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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6. 일단, 뛰어!
작성일 : 19-09-17 13:27     조회 : 376     추천 : 0     분량 : 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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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니나다를까, 두 명의 남자는 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계단 위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는 두 명 다 계단을 달려 올라온 일단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그런 그들이 일단을 붙잡기 위해 다가왔다.

 

  그것은 계단을 올라가는 일단의 뒤를 따르는 영실이 볼 때 꽤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였다’는 이야기이다.

 

  적어도 일단이 자신을 붙잡으려 하는 남자 두 명 중 한 명의 팔을 붙잡기 전까지는.

 

  그리고 자신의 뒤쪽, 즉 계단 아래로 남자를 당겨 내던져 버리기 전까지는.

 

  일단에 의해 내던져진 남자는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불과 일 초를 넘기지 않았다.

 

  계단에 부딪혀 굴러 떨어지며 남자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어이쿠! 아야! 흐악! 아야야! 억!”

 

  1층과 2층의 중간지점인 계단의 반환점까지 열 몇 개의 계단을 성실하게 굴러 떨어진 남자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것을 본 다른 남자가 당황하며 주춤했다.

 

  일단이 오히려 달려들어 남자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허억!”

 

  복부를 정통으로 퍽 소리나게 얻어맞은 남자가 눈을 까뒤집으며 2층 바닥을 굴렀다.

 

  일단의 뒤를 따르던 영실이 질렸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확실히 해 두자면, 난 아무도 안 때렸다, 일단.”

 

  영실은 그렇게 말하며 일단과 함께 2층의 한 방문 앞에 섰다.

 

  “여기 맞지?”

 

  영실에게 물은 일단이 문을 확 열어젖혔다.

 

  “꺄악!”

 

  방 안에 놓여 있는 침대 위에서 두 남녀가 껴안고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여자가 기겁하며 반쯤 벗고 있던 옷으로 드러난 몸을 급히 가렸다.

 

  남녀의 상황과 침대 아래에 놓여 있는 보자기, 그 옆에 있는 보온통 및 방 안에 가득한 커피 냄새.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뭐, 뭐야!”

 

  방 안의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을 열어젖힌 일단이 대답했다.

 

  “이거 대낮부터 재미 보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커피 많이 많이 시켜 드시고 아름다운 시간 되십쇼.”

 

  그리고 방 안의 남녀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다시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일단이 자신의 옆에 선 영실을 보며 말했다.

 

  “아니면 아니라고 이야기를 좀 해 주지 그랬어.”

 

  영실이 웃으며 말했다.

 

  “내 대답을 기다리기는 했나?”

 

  일단은 더 이상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복도를 따라 더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영실도 그녀를 따라 달렸다.

 

  복도 곳곳에서 인상이 험악한 사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뭐야!”

 

  “안 비키면 팬다!”

 

  “으헉!”

 

  손에 몽둥이를 든 남자의 등장.

 

  “뭐야!”

 

  “안 비키면 팬다!”

 

  “뭐라컥!”

 

  손에 접칼을 든 남자의 등장.

 

  “뭐야!”

 

  “비켜! 팬다!”

 

  “컥!”

 

  품에서 회칼을 꺼내 드는 남자들의 등장.

 

  “팬다!”

 

  “컥!”

 

  “으악!”

 

  "떠헉!"

 

  ...이쯤 되면 경고가 아니라 '지금부터 당신을 패겠습니다'라는 안내 수준인데.

 

  영실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동료에게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는 남자들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흘끗 바라보면서 지나쳐 계속 달렸다.

 

  두 명은 2층의 복도를 굽이굽이 돌아 마침내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그 곳에는 방문이 있었다.

 

  방문 앞에 두 명의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일단의 뒤에서 영실이 먼저 외쳤다.

 

  “팬다!”

 

  일단이 영실을 돌아보자, 영실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라도 좀 도움이 될까 해서. 목청 상할까 봐.”

 

  “그래, 고마워.”

 

  그렇게 말한 일단이 문 앞에 선 두 남자를 보며 다시 말했다.

 

  “자, 들었죠? 팬다고 하네요, 제가, 두 분을.”

 

  그리고 일단이 몸을 날려 두 명의 남자에게 각각 주먹과 발차기를 날렸다.

 

  두 명 역시 이제까지의 인원들처럼 반격 한 번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했다.

 

  일단은 지체하지 않고 방문 손잡이를 잡고 확 열어젖혔다.

 

  방 안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 둘레를 따라 의자들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의 상태를 보니 조금 전까지 꽤 뜨겁게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의자에 아직 사람이 앉아 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추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달려가 바깥을 내다 보니, 1층에서 일단의 무리가 도망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약 2미터 떨어진 곳에 배수관이 땅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배수관에는 손으로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손잡이들이 붙어 있었다.

 

  저거구나!

 

  그런데 여기서 저기까지 어떻게 이동한 거지?

 

  설마 뛰어서는 아닐 텐데?!

 

  아래를 보니, 1층 바닥에 무언가 길다란 구조물이 떨어져 있었다.

 

  눈대중으로 볼 때 아마 그 구조물이 창문 쪽과 배수관을 연결하고 있던 구조물인 듯 보였다.

 

  일단 배수관 쪽으로 건너간 뒤 마지막 놈이 저걸 떼어서 던져 버렸구나!

 

  “뒤를 부탁해!”

 

  일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친 뒤, 창문으로 뛰어 올라 배수관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를 따라 뛰어 들어온 영실이 중얼거렸다.

 

  “아니, 그럼 나는 어쩌라고…”

 

  영실의 뒤를 따라, 아까 쓰러졌던 남자들이 방문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늦게 몸을 추스른 듯 했다.

 

  영실은 방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대여섯 명의 남자들과 방금 일단이 나간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락부락한 남자들을 향하여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기, 뭔가 서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형님들, 우리 남자답게 대화로 풀어 봅시다…하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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