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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잔잔한 바다, 그 위의 따스한 눈
작성일 : 19-09-17 22:3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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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무기력해 질 무렵,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몽롱해 진 것을 느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앞을 보려고 노력했다. 손을 뻗어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눈앞에선 이미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이 나에게 말했다.

 

  ‘시간을 되돌릴수록 너에게 소중한 것이 점점 사라지게 될 거야’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

  지금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공서진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공서진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였다.

  그 관경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살기를 띄고 있었고 산 정상 절벽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공포심과 해저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각심을 차가운 눈이 감싸고 있었다.

 

  ‘잘 생각해. 후회 없는 삶을 만들어’

 

  그렇게 눈은 나에게 희망고문을 하였다.

  인간은 끊임없이 후회하며 살아간다.

  후회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후회하기 때문에 더 나은 인생을 요구한다.

 

  이윽고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잔잔하게 흘러가고 행복한 웃음소리도 들렸다.

  나무가 타고 연기가 피는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빠져 본능에 따랐다.

 

  “공서진, 있잖아...”

 

  “응?”

 

  그 순간 정신이 들었다.

  여기서 이성을 잃게 된다면 좀 전에 느꼈던 그 지옥 같은 혼자만의 고뇌의 시간을 다시 보내야 한다.

 

  “예쁘네”

 

  “응? 아 그렇네”

 

  라며 공서진이 나에게 웃어보였다.

  공서진은 시간이 되돌아간 것을 느낀 듯 했지만 시간이 돌아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후회로 인해 다른 후회를 만든 나의 눈은 마치 잔잔한 바다 같았다.

  그런 후회의 눈으로 미세하게 웃으며 말했다.

 

  “또 오고 싶네”

 

  공서진이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잔잔한 바다에 다시 한 번 파도가 칠까봐,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다시 후회를 할까봐,

  눈을 피했다.

 

  그렇게 우린 오랫동안 잔잔한 바다를 유지해나갔다.

 

  벌써 방학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눈 깜빡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갔다.

  의미도 없는 말을 듣는 방학식을 끝내고 공서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놀러가지 않을래?”

 

  이럴 때보면 공서진은 참 자유로운 것 같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건가? 물론 나도 다니지 않지만.

 

  “시간은 있어. 어디 놀러 가려고?”

 

  “음...”

 

  공서진이 고민했다.

  그냥 아무런 대책 없이 나에게 놀러가자고 했나보다.

 

  “노래방?”

 

  “하필이면 또 그거냐...”

 

  “딱히 다른 곳이 없어서 헤헷”

 

  요즘 놀 곳이 그렇게 없단 말인가. 그보다 헤헷은 또 뭐냐.

  안수호와 김지민이 반 뒷문에서 문을 열고 말했다.

 

  “영화 보러 갈래?”

 

  공서진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갈래!”

 

  둘이 데이트하는데 좀 가만히 놔두지.

  하지만 나도 빠질 수 없으니 따라가야겠다.

 

  “그럼 영화 보러 가자”

 

  “콜!”

 

  그렇게 영화관에 도착했다.

  여러 종류의 영화들이 나와 있었다.

  러브코미디, 액션, 애니메이션 등등.

  개인적인 내 취향은 액션이 좋다.

  하지만 그걸 들어줄리 없는 이 사람들은 러브코미디를 골랐다.

 

  김지민이 말했다.

 

  “팝콘 사올게”

 

  안수호가 말했다.

 

  “큰 거로 사줘~”

 

  김지민이 팝콘을 사는 동안 안수호가 말했다.

 

  “이 영화 꼭 보고 싶었거든~”

 

  하는 행동과 취향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안수호가 러브코미디라니... 코미디는 몰라도 러브는 좀...

  김지민이 팝콘을 사왔다.

  영화 상영관에 들어가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꿨다.

  영화가 시작했다.

  이 영화의 가장 절정인 부분에 도착하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굉장히 슬픈 내용이었다.

  영화가 틀어져있는 동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울자, 위화감을 느꼈다.

  난 여전히 세상과 조화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내가 싫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내가 싫다.

 

  영화가 끝이 나고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수호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아~ 재밌었어~”

 

  펑펑 울어놓고 할 말이냐.

  영화관에서 밖을 보았다.

  밖은 이미 어둠이 가라앉아있었다.

  하지만 기뻤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난 자유시간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혼자 정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정론은 불가능했다.

  혼자서는 가지기 힘든 것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린 늘 다른 누군가에게서 감정을 느끼고 받는다.

  사람들이 모두 감정을 느끼지 않고 받지 않는다면 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이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즐기더라도 그 공연이 끝나면 전부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타인과 대화하며 소통하고 좋던 나쁘던 감정을 받는다.

  때문에 우린 감정을 느낀다.

  이상 내 머리로 내린 정론이다.

  이런 정론에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한 말이기 뿐이다.

  초라한 생각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오늘부터 감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쁜 딸 왔어요~”

 

  여동생이다. 솔직히 예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다.

 

  “오빠 혼자 뭐해?”

 

  “전기소리가 가득한 도시 생활에 찌들어 자연의 소리를 듣는 중이다"

 

  “...바보아냐?”

 

  “뭐... 너보다 머리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보는 너 아니냐”

 

  “쳇, 전부 사실이네”

 

  라며 여동생이 푸하하 웃으며 자기 방에 들어갔다.

  여동생은 항상 문을 닫는다.

  사춘기라 그런 것 같다. 하긴 중2면 한창 그럴 때지.

  나도 저렇게 방황하며 살고 싶다.

  걱정하며 살고 싶다.

  방황하고 걱정하지만 편안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방황하고 걱정하며 산다면 편안할 수 없다.

  늘 불안감과 혼돈을 안고 살아야 된다.

  그렇게 편안하진 않지만 평온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아니 점심에 깼다.

  방학이기에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사치이다.

  하지만 난 이런 사치를 부려도 된다.

  왜냐하면 일찍 일어나더라도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동시에 정면에 있는 방문이 열렸다.

  여동생 방이다.

 

  “깼냐”

 

  “응”

 

  “아침은?”

 

  “지금 12시도 지났는데”

 

  “아, 점심은?”

 

  “그냥 품위 있게 라면 어때?”

 

  “고품격이군”

 

  늘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에서도 정해놓은 룰이 있다. 그것은 바로,

  라면은 내가 끓인다는 것이다.

  법칙에 따라 내가 라면을 끓였다.

  품격 있는 라면을 먹고 품격 있게 소파에 드러누웠다.

  평화롭게 주위소리를 들었다.

  가전제품 소리와 자연의 소리들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그냥 단순히 익숙해 진 것이다.

  솔직히 전혀 조화롭지 않다.

  가전제품 소리는 듣기 싫기 때문이다.

  평온한 소파에 누워있는데 여동생이 팔로 툭툭친다.

  일어나라는 신호다. 자기가 소파에 앉기 위해서.

  순순히 일어나줬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그녀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가끔은 나도 다시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다. 친구가 있고 삶의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동생이 소파에 앉고 티비를 틀었다.

  티비 소리가 시끄러워서 방에 들어가기 위해 일어났다.

  여동생이 말했다.

 

  “어디 가?”

 

  “방”

 

  “아, 난 또 오빠가 방학인데도 나가는 줄 알고”

 

  “그럴 리가”

 

  라고 말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안수호가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진설”

 

  “왜?”

 

  “미안한데 혹시 아르바이트 대신 해줄 수 있어?”

 

  핸드폰을 살포시 바닥에 내려놨다.

  바닥에 있는 핸드폰에서 작게나마 소리가 들린다.

 

  “진설? 야? 에이~ 뭐해?”

 

  안수호가 불쌍해져서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뭔데 아르바이트라니”

 

  “카페 알바인데 내가 오늘 다른 약속이 생겨서 좀 대신 해줬으면 해서~”

 

  “하... 다른 사람 없냐”

 

  “응... 친구가 없어서...”

 

  “김지민은?”

 

  “가족여행”

 

  나도 모르게 한숨을 연달아서 내뱉었다.

 

  “하... 그러게 왜 약속을 잡았냐”

 

  “방학이니까 놀려고 그랬지~”

 

  “얼마나 하면 되는데?”

 

  “오후 5시부터 8시야”

 

  “피크타임 아니냐”

 

  “그 정도로 힘들진 않을거야”

 

  “알겠어 일단 갈게”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망쳤다.

  하지만 여러 정이 있으니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도 기분은 안 좋았다.

 

  5시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할 짓도 없어서 거실에서 티비를 보려고 다시 나갔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오빠 뭐해?”

 

  “뭐가”

 

  “뭐하려고 방에 들어갔던 거야”

 

  “원래는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좀 쉬려고 했는데”

 

  “오빠의 일상에서 어느 부분이 빡빡한데?”

 

  “그냥 뭐 아침에 일어나는 정도겠지”

 

  “흐음...”

 

  “왜”

 

  “그냥”

 

  티비 소리가 들렸다.

  예능 채널을 보고 있었다.

  재밌는 걸 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갔다.

  벌써 4시 가까이 되었다.

  준비를 하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자꾸 방에 가면서 목적 있는 것처럼 일어나지 마”

 

  “일하러 간다”

 

  “뭐? 오빠가 일을?”

 

  “뭐냐 그거는, 난 일하면 안되냐”

 

  “응”

 

  “그렇긴 하지”

 

  내가 생각해도 대화 내용이 특이하다.

  준비를 다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카페로 갔다.

  카페에 들어서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점장님이 나를 불렀다.

 

  “너가 수호 대신 온 애야?”

 

  “네”

 

  “그래도 수호보다는 인상이 좋네”

 

  살면서 처음 듣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서빙만 하면 되니까 별로 어렵진 않을 거야”

 

  “네”

 

  “중요한 건 항상 미소~ 알지?”

 

  “넵”

 

  가식적인 미소는 자신 있다.

  늘 해왔던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5시가 되고 앞에 일했던 사람과 교대했다.

  열심히 하라며 선배가 응원해주었다.

  덕분에 별 탈 없이 끝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에게 여러 도움을 주던 여자 선배가 말했다.

 

  “그냥 여기서 일 할 생각 없어? 엄청 잘하는데”

 

  이 사람이 또 다시 나의 평화를 건들려고 한다.

 

  “별 관심 없어서요”

 

  “그러지 말고~ 여기 좋잖아~”

 

  “일하기 귀찮아요”

 

  “흐음... 여기서 일하면 좋을 텐데~”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시 품격 있는 요리를 먹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다.

  안수호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달란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운동도 할 겸 승낙했다.

 

  “안녕하세요”

 

  라며 카페에 들어섰다.

  여전히 그 여자 선배가 일을 하고 있었다.

 

  “뭐야 오늘은 손님으로 온 거야?”

 

  “일하러 온 거에요”

 

  “결국 일 하기로 했구나~ 앞으로 잘해보자”

 

  “오늘도 안수호 대신 온 거에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아...그래?”

 

  “네”

 

  그 뒤로 대화가 단절 됐다.

  열심히 일만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여자 선배가 말을 걸었다.

 

  “진짜 일 할 생각 없어?”

 

  “좋긴 한데 별로”

 

  “한 달만 하고 맘에 안 들면 그만두면 되잖아~”

 

  급 솔깃했다.

  그 마음에 이끌려 난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의 평화는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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