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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섬의 여름 - (1)
작성일 : 19-09-19 01:48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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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건 실전이다. 뒤가 없는 전투이다. 기회는 단 한번.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기다려서 순식간에 끝내야한다. 짙어지는 그림자. 일렁이는 소리. 녀석이 온다.

 

 “당겨-!”

 

 낚싯대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물보라가 솟았다. 녀석은 찌르는 듯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다.

 

 정점에 다다른 녀석이 몸부림을 치기 직전, 레이븐은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절벽을 박찼다. 두꺼운 칼날의 끝은 녀석의 아가미를 향하였다. 레이븐은 떨어지는 속도와 몸의 탄력을 전부 실어서 검을 내리꽂았다.

 

 “으엑, 기분 나빠!”

 

 대검에 매달린 레이븐은 뿜어져 나오는 피로 범벅이 되었다. 녀석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애타게 친구들을 찾았다.

 

 “코니! 빨리 좀 당겨봐!”

 

 낚싯대를 움켜쥐고 있는 코니는 목에 핏대까지 서서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그러나 집채 만 한 물고기에 사람 하나가 딸려있는 무게를 혼자 옮길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도와줄까?”

 

 멀뚱히 지켜보던 란의 물음에 코니는 핏발 선 눈동자를 굴렸다. 군청색 머리가 땀에 달라붙어서 조금 무서운 모습이다.

 

 “필요 없어. 이 정도쯤 이 몸에게는..!”

 

 큰소리쳤지만 무리라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힘을 줘봤지만 낚싯대는 미동도 없다. 코니는 결국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하이안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것도 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눈빛만으로.

 

 보자마자 신호를 알아챈 하이안트는 자진하는 척 연기까지 해주며 코니에게 다가갔다. 두 명이 붙으니 낚싯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레이븐이 일으킨 반동과 함께 끌어당기자 물고기는 절벽 위로 무겁게 떨어졌다. 안전하게 착지한 레이븐은 깊게 박힌 검을 뽑으면서 얼굴의 피를 닦아냈다.

 

 “드디어 잡았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물고기를 보며 레이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이안트는 손목을 털면서 그에게 걸어갔다.

 

 “길었다. 삼 개월이나 걸렸네.”

 

 “역시 포기하지 않는 쪽이 이기는 법이지.”

 

 호쾌하게 웃는 레이븐을 향해 하이안트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반쯤 가려진다. 한편, 낚싯대와 함께 쓰러진 코니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숨을 골랐다. 란은 그의 옆에 다가서서 거만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겨우 그거 했다고 빌빌 거리기는.”

 

 란의 시비에 코니는 거침없이 욱 하고 올라왔다.

 

 “뭐 인마? 너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

 

 “도와주려고 했는데 네놈이 거절했지. 괜히 하이안트 형 고생이나 시키고.”

 

 당장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후들거리는 팔다리가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코니를 뒤로하고 란은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자주색의 말총머리를 흔들거리며 란은 레이븐과 하이안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허리춤에 멘 검을 잡아보였다.

 

 “나는 나설 기회도 없었네.”

 

 레이븐은 시선을 약간 낮추었다. 그리고 보는 사람마저 시원해지는 미소를 지었다. 무표정을 일관하는 란에게 그것이 가능한 건 그 얼굴 속에서 작은 감정표현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지. 코니가 힘내줬고.”

 

 코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찬을 뱉어댄다. 참 귀도 밝다. 란은 들을 가치가 없는 말들을 깨끗하게 무시하고 화제를 전환시켰다.

 

 “근데 이건 어떻게 옮기지?”

 

 대답은 하이안트의 입에서 나왔다.

 

 “창고에 있는 수레에 싣자. 머리랑 지느러미들은 잘라내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란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한 번의 베기만으로 필요 없는 부위들을 잘라냈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실행력이지만,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레는 내가 가져올게. 가는 길에 피 좀 닦아야지.”

 

 레이븐이 자리를 비우자 하이안트와 란은 물고기의 잔해들을 바다로 던졌다. 말라가는 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고기의 몸통을 바라보던 란은 코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굳어있는 그의 얼굴에서 의미심장함이 흘러나왔다.

 

 “던져버리고 싶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코니의 귀가 밝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였지만, 란이 무시했기에 다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잠시 뒤 레이븐은 수레와 함께 말끔해진 얼굴로 돌아왔다. 반팔로 자른 천 옷 대부분이 붉은색으로 물들었지만 레이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몸통만 해도 꽤 크네. 오늘 다 못 먹을 수도 있겠는데?”

 

 물고기를 수레에 다 싣자, 코니가 낚싯대와 함께 일어났다. 꼼꼼하게 흙먼지를 털어낸 코니는 아주 잘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찰랑거리는 머리를 넘겨댔다.

 

 “걱정마라. 이 몸이 벌써부터 배고프니까.”

 

 “식량만 축내는 게 뭐가 자랑이라고.”

 

 하이안트와 레이븐은 신속하게 코니를 붙잡았다. 란은 자기 할 말만 내뱉은 뒤 무시하고, 코니는 달라붙으며 으르렁거린다. 한시도 끊이질 않고 티격태격하는 이들 때문에 둘이 늘 고생하고 있다.

 

 

  거대한 식재료와 함께 도착한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네 명의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소년들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보이는 여성이 걸어 나왔다.

 

 “오래도 걸린다.”

 

 내리막의 끝에 도착한 레이븐은 수레 손잡이를 놓고 젊은 여성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를 담은 미소가 옅게 띠어져있었다.

 

 “내기에서 졌다고 놀리는 거야?”

 

 “내기? 그런 걸 했었나?”

 

 “왜 그래. 내가 기억 못할 리 없잖아.”

 

 여성은 혀를 차더니 이내 레이븐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고급스러운 펜을 꺼내어 레이븐에게 건넸다.

 

 레이븐은 낚아채다시피 그것을 집었다. 그러더니 잔뜩 들떠서 펜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는데 열중했다. 기뻐하는 감정이 온몸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거구나... 이제 걱정 없이 새길 수 있어!”

 

 레이븐은 한 손에 펜을 쥐고 수레로 달려갔다. 얼른 가자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콧수염을 매만지던 여성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말하기 전까지 레이븐은 움직이지도 않는 수레를 당겨댔다.

 

 저녁식사를 위해 물고기를 맡기고, 소년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적막만이 남아있는 텅 빈 집안이지만 소년들에게는 익숙했다. 레이븐은 피범벅이 된 옷을, 다른 이들도 땀과 흙이 묻은 옷과 몸을 씻어냈다.

 

 호므게 섬의 긴 여름 덕에 늦은 시간이 돼서야 해가 기울면서 두 개의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별들도 뒤따라서 하늘을 가득 메울 것이다. 대륙 남쪽의 여름은 지독하게 더워서 오늘처럼 바닷바람이 불어주지 않으면 밤에도 사방에서 열이 뿜어져 나온다.

 

 마을 광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하이안트였다. 그는 한창 음식이 준비로 바쁜 곳을 찾았다. 발길이 닿은 곳에서는 빛바랜 머리를 올려 묶은 중년여성이 몸통만한 냄비 두 개를 저으며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는 됐고 우리 딸내미나 도와주렴. 다 큰 여자애가 칼질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다. 어휴, 시집은 갈 수 있을는지.”

 

 하이안트는 여성이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아까의 젊은 여성이 어색한 몸짓으로 채소들을 썰고 있었다.

 

 “엄마가 보낸 거냐? 안 도와줘도 돼.”

 

 마이 파밀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하이안트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루비 같은 빛깔이다.

 

 “그렇게 힘줘서 하다가는 손가락 베이기 십상이야.”

 

 하이안트는 두 손으로 식칼과 채소를 끌어당겼다. 말과 다르게 마이는 간단히 손을 뗐다. 그리고 묵묵히 하이안트의 능숙한 칼질을 지켜봤다.

 

 “위아래로만 움직이면 돼. 왼손으로 고정하고.”

 

 하이안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식칼 손잡이를 내밀었다. 마이는 말없이 그걸 받았다.

 

 “잘 하네 누나. 일부러 못하는 척 한 거 아냐?”

 

 “아빠 때문에 칼질 할 일이 없어서 몸이 잊어버리는 거야. 요령만 되찾으면 금방이지.”

 

 “그러네. 요리는 아저씨 전문이니까.”

 

 담소가 계속되는 동안 다른 세 명의 소년들도 광장에 왔다. 음식준비는 거의 끝난 상태. 소년들은 기다란 테이블을 옮겨와서 식기들을 차렸다.

 

 어느덧 석양도 희미해지고, 광장은 여러 개의 횃불로 밝혀졌다. 낮에 잡은 물고기로 만든 각종 요리와 약속된 기쁨을 선사해주는 가정식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정말 오래간만의 야외만찬이다.

 

 “많이들 먹거라.”

 

 주방장 켄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사가 시작됐다. 레이븐과 코니는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댔다. 코니는 란이 언제 시비를 걸지 고민하긴 했지만 배고픔이 금방 이겨버렸다. 그리고 그건 란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앙숙이어도 배고플 때만큼은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천천히 좀 먹어라. 다 튀잖아.”

 

 마이의 목소리에도 흡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나름의 경고를 한 것인데,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모양이다. 확실히 요즘 많이 유해지기는 했지. 마이는 조금씩 옛 추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목소리에도 점점 감정이 실렸다.

 

 눈치 빠른 하이안트는 금세 알아챘다. 아무리 배고파도 원체 얌전히 먹는 란은 열외다. 그러나 남은 두 명은 스스로에게 닥칠 일을 모른 채 정신없는 식사를 이어갔다.

 

 ‘쾅!’

 

 테이블 위의 온갖 것들이 위로 떠올랐다. 사태를 예견한 이들이 잘 대처해줘서 음식을 떨어뜨리는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레이븐과 코니는 토끼눈이 되어 그릇을 내렸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몸 안에 깊숙이 새겨진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일어나.”

 

 요정의 마법보다도 빠르게 일어난 둘은 본능적으로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점. 밤하늘 아래에서 수차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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