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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손가락의 남은 시간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3

"제가 당신께 드릴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언제든 저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비는 순간 전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겁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고 지불할 대가는 [당신의 신체의 일부, 손가락] 을 주십시오."

.. 예기치 않은 악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허나 능력에 따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3부 1회 - 최후의 남자
작성일 : 19-09-17 16:32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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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이름은 정요한.

 

 유학생활을 정리하고 지금 막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찾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아버지. 결국은 제가 직접 찾으러 왔습니다."

 "..."

 

 휠체어에 탄 80세는 되어 보이는 듯한 백발의 노인을 아버지라 했다. 노인은 요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자리를 피하기 위해 전동휠체어의 버튼을 눌러 서재로 향했다.

 요한은 유심히 보았다. 노인의 전동휠체어 버튼을 누르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과 그곳에 새겨진 문신을.

 

 그리고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같은 무늬의 문신도 말이다.

 

 ***

 

 

 사실 요한의 집안은 부유하지 않았다. 서울에 살고는 있었지만 낡고 허름한 오래된 주택에 살았고 항상 돈에 대한 걱정뿐인 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라졌다. 그게 8살 즈음이었다.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집에 들어온 아버지는 몸을 내 뒹굴며 쓰러졌다. 놀란 어머니와 요한은 돌아누운 아버지의 몸을 되돌렸고 처참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른 다리가 잘렸으며 손가락은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요한의 아버지는 그 어떤 말도 하질 않았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가 언제부터 몸이 저렇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시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본 가족사진 속 정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시곤 머리를 부여잡은 채 힘들어하셨다. 남편이 몸이 저렇게 된 것이 전혀 기억나질 않는 것에 죄책하며 쓰러지길 반복하다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약과 고통 속에 시름하다 2년 후 생을 마감했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않으셨다.

 

 달라진 아버지의 몸, 어머니의 죽음. 견디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에게 예전엔 없던 어마어마한 재산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요한이 중학생이 될 즈음 성수동을 떠나 경기도 양주에 한적한 저택을 지었고 아버지는 평생을 그곳에만 계셨다. 요한은 어머니의 죽음을 아버지 탓이라 여겼고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힘든 타지 생활이었지만 독한 마음으로 버티고 버텨 유명 대학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려던 그는 돌연 귀국했다. 어떤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 한국에 손가락을 모두 잘린 벙어리 남자가 있다. 그는 악마에게 모든 것을 잃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그가 남긴 메시지에는 아버지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에 새겨진 문신과 동일한 문양의 그림도 함께였다.

 

 '아버지도 손가락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어디서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 사진 속 아버지는 분명 정상이었다. 그리고 하나뿐인 손가락에는 이 소문의 남자가 그린 무늬와 똑같은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 이 남자를 만나면 그토록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요한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묵묵부답 자리를 피했지만 한국을 떠나기 10년 전보다도 훨씬 늙어 있었다. 왜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숨겨오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컸지만 저렇게 늙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 역시 커져갔다.

 

 요한은 쓸쓸한 아버지의 모습을 뒤로하고 소문 속의 남자를 찾아 나섰다. 꽤나 믿음직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성수동에 살고 있다 했다.

 

 성수동으로 향하는 길. 어렸을 적 살던 집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크지 않지만 어머니와 함께였던 추억이 남아 있는 그 집. 우선 그곳을 찾아갔다.

 

 '맞아. 여기였지.. 어렸을 때 살던 곳..'

 

 어렸을 때 보았던 것과 달리 꽤나 좁은 골목이었다. 아마도 요한이 성장해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난 김에 주변 슈퍼마켓을 찾아가 물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이 동네에 손이 불편하고 말씀을 못하시는 아저씨 한 분이 살고 계시나요?"

 

 슈퍼마켓 주인은 요한을 째려봤다.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의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당신도 머 종교 그 머시긴가?"

 "..."

 

 느낌이 왔다. 멀고 먼 영국에까지 알려졌을 정도면 한국에선 어느 정도 떠들썩한 사건이었으리라. 이 동네에 취재진과 종교인들이 자주 왔음이 틀림없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가 방송에서 보니 옛 친구였던 것 같다 하셔서 확인차 왔습니다."

 "아~ 그랬구먼. 아주 그 사람 땜에 동네가 난리도 아니었어. 총각도 들어서 알겠지만 악마다 뭐다 해서 이상한 차림의 사람들 땜에 여기사는 사람들이 좀 힘들었어야지."

 "아. 그러셨군요. 그 사람들은 이제 다 돌아갔나요?"

 "암만. 경찰이 통제를 해도 바글대더니 지들도 답답했는지 요새 통 안 오더라고. 생각을 해보게. 벙어리에 글씨도 못 쓰는 양반이랑 뭔 얘기를 하겠다고 오겠나."

 "그런가요? 처음 방송에 제보를 한 걸 보니 의사소통은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게.."

 

 슈퍼마켓 주인은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속삭이며 말했다.

 

 "이제 눈도 잘 안 보인 디야.."

 "눈이요?"

 

 그렇다. 의사소통이야 발가락을 이용해 타이핑을 해도 됐을거다. 하지만 눈까지 안 보인다면 대화가 매우 힘들었을 거라는 건 당연지사다.

 

 

 "이 근처에 살고 있습니까?"

 "멀지 않지. 저 골목 끝까지 들어가면 나오는 파란 대문이 그 집이야."

 "감사합니다."

 

 요한은 슈퍼마켓에서 나와 알려준 집으로 이동했다. 조그마한 주택이 모여있는 골목에 파란색 페인트가 조금씩 벗겨져 있는 집이 끼어 있었다. 명판엔 집주인의 이름인 듯한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김성식]. 그분의 이름이 김성식 씨였구나. 별 의미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단 벨을 한번 누른 후 대문을 열었다. 얼마나 관리가 안 되었던 걸까? 조그만 주택에 나름 마당이라고 있는 곳은 잡초가 무성히 자라 출입이 힘들 정도였다. 과연 그는 살아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요한은 대문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여쭤볼게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물어봤자 대답은 없을 것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여나 반응이 있을까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곤 현관문을 열었다.

 어둑하고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집안은 매우 조용했다. 하지만 작은 주택의 거실엔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요한은 다시 한번 물었다.

 

 ".. 안녕하세요.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요한은 그 남자의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그는 40대로 보였다. 눈은 지긋이 감고 있었고 다문 입술은 갈라지고 트여 피가 보일 정도로 상해 있었다. 단정히 내린 양손엔 손바닥만 남아있을 뿐. 손가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눈이 보이십니까?"

 

 그는 요한의 질문에 눈을 떴다. 빨갛게 충혈된 눈엔 초점이 없었다. 앞이 보이는 걸까? 아니다. 요한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걸 보면 이 남자는 시력을 잃은 게 분명했다.

 

 "선생님의 소문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검색해 본 기사에 나와있는 그림을 저도 알고 있어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악마를 봤다는 말.. 사실인가요?"

 

 그는 한참을 아무런 반응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제 아버지도 선생님처럼 손가락이 없습니다."

 

 순간 그는 몸을 들썩였다. 그리곤 다문 입술을 벌렸다.

 

 "어..억..어어.."

 

 벌린 입 사이로 대화를 원하는 신음소리가 흘렀고 요한은 곧바로 말했다.

 

 "대화할 의사가 있으시다면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긍정적인 표현에 요한은 재빨리 질문하기 시작했다.

 

 "악마를 보신 게 틀림없습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에게 손가락을 잃은 게 맞습니까?"

 

 그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아버지는 손가락 9개와 오른쪽 다리를 잃은 채 들어왔습니다. 악마가.. 빼앗은 게 맞을까요?"

 

 그는 다시 한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은 있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 들어갈수록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도 어렸을 적 이 동네에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신체를 잃었을 때도 이곳에 살고 있었죠. 선생님도 이곳에 살고 계신 걸 보면.. 악마는 이 동네에서 만날 수 있습니까?"

 

 그는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많은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 요한은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눈치채고 물었다.

 

 ".. 악마의 위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거지요?"

 

 그의 초점 없는 눈이 번쩍 띄었다. 이 젊은 목소리의 남자는 지금까지 찾아왔던 기자들과 광신도들과는 다른 부류라는 걸 느껴서 였을 것이다. 남자는 요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요한도 생각했다.

 

 '그동안 아버지가 말하지 않았던 이유. 아마도 이 분과 똑같은 상황이어서 였을 거야. 그럼..'

 

 요한은 다시 질문했다.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면 고개를 끄덕이시고 말을 해선 안되는 것이면 고개를 가로저어주세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악마의 위치에 대해 말을 해서는 안된다? 페널티가 있는 것일까?'

 

 요한은 슈퍼마켓 주인의 말을 곱씹어 봤다. 기자와 광신도들이 끊긴 이유가 시력을 잃어 의사소통이 힘들어졌다는 소문. 아마도 이 남자는 너무 많은 정보를 누출한 죄로 악마에게 시력을 빼앗긴 게 아닐까?

 

 "어떤 상황인지 잘 알겠습니다. 제 질문이 선생님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겠군요. 제 스스로 악마를 찾아보겠습니다."

 

 요한은 남자를 더 궁지에 몰아넣고 싶지는 않았다. 시력을 빼앗은 게 악마가 맞는다면, 자신의 질문으로 이 남자는 더 많은 것을 빼앗길 터. 이미 많은 것을 잃은 그가 더 이상을 빼앗긴다면 살아가기 조차 힘들 것이었다.

 

 요한이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는 다급하게 소파 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 없는 뭉특한 손바닥은 이내 어떤 물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톡.

 

 펜이었다. 남자는 이어서 발을 뻗어 발가락을 오물거리며 요한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단번에 알아챘다. 펜을 발가락에 끼워달라는 것. 어쩌면 시력을 잃기 전 남자는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선생님. 제 예상이 맞는다면 선생님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읍으.. 어어어어.."

 

 하지만 남자는 몸부림치며 발을 뻗어 댔고, 요한은 결국 그의 발가락 사이에 펜을 끼워주었다.

 

 남자는 초점 없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허공을 바라보며 열심히 거실 바닥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삐뚤빼뚤하고 알아보기 힘든 글씨이지만 획순을 본 요한은 단번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악.. 마.. 는.. 성.. 수.. 동.. 보이지..]

 

 계속해서 이어 쓰는 와중에 갑자기 그가 누군가와 얘기하듯 입을 벙긋거렸다. 그리곤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요한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글씨를 써나갔다.

 

 [않.. 는.. 골.. 목]

 

 그리곤 그대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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