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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 마
작가 : 이른
작품등록일 : 2019.9.18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순간 유령이 된다.
악마들에 꼬임에 빠져 유령이 된 소녀는 악마들이 창궐하는 천사들의 세계로 불려가 그들의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어떤 예언을 이루어주게 되는데. 그 예언의 결과는.....

 
5. 깨져버린 0의 법칙
작성일 : 19-09-20 17:5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6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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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깨져버린 0의 법칙

 

 

 

 “모핸 훈더스키로우, 일드발퀼의 긴급 보고가 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마지는 솔 톤의 여자목소리를 쓰는 인공지능으로 훈의 실무비서관이다. 훈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테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공지능 마지가 내장된 이어닉스를 귀에 꽂는다.

 

 “좋아. 확인해줘.”

 

 “상황, 코드 7.”

 

 마지가 짧은 코드명을 보고하자 훈의 동공이 커진다.

 

 “뭐라고?”

 

 “지구에서 모핸의 이름을 언급한 숙주발생. 사건 발생지는 라고-21의 최근 유령 발견지점으로...”

 

 훈은 마지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바지를 챙겨 입는다.

 

 “다시 올게.”

 

 훈은 서둘러 늑대 머리가 그려진 검은 자켓을 걸치며 말한다.

 

 “안 좋은 일인가요?”

 

 “돌아와서 말해줄게.”

 

 훈은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다.

 

 ‘테나, 아름다운 테나.’

 

 그녀는 그에게서 거대한 불이 보인다고 했다. 테나는 그날도 훈의 주변에서 거대한 불길을 본다.

 

 불길은 매번 더 커진다. 그가 점점 그 불길에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다.

 

 테나의 능력은 거의 틀리지 않지만 함축적이라서 그 의미를 알려면 꽤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녀는 훈이 자신의 집을 떠나자 촛불을 밝히고 수정 구슬에 손을 올린다. 그녀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수정 구슬 안에 감시자의 눈이 희미하게 밝혀진다.

 

 *

 

 훈은 테나의 집을 나와 바이크에 올라탄다. 그는 검은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리고 이어닉스를 누른다.

 

 곧 검은 나노입자가 그의 얼굴을 감싸 헬멧을 만들고 바이크에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그는 곧장 무서운 속도로 서쪽으로 달린다. 바이크의 헤드라이트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대평원을 지나 베르 공국의 수도 세르크로 향한다.

 

 오래 지나지 않아 훈의 시야에 ‘잠들지 않는 도시 세르크’라는 거대한 전광판이 들어온다.

 

 그는 급하게 방향을 틀어 경계가 삼엄한 터널로 진입한다. 그대로 지구로 가기 위해 일드발퀼을 지나려는 것이다.

 

 ‘지구의 반인들이 내 이름을 알다니...’

 

 그건 일드발퀼의 누군가가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원칙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일드발퀼이 아닌 누군가가 지구에 있다는 것이다.

 

 “마지.”

 

 훈이 인공지능을 부른다.

 

 “네. 모핸 훈더스키로우.”

 

 “지금 게이트 열어. 도착지는 ‘라고-21’의 보고지점이다.”

 

 “문지기에게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좌표 설정 완료. 현재 게이트 개방까지 3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계 제1초소를 지나 3분 후 게이트로 접근하겠다.”

 

 훈은 환한 조명이 켜진 터널을 빙글빙글 돌아 경비대의 경례를 받으며 정확히 3분 뒤 게이트 앞에 도착한다.

 

 회전하는 둥근 빛의 테두리 속으로 검은 홀이 보이고 일명 문지기로 불리는 AI프로그램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차원 이동 10초 전. 10.9.8.7....1”

 

 카운트다운이 종료되자 검은 홀이 하얗게 변한다. 훈은 바로 그 타이밍에 정확히 게이트를 통과한다. 그는 순식간에 지구의 한 폐건물 앞에 당도해 반원을 그리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의 앞에 라고–21의 대원들이 보인다.

 

 *

 

 ‘라고’

 

  이른바 추적자라고 불리는 그들은 유령을 발견해 처단하고 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한다.

 

 그 중에 탑은 단연 21팀이다. 하지만 21팀의 최근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유령 하나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고 있었다. 상황은 일찍이 보고 받은 그대로다.

 

 붉은 눈의 숙주들이 유령이 숨어있는 건물을 에워싸고 문 앞까지 전진해 서로를 견제하며 안으로 들어갈 틈을 엿보고 있다.

 

 놈들 중에 훈의 이름을 아는 놈이 있었다. 20마리 정도 되는 은빛 늑대들이 훈의 앞으로 다가와 선다. 앞발이 하얀 늑대가 우두머리처럼 앞으로 나선다.

 

 

 “오랜만이군. 리바이.”

 

 훈의 인사에 늑대가 몸을 일으키더니 건장한 체격에 신뢰감을 주는 반백의 남자로 변한다.

 

 “딱 반년 만이네요. 아킬라의 차크만은 무사히 끝났습니까?”

 

 “아킬라엔 제사장이 없어서 라리카스 연방의 케신 대제사장이 대신 제사를 주관했지.”

 

 “모르드께서 상당히 불쾌하셨겠습니다.”

 

 “불쾌한 건 라리카스 연방도 마찬가지지. 엘마 그래테를 내궁에 가둬두고 제사장이 없다고 하니 말이야. 그건 그렇고 요즘 유령 사냥이 잘 안된다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보고한 유령을 아직도 못 잡았다고 들었네만.”

 

 “원체 특이한 녀석이라...”

 

 “사르지오의 말에 따르면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같다고도 하던데?”

 

 “그건....아닙니다.”

 

 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리바이의 어깨를 잡는다.

 

 “늘 밖으로만 도는 내가 뭘 알겠나. 다 사르지오의 말이야. 그녀 말이 자네가 도통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하는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건물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 특이하게 잡기 힘든 유령은 저 안에 있는 건가?”

 

 “네. 좀 전에 창문에 잠깐 얼굴을 비추고 놈들을 도발한 뒤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유령이 겁도 없이 숙주들을 도발해? 숙주들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먹이로 쓸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훈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묻는다.

 

 “저 유령은 인도자를 없으니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게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놈이 가장 용감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게로군. 좋아. 내 이름을 안다는 발칙한 정보원은?”

 

 “직접 만나 보시겠습니까?”

 

 리바이가 어두운 나무 그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둠 속에 붉은 두 개의 눈동자가 그를 보고 있다.

 

 훈은 본론을 마주하자 눈빛에 살기가 돈다.

 

 “이름이 뭔가?”

 

 훈이 어둠 속의 눈동자에게 묻는다.

 

 “.....그리움.”

 

  놈의 목소리는 낮게 떨리며 쉰 것처럼 끝이 갈라진다.

 

 “그리움이라...”

 

 훈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좋아. 그리움. 얼굴 좀 보지.”

 

 훈이 손으로 그를 부르자 그리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선다. 프렌치 코트의 깃을 잔뜩 세운 나이가 지긋한 사내다.

 

 “ 내 이름을 누구에게 들었나?”

 

 훈이 그리움의 붉은 눈동자를 찬찬히 살피며 묻는다.

 

 “...데라...모타.”

 

 그는 끊기는 음으로 그 이름을 토해놓는다. 훈은 한 낯 이교도 장사꾼의 이름을 자신이 지키는 1차원에서 듣게 되자 귀를 의심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욕감을 느낀다. 그의 눈에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를 어디서 만났나?”

 

 그리움은 호주머니에서 라이터 하나를 서둘러 꺼낸다. 그 라이터의 검은 몸통에는‘클럽 8’이라는 로고가 찍혀있다.

 

 “....장사꾼의 술집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장사꾼이라....”

 

 훈이 라이터를 손가락 사이에서 빙빙 돌린다.

 

 “그는 반인들을 시켜서 유령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어딘가로 데려가죠. 그러면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걸 유령 사냥이라고 부르죠.”

 

 놈은 깨져버린 0의 원칙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데라모타는 모핸께서 라겐의 표식이 없는 서트들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저 유령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다는 것도요.”

 

 그리움은 마리가 숨어 있는 폐건물을 가리키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훈은 마리가 있는 폐건물을 쳐다보며 눈썹을 치켜뜬다.

 

 “그러니까 넌 데라모타의 심부름꾼이로군?”

 

 그리움이 얇게 떨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저 유령이 아주 특별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기회?”

 

 “우리를 이 계약에서 구해줄 아주 특별한 기회 말입니다.”

 

 그리움은 오른손을 들어 훈이 볼 수 있도록 펼친다. 그 안에 오각성의 팬타그램이 붉은 상처처럼 선명하게 박혀 있다.

 

 “저 유령이 별을 지우면 우린 죽은 자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둠의 여왕이 재림해 우리를 모두 구원할 겁니다.”

 

 훈이 그 손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보조개가 파이는 상냥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서더니 잘 달린 말에게 하듯 볼을 툭툭 친다.

 

 “내 이름을 불러서 구원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순진하군.”

 

 훈은 나지막이 말하며 그리움의 목을 한 손으로 단단히 틀어쥔다. 손바닥에서 격렬하게 뛰는 그의 맥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긴장해서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지만 거칠게 뛰는 맥박까지 어쩌진 못한 것이다.

 

 “지구에는 부르면 반드시 죽는 이름이 있지. 그게 뭔지 아나?”

 

 훈이 그리움의 공포를 음미하며 말한다.

 

 “물론입니다. 모핸 훈더스키로우. 우리는 그 이름을 부르고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움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시선이 흔들리진 않는다.

 

 “우리?”

 

 “네. 우리말입니다.”

 

 그리움이 어금니를 힘껏 깨물며 죽을 각오로 말을 마친다. 훈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죽을 각오를 했다면 이대로 죽여주면 안 돼지.”

 

 훈이 그리움의 목을 풀어주며 말한다.

 

 “그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 대신 추적자들을 붙여 주지.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지도 모르니, 어디 한 번 최선을 다 해봐.”

 

 그 말에 손가락하나 움직일 엄두를 못 내고 있던 그리움이 갑자기 붉은 눈을 번뜩이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10초를 주지.”

 

 훈이 선심 쓰듯 던진 몇 초 사이에 그리움은 흔적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늑대들이 으르렁 거리며 시간을 끌다가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냄새도 아득해지자 무서운 속도로 뒤를 밟기 시작한다.

 

 시간차를 두고 그리움을 풀어준 건 놈이 어디까지 아는지, 그리고 또 누가 놈만큼 아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일에는 추적자들이 훈보다 한 수 위였다.

 

 훈은 그들에게 그리움의 마무리를 맡겨두고 턱으로 마리가 숨어있는 허름한 건물을 가리킨다. 리바이가 복잡한 시선으로 창문을 올려다본다.

 

 

 *

 

 

 ‘오늘 밤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웅크리고 앉은 채 깜빡 졸던 마리는 한동안 계속된 적막에 놀라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마리는 창가에 붙어 서서 귀를 기울인다. 붉은 눈동자들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뿐 늑대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문 밖을 내다본다.

 

 붉은 눈동자의 인간들이 여전히 문 밖을 서성이며 문고리를 흔들어 보고 있다. 그리고 늑대들의 하울링을 기다리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본다.

 

 마리는 늑대의 하울링이 경적처럼 놈들을 멈추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놈들을 부르는 건지 늘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늑대들이 위험하다는 건 안다. 그녀를 노리는 두 종류의 포식자. 마리에게 늑대와 붉은 눈의 눈동자는 거의 다르지 않다.

 

 오늘 밤, 그 둘 중 하나가 너무 조용하다. 그녀는 숨을 죽인 채 계단이 있는 복도의 끝까지 걸어가서 숨을 죽이고 4층 계단을 올려다본다.

 

 목 뒷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바람 소리가 적막 속에 들려온다. 마리는 계단 위로 조심스럽게 한발을 올린다. 조용하다. 그녀는 용기를 내서 한 층 더 걸어 올라가본다.

 

 그때 마침내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마리는 그대로 멈춰 선다.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었다. 마리는 온 몸의 털이 곤두선다.

 

 ‘무슨 소리였지?’

 

 바로 그때 5층 계단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늑대의 다리가 보인다. 마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 지하 1층에 있는 비상구를 향해 냅다 뛰기 시작한다.

 

  마리는 늑대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본 적이 있다. 어느 골목길에서 우연히 봤지. 그들은 유령을 잡아먹는다.

 

 ‘신이시여...신이시여. 제발. 신이시여.’

 

 마리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 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면 미친 듯이 기도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비상구가 보인다.

 

 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문을 열고 밖을 향해 내달린다.

 

 그때, ‘퍼억-------!’ 하고 무언가가 정신없이 달아나는 그녀의 옆구리를 거세게 밀어붙인다.

 

 마리는 갑자기 롤로코스터의 안전장치가 풀려 혼자 저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 든다. 몸이 붕 떴다가 가속이 붙은 채 옆으로 쓰러져 길게 미끄러진다.

 

 

 마리는 롤로코스터를 타며 대략 5초 정도 완전히 정신을 놓았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온 몸에 충격을 느끼며 급하게 현실로 돌아온다.

 

 ‘늑대다!’

 

 비상구 바깥쪽에서 또 다른 늑대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들이받은 것이다.

 

 건물 안에서 늑대들이 쏟아져 나오며 한 무리로 합쳐지자 그 수가 상당하다. 마리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다리를 끌며 뒷걸음을 친다.

 

 ‘달아날 수 있을까?’

 

 그러나 몇 발도 못가서 그대로 멈춰 선다. 긴박한 상황에서 그녀가 놓친 중대한 사실 하나.

 

 ‘붉은 눈동자들....’

 

 건물의 밖에는 놈들이 있었다. 이제 놈들은 코앞에서 그녀를 에워싸고 있다. 늑대를 피하려다 놈들의 무리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운이 지독하게 없는 밤이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마리의 어깨 너머로 낯선 사내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

 

 마리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훈이다.

 

 “저런, 피가 많이 나네.”

 

 그는 늑대 무리 앞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가리킨다. 바닥에 쓸리며 한 쪽 어깨가 심한 찰과상을 입었다.

 

 “괜찮아?”

 

 “......”

 

 마리는 말없이 거친 호흡만 연달아 토해놓는다.

 

 “이쪽으로 와.”

 

  훈이 웃으며 살벌한 이빨의 늑대들을 돌아본다.

 

 “우린 그냥 도와주려는 거야.”

 

 마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제 자리에서 주춤거린다.

 

 ‘어느 쪽이 좀 더 안전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훈의 뒤에는 늑대들이 으르렁거리고 붉은 눈동자들은 피에 굶주린 얼굴로 총과 칼을 꺼내든다.

 

 어느 쪽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마리가 패닉 상태로 제 자리를 빙빙 도는데, 하얀 앞발을 가진 늑대. 라고-21의 대장, 리바이가 천천히 마리 쪽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오지 마!”

 

 마리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른다. 거의 동시에 뒤에서 총성소리가 들려온다. 다행히 총알은 마리를 지나쳐 리바이의 발 옆에 박힌다.

 

 마리는 헉하고 숨을 삼킨 뒤 몸을 잔뜩 움츠리고 리바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리바이의 눈에 묘한 표정이 비친다. 마치 나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인상적인 눈이다.

 

 마리가 리바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총알 하나가 기어이 마리의 다친 어깨를 스친다.

 

 “아아아악!”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리바이가 집채만 한 몸뚱이를 날려 마리를 덮친다.

 

 “안 돼!”

 

 마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진다. 그녀는 엎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어지럽다.

 

 그녀는 밤하늘의 어지럽게 반짝이는 별과 늑대의 은빛 털, 신경에 거슬리는 총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최후를 짐작한다.

 

 ‘나는 죽는다. 죽을 거야.’

 

 마리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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