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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1)
작성일 : 19-09-17 01:40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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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겉보기엔 여타의 산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울창한 초록의 삼림과 골짜기를 굽이쳐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이슬에 젖은 촉촉한 바위들까지. ‘탐욕’이란 이름이 붙은 것치고는 꽤나 정갈한 느낌이 드는 숲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지.’

 

  탈루는 ‘미혹’과 ‘탐욕’, 그리고 ‘죽음’이 서로의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이리’의 말을 기억했다. 지금의 푸름은 아마도 ‘미혹’의 영향일 것이다. ‘탐욕’은 아직 그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싱그럽게 핀 풀꽃들을 돌아보며 탈루가 ‘탐욕’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털썩-.

 

  “응?”

 

  어느 한 나무에서 갑작스레 떨어진 무언가가 탈루의 주의를 끌었다. 그것은 이 활력 넘치는 숲과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생물이었다.

 

  “끼-.”

 

  “……원숭이?”

 

  처음엔 괴상하게 생긴 족제비나 두더지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숭이가 맞았다.

 

  원숭이는 마치 죽음의 신을 영접하기라도 한 듯 피골이 상접한 몰골이었다. 곳곳의 털들이 뭉텅이로 빠져있었고, 꼬리도 반쯤 잘린 상태였다. 가뜩이나 왜소한 덩치인데다, 워낙 흉측하게 망가져있던 터라 쉬이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너…… 왜?”

 

  또한 저 눈.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는 저 비정상적으로 시뻘건 두 눈이 탈루로 하여금 저것의 정체를 추리하는데 있어 끊임없이 혼란을 겪게 만들었다.

 

  “끼-.”

 

  탈루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원숭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원숭이는 본디 경계심이 굉장히 많은 동물이다. 장난치기와 골탕 먹이기를 좋아하긴 하나 그것도 다수의 무리와 함께일 때 나오는 행동이지, 저렇듯 혼자서 외부의 존재와 맞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저 원숭이의 두 눈에 떠올라있는 것은 명백한 적의(敵意)였다.

 

  “끼-.”

 

  탈루는 원숭이가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드는 걸 보곤 헛웃음을 삼켰다. 보아하니 던질 생각인 것 같은데, 저런 것에 맞아봤자 자기에겐 생채기하나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숭이치고는 머리가 좀 나쁜 것 같았다.

 

  그때였다.

 

  “어! 잠깐만…… 뭐, 뭐하는 거야!?”

 

  탈루는 난데없이 벌어진 황당한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원숭이가 집어든 돌멩이로 갑작스레 본인 머리를 마구 내려찍기 시작했던 것이다. 탈루에겐 전혀 위협적이지 않던 조막만한 돌멩이도 원숭이의 자해도구로선 꽤나 효과적이었다.

 

  곧이어 원숭이의 이마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그만둬!”

 

  탈루는 말과 동시에 원숭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머릿속엔 녀석이 더 이상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탈루의 손이 원숭이에게 거의 닿을 즈음이었다.

 

  “끼끽-.”

 

  순간 원숭이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온통 증오로 가득 차있던 눈에 갑작스레 기쁨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던 것이다. 입꼬리 또한 슬며시 올라가 있었다.

 

  ‘어?’

 

  탈루는 재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가 지어보인 것이 다름 아닌 비웃음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탈루가 접근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결코 멍청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교활함이 극에 달해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죄로 탈루는 제법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했다.

 

  휙-.

 

  “……도, 돌려줘!”

 

  원숭이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탈루를 힐끔거렸다. 녀석의 피 묻은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탈루가 구비해놓은 그의 일주일치 식량이었다. 탈루가 접근해온 순간, 재빨리 그의 허리춤에 묶여있던 식량꾸러미를 낚아챘던 것이다.

 

  “끼-.”

 

  놀라운 사실은 원숭이가 그 즉시 도망을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에 녀석은 대담하게도 탈루의 눈앞에서 식량꾸러미를 열어젖힌 다음, 그 안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끼-!”

 

  원숭이가 식량꾸러미 안에서 꺼내 보인 것은 아침나절 탈루가 산의 초입에서 딴 이름 모를 빨간색 열매였다. ‘탐욕’에서의 자급자족에 대비해 그나마 먹을 수 있겠다 싶은 걸 쟁여놓은 것이었는데, 원숭이는 그게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뭐야, 그게 네 거라고?”

 

  “끼-끼!”

 

  정말 그렇다면 녀석은 꽤나 오랫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분명했다. 자신이 ‘탐욕’에 들어선 지도 꽤나 시간이 지나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루는 고작해야 나무열매 하나 때문에 이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원숭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녀석은 심지어 자해행위까지 불사하질 않았던가. 솔직히 조금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래, 그거 너 가져가. 혹시 네 영역에 있던 나무였니? 그랬다면 미안.”

 

  “끼-.”

 

  탈루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인지 원숭이가 기분 좋은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곤,

 

  “어…… 잠깐! 다른 건 돌려줘야지!”

 

  식량꾸러미를 몽땅 챙겨 떠나려는 것이었다.

 

  “끼끽-.”

 

  예의 비웃음을 입가 가득 띠운 원숭이는 이어 새빨간 엉덩이를 뒤집어 깐 뒤, 보란 듯 흔들어보였다.

 

  “아니! 그게 없으면 나는 당장…….”

 

  탈루가 미처 말을 다 끝맺기도 전이었다. 순간 원숭이가 냅다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 서!”

 

  숨 막히는 추격전은 그로부터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원숭이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 얼추 쫓아갈 정도는 되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녀석은 마치 유인이라도 하듯, 탈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숲의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다녔다.

 

  그러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원숭이를 따라 달리길 얼마쯤, 탈루는 문득 자신이 태어나 처음 방문한 산을(그것도 무시무시한 악명을 전해들은) 겁도 없이 헤집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차…….’

 

  탈루는 그제야 추격을 멈추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두 눈은 끊임없이 주위를 훑었다. 비단 ‘이리’의 경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는 귀에 딱지가 일정도로 들었던 으뜸신녀의 가르침 중 하나였다.

 

  “이, 이게…… 뭐야…….”

 

  그러나 때마침 탈루의 눈에 들어온 주변의 풍광은 학당에서의 가르침을 일순간 잊어먹게 할 정도로 기괴한 것이었다.

 

  “숲이…….”

 

  탈루의 중얼거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어 표현할 말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나무는 비대했다. 하늘로 뻗친 가지는 온 사방을 뒤덮을 만큼 무성한 잎사귀들로 둘러 쌓여있었고, 거기 달린 열매들은 하나하나가 탈루의 몸통만 했다. 오랜 세월 불새일족과 함께해온 마을의 천 년 묵은 나무들도 그만한 덩치는 아니었다. 마치 나무계의 거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문제는 그만한 크기의 나무가 그것 하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곤 주위엔 온통 작고 말라비틀어진 나무들뿐이었다. 그 거인나무의 커다란 잎들이 다른 나무들이 받아야할 태양광을 모조리 다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생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성히 자란 군락은 단 한군데뿐이고, 나머지는 다 손톱만큼도 자라지 못한 것들이었다. 영양분의 독식이 숲 곳곳에 만연해 있었다. 꽃의 군락도,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곤충들의 분포도, 숲을 가로지르는 물길도 모두 특정한 한 곳에서만 왕성한 활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렇듯 공생의 질서가 깨져있는 생태계는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이제껏 본 적 없는 커다란 나무를 앞에 두고도 황량함이 느껴지고, 넘치는 생명력의 근저에 무수히 많은 죽음이 넘실대고 있는 걸 보면서 탈루는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숲이 절망적으로 일그러져있는 느낌이었다.

 

  ‘도, 도망쳐야 돼…….’

 

  이곳은 ‘탐욕’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까지의 푸르디푸르던 ‘탐욕’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이곳은 메말랐고, 또한 스산했다. 불어오는 바람에선 한기가 느껴졌고, 왠지 모를 음산함마저 감돌았다. 어쩌면 이쪽이야말로 ’탐욕’의 맨얼굴일지도 모른다.

 

  탈루는 긴장된 마음으로 서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곳을 홀로 거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날선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우연찮게도 무척이나 곤란한 곳엘 너무나 일찍 도착해버린 것이다. 앞에서 묘한 눈길로 자신을 곁눈질하고 있는 흉측한 원숭이도 무시하기로 했다. 일단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그때였다.

 

  “끼-?”

 

  여태 도망치기만 하던 붉은 눈의 원숭이가 슬며시 몸을 돌리더니, 갑작스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다지 경계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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