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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7. 주작도
작성일 : 19-09-17 18:41     조회 : 25     추천 : 1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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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주작도

 

  이필만이 사이판에서 리조트사업을 시작한건 골동품 세탁과 밀반출을 위해서였다. 재벌 2세치고는 똑똑하고 세상물정에 밝기로 소문났던 아들이 집안의 골칫덩이로 전락하자 이필만은 사이판에 새로 지은 리조트 전무로 보내고 여권을 뺏어버렸다. 그저 바지사장으로 앉혀놓고 이회장이 바라던 일을 진행시켜갔는데 이현민이 그걸 눈치채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다며 거래를 제안했다.

 

 한동안 유유자적하며 섬 생활을 즐기던 이현민은 한류바람이 불고 선플라워 리조트가 한류스타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소문나면서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덕분에 대표이사로 승진까지 하게 됐고 리조트는 업계 최고의 예약률을 차지했으며 그간의 인맥을 발판으로 한류스타들의 공연, 행사를 주관하는 기획사로까지 키워냈다.

 그렇게 잘나가던 이현민과 선플라워 리조트에 제동이 걸린 건 작년 7월.

 

 리조트에서 열린 국제경제인포럼 행사장에서 사용됐던 도자기와 그림 몇 점이 진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필만의 골동품 수집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마음의 눈이지요. 진품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그 나름의 의미와 뜻이 있을테고 저처럼 그저 내 눈에 좋으면 그만이라고 하는 사람은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 같고 보물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인데 모조품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빛을 잃은 작품을 보면 저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자서전에는 물론 평소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다녔던 그였지만 문화재 해외밀반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진짜를 가짜로 속여 반출했다는 혐의를 벗기 힘들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필만은 무개념 재벌로 매도됐고 계열사 제품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이필만은 소장자들한테서 기증, 대여하는 방식으로 물품을 반출했다고 변명했지만 소장자가 그 과정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재밀반출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처벌이 두려웠던 소장자가 뒤늦게 해당 도자기들이 가짜였음을 실토하면서 이필만은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신종 세탁이지. 내걸 남의 걸로 속여서 내가고 진짜를 가짜로 둔갑시켜 혐의를 지우고.”

 

 양형사는 이필만의 수법을 눈치챘지만 그가 윗선에 어떻게 손을 댔는지 수사가 서둘러 종결됐다.

 

 그리고 얼마 후,

 이현민이 국내 최대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서 사용하려고 운반중이던 화물에서 이필만 회장이 소장중인 문화재급 골동품이 발견됐다. 이현민이 집안 가보로 전해오는 몇 가지를 아버지 몰래 내다 팔려다가 덜미가 잡힌 것이다.

 

 와장창!

 

 이필만이 사이판에 있는 이현민 사무실에서 골프채를 들고 집기를 부쉈다.

 

 “그만하세요!”

 “뭐야? 어디서 큰 소리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왜 저를 비난하십니까? 아버지가 하시던 일 그대로 따라했을 뿐입니다.”

 “똑같이 한 결과가 이거냐?”

 “그러니까 아버지가 해결하시라고요. 진짜 가짜 아버지 말 한마디면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도 있는거잖습니까!”

 “뭐야? 넌 죄를 지었어, 너때문에 사람들이 또 나한테 눈독을 들인다고!”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여러 사람 입막느라고 했던 일들, 이번 한 번 더 하시라고요. 그게 뭐 그리 큰일입니까?”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현민이 이필만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어떻게 해주랴? 내가 어떻게 해결하길 바라는지 어디 말을 해봐.”

 “하시던 대로요. 근거 없다고 증거를 보여주세요.”

 “무슨 증거?”

 “한국에 있는 소장품들 그대로 공개해주시면 되잖습니까? 진짜는 집에 있다고 와서 확인해보라고 하세요.”

 “미친놈.”

 “다들 아버지의 수집습관 압니다. 가짜건 진짜건 마음에 들면 사신다는거, 알 만한 사람 다 알아요. 그러니 이번에도 가짜였다고 한 말씀 해주시면 되잖습니까?”

 “허! 날 아주 바보로 만들 작정이구나.”

 “아버지!”

 

 결국 이필만이 졌다.

 

 이필만은 경찰과 언론에 이현민이 사이판으로 가져간 것은 여러 모조품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전문가의 감정까지 받아뒀다. 그때 이현민을 잡으러 사이판까지 날아갔던 사람이 김형사였다.

 

 “회장님, 여기 이현민 대표 사무실에 있는건 어떻습니까? 이것도 가짠가요?”

 

 김형사가 백자항아리 하나를 치켜들고 마지막 수를 뒀다.

 

 “아마 그럴걸요. 우리 이대표는 골동품에는 관심이 없어요. 이 방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겁니다.”

 “근데 왜 몰래 들여올 생각을 했을까요?”

 “몰래가 아닙니다. 화물내역에도 있잖습니까.”

 “그럼 회장님, 세관에 묶여 있는 그 물품들 깨뜨리거나 찢어져도 별 상관없는 것들이겠네요.”

 “저야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그거 하나도 몇 백은 하는데... 그럼 형사님이 사무실에서 곤란해지시지 않겠습니까?”

 

 결국 엔터회사 직원들과 세관의 업무착오가 인정되어 이현민은 혐의를 벗었다.

 

 이현민 입장에서는 사업 뒷배만 봐준다면 아버지의 부정에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부터 아버지가 골동품에 쏟아 붓는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데다 그룹경영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덕분에 몇 년 동안 모종의 협약으로 지속되어 온 부자관계는 밀반출건이 발각되면서 깨졌다.

 

 “그놈의 기획산지 뭔지 사업 접어라.”

 “아버지!”

 “리조트운영만 책임져.”

 “똥 밟은거예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타겟이 되고 있어.”

 “하긴. 같은 수법이 이제는 안 통하겠지요. 다른 방법 생각해보셔야겠네요.”

 “미친놈.”

 “그림 뒤에 다른 그림을 숨겨 온다든가 하는...”

 “뭐야?”

 

 이현민이 사무실에 걸려있는 중국풍 동양화를 가리켰다.

 작년 이필만이 리조트에 초대했던 중국의 한 부호가 환대에 대한 감사표시로 선물한 대작이었다.

 

 “알아보니까 그 맹씨라는 사람은 중국부호가 아니라 골동품 암거래상이더군요.”

 “너!”

 “제가 여기서 연예인들하고 파티나 하고 사는줄 아셨습니까?”

 “그래서, 어쩌겠다는거냐?”

 “주작돕니까? 저 그림 뒤에 숨겨져 있는게?”

 

 순간, 이필만의 얼굴이 굳었다.

 

 “맞군요.”

 “.....”

 “평양근처 무슨 절에서 발견됐다던데. 국경을 오가며 찾아오시느라 애쓰셨네요.”

 “어떻게 알았냐?”

 “너무 쉽게요. 너무, 너무 쉽게.”

 

 말 그대로였다.

 이현민은 맹씨가 한 파티장에서 주작도에 대해 말하는걸 들었다.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니 그는 어떻게든 위세를 과시하고 싶었는지 이필만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끊임없이 우쭐대고 있었다. 중국어에 능한 이현민이 그의 말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버지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으셨습니다. 그 사람은 날 너무 무시했고요.”

 “됐다, 넌 모르는 얘기다. 본 것도 없고.”

 “청림미술관 정회장 때문입니까?”

 “뭐?”

 “정회장 손에 백호도가 있으니 아버지 손에는 그에 대적할만한 물건이 있어야지요.”

 “말 함부로 하지마라.”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백호도의 저주라는 말.”

 “난 믿지 않는다.”

 “저 그림, 아니 주작도가 처음 이곳에 들어온 날, 잊으셨습니까?”

 

 *****

 

 맹씨가 리조트를 방문하던 날,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리조트 밖은 출입금지 명령이 내려질 정도로 거대한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밤에 맹씨가 주최한 파티가 한창일 무렵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파티장에는 그가 가져온 그림이 걸려있었고 땅이 흔들리면서 그림이 떨어져나갔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끊어진 전기줄에 감전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쏟아진 음식들과 유리파편에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메인 테이블에 있던 이필만은 그림을 잡으려다 화로에 손을 데이면서 큰 화상을 입었고 그가 그림에서 손을 떼자 주변이 안정됐다.

 

 “그, 그건 자연재해야, 주작도와는 상관없다!”

 

 이필만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왜 그림을 공개하지 않으시는겁니까?”

 “일없다.”

 “또 손대기가 두려우신건 아니고요?”

 “때가 되면.”

 “그게 언젭니까?”

 “끼어들지 말래도! 어디서 무슨 헛소리를 들었나 모르겠다만 넌 아무것도 모르는거다.”

 “좋습니다. 저 풀어주신 댓가로 아버지와 공범이 되어드리죠. 기꺼이.”

 “당분간 한국에 들어올 생각 마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지내. 일 만들지 마라.”

 

 말하자면 유배였다.

 

 이현민은 사무실에 걸려있는 그림을 한동안 바라보곤 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림에 대단한 관심과 소양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현민의 눈은 동양화 너머에 있을 또 하나의 그림을 향해 있었다.

 

 주작.

 

 사신의 하나로 남쪽을 관장하는 신.

 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가는 붉은 봉황.

 이현민이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이제 주작도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이현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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