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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섬의 여름 - (2)
작성일 : 19-09-19 01:50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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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

 

 레이븐은 뒤통수를 감싸고 걸어갔다. 그의 오랜 버릇이다. 하이안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리저리 뻗친 검은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겠니?”

 

 하이안트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레이븐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이제 적응하지 않았어?”

 

 “전혀.”

 

 둘은 나란히 걸어갔다. 레이븐은 평소처럼 이야깃거리를 계속 던지며 하이안트가 가는 방향으로 따랐다. 날씨만큼이나 한가로운 오후다.

 

 “해변 가려고?”

 

 정면으로는 내리막이 펼쳐져있다. 마을 밑에는 백사장이 깔린 열대의 바다뿐이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레이븐은 그것보다 하이안트가 곧잘 해변에 가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물은 것이었다.

 

 “응. 집안은 좀 답답해서.”

 

 레이븐은 걸음을 늦추며 입을 열었다. 하이안트는 그보다 앞에서 뒤돌았다.

 

 “란한테 가볼게. 이따가 심심하면 놀러와.”

 

 짧은 대답이 있고 둘은 등을 마주하며 헤어졌다. 마을을 내려가는 동안 하이안트는 종이묶음 사이에서 연필 한 자루를 빼냈다. 그의 일과에 필요한 준비물들이다.

 

 하얀 모래밭은 햇볕에 적당히 달궈져있었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투명한 바닷물을 바라보면서 잡은 자리에서는 안락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늘임에도 빛이 이리저리 들어오는 나무 밑은 필기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보라색 눈동자로 종이를 응시한 하이안트는 깊은 표정을 지은채로 손을 멈추지 않았다. 희미하게 바랜 종이는 금세 검은 글씨로 채워졌다. 그가 열중하여 적고 있는 것은 자료이자 일기였다.

 

 하이안트의 집은 어디든지 책과 종이뭉치가 가득하다. 그의 부모, 조부모, 선대들이 축적해온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이 보관되어있는 저장소인 셈이다. 예전에는 손을 뻗으면 닿는데도 잡을 수 없었으나, 부모가 대륙으로 떠난 4년 전부터 매일같이 책장을 뒤지며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

 

 부모님은 소식 한번 없지만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부모님이 돌아오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하이안트는 그렇게 결심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네.”

 

 마지막 종이의 반을 채우고 하이안트는 연필을 내려놨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옆에는 빽빽이 채워진 10장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레이븐이라면 이정도...”

 

 하이안트는 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파도가 차분하게 흐른다. 다 채우지 못한 마지막 장까지 정리하고 하이안트는 잠시 동안 바다를 바라봤다. 저 멀리 바다처럼 푸른 머리가 찰랑거린다.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던 하이안트는 이상한 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해변의 오른쪽 암벽 너머. 그곳에서 나올 리 없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뱃소리?”

 

 하이안트는 곧바로 일어서서 움직였다. 발걸음은 평소보다 빠르다. 어깨는 약간 경직되어있다. 이건 배가 파도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다. 그리고 동시에 이 섬에서 나올 리가 없는 소리다. 호메그 섬은 아무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여기 있던 배들은 전부 4년 전에 대륙으로 떠났다.

 

 낮은 암벽을 올라서자 반대편 절벽 아래로 바다가 펼쳐졌다. 그곳을 슬그머니 내려다보자 소리의 정체가 있었다.

 

 암초들 사이에 걸린 나무배. 파도에 힘없이 흔들리면서 계속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다. 배는 네 명이 겨우 탈 정도의 크기에 돛도, 노도 없다. 유심한 관찰 후에 생각에 잠긴 하이안트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머릿속에 강렬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누군가 섬에 들어온 건가?

 

 

  레이븐은 란의 집에 있었다. 그곳에는 코니도 와있었고, 하이안트는 그걸 알고 곧장 란의 집으로 향했다. 대련이 한창이었던 셋은 배에 관한 얘기를 듣고 하이안트를 따라 해변으로 달려갔다.

 

 암초에 발을 디딘 네 명의 소년은 한동안 말없이 배를 지켜봤다. 묶여있지도 않고, 군데군데 파손된 초라한 모습이다.

 

 “그냥 흘러들어온 거 아니야? 난파돼서 탈출용으로 타고 나왔다가 사고가 났다거나.”

 

 정적은 레이븐이 깼다. 하이안트는 그 말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어색한 점이 있었다.

 

 “이 근처에 배가 지나가는 일은 없잖아. 만약 그렇다고 해도 돛 없는 배를 날릴 만큼 강한 소용돌이가 발생한 적도 없어.”

 

 “음. 듣고 보니 그러네.”

 

 바짓단을 걷어 올린 코니가 입을 열었다.

 

 “태풍이라도 맞았겠지. 아오, 왜 이렇게 물이 튀는 거야?”

 

 란이 핀잔을 주기 전에 레이븐이 딱 잘라 말했다.

 

 “저번 주부터 태풍은 없었어. 밤에도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레이븐의 말은 사실이다. 근래 호메그 섬 일대에서 태풍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만약 자연재해가 아닌 모종의 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가능성은 매우 낫다. 이 근방의 바다에는 마수들이 잠들어 있고, 수면근처에서 소란이 있었다면 그들이 깨어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누가 국경바깥까지 배를 몰고 나온단 말인가.

 

 소년들은 화제를 바꿨다. 배가 들어온 경위보다, 누군가 섬에 내렸는지를 조사하기로 하였다. 우선 선착장이 있는 해변과 양쪽의 암벽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흔적이 남아있다면 이 주변이 유력한데, 그럴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둘러보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마을은 건너뛰고 소년들은 뒷산으로 향했다.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에게 놀이터나 마찬가지인 뒷산 역시 조사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하이안트가 배를 발견한 순간부터 2시간 만에 조사는 끝나고, 소년들은 아무런 성과 없이 마을로 돌아왔다.

 

 “사람이 있었다고는 못하겠네.”

 

 하이안트의 말에 코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 아니면 뭐가 배를 타고 오겠어? 요정? 절대로 그럴 일 없지. 그러니까 아무도 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자, 사건해결.”

 

 “사람이 아닌 무언가라면...”

 

 “그건 또 뭔 소리야?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멍청해진 거냐?”

 

 고민을 계속하는 하이안트의 어깨에 레이븐의 손이 올라갔다.

 

 “걱정이 지나쳐 하트. 그냥 우연이겠지 뭐.”

 

 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안트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었지만, 친구들의 분위기에 금방 휩쓸렸다. 뒷산으로 통하는 입구에 선 소년들은 가벼워진 목소리로 떠들며 마을골목을 거닐어갔다.

 

 

  저녁식사를 마친 하이안트는 읽던 책을 덮었다. 적막한 집안이 별로여서 촛불 하나를 남기고 집을 나왔다. 오늘은 유난히 밖이 어둡게 느껴졌다. 듬성듬성 빛이 나오는 길목을 지나서 간곳은 수풀 너머의 절벽이었다. 하이안트는 흙길을 따라 쭉 걸어갔다. 그리고 찾던 사람을 발견하고 짧은 미소를 지었다.

 

 “귀한 고급품은 어때?”

 

 절벽 끝에 걸터앉은 레이븐이 고개를 돌렸다. 하이안트는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레이븐은 마이에게 받은 펜과 석판 하나를 들고 있었다.

 

 “되게 좋아. 잘못 새겨도 바로 덧댈 수 있어. 근데 오늘...”

 

 레이븐은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밤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별이 거의 안보여.”

 

 하이안트도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안 보이는 날은 레이븐이 침울해지는 몇 없는 경우 중 하나다.

 

 “몇 개째야?”

 

 하이안트는 석판을 유심히 봤다. 무수한 점과 선들이 복잡하게 새겨져있다. 레이븐은 입꼬리를 올리며 석판을 내밀어보았다.

 

 “팔십 개.”

 

 “굉장하네. 옛날에 비하면 엄청 늘었잖아.”

 

 “아니야. 아직 한참 남았어. 하지만, 누나한테 받은 펜이 있으니까 이제부터는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완성되면 바로 보여줄게. 너랑 란이랑 코니한테.”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레이븐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구름에 가려진 별들을 애써 찾으며 석판에 조금씩 새겨나갔다. 간간이 파도소리만 흐르는 밤에 두 소년은 말없이 각자의 세계에 잠겼다.

 

 둘은 서로가 옆에 있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깊게 몰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밤을 한 순간 비추는 점멸이 둘의 주의를 앗아갔다.

 

 “뭐지 방금?”

 

 레이븐이 급히 자리를 박찼다. 하이안트도 곧바로 따라 일어섰다. 저 앞의 암벽 너머가 점점 밝아져갔다. 둘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눈에 비치는 광경을 부정하고 싶었다.

 

 암벽 위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내 열기가 느껴진다. 잠들어있는 저 너머가, 마을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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