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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2)
작성일 : 19-09-18 01:48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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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야!?”

 

  “끼!”

 

  그러고 희번덕거리는 눈에 탈루는 그만 당황해 움찔하고야 말았다.

 

  녀석이 지금 다가오는 이유는 명백했다. 목표물을 예상했던 목적지까지 데려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따라가지 않겠다는 탈루의 의지를 확인한 순간 도리어 접근을 시도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물론 원숭이가 곧장 달려든 것은 아니었다. 녀석은 다만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예의 빨간 눈으로 탈루의 일거수일투족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난 이제 돌아갈 거야. 네가 가져간 건…… 너 먹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탈루는 최대한 원숭이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녀석의 전투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이곳에서의 소란은 득 될 게 전혀 없었다. 저 원숭이보다 더 기괴하고 더 포악한 녀석이 언제 어느 때 나타날지 모른다. 일단은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까지 대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끼-?”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숭이는 탈루의 바람을 순순히 따라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탈루가 천천히 몸을 돌려 뛰기 시작하려는 순간, 녀석이 갑작스레 괴성을 지르며 발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소리가 어찌나 심상찮고 괴이쩍게 들렸던지, 탈루조차도 움직임을 멈춘 채 슬쩍 뒤돌아 상황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끼!- 끼끼-! 끼끽!”

 

  원숭이는 어느 자그마한 바위 위에 올라선 채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다. 제자리뜀박질을 수차례나 반복해가며 바락바락 악을 쓰는데, 탈루의 움직임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 같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다른 누군가를 호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광경에 탈루는 또 한 번 크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동료를 부르는 것이라면 정말로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원숭이 무리는 뛰어난 의사소통체계를 자랑하는 숲의 강자들 중 하나이다. 추적과 교란에 능하고 대단히 전략적으로 움직이기에, 적대하게 되었을 경우 그들만큼 성가신 상대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자연히 경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괜찮은 건가?’

 

  주위를 살피며 잠시간 지켜본 결과, 다행히도 무리를 부른 건 아닌 듯했다. 대개의 경우, 원숭이들이 몰려올 땐 그들의 높고 끽끽대는 울음소리와 함께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들이 쉴 새 없이 들려오기 마련이다. 물론 이곳엔 원숭이들이 타고 다닐만한 높다란 나무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렇다면 땅 먼지라도 일어야 하는데 그 또한 없었던 것이다.

 

  무리를 부른 건 아니다. 그럼 뭘까. 정말 그냥 단순히 분통을 터뜨린 것뿐일까?

 

  원숭이를 향한 탈루의 미심쩍어 하는 눈빛이 조금씩 그 날카로움을 잃어갈 무렵이었다.

 

  “끼---!”

 

  한 차례 기다란 고성을 끝으로 원숭이의 발악이 멎었다. 그리고 이어진 원숭이의 수상쩍은 미소에 의문이 생기려던 찰나, 탈루는 그즈음 멀찍이서 들려온 무언가의 포효에 일순간 심장이 옥죄어지는 공포를 느꼈다.

 

 

  “고-오-.”

 

 

  “뭐, 뭐야…….”

 

  정말이지 끔찍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울음소리였다. 단순히 사납다고 생각되어서가 아니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저음에 기괴하리만치 카랑카랑한 마찰음이 군데군데 섞여선 비할 바 없는 음산함을 내뿜는데, 짐승의 소리라기보다는 흡사 요괴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실제로 요괴를 본 일은 없었으나, 탈루는 그 옛날 ‘사람 먹는 대요괴’ 불낙치의 목소리가 바로 이랬을 것이라 확신에 차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원숭이 무리를 걱정할 게 아니었다. 저 고약한 원숭이는 그보다 훨씬 더한 걸 불렀던 것이다.

 

  덩치가 산만한 곰일까? 포악한 대호? 아니면 정말로 요괴인가? 어쩌면 저것이 ‘탐욕’의 두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더러 저것과 대적하라고? 울음소리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흉악한 놈과?

 

  탈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전제(大前提) 참가는 휘토와 프타의 몫으로 고이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디 쪽으로 가야 할까…… 도망칠 수 있긴 할까?’

 

  아니, 머리 굴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은 탈루가 곧장 뒤돌아 뛰려 할 때였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원숭이가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탈루의 앞을 막아섰다. 날랜 움직임으로 보건대, 역시나 아까의 추격전 땐 적당한 속도조절을 통해 자신을 유인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 탈루 앞에 선 원숭이가 갑작스레 식량꾸러미에 손을 넣더니, 예의 빨간색 열매를 꺼내 가만 앞으로 내밀었다.

 

  “끼-.”

 

  “……?”

 

  탈루는 당황스러웠다. 무슨 의도인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걸 되찾기 위해 긴 시간 자신을 쫓아온 녀석이 아니었던가. 한껏 의심에 찬 눈으로 훑어봤음에도 원숭이는 그저 의뭉스런 표정을 지으며 재차 열매를 권할 뿐이었다.

 

  “나보고 먹으라고? 하지만 그건 네 거라며…… 아니 근데…….”

 

  순간 아찔한 직감이 탈루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갔다.

 

  “너 지금 설마…… 시간을 끌려는 건 아니겠지?”

 

  갑작스런 원숭이의 행동에 잠깐 잊고 있었으나, 탈루는 지금 굉장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었다. 소름끼치는 포효의 주인이 언제 습격해올지 모르는 마당에 시답잖은 호기심이나 드러내고 있었다니…… 속을 뻔했다는 생각에 얼른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던 순간이었다.

 

  ‘어?’

 

  기이하게도 발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잠깐, 움직여지지 않았다?

 

  탈루는 몸에 내려앉은 생경한 감각에 잠시간 얼어붙었다. 움직여지지 않은 게 아니라 단순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탈루는 자신의 의지로 발걸음을 떼지 않고 있었다. 발을 떼려면 몸을 돌려야 했고, 또한 그렇게 될 경우엔 저 빨간색 열매에서 시선을 거둬야 했다. 탈루는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응? 지금 뭐…… 라고?’

 

  탈루는 열매에서 시선을 떼기 싫다고 생각한 방금 전의 자신에게 심대한 충격을 받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당장 한시가 급한 상황이 아니던가. 한낱 열매 따위를 탐내고 있을 때가…….

 

  ‘열매를…… 탐내?’

 

  탈루는 갑작스레 머리가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열매가 무척 탐스러워 보이긴 했다. 심지어 한입에 넘기기 딱 좋은 크기였다. 껍질에 흐르는 윤기가 입맛을 돋우고 있었고, 눈길을 사로잡는 저 빨강만큼이나 매혹적인 냄새는 마치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안에 농축되어 있던 달달한 과즙이 혀를 사르르 녹여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줬다.

 

  ‘지금 되게 위험한데, 위험한 상황인데…… 근데 저거…… 한 입만 먹어보고 싶다.’

 

  순간 탈루는 자기도 모르게 열매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아냐, 먹으려고 하는 거 아냐. 그냥 조금만 더 가까이서 보려고 하는 거야…….’

 

  경계해야한다 생각은 하면서도 도저히 열매에 대한 탐심(貪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끼-! 끽-!”

 

  “줘…… 이리 내!”

 

  “끼-! 끼-!”

 

  줄 듯 말 듯 하면서도 잽싸게 다시 열매를 가져가버린 원숭이 때문에 탈루의 손은 애꿎은 허공만 연신 가를 뿐이었다.

 

  “너…… 이 자식이!”

 

  “끼-.”

 

  원숭이는 탈루의 화난 표정이 자못 재미있다는 듯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그러곤 열매를 입가로 가져간 뒤 먹는 시늉을 해보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얄미웠던지 차분한 성정을 지닌 탈루조차도 쉬이 분노를 참지 못할 정도였다.

 

  “너…… 어서 이리 내! 안 그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때였다.

 

 

  “고-오-.”

 

 

  예의 끔찍한 포효가 또 한 번 숲속을 뒤흔들었다.

 

  탈루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느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열매를 바라본 것만으로도 한순간 저항하기 힘들 정도의 탐심에 빠져버리다니. 그것이 열매의 힘인지 아니면 공간 전체에 적용된 ‘탐욕’의 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후자라면 큰일이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따지는 건 나중에…….’

 

  상황은 다급했다. ‘저것’의 울음소리가 좀 전보다 더 크게 들려온 것으로 볼 때, 이미 가까이 접근해온 게 틀림없었다. 일단은 몸을 피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끼-? 끼-!”

 

  원숭이도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재차 탈루를 향해 열매를 내밀었다. 입가 한가득 비웃음을 띠운 채였다.

 

  “저리 꺼져!”

 

  탈루는 원숭이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으나 여전히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고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탈루는 최대한 열매 쪽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탐스러워 보였고, 매혹적인 보물처럼 느껴졌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과 열매에서 눈을 떼기 싫다는 마음이 기묘하게 공존했다.

 

  ‘저것만…… 저것만 가지고 얼른 도망가면…….’

 

 

  “고-오-.”

 

 

  놈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몹시도 거대한 생명체의 움직임에 놀랐는지, 그즈음엔 땅도 둔중하게 울리고 있었다.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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