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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미안해..
작가 : 소영이
작품등록일 : 2019.9.10

제게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약간의 허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생애 처음
작성일 : 19-09-17 12:54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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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에 처음으로 수술을 하게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왼팔을 수술한다는 말에 나도 남들처럼 건강한 팔이 되는구나, 털도 없고, 까맣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은 그런 건강한 팔이 되는구나, 그러면 이젠 최석훈한테는 더는 놀림거리가 되지 않겠구나.. 하고 한편으로는 좋아하면서도 수술이라는 단어가 내 머리에 계속 맴돌아 두렵기만 했다.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미애원에서의 생활도 끝이고 놀림 받는 것도 끝이니까..

 

 왼팔 수술을 왜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나는 수술대에 올랐다. 내 옆에는 엄마가 아니라 당연히 미애원 보육교사가 있다. 엄마는 내가 수술한 걸 모르나.. 싶은 생각에 속상도 했지만 미애원에서 안 말해 줬겠지 했다.

 

 수술을 다 하고 무사히 병실로 올라왔다. 마취가 풀려 내가 느낄 수 있는 고통은 다 느꼈고 웃기게도 나의 바지에서는 오줌 싼 것 같이 축축한 느낌에 설마 했지만, 역시 소변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수술하는 사이에 소변은 눈 것 같았다. 급히 바지를 갈아입고 병실 침대에 누웠다. 내 옆에는 엄마가 아니라 보육 선생님인 건 팩트로 도통 편할 수야 없었다. 아프다고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고 휴게실에 가서 컴퓨터를 하고 싶다고,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도,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어도 이런저런 어리광 부림 없이 계속 참으며 버텼다.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순간, 보육교사한테 혼나니까.. 맞으니까.. 나는 참을 수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먹기 싫은 밥도 꾸역꾸역 다 먹어야 했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말할 용기조차 없을뿐더러 눈치가 보이기 시작해 한계가 올 때까지 참았다.

 

 미애원에 인원이 많아지면서 대학생 언니, 오빠들도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언니, 석지현 언니가 있었다.

 이틀마다 보육교사가 바뀌었기에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그 언니가 나를 돌봐 주었다. 하필이면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언니라.. 보육교사보다도 더 무서웠는데.. 나를 당분간 돌봐준다니.. 내게는 공포 영화보다도 더 무서운 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석지현 언니 싫어요, 무서워요.. 라고 말하지도 못했기에 불안한 마음과 무서움 마음 그대로 나는 그 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병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언니와 원에 같이 지내고 있는 언니 또래 친구, 그리고 소진이가 병문안으로 왔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언제 왔냐는 둥 얘기를 하며 재밌게 놀았다.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빙고도 하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자, 언니와 언니 친구, 그리고 소진이는 원으로 돌아갔고 나는 석지현 언니랑 같이 있게 되었다.

 

 헤어지는 그 순간, 언니들과 소진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고 했다. 웃으며 인사하는 그 얼굴들이 내게는 너무나 슬픈 순간이었다. 지현이 언니랑 같이 있어야 한다는 불안함과 공포, 그리고 왜인지 모를 불편함 때문에 헤어지기 아쉬워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지현이 언니가 너무 무서웠기에, 그리고 숨 막히듯이 불안했기에 눈물이 나오는 걸 자제할 수가 없었다.

 

 ‘아.. 오늘은 지현이 언니랑 지내야 하는구나.. 지현이언니 무서운데.. 왜인지 모르게 불편해서 싫은데.. 밥 잘 안 먹는다고 뭐라하면 어쩌지? 화장실 가고 싶을 땐 말해야 하나?’

 

 내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불안한 마음들이 점점 질문으로 바뀌어 의문을 남길 뿐, 나는 꾸역꾸역 눈물을 참으며 언니들과 동생을 배웅했다.

 

 2일 정도 지현이 언니랑 지내고 난 다음 날, 드디어 보육교사로 바뀌어 같이 지내게 되었다. 보육교사도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현이 언니보단 낫다는 건 비밀이다.

 

 내가 누워있던 병실 침대 앞에는 남자아기인 재준이가 있었다. 아직 어린이집 다니는 정도의 나이로 정말로 애기애기 했다. 재준이는 왼손 전체가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화상은 자고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 중 5순위 안에 든다. 그런 고통을 어린 남자아기가 느낀다는 건 그 아기에게는 정말로 최악의 고통일 것이다.

 

 그 아기가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아닐뿐더러, 화상 치료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쓰라린 그 고통을 그 아기는 참아냈다. 치료실에서 재준이의 울음소리가 울렸지만, 이미 재준이는 모든 고통을 느낀 뒤였을 것이다. 그 고통을 참다못해 끝내 울었을 것이다.

 

 재준이는 다행히 빨리 나아 나보다 먼저 퇴원을 했다.

 이제는 내가 퇴원할 차례지만, 아직은 그 순서가 아닌 듯했다.

 재준이가 퇴원한 뒤, 병실 안은 조용했다. 원래라면 웃고 울고 해야 할 시간에 이제는 아무도 없는 사막에 온 것처럼 조용했다.

 

 자기 전, 평소처럼 일기를 썼다. 온종일 병원에 있다 보니 쓸 얘기도 없고 아무리 고민을 해도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일기를 무얼 쓸까 고민하던 차에 보육교사가 말했다.

 

 “오늘 재준이 퇴원했으니까, 그 얘기 적어. 퇴원해서 좋겠다고, 나도 빨리 나아서 퇴원하고 싶다고. “

 

 ‘아.. 오늘 재준이가 퇴원했지..’

 

 사실은 재준이가 퇴원한 것에 대하여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재준이가 퇴원한 게 부럽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계속 병원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미애원에서 매일 큰 언니들의 심부름과 꼭두각시의 생활, 꽉 막힌 미애원에서의 생활보단 차라리 병원에서 지내는 게 오히려 낫지 싶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 원장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 그런 순간부터 우리는 최악이 시작되었다.

 학교 가는 아침, 비몽사몽으로 줄을 서 밥을 받았다. 반찬이 나오는 것마다 다 채소 뿐 더러 국 또한 애들은 물론 나까지도 잘 안 먹고 싫어하는 음식이었다. 아침에 많이 안 먹는 나는 밥을 조금만 달라고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많이 먹어야 살도 찌고 키도 크지. 반찬도 잘 먹고”

 

 내가. 싫어하는 반찬을 어떻게 그리도 잘 아는지 내가 잘 안 먹는 반찬만 쏙쏙 골라 집게로 듬뿍 퍼서 주는데 무슨 우리가 음식물 처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를 8시 30분까지 가야 했던지라, 밥을 늦게 먹으면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곗바늘이 점점 오전 7시를 향해 간다.

 언니, 오빠들은 이미 밥을 다 먹고 없었고 식당에 남아 있는 건, 나와 소진이, 그리고 그 외에 어린 동생들이었다.

 

 시계가 7시를 넘어갈수록 우리는 시간과의 전쟁을 치렀다.

 물론 보육교사 눈치는 덤이다.

 

 “느그들, 빨리 안 먹을래? 학교 지각하고 싶어? 지금이 7시 살짝 넘었으니까 15분까지 안 먹으면 여기 너희들이 싫어하는 반찬 더 준다. 빨리 먹어”

 

 아니, 그러게 누가 많이 퍼 달래? 그래서 내가 조금만 달라고 했잖아

 

 이런.. 마음속 말이 나왔다.. 이것도 내가 조금 포장하고 다듬어서 적은 거다. 실제로의 내 생각을 적으면 여기는 아마 욕으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 먹어야 할 밥의 양이 산더미다. 국도 많이 남아 있고, 15분 안에 다 먹으려 억지로 꾸역꾸역 입으로 넣었지만 결국에는 한계가 와 반찬 리필을 당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 10분 더 준다. 이번에는 반찬 두 개랑, 국도 준다. 더 받기 싫으면 빨리 먹어”

 

 반찬을 더 주면서 정작 먹으라는 시간은 왜 줄어드는지는 알 수 없다. 식당에 남아있는 우리 모두가 다 얼굴이 벌게져 입안이 터져가고 있다. 한두 명씩 일어나는 아이들을 보니 아직 먹을 게 남아 있는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제 슬슬 학교에 갈 시간이 다 돼간다. 미애원에서는 학교 지각이 절대 용납이 안 됐는지, 식당에 남아있는 우릴 보고 말한다.

 

 “지금 남아있는 거 다 먹을 수 있나?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대로 먹고, 다 먹을 수 없는 사람은 밥 남은 수만큼 맞고 가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모두가 일어나 밥을 다 먹지 못한 채 발바닥이며 손바닥이며 길고 둥근 나무로 맞았다. 차라리 맛없는 밥을 억지로 먹을 바에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맞는 대상이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이, 우리가 아파하든 말든, 맞은 곳이 시뻘게지든 말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정없이 맞았다. 우리는 매일 그렇듯 그렇게 매일 맞았다. 오직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렇게 맞는 것도 서러운데 나와 소진이는 매일 심부름을 해야 했다. 여자부에 있는 큰언니들의 말을 들으며 하기 싫은 심부름을 항상 해야 했고, 하기 싫다고 말하는 순간, 귀찮은 표정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또 맞았다. 표정이 왜 그러냐, 하라면 할 것이지 뭐 그리 불만이냐 는 둥 말도 안 되는 말들을 퍼부으며 우리는 머리도 맞고. 손바닥도 맞고 발바닥도 맞으며 지냈다.

 

 이러니 미애원에서 생활하려니 차라리 병원 생활이 낫지 싶었다. 다시는 그 악몽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퇴원은 죽어도 하기 싫었다. 재준이가 퇴원한 것에 대해서는 축하일 일이지마는 내게는 결코 기쁠 일도 아니었다. 재준이가 퇴원한 것에 대하여 일절 부럽지도 않았고 퇴원해서 좋겠다라는 생각 역시 하지 않았다. 단지, 미애원에 가기 싫을 뿐이었다.. 차라리 더 아파서 퇴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비밀이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도 즐거웠나요? 아직 오늘 하루가 끝난 건 아니지만, 남은 시간은 후회없는 하루를 만들어봐요. 요즘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이젠 한낮에도 덥지도 않고 하늘색도 푸르니 정말 예뻐요. 낮에는 시원한 바람도 부니 제 기분이 다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아침 저녁으로 추우니 몸조리 잘 하시고요, 아직은 글 쓰는 게 미숙한 솜씨지만 너그러히 봐 주세요ㅎㅎ 항상 제 글을 보러 와 주신 분들을 위해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감동적인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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