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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8.
작성일 : 19-09-19 01:14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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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황씨의 지극적성(?) 덕분에 호연은 점점 상태가 호전됐다. 병주고 약준 꼴이 돼 버렸지만 황씨는 첫 인상과는 달리 거친 느낌만 있는 건 아니었다. 편의점 도시락이 전부였지만 배고프지 않게 매번 도시락을 사다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단지 의료 관련 이야기는 거의 자기 자랑이었고 기쁨이나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식의 대충대충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그렇게 삼일을 지내자 호연의 몸은 완전히 회복됐다.

  [역시 한번 건드린 걸 다시 붙여 놨더니 시간이 너무 걸리고 말았어]

  황씨는 혀를 끌끌 찼지만 호연은 당장이라도 건물 계단을 한달음에 달려 내려가도 될 것 같은 기분에 새로 태어난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배고프지. 나가서 밥 먹자]

  [네!]

  [먼저 나가있어]

  황씨의 말에 호연은 현관으로 나가 운동화를 신고 계단을 한 걸음에 내려갔다.

 

  황씨는 호연이 건물을 내려갔을 때 이미 건물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연은 이제 더이상 황씨의 그런 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요근처로 괜찮지?]

  [네]

  호연은 도시락만 아니면 뭐든 환영이었다.

 

  둘은 건물에서 가까운 해장국집으로 들어갔다.

  호연은 해장국이 나오자마자 그대로 한그릇을 비워냈다. 황씨는 덩치에 비해서는 먹는 모양이 시원찮아보였다. 결국 황씨 몫까지 호연이 다 비워냈다.

  [이건 내 번호야 . 저장해둬]

  황씨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월하 결혼 상담소]라는 글씨가 고딕체로 박혀 있었다.

  [번호는 뒷면에 있어]

  뒷면을 보니 고정전화번호 하나가 달랑 적혀 있을 뿐이었다.

  [이... 사무실 번호면 되는 건가요?]

  [뭔소리야? 그거 말고 있잖아. 그 번호는 오래전에 핸드폰 없던 시절에는 쓰긴 썼는데 지금은 안 쓰는 번호야]

  [뭐가 있다는 건지...]

  명함은 글씨라고 해봐야 이게 다였다.

  [음? 안 보여?]

  [뭐가요?]

  [내 번호 말야]

  [네. 안보여요]

  황씨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이 쓴 양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 맞다!]

  [?]

  [너 한건 해야한다. 이번에 고쳐준 건 내가 잘못했으니까 해준거긴한데. 앞으로 뭐 부탁하려면 그 전에 너 스스로 인정을 받아야해. 그럼 알아서 보일 거야]

  호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냥 번호 교환을 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 건지. 더군다나 뭘 하라는 말인건지도 알 수 없었다.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됐어? 내 말 알아들은거야?]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는데요. 뭘 한 건 하라는 말이죠?]

  [난 전공이 아니니까. 기쁨이한테 물어봐. 그 자식 병원에서 거의 생활하니까 찾는 건 어렵지 않을거야]

  [...]

  [이대로라면 인간처럼 나이를 먹고 뭐 때가 되면 죽겠지만. 네가 제대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내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서포트를 해주니 영원히 안 죽고 안 늙게 되지]

  호연은 황씨의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의대에 들어온 이유 중에 하나인 생명 연장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입장으로서는 더할나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앞으로의 자신에겐 무관한 일일수도 있다는 것이 꺼림칙했다.

  [자 이제 내 용무는 끝났으니]

  황씨가 계산을 마치는 사이 호연 역시 부랴부랴 물 한잔 마시고 뒤따라 나왔다.

 

  황씨와는 그대로 헤어지고 호연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인간이 아닌지 어떤지 몰라도 몸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옷을 벗어 던지고 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 문득 뭔가를

 느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신나게 샤워를 한 뒤 벌거벗은 상태로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방문을 벌컥 열었을 때 호연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발라당 엎어지고 말았다. 방 안에는 조금전까지 자신이 있던 그 방에 있던 여자가 있었다. 그것도 의자에 앉아 호연 쪽을 똑바로 보며 앉아 있던 것이다. 호연은 엉덩이 뼈가 나간 거 같은 통증을 느꼈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당장 눈에 띄는 건 조금전 자신이 벗어놓은 땀냄세가 흥건한 옷이었지만 그거 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다. 호연은 그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나자 조금전 샤워를 했던 자신의 몸이 땀 범벅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자가 방에서 나와 자신의 뒷통수를 보며 서 있다는 것 역시도.

  [당신 누구야]

  여자의 목소리는 얇고 낮았다. 당장이라도 부러질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호연은 순간 자신의 집이 아닌가 싶어 눈동자를 굴렸지만 더할나위없는 자신의 집이었다. 불청객은 자신이 아니라

 그녀였다.

  [나 여기 집 주인인데]

  호연은 용기를 내 뒤돌아 서서 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지만 어찌할도리가 없었다.

  [아...난, 그냥...]

  여자는 호연의 말에 혼란스러웠는지 시선을 내린 채 몇 걸음 뒷걸음질을 했다.

  [아. 저기. 일단 제 방에 좀 들어갔다 나와도 괜찮겠어요?]

  여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은 여자를 가능한 놀라게 하지 않게 애쓰며 게걸음 걷듯 옆으로 옆으로 이동하며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샤워실로 들어갔을 때 느낀 이상한 기분은 기분 탓만이 아니었다. 집에 왔다는 생각이 가득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그랬었지, 현관에서부터 여자 신발이 버젓이 놓여 있었었다.

 

  호연은 들어가자마자 세탁해 놓아뒀던 추리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침대는 그녀가 사용했던게 분명하다는 걸 증명이라도하듯 가지런히 정돈 돼 있었다. 자신이 사용한 그대로 였다면 엉망진창이었을 이불이며 배개의 위치가 지나치게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호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마도 자신의 집에 여자가 제 발로 왔을

 거 같진 않았고 그렇다면 범인은 기쁨이 분명했다.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남의 집에 여자를 데려다 놓은 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실로 나왔을 때 여자는 소파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호연은 새삼 조금전 자신이 벌거벗은 상태로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몸둘바를 몰랐다.

  [아. 저기]

  [네?]

  [조금전에... 제 모습은 좀 잊어 주시면...]

  [괜찮아요. 저야말로 남에 집에 신세를 져서 죄송합니다]

  여자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호연은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냥 갈까하다 그러면 더 놀라실 거 같아 나오시길 기다렸어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현관문이 열리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쁨이 등장했다. 한 손에는 와인이며 마트에서 장을 봐온 봉투가 한 가득 들려 있었다.

  [어. 왔네?]

  기쁨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호연을 향해 아는 척을 하더니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에 물건을 차곡 차곡 넣었다.

  [아직 저녁은 좀 이르지? 좀 있다 해물 스파게티 해 먹자]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호연은 그대로 현관으로 따라가 여자의 팔목을 잡아 거칠게 막아섰다.

  [가지마]

  [...가야해]

  [여기 있어]

  [싫어]

  호연은 자신이 집 주인이란 사실도 망각한 채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기쁨을 아주 자세히는 몰랐지만 그가 어떤 감정으로 여자에게 이야기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호연은 둘의 감정이 자신에게도 강하게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다른 기분도 같이 느껴졌다. 둘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 당기면서도 강하게 밀쳐내고 있었다.

  [사랑해]

  [...]

  기쁨이 한 마지막 말에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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