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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9화.통화권이탈지역3.
작성일 : 16-04-01 14:43     조회 : 751     추천 : 0     분량 :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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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통화권이탈지역3.

 

 

 도민우는 궤짝의 자물통을 만지작거리다가 두 개의 열쇠를 이용해 능숙한 솜씨로 풀었는데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자물통이 열리는 순간 도민우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내가 이걸 여는 방법을 알고 있었구나!’

 옛날식 자물통은 여는 방법을 모르면 열쇠가 있어도 열지 못한다. 지금의 자물쇠처럼 끝까지 집어넣고 한 번에 돌리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얕게 넣어 돌렸다가 다시 깊이 넣고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게다가 열쇠 두 개를 순서를 지켜 차례로 사용해야 한다.

 그야말로 삼중 사중의 장치를 모두 알고 있어야 열리는 고도의 잠금장치라고나 할까.

 방법을 알고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열쇠가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열려진 자물통을 내려다보면서 도민우가 내심 탄성을 터트렸다.

 머리로는 외조부와 함께 생활하던 기억을 닫아버렸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궤짝을 여니 낡은 고서 세 권이 들어있었다.

 고서는 원래의 재질아래 새로 종이를 덧대어 훼손을 방지했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다.

 책을 들쳐보니 내용이 전부 한자로 적혀 있었는데 그나나 그중 양피지로 된 서책은 알아볼 수도 없는 전서(篆書)로 적혀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머지 한 권이 전서로 쓰여 진 고서를 한자로 해석해 놓은 책이라는 점이었다.

 

 <황정내경(皇鼎內經).>

 

 첫 번째 서책은 도민우가 그동안 연마해온 토납좌공인 황정내경의 구결이 적혀 있는 원본비급이었다.

 도민우는 황정내경의 구결을 살펴보다가 또다시 스스로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혀 있는 글은 모두 한문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한문들을 줄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읽는 순간 바로 해석이 되었다.

 도민우는 그제야 자신이 한문에 정통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어렸을 때 외조부에게 배운 게 분명했다.

 ‘이 구결에 의하면 지금의 내 성취는 육성 정도인 것 같다.’

 황정내경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도민우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몸으로는 완벽하게 연마했지만 구결로 확인하니 새로운 점이 많았다.

 

 두 번째 책자의 표지에는 <회광수중(回光守中)>이라는 표제가 적혀 있었다.

 “회광수중이라···? 이게 혹시 의식이 멋대로 무림으로 건너가는 비법이 아닐까?”

 원래의 회광수중은 전서체로 기록되어 있어 도민우로서는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 번째 책자가 바로 전서로 되어 있는 회광수중의 구결을 한문으로 풀어놓은 것인지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은 기(氣)로써 형성되는바 근원적 정신인 원신(元神)과 의식적 정신인 식신(識神)으로 나눌 수 있다. 곧 원신은 마음의 주인으로써 몸속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혼(魂)이 되고, 몸을 떠나면 영(靈)이 되는데···>

 

 이른바 혼백이라 불리는 인간의 정신은 원신, 식신으로 나뉘는데 육체가 형성되기 전에 존재했던 영을 원신이라 한다.

 회광수중은 바로 그 원신을 보호하는 대법이었다.

 죽을 위기에 처하거나 육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게 되면 혼이 몸에서 튕겨져 나온다.

 그 뒤 육체가 안정되면 다시 들어가거나 다른 육체로 들어간다.

 놀라운 점은 회광수중이 발현될 때에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회광수중의 요체를 읽어내려 가던 도민우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전혀 다른 시공(時空)인 무림으로 건너간 것이 바로 회광수중이 발현된 현상이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도민우는 비급들을 다시 궤짝 안에 넣었다.

 황정내경은 이미 완벽하게 연공해 원본을 읽으며 몇 가지 새로 깨닫는 정도였고, 회광수중역시 이미 그의 몸에 심어져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굳이 비급들을 소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궤짝의 자물통을 채운 뒤 도민우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새벽 다섯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난 줄 알았는데 밤을 꼬박 새웠구나. 암튼 이놈의 집중력은 내가 생각해도 엄청나단 말이야.”

 도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방을 빠져 나왔다.

 별채를 벗어나던 도민우는 문득 노추산 정상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산 저쪽으로 여명이 움터오고 있는 듯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문득, 아주 오래전에 저 산을 뛰어 오르며 체력을 단련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에! 난 그때 겨우 네 살 정도 했을 거야. 그 어린 아이를 할아버지는 새벽마다 산에 오르게 했었지.’

 기억이 봇물처럼 깨어나기 시작했다.

 지겹고 혹독하기만 한 훈련, 그리고 이해하지도 못했던 공부들.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들이었다.

 “휴우··· 어지간히 하시지! 꼬맹이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요.”

 도민우는 마치 눈앞에 외조부가 있는 것처럼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자 속이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잠시 후, 도민우는 산을 오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는 모양··· 어렸을 때 날마다 했던 산을 오르내리던 기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산을 오르고 있구나.”

 도민우는 스스로를 향해 피식 웃으며 기왕에 오르기 시작한 거 정상까지 올라가 보기로 마음먹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12월의 찬 공기가 옷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하지만 도민우는 드높은 내공 때문인지 추운 줄 모르고 휘적휘적 산을 오르며 한 달 뒤에 열릴 십단 전 결승에 대해 떠올렸다.

 

 현대바둑에서는 누군가가 신수를 개발해 냈다고 해도 이내 모든 기사들에게 공유되고 만다. 그러니까 제아무리 기가 막힌 묘수라 해도 한두 번밖에 통할 수가 없는 것.

 십단전에 결승에 오른 도민우는 이미 다른 기사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그의 바둑은 철저히 분석될 것이고 그가 낸 묘수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새로운 수가 필요했다.

 도민우는 문득 고대의 바둑을 떠올렸다.

 현대바둑이 일본의 혼인보 슈사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때 그 역사는 대략 150년 정도,

 기실 4천년이 넘는 바둑의 역사에 비해 현대바둑의 150년은 그저 한 줌의 시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150년 동안 프로기사들이 수많은 대국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둑 이론을 정립해 놓고 더 이상의 정석과 신수는 나올 수 없다고 장담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4천 년 이상 계승되어 내려오면서 발전된 형태인 게 현대의 바둑이지만 그렇다고 고대의 바둑 고수들이 지금의 고수에 비해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의 사서에는 기세(碁勢), 혁기경(弈碁經), 난가경(爛柯經) 등 바둑책에 대한 자료가 적지 않다. 바둑 고수로는 또한 왕항을 비롯해 왕적신(王積薪), 가현(賈玄)등에 대한 기록도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고대 바둑의 고수들이 남긴 기보는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바둑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보는 삼국지에 나오는 강동의 패자 손책과 그의 막료 여범이 남긴 대국기보이지만 이 기보는 가장 오래된 기보라 의미가 있다는 것일 뿐 고대 바둑의 고수가 남긴 기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사천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에 비해 지금까지 전해져 온 고대바둑에 대한 기록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물속에 잠겨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진체가 과연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고대를 휩쓸던 전설 같은 고수들이 분명히 존재할 터이고 그런 고수들이 둔 대국들 중 명국으로 손꼽힐만한 대국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도민우는 불현 듯 고대에 두어진 명국의 기보를 구하거나 아니면 고대바둑의 고수들과 대국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산 정상에 오르자 저 아래 강릉시내는 물론이고 아득한 수평선까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랄까.

 도민우는 우뚝 서서 산하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한옆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 바다를 마주했다.

 마음이 한가롭다.

 다시 산을 내려가야 하지만 조급하지 않았다.

 어느새 여명이 솟아나고 있었는데 바다에 반 정도 잠겨 있는 태양이 선홍색으로 장엄하게 눈을 찔러든다.

 도민우는 그 장엄한 모습을 음미하듯 눈을 내리감았다.

 눈을 감아도 여명의 광휘가 고스란히 눈을 파고든다.

 온화한 느낌···

 여명이 전신을 따듯하게 감싸는 느낌이랄까.

 도민우는 전신을 선홍색의 광휘에 온전히 맡긴 채 마치 명상에 든 것처럼 자신을 잊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일수유(一須臾)같기도 하고 영겁(永劫)같기도 한 아득한 느낌에 잠겨 있던 도민우는 별안간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을 주던 여명의 광휘가 사라진 걸 깨닫고 눈을 떴다.

 동진여이의 객방 천정이 눈에 들어온다. 노추산의 정상에 앉아 아침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는데 어느새 무림으로 건너와 있었다.

 회광수중이 발현되어 현실로 건너 올 때 어두운 동굴을 걷는 꿈같기도 하고 꿈이 아닌 것 같기도 한 과정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게다가 분명히 잠이 든 것도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건 현실세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무림으로 건너오니 그저 하룻밤 자고 일어난 것뿐이었다.

 “또 무림으로 건너왔구나. 그나저나 이 회광수중이라는 거··· 정말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제멋대로 발현되는 것일까?”

 도민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일으키다 이채를 머금었다.

 한쪽 구석의 궤짝 위에 놓여 있는 두루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장천상에 대해 조사해 놓은 보고서였다.

 “그러고 보니 무려 금자 닷 냥이나 들여 알아낸 정보를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았구나.”

 도민우는 새삼 장천상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두루마리를 펴 들었다.

 

 -이름 : 장천상.

 -나이 : 17세.

 -출신 : 강서(江西) 언능(偃稜)의 권왕제일보(拳王第一堡).

 -무공 : 가전무공인 균천무상권결을 이었을 것으로 추정됨.

 -특기사항 :

  북령문(北岺門)이 권왕제일보를 공격한 가장 큰 이유는 무림십대무공 중 하나인 균천무상권결을 탈취하기 위한 것이지만 끝내 비급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 됨.

 당시 권왕제일보의 보주는 물론이고 전 가족이 전멸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 권왕제일보의 후계자인 장천상이 살아 있는 걸 북령문에서 알게 되면 전력을 다해 죽이려 들것으로 사료됨.

 

 “권왕제일보는 뭐고 북령문은 또 뭐지? 아무래도 먼저 무림정세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가 되겠구나.”

 거금을 들여 장천상에 대해 조사한 두루마리를 읽고 도민우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실 도민우로서는 무림의 정세 같은 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장천상을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먼저 현 무림의 정세를 알아야 했다. 장천상의 가문이 북령문에 의해 멸문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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