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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15화. 같이 잡자, 그 새끼들
작성일 : 19-09-18 00:01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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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따뜻해져가는 날씨는 포근하여 좋기만 했지만 강력반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 또 다시 사건 현장을 나가야 하는 종인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정수 또한 그러한지 컴퓨터를 보다말고 은테 안경을 신경질 적으로 벗는다.

 

 두 번째로, 그러니까 웃기게도 똑같은 사건이 똑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터져버렸다. 잔인했던 만큼 이번 사건은 나라 대외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어 미르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력을 당하고 있다. 첫 번째 사건도 경악에다가 게거품까지 문 국민들에게 범인도 잡지 못한 채 두 번째 사건을 허용했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범인이라는 작자는 그 큰 사거리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인지 오차 하나 없이 똑같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마치 첫번째 사건이 재방송 되는 것처럼 같은 형식으로 다시 터진 사건에 강력반에 한숨은 쌓여갔고 실컷 떠들어대는 뉴스가 강력반을 가득 메운다. 경찰과 형사들의 무능함을 발 벗고 비난하는 언론과 여론은 자비가 없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 지수가 구십을 넘어선 종인은 고개를 휘휘 젓고 문을 나선다.

 

 " 빨랑와- "

 

 문턱을 넘던 오른발을 다시 안으로 들여놓던 종인이 문고리를 잡은 채 아직 이것저것 챙기는 정수를 부른다. 뭐 그렇게 챙길 것도 많은지 정수는 이것만, 이것만 하다가 종인이 빽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문을 나선다. 현장은 무엇보다 얼마나 빨리 가서 얼마나 많이 조사하느냐에 따라 그 사건의 해결 속도를 정할 수 있다.

 

 그들이 막 차에 올라 지하주차장을 올라가려는 찰라, 갑자기 한 인영이 차 앞에 나타났다.

 

 " 브레이크!!!!!! "

 " 으왓!!! "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은 종인 덕에 앞으로 획 쏠렸다가 앞을 보게 된 그들은 자신들을 막아선 누군가를 확인하곤 입을 딱 벌렸다.

 

 " 저…? "

 

 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동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 어떻게… 아니지, 왜… "

 

 정수가 어버버 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본네트를 빙 돌아 조수석 자리 앞에 섰다. 그리곤 똑똑, 하고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 문을 연 정수가 차에서 내리고 탁, 문을 닫았다.

 

 " 어떻게 여기…. "

 " 이것부터 받아. "

 

 동욱이 척 하고 건넨 건 정수의 청자켓. 그와의 첫 만남에, 칼에 찔린 그를 치료하고자 집에 따라갔다가 그대로 두고 온 그 청자켓이었다. 지금 이걸 주려고 여기 온 거야…?

 

 " 내가 누군지 궁금해 했었지. "

 

 동욱은 급작스러운 상황전개에 멍한 정수에게 담담히 말했다. 사실 정수와 종인이 자신을 두고 캐봐야 한다니 어쩌고 저쩌고 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과 손잡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자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 둘씩 따지고 보자 그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득이 된다, 랄까.

 

 자신은 하나였고 뱀파이어의 수는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미약한 힘이지만 그래도 수적으로 많은 인간들이 도와주면 훨씬 잡기 편할 테니. 자신의 존재 이유가 뭐던가, 그들을 잡기 위해서 아니던가. 같은 인간끼리. 그것도 이렇게 얽힌 김에 함께 수사하는 편이 나을 수 있겠다고 까지 생각이 흐른 것이다.

 

 동욱은 단순했기 때문에 깊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분명 사건 현장에 나갈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 내가 미쳤다고 할 수도 있고 믿기도 힘들겠지만. "

 " ……. "

 " 이 사건, 뱀파이어의 짓이야. "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던 종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얼굴이 굳어진다. 누가 들으면 정말이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정신 상태를 의심 할 만 했지만 그들의 조사가 정말 그런 쪽 까지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와 국민에게는'어느 살인에 미친 정신병자'가 이 사건을 저질렀을 거라고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그게 다가 아닐 것이란 건 알 터였다. 웃기게도 국과수에선 시체를 물어 뜯은 자국 모두가 인간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려놓았고 강력반에선 하나둘씩 뱀파이어 이야기까지 화제가 뻗친 것이다.

 

 뱀파이어, 실제 존재하기에는 너무도 근거 없고 신빙성 없는 생물체였다. 하지만 수사를 하려면 항상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했다. 고정관념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다 뒤통수 맞은 적이 한 두 번 이어야지. 그래서 지금 이 사건의 주축을 흡혈 병을 가진 인간이라던가 아니면 정말 뱀파이어라도 있는 건지, 까지 진행되었다.

 

 " 원하던 대로 수사 협조할게. "

 " ……. "

 " 같이 잡자, 그 새끼들. "

 

 

 

 

 

 

 * * *

 

 

 

 

 

 

 하은에게 현경이 해줬던 이야기를 전해들은 기환이 귀를 후벼 판다.

 

 " 헌터? 성가시다 성가셔. "

 

 뱀파이어 헌터에다가 인간들까지 합류되어 지금 이 사건이 참으로 귀찮게도 된 것이다. 사실 자신들도 누구의 짓인지 몰라 골머리를 썩히는 중이지만 이들이 달라 붙으면 더더욱 좋을게 없었다.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정말 근처까지 오게라도 되면 큰일인 것이다. 단언하지만 옛날에 그 멍청한 인간들이 아니였다.

 

 그런 걸 막으려고 기환이 지금 강력반에 들어가서 동태라도 살피는 것이지만 더이상 이렇게 수동적으로 있을 순 없었다. 보란듯이 두번째 사건까지 터져버렸으니. 아직 티비로 밖에 접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모자이크로 점칠되어 자세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같은 자의 소행은 확실 했다.

 

 뭐라도 더 얻어 내기 위해 당장 사건 현장에 나가려다 하은에게 붙잡힌 기환이다. 우리도 뭔가 작전이랄게 있어야 할거아냐. 그녀의 말도 맞았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뒤 꽁무늬나 쫓으며 초조해 할 수 없는 것이다.

 

 "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

 " ……. "

 " 범인을 만들자. "

 

 뭐? 기환이 어이없다는 듯이 하은을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누가봐도 제일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여야해. 그래야 모두가 놀랄테니까. 반전이 가장 큰 자극제가 좋거든. 좋은 성적에 학벌에 성품도 좋은 사람이 그런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하면 대단한 뉴스거리잖아? 그러니까 경찰이건 기자들이건 거기에 다 달라 붙을거야. 그 틈에 우리는 그들도 잡고 또 잘하면 헌터도 잡는거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안건들여도 돼. 약간의 소스만 남기고 뒤로 빠지면 알아서 지들끼리 물어 뜯을 테니까. 그래서 고민해 봤는데,

 

 " 그 여자형사 여동생 있잖아. "

 

 기환은 하은의 기억력에 새삼 놀란다. 자신도 모르는 아주 사소한 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강력반을 드나 들 때 아마 아주 잠깐 스치듯 들었을 게 뻔한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고?

 

 " 범인 걔로 하자. "

 

 갑자기 범인이 그 여자애? 헌터는 정수와 아는 사이라고 했다.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남녀 사이야 뻔하지. 강력반에서 한 존재감 하는 정수의 여동생이 범인이 되면 글쎄 세상도 물론이고 그들 내부에서 조차 풍비박산이 날 건 확실했다. 이거야 말로 흥행 보증 수표 아니던가. 자신들은 일만 조금 벌리고 알아서 꼬이는 것을 보며 할일을 하면 되었다.

 

 아니 어느 세월에 혼자 생각을 거기까지 한거래? 역시 김하은. 겁나 치밀해! 이 순간 웃기게도 그녀랑 같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기환이다.

 

 " 너 어차피 현장가야지. "

 " 엉. "

 " 걔 한테서 뭐 하나 빼서 시체에 넣어놓고와. "

 " …엥? 내가? "

 " 그럼 너가 하지 누가해? "

 

 팔짱끼고 도도하게 쳐다보는 하은을 바라보던 기환이 한숨을 푹 쉬며 눈을 돌린다. 딱히 다음 대꾸도 생각 안났을 뿐더러 200년 동안 말싸움에서 그녀를 한번도 이겨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 그럼 너는 뭐할껀데? "

 " 나? 비밀이야. "

 " 참 나. "

 " 이 누나가 다~ 생각한게 있단다. 넌 몰라도 돼. "

 " 누나 좋아하시네. "

 " 그니까 넌 빨리 시키는거나 잘하고 시체 보다 와. "

 

 얼른! 하은의 재촉에 일어난건지, 더이상 상종하기 싫어서 일어난 것인지 어쨌든 기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뭐 어찌됐건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 그녀의 말을 들으면 대부분 자다가도 떡이 나왔다. 떡까진 아니여도 늘 평타는 쳤었던 것이다.

 

 그래 뭐 어차피 이런 스케일 큰 뱀파이어들 싸움에 인간 나부랭이들이 끼는 건 귀찮고 누구의 동생이 어떻게 되 건 상관 없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굴 걱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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