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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2장
작성일 : 19-09-17 23:53     조회 : 247     추천 : 1     분량 : 4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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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빛과 어둠

 

 

 

 

 검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머리카락에 가렸던 하얗고 자그마한 얼굴이 드러났다.

 

 오뚝한 코, 둥그런 이마, 붉은 입술과 풍성한 속눈썹까지.

 

 신이 친히 빗어놓은 듯 아름다운 생김새였다.

 

 흩날린 머리카락을 가녀린 손이 정리했다.

 

 초여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아직 채 봄이 가시지 않은 듯 꽃향기가 풍겨왔다.

 

 로멘 제국의 황궁, 그 황궁의 정원에 앉아 나는 식어가는 찻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였다.

 

 입궁하라고 불러 놓고, 이리 하염없이 기다리라고만 하다 결국에는 만나지 못할 것 같으니 돌아가라는 말을 전해 온다. 이번 주만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였다.

 

 오늘은 목요일이었고.

 

 찻잔에 따라두었던 차는 이미 다 식어버렸고, 더 이상 이곳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눈물과 한숨이 나올 것 같은 마음에 눈물을 참기 위해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황궁이다 보니, 보는 눈도 많아 행동하나도 마음 편히 할 수가 없었다. 그 덕에 나는 이번에도 속으로 짜증을 삼키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웃어야 했다.

 

 나는 그만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가려는 건가?”

 

 돌아가기 위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데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까지 그렇게 싫다고 생각했던 이의 목소리였는데, 어째서인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냥, 너무 반갑기만 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부러 짓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예를 차려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이군.”

 

 감정이라고는 담기지 않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좋았다.

 

 그의 말처럼 실로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로멘제국의 제1 황자이자 어쩌면 황태자, 그리고 황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 로멘 레이먼드는 나의 약혼자였고, 나를 필요로 해줬던 사람이었으며,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었다.

 

 난 그를 사랑하고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의 금발과 금안이 시선을 빼앗아갈 만큼 아름다웠다. 그의 모습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겨있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뵈어요, 로즈 영애.”

 

 난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름다운 은발은 결 좋게 흘러내렸고, 풍성한 속눈썹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속에 숨은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루니아 영애.”

 

 구겨지는 표정을 펴보며 웃어 보였다. 수없이 해왔던 일이기에 자연스러웠다.

 

 그보다 그에게 정신이 팔려 루니아 영애가 따라온 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 한심했다.

 

 이러니 이리 당당히 나와의 약속을 바람맞히고 루니아 영애와 황궁을 거닐고 있는 것이겠지. 그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나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하의 팔을 꼭 잡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아름다운 미소를 그려냈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미소였다.

 

 지금 자신이 잡고 있는 이가 나의 약혼자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일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미안했네 영애. 루니아 영애가 갖고 싶은 것이 있다 조르는 바람에 그것을 준비해주다 보니 영애와 차를 하자고 한 것도 그만 잊어버렸어.”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잔뜩 찡그려 보이며 그가 내게 사과했다.

 

 웃음이 나왔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거라면 좀 더 그럴듯하게 거짓말이라도 해 보였으면 했다. 이리 쓰디쓴 것이 진실이라면, 차라리 달콤한 거짓이 나았다.

 

 너무나 잔인한 진실을 나에게 전하는 그의 얼굴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보였다.

 

 “괜찮습니다. 전하께서 바쁘셨던 건데, 그럴 수 있지요.”

 

 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향해 작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루니아 영애의 손목에 있는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영애 본인을 꼭 빼닮은 분홍색의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은팔찌였다.

 

 가슴이 무언가로 찔린 듯 아팠다.

 

 내 팔목 위로는 루니아 영애의 것보다 많은 팔찌가 채워져 있었지만, 이 어느 것 하나 레이먼드가 골라준 것, 선물해준 것이 없었다.

 

 “그래. 이해해줘서 고맙군. 아, 그리고 미안하지만, 오늘도 그대와 차를 하진 못할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도 돼.”

 

 그런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듯, 그가 또다시 부정의 답을 내놓았다.

 

 “어차피 가려고 하려던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쉬도록. 안색이 좋지 않군.”

 

  “예. 전하께서도, 몸조심하세요.”

 

 한 단어 단어를 힘겹게 뱉어냈다.

 

 치맛자락을 들어 올려 인사를 했지만, 내 시야에 들어와 있던 그들의 발은 어느새 사라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치맛자락을 쥔 손이 잘게 떨렸다.

 

 어렸을 때부터 황태자비(皇太者妃)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장차 이 나라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고,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황궁에 살다시피 하며 엄격히 궁중 예법을 익혔고, 누구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학문을 익혀왔었다.

 

 그리고 장차 황태자(皇太者)가, 더 나아가 이 나라의 아버지이자 황제가 될 레이먼드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상대였다.

 

 어렸을 때부터 먹는 것도, 배우는 것도 같이했기 때문이었는지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어느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와 나는 결혼할 사이였고, 그의 아내가 될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와의 약혼도 무사히 치러졌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언제 나와 같았던 날이었다.

 

 그날은 황궁에서 주최하는 연회가 있던 날이었고, 그랬기에 데뷔탕트를 치르기 위해 연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수도 많았다.

 

 이미 레이먼드는 삼 년, 나는 일 년 전에 데뷔탕트를 치렀기에 우리는 짧은 곡을 한 곡 같이 춘 다음, 언제나처럼 서로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갔다.

 

 나는 나의 가족에게, 그는 그의 가족에게, 그의 지지자들에게.

 

 난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그를 간간이 눈에 담으며 나와 친한 영애들 몇 명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연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기분 나쁜 술렁임이었다.

 

 다른 이들이 시선을 모은 곳을 향해 나 또한 시선을 돌렸다.

 

 찬란하게 부서져 내리는 샹들리에의 불빛, 그 아래에서 춤을 추는 한 쌍의 남녀는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본적 없는 영애가 레이먼드의, 그의 품에 안겨 볼을 붉히며 그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내 주위에 있던 영애들이 하나둘씩 부채를 펴 보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연회장 안의 모두가 그 두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각각 다른 감정의 경악스러움을 내비치며 말이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달랐겠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것,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운명이라는 것은 저 두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구나.

 

 그만큼 두 사람은 하늘에서 맺어준 운명의 연인인 것처럼 서로를 눈에 담았고, 그 눈빛은 바짝 마른 장작더미 가까이 불덩이를 던지는 것만큼 불안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조용히 속으로 불안을 삼키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와 나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기를…. 그가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 않기를….

 

 이런 내 바람이 야속하게도, 연회가 끝나고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나를 대하던 그의 태도는 확연히 변했다.

 

 전에 그의 행동은 적어도 배려가 있었고, 약혼자인 나를 향한 존중의 태도가 있었다.

 

 의무적으로 가졌던 일주일의 한두 번의 티타임 시간 때도 다양한 말이 오갔고,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와 나 사이의 일들은 모든 것이 당연했다.

 

 그랬는데, 연회가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어있었다.

 

 당연했던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옆에 있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니었다.

 

 나와 너무나 다른, 그런 영애였다.

 

 루니아 영애는 빛이었고, 나는 빛에게 밀린 어둠이었다.

 

 빛이 더욱 빛나게 보이게 해주기 위한 어둠.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을 위한 존재.

 

 방금 전 보았던 다정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정하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눈물만 흘렸다.

 

 

 -

 

 

 “제니.”

 

 난 멍하니 제니를 불렀다.

 

 오랜 시간 나의 시녀 일을 해왔던 그녀였다. 내 부름에 제니가 능숙히 내 앞으로 접시 하나를 내밀었다.

 

 새하얀 생크림이 매끄럽게 발린 딸기 케이크였다.

 

 “드세요. 이거 찾으시는 거 맞죠? 기분 안 좋으실 때는 항상 단것만 찾으시잖아요.”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 허리에 손을 얹은 제니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그런 분의 어디가 좋다고 그러시는 건지 전 모르겠어요. 오늘도 그래요. 또 그 영애랑 붙어 다녔던 거죠?”

 

 씩씩대며 화를 내는 제니를 보며 나는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었다.

 

 달콤한 생크림이 부드럽게 혀에 감겼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러게, 어디가 좋다고 이러는 걸까.”

 

  “아휴, 정말!”

 

 제니가 그런 나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 작게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제니의 얼굴에서 속상함이 느껴졌다.

 

 하긴, 제니는 유일하게 내가 레이먼드을 진심으로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이였으니 더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내가 전하의 약혼자니까. 괜찮아. 다음 주에 있을 연회에는 나랑 같이 가주시겠지.”

 

 애써 덤덤하게 웃어 보였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다.

 

 현재 사교계에서 그와 나의 관계에 관한 얘기가 오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가 생각이 있고, 아직 나를 자신의 약혼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얘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나와 연회에 참여할 것이 당연했다.

 

 그는 자신이 황태자가 되고, 로멘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니까, 디아니아 공작가의 위상을 등에 업고, 수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나를 선택해 줄 것이 당연했다.

 

 그가 다른 황녀나 황자들을 제치고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디아니아 공작가라는 자신의 든든한 지지자가 필요했고, 디아니아 가문의 영애인 나는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 장차 황태자가 될 그의 비이자 황제의 자리에 오늘 그를 옆에서 도울 황후.

 

 나의 존재가치를 만들어 주는 그를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가 나의 생각대로 행동해주길 나는 또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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