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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손가락의 남은 시간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3

"제가 당신께 드릴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언제든 저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비는 순간 전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겁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고 지불할 대가는 [당신의 신체의 일부, 손가락] 을 주십시오."

.. 예기치 않은 악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허나 능력에 따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3부 2회 - 드러나는 악마의 흔적
작성일 : 19-09-19 09:21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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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곳은 병원.

 

 요한은 밖에서 의사의 말을 들었다.

 

 "과도한 고통으로 온 쇼크인 것 같습니다. 무슨 사고가 있었나요?"

 "저와 대화 도중 갑작스레 쓰러지셨습니다."

 "대화라고요?"

 

 남자의 상태를 알고 있는 의사가 되물었다.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혀가 없는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니.

 

 "말씀을 하실 수 없어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더욱 의아해하며 말했다.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 분이신데.."

 

 귀도 안 들린다고?

 

 "네? 귀가 안 들리셨나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남자는 듣지도 못했었던가? 그럼 나는 어떻게 그와 대화를 나눴지? 그때 알아챘다. 청력을 빼앗겼다. 자신과의 대화로 인해 이 남자는 악마에게 청력을 빼앗긴 것이 분명했다.

 

 요한은 힘 빠진 걸음으로 병원에서 나왔다.

 

 '악마란 정말 존재한다. 하지만 찾아내려 조사할수록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가슴을 옥죄어 왔다.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몸이 된 그 남자는 앞으로 죽음밖에 남은 게 없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분노, 자신과의 대화로 청력을 잃은 남자에 대한 죄책감.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악마에 대한 궁금증이 요한을 다시 성수동으로 오게 만들었다.

 

 어둑해진 밤거리를 그저 묵묵히 배회했다. 예전에 살던 집과 그 남자의 집 근처 골목을 벌써 스무 번은 넘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말한 골목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골목.. 벽을 만지면 열리는 비밀의 문 같은 것이 있는 걸까?'

 

 요한은 손으로 벽을 짚어가며 다시 한번 골목 곳곳을 돌았다.

 

 

 ***

 

 

 힘든 몸을 이끌고 포장마차로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낮부터 지금까지 한 끼도 챙겨 먹지 않았다. 출출해진 탓에 뜨끈한 우동 한 그릇과 영국에선 맛보기 힘들었던 매운 닭발을 주문해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답답했던 마음이 차가운 술에 쓸려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크으.."

 

 주인장과 요한만 남은 조용한 포장마차 안. 쌀쌀한 밤공기가 스며 들어올수록 악마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때였다.

 

 젊은 여자가 포장마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까만 생머리에 하얀 피부. 어딘지 모르게 음습한 기운을 뿜어내는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손을 들고 주문하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말았다.

 

 "저기.. 우동 하나랑 소주 한 병 주실래요..?"

 

 뚜렷하게 새겨진 반지 모양의 문신! 저 여자도 분명 악마와 관련이 있다!

 

 요한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 이곳 성수동 일대에 악마에 대한 단서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에 그녀도 요한을 쳐다봤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저 여자가 악마일 수도 있다.'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다. 악마가 변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말조차 걸 수 없었다. 소주를 반 병 정도 먹을 때까지 지켜보다 용기를 내었다.

 

 '어차피 난 악마를 찾으러 왔다. 저 여자가 악마라면 오히려 잘 된 것인지도 몰라.'

 

 요한은 무작정 술잔을 들고 다가가 앉았다.

 

 "같이 먹어도 되죠?"

 

 요한의 말에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술잔을 기울이는 걸 보고 허락이라 생각했다.

 

 "이 근처 사세요?"

 "네."

 "저도 어렸을 적 이 동네에 살았습니다. 아직도 옛 흔적이 남아있네요. 하지만 감춰진 무언가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요한은 그녀를 쳐다봤다. 의식하지 않는 듯 무심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2살이요."

 "어리시군요. 전 정요한이라고 합니다. 혹시 성함이?"

 "박영주예요."

 

 쓸데없는 통성명 중에도 요한은 그녀를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런 요한의 모습에 그녀는 긴장하는 듯했다.

 

 "가끔은 이런 포장마차에서 먹는 우동이 그렇게 그리울 때가 있었어요. 영주 씨도 그러셨나요?"

 "사실.. 이런 곳에 혼자 온 건 처음이에요. 오늘은 좀 평소와 다른 날이고 싶었거든요."

 "평소엔 어떠셨는데요?"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했죠. 아 근데 술이 좀 취했나 봐요. 제가 별 소릴 다하네요."

 

 이미 술을 반 병정도 마신 그녀는 약간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였나 보다. 만일 이 여자가 악마였다면? 편견일지 모르지만 이 정도에 취할 리는 없겠지.

 요한은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며 계속해서 술을 권했다. 술이 취해가며 어느샌가 둘은 편하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으며 영주도 요한의 눈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의 눈은 잘생기고 호남형의 요한을 바라볼 때마다 점점 긴장이 풀어지게 되었고, 어느새 볼이 발그래한 소녀의 얼굴이 되어갔다.

 

 '이 여자는 악마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여대생일 뿐. 그렇다면 손가락의 문신은 어떻게 생긴 거지?'

 

 요한은 궁금함을 아껴뒀다. 첫 만남부터 이 문신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그녀 역시 자신을 경계할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소주를 두 병씩 먹어갈 때쯤 고된 하루를 보냈던 요한도 취해가기 시작했고, 그녀는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 평범한 하루가 되고 싶어 하지 않던 그녀가 조금씩 과감한 행동을 보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모텔로 향했다.

 

 그리고 둘은 생각지도 못한 하룻밤을 보냈다.

 

 관계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녀는 요한에게 있어 그저 악마에 대한 단서를 추출할 도구였을 뿐이었다.

 

 

 ***

 

 

 집으로 돌아온 요한에게 간병인은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도련님. 아버님의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 어젯밤에 밤새 악몽에 시달리셨는지 제대로 잠도 못 주무셨어요. 아침엔 잠시 정신을 잃으시기도 했는데 일어나셔선 줄곧 도련님을 찾으셨어요."

 "아버지가요?"

 

 요한은 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혹시 어제 악마를 조사한 일로 아버지에게 해코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침대에 반쯤 기댄 아버지는 어느 때보다 기력이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요한을 쳐다보았다. 본래 나이는 55세. 한창 정정할 나이인데 이제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백발의 노인. 악마에 대한 존재를 알고부터 더욱 아버지가 측은하다.

 

 "요한아."

 "네. 아버지."

 "네가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나도 안다."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이 일에 대해 이 정도라도 언급을 하신 건.

 

 "내 몸이 이렇게 되고.. 네 엄마가 괴로워하다 죽은 건 오롯이 내 잘못일 게다. 애미 없이 자란 네가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에게 몸이 이렇게 된 이유를 말하지 않은 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더 큰 피해라니요..?"

 "모두 다 기억나지 않는 고통에 시달렸다. 마치 머릿속에서 내 몸에 대한 기억만 지워버린 일이 벌어졌지. 하지만 나 또한 괴로웠다. 네 엄마가 힘들고 지쳐 애원하 듯 울어도 말할 수 없는 고통. 너는 모를 거다.. 그렇다고 고통에 지쳐 사실을 말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너희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서 그런 게야.."

 

 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고 몸을 완전히 기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말했다.

 

 "그게 난 더 무서웠다. 네 엄마가 죽는 순간에도 너까지 이 일에 휘말릴까 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요한은 생각했다.

 

 '페널티다. 어제 그 남자가 악마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받은 엄청난 벌. 아버지는 그걸 받을까 무서웠던 거다.'

 

 아버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요한은 이미 깊은 곳까지 발을 내디딘 상태였다.

 

 "아버지. [기억나지 않는 고통]을 말씀하셨죠..? 전 오히려 [진실을 알지 못하는 괴로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젠 말씀해주세요. [악마]에 대해."

 

 [악마]라는 단어에 아버지는 발작을 하듯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아.. 악마라니!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냐!"

 

 요한은 놀랐다. 아버지의 이런 격한 반응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더 큰 확신이 들었다. 역시 아버지 역시 악마와 관련이 있었던 게 확실했다.

 

 "어제 아버지와 똑같은 일을 겪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악마에 대해 언급한 그의 고통도 보았고요. 오늘 아버지와 나눈 대화에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허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요."

 

 요한의 말에 아버지는 침대에서 떨어지듯 기어 나오며 외쳤다.

 

 "아.. 안된다! 요한아.. 이제 제발 그만해라."

 

 요한이 쓰러진 아버지를 부축하자 그는 두 팔로 요한의 다리를 부둥켜안으며 애원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 자식은 니 인생마저 송두리째 집어삼킬 놈이야!"

 "아버지! 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기필코 악마를 만나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고 말 겁니다!"

 

 요한의 본심이 드러났다. 10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분노만으로 버텨온 그는 복수할 진정한 대상을 찾고 있었고 그게 아버지가 아님에 오히려 더 감사했다. 이제 확실히 정해진 복수의 대상에 한방 먹이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목숨도 불사할 의지가 있었다.

 

 덜컥!

 

 "선생님!"

 

 간병인과 가사도우미가 큰 소리를 듣고 달려와 아버지를 부축했다.

 

 "도련님. 이러시면 안 돼요! 지금 선생님은 매우 심약한 상태예요! 소리를 지르고 힘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다시금 아버지를 침대에 올려놓자 요한은 뒤돌아 나오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 더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단련해왔습니다. 언젠간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거든요. 걱정 말고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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