.”

 “남자 아니에요…”

 

 

  집착… 이라기엔 단어가 너무 강하고, 사랑… 이라기엔 단어가 상황에 맞지 않다. 그러니까 즉… 엄청나게 과분한 관심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녀에게 꽤나 번거로운 일인 것이다.

  예컨대.

 

 

 “제일 친한 친구 만나러 가요.”

 “아, 혹시 그 검사라던 친구?”

 “어? 그걸 셰프 님이 어떻게 알… 지? 어떻게 알아요?”

 “저번에 얘기했잖아요. 검사 친구한테 말하고 저 고소할 거라고.”

 “…아.”

 

 

  지수가 생각이 난 듯이 민망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회피하자, 그런 그녀의 모습마저 좋다는 듯이 현명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음… 안 된다고 하면 안 올 거예요?”

 “아니요.”

 

 

  이런 번거로운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평소에는 자신과 물어뜯을 듯이 싸우던 사람이 계약연애 하나 한다고 대뜸 이렇게 애교 많은 연하 남자친구가 되다니! 그 누가 상상했을까.

 

 

 “안 돼요.”

 “에, 왜요?”

 “음… 아무튼 안 돼요. 나도 생활이 있으니까.”

 “그래도…”

 “절대! 안 돼요.”

 

 

  딱히 자신이 만나러 가는 수민과 현명이 만나는 것에 있어 상관은 없지만… 오늘은 수민과 단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가득하다. 서로 바쁜 탓에 직접 만나는 시간은 얼마 없기 때문에 만나러 가는 이 순간이 지수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했던 것이다.

 

  그런 지수의 단호한 말을 듣던 그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네, 뭐. 알겠어요! 그럼 우린 다음에 꼭 만나요.”

 “네? 네… 그렇게 해요.”

 

 

  ‘평소의 성격과 너무 다른 탓에 끝까지 같이 놀자고 붙잡을 줄 알았는데…’

 

  지수는 생각하며 뭔가 아쉽다는 듯이 현명에게 시선을 작게 두었다.

 

  ‘아, 아쉽다고?! 아니야! 하나도 안 아쉬워!’

 

  문득 자신도 모르게 느낀 이 감정이 너무나도 낯선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게 그 감정을 지우는 데에 치중해야만 했다.

 

  ‘정말 미친 건가?’

 

  그녀는 현명 몰래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

 

 

 

 “웬 전화질이야?”

 [ 누나 물건 찾아주려고 전화한 건데 왜 난리야! ]

 

 

  뜬금없는 전화였다.

 

  ‘분명 난 전화번호를 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얘가 어떻게 알고 전화하는 거지?’

 

  생각보다 일찍 끝난 오후 영업에 오늘은 얼른 정리하고 집에 가 봐도 된다는 사장의 말에 기분이 굉장히 들 떠 있었다. 게다가 일 끝나고 수민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그래서 여느 때 보다도 뒷정리를 깔끔하지만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단골 술집의 아르바이트생 ‘준영’.

 

 

 “무슨 물건?”

 [ 누나 속옷. ]

 “뭐?! 거짓말!!”

 

 

  예상치 못한 전화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그 감정이 더욱 번지는 말을 결국 듣고야 말았다.

 

  ‘소, 속옷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수는 준영의 아무렇지 않은 말에 더욱 당황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 진짜야. 이거 누나 꺼래, 사장님이. 빨리 가지고 가라시더라. ]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래! 나 거기에 속옷 두고 간 적 없어!”

 [ 하, 이 누나 진짜 또 기억 못하네. 내가 상황 묘사 해줘? ]

 “…돼, 됐어!”

 

 

  정말로 너무 아무렇지 않은 준영의 말에 부끄러움은 왜 지수의 몫인가. 지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한참을 전화를 든 채로 정적을 유지하다, 지수가 입을 열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 뭔데? ]

 

 

  지수가 진지한 분위기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를 향해 물었다. 긴장감이 잔뜩 넘치는 것 같았다.

 

 

 “……위냐, 아래냐.”

 [ …위다. ]

 “아후, 다행이다. 다행. 와… 진짜 다행이다.”

 

 

  준영의 빠른 대답에 지수는 얼마나 다행인지 휴대폰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온 몸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름 그 한 마디에 안심이 되었던 지수는 크디큰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지금 가지러 갈게! 괜찮지?”

 [ 네, 제발 빨리 가지고 가세요. ]

 “말 하는 꼬라지 하고는… 기다려라, 금방 간다!”

 

 

  금방 본색을 드러내는 준영이 굉장히 얄밉고도 짜증이 나는 건 당연한 걸까. 지수는 생각하며 효주와 유미가 어느 정도 마무리 해놓은 정리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오늘 못 도와 줘서 미안하네.”

 “아니에요, 팀장님! 저희가 지은 죄가 있는데 이 정도야, 뭐……”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팀장님!”

 “뭐, 이제 정리 됐으니 각자 퇴근하자. 내일 늦지 말고.”

 

 

  효주와 유미에게 장난스러운 말과 인사를 끝마친 후, 지수 역시 자신의 짐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고.

 

 

 “생각보다 일찍 마쳤으니 수민이랑 약속에는 안 늦겠네.”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가방을 챙겨들고서 곧바로 주방을 나섰다. 평소에 입는 깔끔한 정장이 오늘따라 더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이 아닐 테지만.

 

 

 “친구 만나러 가는 거예요?”

 “아, 현명 씨.”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며 준영을 만나기 위해 조금 서두르고 있던 찰나,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낯익은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다급한 마음을 숨기고서 옅은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셰프 님도 지금 가세요?”

 “네, 저도 약속이 있어서.”

 “그렇구나. 조심히 가시고 내일 봬요.”

 “네, 지수 씨도.”

 

 

  명색의 ‘애인’이라는 관계에 있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관계로 엮이지만 않았다면 정말 늘 싸우고 얼굴 볼 사이도 전혀 아닌 그런 관계일 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지수는 자신에 대한 한탄을 잠시 미뤄놓고, 일단 민망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빠른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속옷을 돌려받고 당분간 거기는 가지 말자… 민망해서 어떻게 가냐.”

 

 

  ‘서준영 그 자식…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지? 그러니 최소 한 달은 거기 출입 금지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로 혼자 그 생각을 했다. 나, 약 한 달간은 그곳에 발도 디디지 않으리. 그 생각과 동시에 가볍게 택시를 잡고 차에 올라탔다.

 

 

 “아저씨, 시내 부근에 있는 낭만 포차로 가 주세요.”

 “네.”

 

 

  익숙하게 택시에 올라타고서, 그녀는 편안하게 뒷좌석에 자리했다. 어지간해서는 택시비가 아까워 택시를 잘 타지 않는 지수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수민과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빨리 그것을 받아내야 마음이 편할 테니까.

 

  ‘아, 배고프다. 얼른 수민이랑 만나서 밥이나 먹어야지.’

 

  배에서 배꼽시계가 때마침 잔뜩 울리는 탓에 모든 일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즈음. 지수의 휴대폰이 거친 진동소리를 내며 울려대고 있었다.

 

 

 “여보세요?”

 [ 지수야, 끝났어? ]

 “응. 일찍 끝나긴 했는데, 잠깐 볼일 있어서 가는 길이야.”

 [ 볼일? 무슨? ]

 “…아.”

 

 

  갑작스럽게 때 맞춰 연락이 온 수민에 지수는 잠시 갈등했다. 지금 이 상황을 얘기 하며 곧바로 가겠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솔직히 이렇게 고민을 잠깐 동안 했지만 해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지수는 구구절절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다 얘기했다. 지금 자신은 물건을 가지로 늘 가는 단골 술집에 가는 길이고, 거기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준영은 너무 담담해서 이상하다며, 너무나 민망하다는 말까지.

 

  모든 말을 끝까지 마무리 하자, 지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나.

 

 

 [ 흠… ]

 “알겠지? 그러니까 나 일단 거기 들렸다가 시간 맞춰서 갈… ”

 [ 걔 너 좋아하는 거 아냐? ]

 “뭐?”

 

 

  자신의 사정도 얘기했고, 마음도 나름 편안해졌으니 일단 물건을 건네받고 그냥 수민에게 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수민은 뜬금없이 그녀를 향해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뭐어어? 미쳤어? 새파랗게 어린 그 놈이 날?”

 [ 내가 보기엔 맞는 것 같은데…. ]

 “대, 대체 왜!”

 [ 이유가 필요하니? ]

 

 

  지수는 수민의 너무나도 확고한 대답이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워낙에 감이 좋고 눈치가 빠른 친구라 이런 고민들을 할 때마다 확실하고 정확한 답변을 해준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 그 덕분인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수민이 말이 전적으로 맞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들기도 했다.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아, 아니야, 그런 거.”

 [ 네가 어떻게 장담하니? ]

 “그러는 너는 어떻게 장담하는데!”

 [ 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거야, 이 기집애야. ]

 “그, 그런… 가?”

 

 

  슬슬 수민에게 말려드는 기분이 드는 지수였다. 하지만, 늘 이런 일에 있어서는 완벽한 추리력과 눈치를 보였던 그녀였기에, 지수는 마냥 그녀의 말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어, 어쨌든 알아서 시간 맞춰 갈 테니까 늦지 않고 와!”

 [ 알겠어. 조심해서 오구. ]

 “끊어!”

 

 

  괜한 화풀이가 되어버린 지수는 전화를 거칠게 끊고서 곧바로 가방 안에 넣었다.

 

  ‘얘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서 그래… 미쳤어, 미쳤어… 진짜 미쳤지!’

 

  지수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분명, 현수민 탓이다!’

 

 

 

 ♣

 

 

 

  그렇게 도착한 단골 술집. 지수는 문 앞에서 괜히 서성거리다 멈춰서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하지 말자, 한지수. 나는 그냥 친한 동생에게 나의 물건을 받으러 온 것일 뿐이야!’

 

  아까의 수민 말이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 계속해서 복잡해져오는 마음이 들어 택시에서 하마터면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내릴 뻔 했다. 이래저래 생각이 이상한 쪽으로 흐르는 탓에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리고 가야 할 것만 같았는데.

 

  드르륵.

 

 

 “여기서 뭐하냐?”

 “……아.”

 

 

  뜬금없이 열리는 문에, 지수는 가다듬던 마음이고 뭐고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 해대고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오늘따라 타이밍이 왜 이렇게 거지같은 건데!’

 

  지수가 순간적으로 마주친 준영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여기서 뭐하냐니까.”

 “뭐, 뭐하긴… 이제 막 들어가려고 했어.”

 “아까부터 서성거리는 거 다 봤거든? 여기서 다 보여.”

 “아……”

 

 

  정말 민망한 상황까지 다다랐다. 아니, 이렇게 민망할 수가! 지수는 이 상황에서 어색한 너털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아, 한지수. 진짜 쪽팔린다, 너. 얼마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그녀는 준영 모르게 낮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다급하게 옮기더니, 대뜸 검은 봉지를 그녀에게 툭 하니 던졌다.

 

 

 “자, 여기 누나 속옷. 다음부터는 잘 챙겨, 좀.”

 “그, 그럴 거거든?!”

 “아니, 얼마나 여자애가 칠칠맞으면 자기 속옷 까지 두고 가냐? 그것도 사람 많은 술집… 으읍!”

 “야… 조용히 해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름의 금기어를 내뱉는 준영의 입을 틀어막은 것 까지는 정확히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문 채로 그에게 경고 아닌 경고의 말을 내뱉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됐고, 볼일 다 봤으면 얼른 가. 나 오늘 바빠.”

 “바쁘기는… 평소보다 손님 많이 없는 거 다 알거든?”

 “아, 진짜! 그런 거 아니고!”

 “뭐? 뭐?”

 “…여자가 이 시간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어? 얘가 지금 뭐라고 했……’

 

  지수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장난을 마구 걸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들려오는 이 위험한 발언은 대체 뭐지?!

 

 

 「 걔 너 좋아하는 거 아냐? 」

 「 뭐어어? 미쳤어? 새파랗게 어린 그 놈이 날? 」

 「 내가 보기엔 맞는 것 같은데…. 」

 

 

  ‘여기서 갑자기 수민이의 말이 떠오르면 어떡하냐, 한지수! 정신 차려라!’

 

  몹쓸 생각이 드는 지수가 겉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굉장히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준영의 저 발언이 상당히 그녀를 복잡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준영은 자신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는 지수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돌이 됐나?’

 

  그 생각에 이상한 마음이 들어 지수에게 손을 뻗어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하던 그 찰나.

 

 

 “너 나 좋아해?”

 “…큽!”

 

 

  지수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준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말을 내뱉고 나서야 무슨 말을 했는데 깨달은 지수는 그녀 나름대로 당황스러웠다.

 

  ‘이, 이게 무슨! 나 방금 무슨 말 했냐! 아, 진짜 이놈의 입방정!’

 

  최근, 현명과의 일에서도 이런 입방정이 문제였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도 똑같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건지.

 

  지수는 굉장히 복잡한 감정으로 손을 왔다갔다 움직이고 다리를 동동 구르며 아무 말도 아니라고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그저 머리는 복잡하고 마구 움직여대는 몸이 불편할 뿐.

 

 

 “하… 그… 건 아니고…”

 “아, 아니… 준영아 이건, 이건 말이지, 내가…”

 “말 안하려고 했는데……”

 “……어?”

 

 

  준영은 지수의 말에 무언가 생각을 곰곰이 하는 것 같더니,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함을 표현하더니, 한참이나 입술을 오물거렸다.

 

  갑자기 진지해지는 준영의 모습에 지수 역시 자신의 다급하게 변명하려는 움직임 일동 스탑. 그의 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오히려 준영이 당황스러워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모습에, 지수가 다음에 이어질 말을 나름 기대하는 것 같았지만.

 

 

 “나, 지은이 전 남자친구야.”

 “…뭐?”

 “아, 못 알아듣네. 누나 동생, 지은이 전 남자친구라고, 내가.”

 “……”

 “너무 닮아서, 습관적으로 잘해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준영은 자신이 말을 내뱉고 있으면서도 잔뜩 민망한 마음에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아, 사실, 이런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아… 결국 하게 됐네……. 준영이 당황스러운 마음을 안고 얘기 하자, 지수는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나… 지금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준영이가 날…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그런 이상한 말을 한 현수민이 잘못한 거야!’

 

 

 “아… 어떻게 생각해도 위로가 안 된다…….”

 

 

  지수는 엄청난 실례와 동시에 민망함을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생각에 굉장히 난감해 했다. 미쳤다고 이런 말을 내뱉다니.

 

  그녀는 준영의 평소 모습이 아닌 잔뜩 민망해하고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자니 꽤나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그렇… 구나.”

 “어, 뭐…….”

 “그, 그럼 난 가 볼게…”

 “어어… 잘 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준영이 애틋하고 뭐고, 지금 완전 민망해 죽겠는데! 다른 사람의 감정이 무슨 상관이냐!

 

  ‘현수민… 만나기만 해봐!!! 이 나쁜 기집애!!’

 

  그 순간은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왠지 성난 것 같이 들렸다.

 

 

 

 ♣

 

 

 

  쾅! 하는 거친 소리와 동시에 테이블 위에 있던 접시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바로 앞에 있던 수민 역시 답지 않게 어깨를 움찔거리기도 했고.

 

 

 “책임져, 현수민.”

 “뭐? 꺄,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그런 야한 발언은……”

 “무, 무슨 생각 하는 건데!!!”

 

 

  지수는 나름대로 방금 전 상황에 대해 따지고 싶었던 것인데, 그것을 또 능글맞게 넘어가려는 수민을 보자니 괜히 본인이 더 당황스럽다.

 

  ‘하여간 이 기집애 말 빨 하나는 세서… 못 당하겠다니까!’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크디 큰 한숨과 동시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에이, 너무 그르지말구… 내가 오늘은 다 쏠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

 “야, 너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

 “여기 디저트로 나오는 티라미수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가려고 했지. 음, 그래. 마음 넓은 내가 봐주는 거야!”

 “그럼, 그럼!”

 

 

  하지만 그런 화가 나는 마음도 잠시, 그녀의 최대 약점이자 베스트 디저트인 티라미수로 그녀를 유혹하는 수민 탓에 화가 누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디저트이기 때문이었다. 항상 이걸로 수민이 여러 번 위기를 모면했지만, 어째 지수는 그에 대한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듯 하다.

 

 

 “그럼 우리 A코스로 할까?”

 “뭐든 좋으니까 먹고 싶은 대로 시켜!”

 “그… 와인도 하나…”

 “무조건, 무조건!”

 

 

  오늘 만큼은 정말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준다는 말에 지수는 눈을 반짝 거렸다.

 

  ‘과연 계산할 때도 다음에 그런 얘기가 또 나올까?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지수는 자신을 민망하게 만든 수민의 간이고 쓸개고 다 빼먹을 작정이었다. 자신만만하게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고르기에 이르렀고, 와인 역시 최고급으로 선택하여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여기.”

 “아, 주문하시겠습니까.”

 

 

  수민은 상관없다는 듯이 연신 싱글벙글 대고 있으니 이때가 기회거니 했다. 오늘 만큼은 정말 마음껏 먹어주리…. 지수는 우아하게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고, 그녀의 손짓을 본 그는 곧바로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여기 A코스 2개랑, 최고급 와인 1병으로 주시구요, 디저트는 티라미수로 준비해 주세요.”

 “네, 주문확인 하겠습니다. A코스 2개, 최고급 와인 1병, 디저트로 티라미수 맞습니까?”

 “네, 맞습니…”

 “잠시 만요.”

 

 

  이제 주문 확인까지 마무리 했고, 웨이터를 보낸 뒤에 수민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만이 남았었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서, 서현명 씨?!”

 “우연이네요. 저도 밥 먹으러 왔는데,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머, 지수랑 아는 사이라면 그렇게 하세요.”

 

 

  갑자기 등장한 현명에 지수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저렇게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니! 거기다 대고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수민마저 미워 보였다.

 

  ‘이런 계약 전, 후 태도의 차이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고… 애초에 그런 건수가 없었으면 매번 싸우기만 하는 사이인데! 그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지수는 자신의 옆에 익숙하게 앉는 현명이 조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수민은 전혀 기분 나빠 하거나 이상하게 보진 않았다. 오히려 오바스럽게 행동하는 건 지수 쪽이었을까.

 

 

 “아, 혹시 이분이신가? 그때 그 성희롱…”

 “…야, 현수민!”

 “아, 잘생긴 꽃돌이 연하남?”

 “혀, 현수민……!!”

 

 

  현명을 걱정하고 나니 이제는 또 수민이 말썽이다. 자꾸만 듣기에 부끄러운 말들만 족족히 골라서 내뱉어버리는 수민이 그저 미울 뿐, 이렇다 저렇다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수민과 지수를 보며 현명은 은은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뭐랄까, 덤앤더머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가 쿡쿡 거리며 기분 좋게 미소 짓고 있자, 수민은 갑자기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미소를 얼굴에서 싹 지웠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명을 바라보더니, 날카롭게 솟은 입꼬리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서현명… 씨라고 했나요?”

 “네.”

 

 

  그녀가 날카로운 말투로 이름을 확인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현명 씨는 애인 몇 번 사귀어 봤어요?”

 “…네?”

 “좋아하는 게 뭐죠? 뭐, 취미라던가, 특기 같은 것도 괜찮고.”

 “아, 저……”

 “혹시 자신 있는 신체 부위는 있나요?”

 “……예?”

 

 

  질문에 대답할 틈도 없이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수민을 보며 현명은 답지 않게 당황을 했다.

 

  ‘뭐, 뭐야 갑자기?!’

 

  그는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수민과 지수를 번갈아보며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그런 그를 검사답게 하나하나 관찰하더니, 수민은 마음을 굳혔다.

 

 

 “둘이… 했어요?”

 “…….”

 “……?!”

 

 

  예상치 못한 질문임이 틀림없었다. 아까부터 이상한 질문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당황했지만, 이번만큼은 티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에이, 왜 그러실까. 알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게다가 질문을 한 당사자는 저렇게도 당당하니. 지수와 현명은 왠지 모르게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괜히 눈을 흘끗 거리며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고, 민망해했다.

 

  ‘저거, 저거… 저런 질문을 왜 하고 난리인데!’

 

  순식간에 조용해진 이 분위기를 만든 수민을 탓하며, 지수는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수민에게 눈치를 줬지만, 그녀는 그저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그녀는 지수와 현명을 돌아가며 바라보았다.

 

 

 “키스했냐구요.”

 “……?!”

 “어라, 몰랐어요? 오늘 6월 14일 키스데이 잖아요! 근데 둘은 연인이니까, 혹시나 했나 해서.”

 

 

  아까부터 잔뜩 당황해서 수민을 째리던 지수는 뭔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수민은 재미있다며 지수를 향해 몰래 혀를 내밀며 약올렸고, 지수는 뭔가 멍한 기분이 들었다.

 

  ‘저, 저, 저… 하, 혈압 올라….’

 

  처음부터 자신을 놀리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지수는 왜 몰랐을까. 수민은 원래 그런 성격이었음을.

  지수가 황당해하는 만큼 현명 역시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많이 당황한 것은 지수도 그렇고 현명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참, 다들 뭘 그리 생각하시나.”

 “현수민…”

 “참, 마침 잘 오셨네. 우리 지수가 두 분 연애 얘기를 잘 안 해줘서 그런데, 두 사람 연애 얘기 좀 해주세요!”

 “어… 네?”

 “현명 씨한테서 꼭 듣고 싶네.”

 

 

  당황함이 조금 가시기도 채 전에 훅 들어오는 수민의 말에 지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현수민, 대체 무슨 속셈이야?! 일부러 데리고 온 것도 아닌데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보네?!’

 

  분명 이 자리는 수민과의 편안한 대화를 위한 자리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수민의 취조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탓에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식사가 나와도 먹으면서 채하겠네!’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도와준 사람이 지수 씨였어요.”

 

 

  ‘……응?’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아예 오늘 식사 약속을 취소하려고 운을 떼던 지수는, 옆에서 들려오는 뜻밖의 말에 그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말을 꺼내는 현명을 수민 역시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고.

 

 

 “제가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정말 자괴감에 많이 빠지고 힘들었거든요. 정말 해선 안 되는 생각도 많이 해보고… 삶에 의미가 없었는데…”

 “…….”

 “그때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이 지수 씨였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지수 씨.”

 

 

  정말 아련한 눈빛으로 말을 조곤조곤 이어나가는 현명. 동시에 지수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수민이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지만, 여기서 지수 혼자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민은 연신 ‘어머, 어머’만을 뱉으며 현명의 이야기에 이미 빠진 지 오래였지만, 지수는 전혀 아니었다.

 

  ‘난 금시초문이거늘… 대체 무슨 소리죠…?’

 

  지수는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는 현명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가만히 있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기는 힘들었지만.

 

 

 “그때 지수 씨가 없었으면 저도 없을 거예요.”

 “어머….”

 “저에겐 가장 고마운 사람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죠.”

 

 

  현명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수민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연신 쳤다. 짝짝 거리는 박수소리에 현명은 자신 있게 씨익- 웃었지만, 여기서 여전히 당황스러운 것은 지수 뿐 이었다. 둘은 쿵짝이 어찌나 잘 맞던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확고하게 한 듯 했다.

 

  ‘…강적인데?’

 

  지수가 보기엔 두 사람이 굉장히 사이가 좋아보였지만, 수민의 속내는 전혀 아니었다. 지수에게 익히 들어 ‘계약연애’임을 뻔히 알고 있는데, 저렇게 당당하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다니. 수민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예의용 미소를 잔뜩 짓고 있었다.

 

 

 “수민, 현수민 씨?”

 “아, 네.”

 “수민 씨는 애인 있어요?”

 “아니, 애인은 없어요.”

 

 

  ‘그래? 그것 참 안 됐네.’

 

  수민 쪽만 그렇느냐? 절대 아니다. 자신과 지수를 잔뜩 당황하게 만든 그녀를 향해 인 듯 아닌 듯한 공격을 내뱉었다. 나름 현명이 배운 사회생활의 기술이다. 인 듯 아닌 듯 공격하는 방법. 하지만 수민은 표정변화 하나 없이 대답했고, 그걸 보며 현명은 생각했다. ‘결코 만만치 않겠구나’하는 그런.

 

 

 “아, 그렇구나. 너무 아쉽…”

 “근데 남편은 있네요! 호호, 애인도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센데?’

 

  애인이 없다는 말에 현명은 나름 안타깝다는 생각으로 나름 통쾌해 하고 있었는데, 거기다대고 더욱 강한 말을 내뱉는 수민 탓에 모든 그의 공격이 와르르 무너졌다.

 

  순식간에 생겨버린 둘 사이의 신경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스파크.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듣고 있던, 고래 싸움에 끼여 버린 새우, 지수까지.

 

  ‘이,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이런데……?!’

 

  지수는 둘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날카로워지는 그 모습에,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조심히 가고, 내일 출근 잘 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알지?”

 “알아, 알아. 무슨 네가 내 엄마냐… 얼른 가, 남편이 기다리겠다.”

 “앗, 그랬지, 참. 나 먼저 간다! 나중에 연락해!”

 “그래. 잘 가!”

 

 

  간신히 그 신경전 사이에서 식사를 마친 후, 수민은 지수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타고 그들 앞에서 사라졌다. 아까부터 계속 잔소리를 해대는 수민에 지수는 굉장히 지친 듯한 상태로 겨우 집으로 보내기에 성공했다.

 

 

 “수민 씨는 집에 갔어요?”

 “네, 방금이요.”

 “그럼 우리도 얼른 집에 가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그리고 단 둘만 남은 지금. 현명은 웃으며 지수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어 주더니, 이내 발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지수도 그의 뒤를 따라 같이 밤거리를 함께 걷고 있었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듯 지나가 그녀의 볼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걷는 밤거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둘은 진짜 연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가에 잔뜩 웃음을 달고 걷는 현명을 보며, 지수 역시 기분이 좋아 지는 것 같았다.

 

 

 “아까 그거 누구 얘기예요?”

 “네?”

 “수민이가 워낙 눈치가 빠르고 날카로워서 속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엄청 자연스럽게 얘기하더라구요. 대단했어요.”

 “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지수는 현명을 향해 물었다. 솔직히 마지막에 신경전을 벌인 것 빼고는 오늘의 현명은 정말 굉장했으니까. 검사라는 수민에게 대적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여태껏 36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민과 대등하게 맞서 싸웠던 사람은 여자, 남자 모두를 통틀어서 현명 뿐 이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지수에게는 현명이 대단하고 멋있어 보였던 것은 당연한 거였다.

 

  그런 의도로 지수는 물었지만, 현명은 아까의 그 환한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은 아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아는 사람 얘기에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가 너무나도 아련하고 애틋한 눈빛을 하고 있자, 지수는 생각했다. 자신이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을 했던 거구나. 지금 실수를 했구나, 하는 그런 것들을. 아까의 그 얘기들에 대해 더 묻고 싶었지만, 그 눈빛을 보고서 지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느낌으로 말을 내뱉었는지, 알 것 같아. 더 이상은 묻지 말자.’

 

  현명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둘은 은은한 불빛만이 감도는 밤거리를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어?”

 

 

  밤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던 그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 지수는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하지만, 결코 모르는 번호가 아닌 것.

 

  ‘……정말 끈질기네.’

 

  지수는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터치하여 전화를 차단했다.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지- 하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다시금 지잉- 거리며 진동이 오는 탓에 휴대폰을 다시 확인했는데.

 

 

 [ 하얀색 치마 잘 어울리네. ]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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