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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 전생에 뭘 했던 거니
작가 : 트리엔트
작품등록일 : 2019.9.13

당신은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전생의 카르마에 따라 힘의 레벨이 나눠지는 세계.
어떤 이에게는 영원한 천국, 어떤 이에게는 끝없는 지옥인 세계.
두 신의 선택을 받은 미지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전생을 되찾고,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2. 미지
작성일 : 19-09-16 21:56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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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전생에 이단 심문관이었다 이거지.’ 주인공은 생각했다. ‘말투가 왜 저런지 대강 짐작은 가네.’

 

 피에르가 어떤 종교의 이단 심문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족쇄 같은 걸 마구 소환하는 능력을 보건대 전생에서는 이단들을 마구 잡아 가두고 무자비한 심판을 내리던 냉혹한 판관이었던 모양이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이 세계에서 전생의 행적은 단순히 사용하는 힘의 레벨을 결정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힘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도 좌우하는 근원으로 쓰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단심문관.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좋은 전생의 경력이었다. 전생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자신이 전생 금수저, 아니 금열쇠에 맞서 이렇게 맞서 싸우는 게 놀라울 만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소환되는 수십 개의 구속구를 각개격파하며 피에르의 세 번째 돌격을 피해 내고 있었다.

 

 ‘근데 착하게 살면 더 강한 힘을 받는다며? 이단심문관이 보통 착한 놈으로 여겨지나?’

 

 팔에 달라붙은 족쇄를 뜯어내면서 피에르를 견제하던 주인공의 시야에 듀엣이 들어왔다. 그녀는 다른 신입들에게 손짓으로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아마 싸움을 피해 방 바깥쪽으로 가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입 중 한 명이 아까부터 듀엣에게 뭔가 애원하고 있었다.

 

 “전 최소한 50레벨은 주셔야 합니다.” 아까 본 딸기코 남자가 애원하고 있었다.

 

 “학자 아가씨! 저는 말이죠. 여우 같은 아들딸이랑 토끼 같은 마누라랑 평생 소박하게 착하게 살면서 충실하게, 진짜 사심 없이 우리 가족 식구 먹여살리면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제가 말이죠, 많은 거 안 바랍니다. 그저 저희 친구 동료 어 지인분들이 제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다 알고 있고, 제가 얼마나 베푼 것도 많고, 제가 해준 게 얼만데. 70레벨만 주십쇼. 예.”

 

 “저, 저기.” 다른 신입이 동요하며 말했다. “저기 그쪽 내가 탔던 버스 운전사 아니에요?”

 

 “예? 허, 참 뭔 소리야? 사람 잘못 봤수다!” 딸기코 남자는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부인했다.

 

 “당신 뭐 처음 본 사람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어딜 한눈을 파는 것인가!”

 

 피에르가 돌격해 왔다. 그의 말대로 집중이 흐트러진 주인공은 정면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신에 커다란 충격이 들어오며 몸이 뒤쪽으로 튕겨나가 구속대에 부딪혔다. 나무 판자에서 순식간에 쇠사슬들이 튀어나오더니 주인공을 꽁꽁 묶어 구속대에 고정시켰다.

 

 "정화의 심판대여, 정통 신학의 말을 받들라, 이단자를 묶어 만천하에 보여라!"

 

 나무 판자는 아예 땅에서 튀어올라 수직으로 꼿꼿이 서며 그를 결박해 세웠다. 마침내 건방진 이단을 도망치지 못하게 꽁꽁 묶어버린 이단심문관은 웃음을 터뜨렸다. 주인공 입장에서도 중2병처럼 들리는 주문이 웃기기는 했지만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0레벨 주제에 이 몸과 동등한 싸움이 가능하다니, 네놈은 진정 악마의 힘을 가졌도다.”

 

 그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판자의 아래쪽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네놈은 질서를 거스르는 이단, 나는 질서를 세우는 이단의 심판자! 너와 나의 전생력은 완전한 상하관계에 있느니라. 자, 화염이 올라오는도다. 이단을 정화하는 순수하고 붉은 화염이.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고 싶은가? 그렇다면 악마의 힘을 받았다는 것을 고백하거라! 저 테메리에의 힘을!”

 

 “테메리에?”

 

 주인공은 순간 몸서리쳤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오한이 느껴졌다. 불현듯 무언가가 그의 뇌리에 스쳐갔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은빛 열쇠와 교감하는 데 집중했다. 꿈 속으로부터 자신에게 각인된 소름끼치는 오한, 그 이해할 수 없는 의지와 재치가 목덜미에서 머리까지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녀석의 전생력은 이단을 상대로 거의 천적 수준이다. 하지만 그 타겟을 바꿀 수 있다면..’

 

 피에르가 움찔했다. 불길이 좀처럼 거세지지 않았다. 묶여 있는 이단자의 몸에서 계속해서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구속구를 강화해서 목을 조여 보았다. 하지만 족쇄와 수갑이 그의 명령에 반응하질 않았다. 오히려 점점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0레벨 따위가!”

 

 한편 딸기코 남자는 계속해서 듀엣에게 자신이 전생에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호소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열변을 토하다가, 그의 고단한 얼굴은 점차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안 그래도 왜소한 몸이 조금씩 더 줄어드는 것 같았다.

 

 전생학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남자의 목 동맥에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문신 장인이 한 땀 한 땀 새기는 것처럼, 아주 정교하고 유려한 솜씨로 살갗 위에 그림이 그려졌다.

 

 그것은 열쇠였다. 붉은 색 열쇠.

 

 “이거 말이 안 돼.” 그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고작 이 정도 사람이야?”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데 내가.. 내가 고작 10레벨이야? 이거야? 이거냐고!”

 

 그는 절망으로 울부짖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듀엣에게 달려들었다. 딸기코 남자의 눈이 붉게 빛나며 증오로 가득 찼다.

 

 바로 지금이었다. 주인공은 온 힘을 다해 구속구를 10레벨 딸기코 쪽으로 몰아냈다. 구속구들은 교단의 심판에 거역하는 ‘이단’을 감지하고는 듀엣에게 달려드는 딸기코 남자를 물어뜯었다.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주인공을 몇 번을 물어도 생채기 하나 내기 힘들었던 80레벨 수갑은 입질 한 번에 10레벨의 팔을 절단해 버렸다.

 

 피에르가 인상을 찌뿌리며 구속구의 통제력을 되찾으려는 찰나, 주인공은 나무 판때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이단심문관의 머리에 니킥을 적중시켰다. 안경이 다시 굴러떨어지고, 피에르도 충격에 중심을 잃고 고꾸라졌다. 주인공은 안경을 멀리 차 버리면서 동시에 10레벨 딸기코를 습격하던 구속구들을 다시 유인하려고 뛰어갔다.

 

 팔에 이어 다리가 잘려나가기 직전이었다. 족쇄가 본래의 목표를 인식하고 다시 지네처럼 사슬을 움직이며 기어오기 시작했다.

 

 ‘어디, 통하는지 보자.’

 

 주인공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단심문관이 전생에서 알고 있던 뭔가를 소환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멍청한 놈, 그런 쓰레기를 구하려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더냐.” 피에르가 눈을 비비며 킬킬거렸다.

 

 “하나씩 격파한다면, 어디 이건 어찌 막을지 보자꾸나.”

 

 구속구들이 별안간 방향을 틀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이단심문관의 현란한 손짓에 수갑과 족쇄의 마력이 중첩되고, 순식간에 하나의 거대한 강철의 아귀로 화해 입을 쩍 벌렸다.

 

 그 순간 주인공은 품속에서 부적마냥 종이 한장을 꺼내들어 흔들어댔다.

 

 뒤로 사슬을 촉수처럼 치렁치렁 늘린 채 쩍 벌어진 금속의 아귀는 그를 물어 두동강내기 직전에 멈췄다. 도박은 성공했다.

 

 “무슨 일인가?” 피에르는 황망하게 눈을 깜박였다.

 

 “그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 이건 면죄부라고 하는데.. 아마 내 이단죄를 없애 줄 거야.”

 

 “뭐.. 뭐라고? 면벌부를 말하는 것이냐?” 이단심문관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아니, 그게.. 지금 그게 여기서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단이라는 죄는 면죄받을 수 없다! 당장 저 이단을 잡아라! 당장!”

 

 “그쪽이 날 화형시키는 건 되고 내가 면죄부로 멈춰세우는 건 안 된다고?”

 

 주인공은 왼손으로 면죄부를 계속 들고 으르렁거리는 구속구 괴물을 견제한 채 오른손으로 힘을 집중했다. 목의 은빛 열쇠에서 다시금 핏줄을 타고 힘이 퍼져나가면서 상체가 부르르 떨렸다.

 

 “너 이단.”

 

 “뭐라?“

 

 "너 파문이라고." 미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니가 이단이야."

 

 정신 차리고 면죄부를 빼앗으려 달려드는 피에르에게 은색 에너지 줄기가 적중했다.

 

 그리고 강철의 아귀는 자기 주인에게 덤벼들었다. 이단심문관은 자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구속구에게서 벗어나려고 발악했지만, 파문의 효과가 엄청난지 아귀는 순식간에 그의 양 다리를 사슬로 묶어매고 족쇄의 철갑으로 상체를 마구 내리쳤다. 주인공은 그의 충고대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묶었던 나무 판자를 집어들어 정수리에 내리쳤고, 피에르는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심문관이 투사했던 힘이 사라지면서 구속구도 천천히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역할을 다한 그의 면죄부 역시 천천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주인공은 상대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는 뒤돌아 눈을 깜박거렸다. 방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구속대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다른 신입들은 최대한 벽에 붙어 있거나 아니면 방을 나가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보고 있었다. 전생학자 듀엣만이 노트 같은 것을 꺼내서 뭔가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 잘려나간 팔이 얼추 봉합된 딸기코 남자가 힘이 빠진 채 주저앉아 있었다. 듀엣이 말했다.

 

 “돈을 주지 않는 학우를 집단으로 구타했으며, 밤거리에서 강제로 여성을 범했고, 가난한 자들에게 도둑질을 일삼았으며, 어린 자식을 학대했고, 술을 마시고 기계를 구동하다가 자신과 다른 이들을 이른 죽음에 들게 하였습니다.”

 

 “거봐! 거봐! 내가 기억한 게 맞다니까요! 저 사람이 내가 몰던 버스, 그 버스 음주운전자가 맞아요! 저 사람 때문에 나도 죽어서 온 거에요.”

 

 다른 신입 전생자가 탄식했다. “10레벨은 무슨, 저런 건 그냥 죽게 놔두지. 왜 치료해 주는 거에요.”

 

 “왜냐하면 악자는 약자로 살아가게 하는 게 대한 카르마 교단의 심판이기 때문이에요.”

 

 듀엣이 주인공 쪽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키는 주인공과 거의 같았다.

 

 “그리고 전생이 없는 사람은 더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어요.”

 

 “잠깐만.”

 

 주인공은 손짓으로 그녀를 멈춰세웠다.

 

 “더한 운명? 뭐 아까는 악의 사자니 악마의 자식이니 뭐니 실컷 욕하더니만. 그래서 결국엔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 이단심문관인가 하는 사람들을 다 눕히고 알아서 길 찾아 나가야 되나요.”

 

 “만약 그렇게 해결을 볼 문제였으면 진작에 지원 요청을 했을 거에요.”

 

 듀엣은 피에르를 보았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녀의 초록빛 응시가 주인공의 검고 공허한 눈으로 빨려들어갔다. 둘은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마냥 시선을 주고받았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흥분되는 날이 없었어요.” 그녀가 잠시 뒤 말했다.

 

 “이름이 뭐에요?”

 

 “말했잖아요. 기억이 안 난다고.”

 

 주인공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면죄부나 파문 같은 개념은 기억하잖아요.”

 

 “예. 네. 그런 걸 알고는 있어요. 아마 배우긴 했나 봐요.”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알았어요. 여기는 다른 교단원들이 정리하게 할 테니까, 저랑 같이 전생 기록보관소에 가 봐요. 거기에 가면 우리 미지의 주인공 씨의 미스터리를 밝힐 수 있을 거에요. 아마도.”

 

 “믿어도 돼요?”

 

 미지의 주인공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처형당하러 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당장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피에르 심문관이 이단을 잡아 교단에 공헌하듯이, 저는 전생학의 미지를 탐구해서 저의 명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저한테도 중요한 기회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부디 얌전히 따라오세요. 미지 씨. 앞으로는 미지라고 부를게요.”

 

 듀엣이 돌아서며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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