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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시작의 밤 - (1)
작성일 : 19-09-20 23:28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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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둠이 붉게 물들어서 진홍이 된다. 한밤중의 마을이 그런 색에 휩싸여있다. 골목을 빠져나온 두 소년은 열기에 숨이 막혔다. 곳곳에서 불씨가 튀고, 건물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둘이 광장에 도달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모습을 보였다. 다들 놀람과, 심각함과, 의문으로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란과 코니는 검을 쥐고 나온 상태였다. 레이븐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검을 챙기고 싶었다. 이 화재는 우연한 사고로 볼 수 없는 규모다.

 

 “아저씨랑 아주머니는 다른 곳으로 피해계세요. 누나도 같이. 뒷산 쪽으로 가있어.”

 

 하이안트는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어른들은 일반인. 대피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마이는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 알고 너희끼리 가?”

 

 식은땀이 손에만 나서 다행이었다. 하이안트는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숨기며 마이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코니가 부추기고 나서야 마이는 몸을 돌렸다. 어른들이 광장에서 벗어나고, 소년들은 마을의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빛과 열기가 강해짐에 따라 소년들의 불안 또한 커져갔다.

 

 혼란을 가득 안고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소년들은 경악했다. 그곳에서는 웅덩이의 진흙처럼 기이하게 뭉친 생명체와, 역광으로 비춰지는 인간의 형상 두 개가 배회하고 있었다. 소년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침입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머, 이게 웬일이래.”

 

 여성의 목소리. 인간의 형상 중 하나가 소년들을 발견한 듯 몸을 돌렸다. 란과 코니는 반사적으로 검을 겨눴다. 그러나 여성의 형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일부러 여기까지 나와 주다니 친절한 아이들이네.”

 

 거리가 좁혀질수록 형상은 선명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확실해진 외관 때문에 소년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형상의 정체는 귀부인 차림을 한 인간 여성이었다.

 

 레이븐은 친구들보다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귀부인은 그런 레이븐을 내려다보면서 흐뭇해하는 웃음을 지었다.

 

 “네가 우헬트구나?”

 

 귀부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모두가 움찔했다. 얼굴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귀부인은 그런 소년들을 바라보며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레이븐을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함께 침입해온 또 하나의 형상이 나서지 않았다면 레이븐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마린님!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또 하나의 형상은 빠르게 다가왔다. 그것이 가까워질수록 소년들은 불쾌감을 느꼈다. 형상은 인간이라고 부르기에 너무도 길고 얇은 모습이었다. 거기다 이내 비춰진 얼굴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했다.

 

 “저한테 맡기시고 뒤쪽에서 쉬고 계시죠.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부터 보고 싶었는걸. 난 계속 성 안에만 있었단 말이야.”

 

 두 침입자의 언쟁은 한동안 이어졌다. 레이븐은 눈치를 보며 서서히 물러났고, 하이안트는 아직 움직임이 없는 진흙 같은 생명체를 주시했다.

 

 “알았어. 대신 정말로 재미있게 얘기해줘야 돼.”

 

 귀부인은 치맛자락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기괴한 얼굴의 침입자는 그녀를 향해 귀족식의 인사를 했다. 기다란 팔다리가 미동도 없는 동안 소년들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럼... 이제 저희들의 시간이군요.”

 

 미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괴한 얼굴의 이방인은 굽은 자세로 소년들을 내려다봤다. 레이븐은 그림자에 손을 숨겨서 작대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방인은 소년들의 거동 하나하나를 다 파악했으나, 일부러 모르는 체를 하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잡았다.

 

 “초면이니 인사부터 드려야겠네요. 저는 그레이시아라고 합니다. 계승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레이시아라는 이방인은 다시 한 번 귀족식 인사를 날렸다. 그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여긴 어떻게 왔지?”

 

 그레이시아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괴이하게 배치된 그의 이목구비가 뼈 소리를 내더니 징그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배 타고 왔다’라는 식의 대답을 원하시는 건 아닐 테고. 어떻게 보이지 않는 이 섬을 찾아냈는지를 알고 싶으신 것이죠? 대답을 해드릴 테니, 여러분도 제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거 어떤가요?”

 

 “맘대로 해.”

 

 그레이시아의 미소에 만족스러움이 더해졌다.

 

 “좋습니다. 여기를 찾아낸 건 씨앗을 심어두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이 근방에서 여러 척의 배를 흘려보냈죠.”

 

 하이안트는 등골이 오싹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무리였다. 고작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비춰진다.

 

 “암벽에 있던 배...”

 

 소년들의 반응을 보고 그레이시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신난 듯이 비아냥거리는 동작을 해댔다.

 

 “정말 웃기는군요. 그걸 발견하고도 아무런 의심을 안 한 겁니까? 아직 어려도 그렇지 계승자의 이름이 울겠습니다. 아, 정말 평소라면 좀 더 즐겼을 텐데. 시간이 많이 없어서 빨리 진행해야겠네요. 이제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차례대로 대답해주세요.”

 

 그레이시아의 목소리는 소년들의 귀에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들의 안일함 때문에 몇 백 년 동안 이곳을 지켜준 마력장이 사라지고, 정체모를 자들의 침입을 허락해버렸다는 사실에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았다.

 

 “그 보랏빛 눈동자. 당신이 잔슈지요?”

 

 묵묵부답에도 그레이시아는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그쪽의 장발이 가람휘, 옆에 분이 페드로. 제 말이 맞나요?”

 

 위태위태한 분위기를 깨뜨린 건 란이었다. 매섭게 치켜뜬 그의 눈매는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오오... 그 눈매. 들었던 그대로입니다. 정말 신기하군요.”

 

 불꽃의 그림자 속에서 란의 검이 바람소리를 내었다. 눈 깜짝할 새에 그레이시아의 목에 칼끝이 닿았다. 란의 눈매는 점점 붉어졌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이런 같잖은 짓을 저질러 놓고서는 뻔뻔하게 나불대기나 하고.”

 

 “성격이 급한 분이시군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마린님에게 전해드릴 얘기를 다 듣고 나면 그 뒤로는 금방일 테니.”

 

 목에 닿은 칼끝이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빳빳하게 서있던 그레이시아의 머리가 맥없이 기울어졌다. 소년들의 시선이 란에게 쏠렸다.

 

 “갑자기 뭐하는 거야?!”

 

 코니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란을 붙들었다.

 

 “마을에 불을 지른 놈이다. 내버려뒀다가는 더한 짓도 하겠지.”

 

 “그렇지만 정체도 모르는데...”

 

 “정체라면 저기 있는 여자에게 물어보면 돼.”

 

 란은 곧바로 그레이시아의 시체를 넘어 발걸음을 옮겼다. 코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의 뒤를 따랐다. 하이안트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둘을 지켜봤다.

 

 한편 레이븐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는 모래사장에 누운 그레이시아의 시체를 빤히 바라봤다. 뼈에 살가죽만 덮인 것 같은 길고 얇은 신체. 옷자락을 들춰보니 복부도 앙상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간신히 목에 붙어있는 머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레이븐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두워서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퍼지는 불길 때문에 완전한 암흑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보이지 않는 거지? 낭자하게 흘러있을 그레이시아의 피가.

 

 레이븐은 황급히 목덜미를 살폈다. 그러나 상처부위 어느 곳을 만져보아도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주변의 모래도 건조한 상태 그대로다. 그레이시아라는 자가 인간이 아님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가 흐르지 않는 종족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하트.”

 

 레이븐은 하이안트와 눈을 맞췄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이안트의 얼굴이 점점 겁에 질려갔다. 그 이유가 등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레이븐!!”

 

 암막이 쳐지는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쓰러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레이븐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그동안 란과 코니는 귀부인을 몰아세우는 중이었다. 그레이시아와 다르게 누가 봐도 인간인 귀부인은 외딴 원탁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있었다. 란은 코니의 만류로 검을 집어넣었으나, 어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지?”

 

 귀부인은 란을 바라보며 짧게 웃었다.

 

 “이렇게 어린데도 대단하네. 부모님이 잘 가르쳐주셨구나.”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귀부인이 반응하기 전에 코니가 나섰다. 란을 밀쳐내고 정성스럽게 머리카락을 다듬더니 그레이시아처럼 귀족인사를 해보였다.

 

 “죄송합니다, 부인. 못난 친구대신 제가 몇 가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어머, 그래주겠니? 저 아이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좀 무섭거든.”

 

 코니는 평소에 안 쓰던 어려운 단어들을 섞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귀부인은 아직도 의자에 앉아있다. 란은 뒤에서 눈총을 날릴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의 눈가의 붉은색도 점점 사라져갔다. 그레이시아와 대치할 때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상대의 외형에 둘은 완전히 긴장을 거두었다.

 

 “그럼 먼저 그레이시아라는 자와는 무슨 관계인가요?”

 

 “글쎄, 그와는...”

 

 대답을 듣기 직전, 하이안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둘의 시선은 동시에 뒤로 돌아갔다. 듬성듬성 비추는 빛 사이로 쓰러진 레이븐과 그 옆의 하이안트가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 같이 있어야할 그레이시아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둘이 움직이기도 전에 등 뒤에서 더 이상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마린님의 몸종 그레이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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