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3.나의 임무를 시작하다.
작성일 : 19-09-20 00:00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28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문을 열고 나온 순간 지금과는 다른 모습에 잠시 멈췄다. 문 하나를 경계로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 끝도 없이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높은 건물들과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횡한 거리들. 너무도 적응 안 되는 곳이었다. 매일 이곳에 오지만 이곳이 낯설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이곳에 정이 들지 않는 게 확실했다. 이런 곳에서 나는 나의 임무를 해야 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오늘의 일정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새로운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보호 받는 사람과의 물리적인 접촉을 피할 것.’

 

 나는 그 내용을 보고는 어이없어 웃어버렸다. 물리적인 접촉이라는 것이 신체적인 것을 말하는 것인데 굳이 나는 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나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건데, 이런 주의사항을 적어놓다니 매우 쓸모없는 내용이었다. 하여간, 나는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되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건널목 앞에 섰다. 오늘의 임무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건너편에 나의 보호대상이 서 있었다. 교복을 입고 점퍼를 걸치고, 날씨가 추운지 목도리로 얼굴의 절반까지 칭칭 감고 땅을 보고 서 있는 여자아이가 내가 보호해야 될 사람이다.

 

 건너편에서 보고 있음에도 아이의 모습에서 아이의 성격이 상상이 된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무뚝뚝한 아이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사실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다고 해야 될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 세계에서의 날씨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저 아이를 보고 있으니 차가운 게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아이는 차갑다. 그게 저 아이에 대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분명 어제도 그랬을 거다. 다만, 나의 느낌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건널목 신호가 바뀌자 아이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표정이 안 좋아보였다. 눈빛은 뭐라고 해야 될까. 멍한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곧 울 것 같은 눈빛이었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싸늘하다는 거였다.

 

 아이가 내 옆으로 왔다.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되었다. 이 조그만 아이한테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아이의 옆에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내가 이 아이에 대해 아는 정보는 이제 곧 중학교 3학년이 된다는 것과 오늘은 큰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 아이 옆에서 보호하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가능한 막아주기 위해서다. 그게 오직 내가 할 일이었다.

 

 아이는 다시 땅만 보고 걸었다. 앞에서 오는 사람들이 피하지 않았다면 서로 부딪혔을 거다. 그러나 다행히 내가 그 변수를 막기도 전에 앞쪽에서 아이를 피해갔다.

 

 ‘저쪽에서 변수를 막아주네.’

 나는 그렇게 생각만 한다. 아직 나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그들이 나에게 안 보이듯이, 저쪽에서도 내가 안 보일 거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 세계에서는 서로를 못 보는 걸로 되어 있다고 생각만 할 뿐이다.

 

 나와 같은 그들이 있는지 사실은 살짝 궁금했다. 그러나 굳이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도 못 본다는 그 사실이 나에게 자유를 주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이는 아까보다 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숨소리가 살짝 더 크게 들렸다. 점퍼와 목도리 속에서 떨고 있었다. 날씨가 춥다는 건 이해했지만, 이 아이는 더 힘들어했다.

 

 학교 교문이 보였다. 아이는 걷는 속도를 점점 늦추고 있었다. 그리고는 눈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갔다.

 

 아이는 계단에 앉았다. 건물 안의 공기도 따뜻하지 않은지 아이는 몸을 전체적으로 떨었다. 그렇게 앉아 있던 아이의 행동과 호흡이 점점 안정되는 것 같아 보였다.

 

 잠시 후 아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무슨 결심을 했는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들린다. 저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김은호, 어디야?”

 

 똑부러지는 말투가 성격을 짐작하게 했다. 이런 일을 하면 갖게 되는 능력인지, 원래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목소리와 말투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내가 자신할 수 있다.

 

 “어, 나 감기가 아직 안 나아서,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아. 담임한테 말 좀 해줘.”

 

 드디어 이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코가 막혔는지 콧소리가 많이 났다. 감기에 걸려서 유난히 추워했고, 그래서 표정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괜히 신경 썼네.’

 

 “김은호, 진짜지? 병원 갈 거지? 내일은 꼭 학교에 와야 해. 아님 내가 간다.”

 

 상대방은 이 아이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신기하게도 전화 내용이 다 들린다. 그게 내가 가진 또 다른 재미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옆에서 나는 이 모든 것을 들으며 상황을 짐작했다.

 

 ‘김은호’

 이 아이의 이름이 낯설다. 아니, 뭐라 설명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내가 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한 느낌이었다. 이 아이는 나에게 그냥 내가 보호할 사람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아이는, 아니 은호는 친구랑 전화를 끝내고도 계속 계단에 앉아 있었다.

 ‘병원 간다더니, 왜 안 일어나지?’

 

 나는 은호 옆에 서 있었다. 은호는 한 동안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 중 하나가 생각을 읽을 수 없고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나도 가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감정을 가지는지 알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할 수 있다면 편했겠지만, 굳이 가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너무 복잡해 질 것 같았다. 그냥 소리에 대한 능력에 만족하기로 했다.

 

 은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뭐지?’

 예상치 못한 은호의 모습에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28.안녕(마지막 이야기) 2019 / 11 / 11 295 0 4126   
27 27. ...그리고 은호는 2019 / 11 / 10 272 0 3276   
26 26.선우가 떠나고 세 번째 겨울. 비가 왔던 날 2019 / 11 / 8 303 0 2192   
25 25.선우가 떠나고 두 번째 겨울- 어느 겨울날 2019 / 11 / 8 288 0 3315   
24 24.선우가 떠나고 1년 후, 첫 번째 겨울 2019 / 11 / 8 291 0 4261   
23 23.선우가 떠난 날 2019 / 11 / 6 275 0 6169   
22 22.그날의 기억 2019 / 11 / 4 278 0 6358   
21 21.나는 결국, 이 겨울이 싫다. 2019 / 11 / 1 290 0 3396   
20 20.새겨진 기억 2019 / 10 / 30 270 0 4070   
19 19.나는 이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2019 / 10 / 28 297 0 3064   
18 18.여름에 태어난 은호 2019 / 10 / 25 280 0 4959   
17 17.나는 이 여름이 신경 쓰인다. 2019 / 10 / 23 276 0 3150   
16 16.끊어져 버린, 봄날의 기억 2019 / 10 / 21 315 0 4203   
15 15.나는 이곳의 봄이 마음에 든다. 2019 / 10 / 18 286 0 3159   
14 14.선우의 흔적 2019 / 10 / 16 280 0 4076   
13 13.나는 그림을 그린다. 2019 / 10 / 14 293 0 2747   
12 12.눈이 와요... 2019 / 10 / 11 280 0 3523   
11 11.나는 겨울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9 / 10 / 9 264 0 3209   
10 10.은호 아빠 선우, 선우 딸 은호 2019 / 10 / 7 282 0 3211   
9 9.나의집, 그곳 향기를 만들다. 2019 / 10 / 4 280 0 3372   
8 8.가족의 존재... 2019 / 10 / 2 292 0 4601   
7 7.나는 궁금하다. 2019 / 9 / 30 292 0 2813   
6 6.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날의 그들... 2019 / 9 / 27 276 0 3217   
5 5.은호 옆 그들... 2019 / 9 / 25 280 0 3577   
4 4.나는 알지 못하다. 2019 / 9 / 23 296 0 3401   
3 3.나의 임무를 시작하다. 2019 / 9 / 20 299 0 2862   
2 2.은호의 기억 2019 / 9 / 18 301 0 3033   
1 1.나는... 2019 / 9 / 16 498 0 235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러니까 우리는
장선
사랑하는 너에게
장선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