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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1. 서막
작성일 : 19-09-20 23:05     조회 : 429     추천 : 0     분량 : 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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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늘이 참 예쁘게도 맑은 날이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고운 푸른빛을 바탕에 두고 드문드문 퍼져 나가는 구름마저도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도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오 월의 스물 두 번째 날. 내 열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성년을 감축드립니다."

 

 청화국 제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나의 탄신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침부터 연회가 열렸다. 특히 열 여덟 살의 탄신일은 성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전까지의 탄신일 연회들과는 견주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준비한 자리이기도 했다.

 

 나 역시도 그에 맞추어, 이른 시간부터 연회장에 나와 있었다. 수없이 밀려드는 축하 인사와 선물들을 받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서월!"

 

 "어, 서의겸이다."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내 이름을 외치며 신나게 달려오고 있는 서의겸을 보고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넘어지겠는데?"

 

 딱 보아하니, 곧 넘어지게 생겼다. 여기서 안 넘어지면 우리의 서의겸이 아니......

 

 "어어......!"

 

 ......지.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요란하게도 넘어지는 의겸이다.

 

 "대군,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하하......"

 

 생일이 일찍이 지나 진작 성년이 된, 나름 대군씩이나 되는, 왕위 계승권을 지닌 직계 왕족의 신분인데. 지나가던 신하가 깜짝 놀라, 의겸이를 일으켜 주었다.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

 

 "어, 근데 조금 창피하네......"

 

 서의겸은 내 아버님의 여동생의 외아들- 그러니까 나와 나이가 같은 친족 관계이다. 내 아버님께서 국왕이시니 의겸의 어머님은 공주이신 거고, 따라서 의겸이도 대군이 되는 것인데.

 

 철없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성년까지 지난 왕족이 궁 안에서 뛰어다닌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넘어지기까지 했으니. 안 그래도 왕실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신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을 던져 준 셈이다.

 

 "괜찮아, 저 신하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본 이가 없을 거야."

 

 "......야, 지금 너 일 아니라고-"

 

 "왜 내 일이 아니래, 관련이 없지는 않지. 피가 이어져 있는, 같은 직계 왕족인데. 내 얼굴이 곧 네 얼굴이고, 네 얼굴이 곧 내 얼굴이지 뭐. 웃음거리로 삼는 이들이 있다면 직접 혼을 낼 테니, 걱정하지 마."

 

 거의 최정상에 가까울 만큼 높은 위치의 신분인 만큼, 나와 의겸이 중 어느 한 사람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을 저지른다면 왕실의 위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니, 방금 전의 말은 단순히 의겸이를 놀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의겸이가 넘어지던 순간에 몇몇 궁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본 것도 같지만, 모르는 체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악의적인 이야기가 퍼져나갈 만한 것도 아닌 데다, 의겸이는 궁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탓에 오히려 귀엽다는 쪽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으니까.

 

 "......아무튼 한서월, 탄신일 축하해. 가지고 싶은 거 있어?"

 

 "그걸 탄신일 당일에 물어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잠깐만, 애초에 물어보는 거 아니지 않아?"

 

 "아니, 내가 선물 사려고 저잣거리에 나갔다 왔지. 다녀왔는데, 아무리 며칠을 다 뒤지고 다녀도 도저히 너한테 딱 이거다 할만한 게 없어서 그냥 왔어......"

 

 정말 열심히 고르려는 시도를 하긴 한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금세 풀이 죽어서는, 입을 삐죽이는 것을 보니.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내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국왕의 딸로 태어난 만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것은 즉각 손에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다, 의겸이와 함께한 세월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이니 이제껏 받아온 선물들보다 더 참신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 서의겸, 나 소원 하나만 들어 줘."

 

 혹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나 머리를 쥐어짜내던 중에,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소원?"

 

 "응. 어떠한 소원이든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무조건 들어 줄 것. 지금 말고, 나중에 내가 원할 때 쓸래."

 

 "......불안한데."

 

 "에이, 그럴 리가."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만한 곳이 있을지도 모르니 아껴 두겠다는 의도로 사용을 미뤘다. 예를 들면 서의겸에게 무언가를 시킨다던가, 하게 한다던가, 비슷한 거라던가 하는 것들.

 

 "그래, 그럼."

 

 의외의 답이었던지, 내가 짓궂은 일을 벌일 것 같다며 살짝 불안해 하던 의겸이는,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 오늘따라 조금 예뻐 보이네."

 

 "원래 예뻤어, 오늘만 그런 거 아니야."

 

 매번 못생겼다고 놀리던 이가 누구였더라.

 

 내 스스로 칭하기에는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서의겸은 미인으로 소문이 자자한 내게 유일하게 반대의 의견을 내어놓곤 했다.

 

 그러던 이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마냥, 오늘은 웬일로 말을 바꾼다. 갑자기 변하면 곧 죽을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 봐야 한다던데.

 

 "이른 시간부터 정신없이 보내서 피곤할 텐데, 오늘은 일찍 자."

 

 장난스러운 얼굴이었다면 그럼 그렇지, 하고 잠시 흘겨봐 줄까 했으나.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보이는 미소는, 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

 

 

 

 연회의 뒷정리까지 전부 마무리되고 언제 떠들썩했냐는 듯, 고요해져 낮게 깔리는 풀벌레들의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오는 늦은 저녁 시간. 항상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면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기에, 평소와 다름없이 목욕을 마치고 아버님께서 계시는 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그러나 뜻밖에도 불이 꺼져 어두워진 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욕이 길어져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찾아온 것은 맞았지만, 아버님께서는 언제나 내가 찾아뵐 때까지 기다려 주셨으니까.

 

 이례적인 일이기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혹은 오늘의 연회로 지치신 탓에 먼저 잠자리에 드신 것이라면 주무시는 모습이라도 뵙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가장 바깥쪽 문을 열고 발을 들였다.

 

 "......!"

 

 이곳은 국왕이 잠을 자는, 가장 무방비한 상태로 머무르는 공간인 만큼, 수많은 문들과 그 옆을 지키는 호위병들을 지나쳐 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원래 이 시간대에 궁인들이 이렇게나 없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첫 번째 문을 열자마자 쓰러져 있는 호위들과, 그들에게서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셔 가고 있는 핏물에,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던 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한눈에 보아도 암살자가 들어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버님의 궁과는 겨우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 데다, 사방에 호위병이 배치되어 있으니 이 때에는 내 시종들을 전부 물리고 내 호위 하나 정도만 데리고 다녀오곤 했는데, 그는 가문에 일이 생겨 어제부터 잠시 곁을 비운 참이었다.

 

 그저 아버님을 뵙고 인사만 드리는 것이라 굳이 많은 수가 번거롭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까지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아, 아버님께서는......"

 

 그 순간 안에 계실 아버님이 떠올라서, 무작정 문들을 열어젖히며 달렸다. 문을 하나씩 열고 지나칠 때마다 비릿한 냄새와 함께 바닥에 고인 핏물이 밟혀 찰박,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문이 열리던 찰나.

 

 털썩-

 

 "......아버님!"

 

 내 발치로, 검은 인영이 쓰러졌다.

 

 어두운 방 가운데 열린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희미한 달빛이 비춘 그 인물은, 틀림없는 아버님이었다.

 

 "미안, 하다......"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과 함께 누군가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마냥,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지러워지는 시야를 무시하고 다급하게 아버님을 일으켜 안았지만, 작게 중얼거리시던 한 마디를 끝으로, 더는 움직이지 않으셨다.

 

 "......공주님."

 

 정신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기력도 없이 멍하게 주저앉아 있던 내 귀를 파고든, 낮은 목소리에, 그제서야 아직 암살자가 이 공간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칼날을 타고 흘러내린 선홍색의 피가 똑, 똑- 하고 떨어져 내렸다. 예민해진 귓가에 울리는 끔찍하게도 맑은 물방울 소리가,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내며 구토감을 불러일으켰다.

 

 너무나도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에, 분명 계절은 여름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몸이 떨려왔다.

 

 콰쾅-

 

 불과 얼마 전까지 맑았던 날씨는 전부 거짓이었음을 말하기라도 하듯. 예고도 없이 내려치는 천둥과, 다음의 천둥을 예고하는, 눈이 부시게 밝은 번개는. 내 귀가 잘못되었기를 바랬던 나의 소원을 간단히 무너뜨리고, 끝내 도저히 믿지 못할 현실을 똑똑히 각인시켜 주었다.

 

 "서, 의겸......"

 

 내 시선의 끝에서,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서의겸이었다.

 

 시리도록 찬 비가 쏟아져 내렸다.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말
 

 공모전은 오조오억년 만에 도전해보는 거라 기분이 이상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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