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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서장] 6회
작성일 : 19-09-16 00:29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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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왜......"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카를이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는 그에겐 그저 재밋거리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왜긴 왜야. 내가 미쳤다고 직접 왔겠어? 진짜 나였으면 애들만 챙겨서 조용히 달아났을텐데 말이야."

 

  우악스러운 손에 연두빛 머리카락이 살며시 쥐어졌다.

 

  "그렇게 가만히 순응하던 게 나일 리가."

  "너......!"

 

  움찔하며 몸을 일으키자 카를이 어깨를 두 손으로 꾹 누르며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진정해, 진정. 뭐, 물론 미칠듯이 화가 나긴 하겠지. 그 많은 마나를 쓸데없는 데 썼으니... 이젠 남은 마나도 얼마 없겠......?"

 

  쾅!

 

  "남은 마나?"

 

  이번엔 정말로 당황한 듯 제 옆으로 확 지나간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에 안색이 창백해진 카를이 뒷걸음질 했다.

 

  "넘치고 차오른다, 새끼야."

 

  쓸데없는 도발이었다.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지기만 했으니.

 

  하하. 소리내어 어색한 웃음을 터트린 창백한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 의기양양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표정 관리도 안 되는 모습에 진희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푸히힛! 자......]

 

  "그래, 네 발로 왔으니."

 

  머리에 울리는 소리를 못 들은 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내 친히 죽여주마."

  "왜 말투가 그따구......!"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핏빛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꿈뻑이지도 못 한 상태로 굳어버린 눈이 참 애잔해보일 정도였다.

 

  진희와 조금씩 겹쳐 보이는, 아니, 진희 그 자체인데 조금은 다른, 무언가의 형상이 계속해서 보였다. 분명 입꼬리가 내려가 있는데 갑자기 흐릿하게 올라가 있는 게 보인다던지, 잔뜩 신난 광기에 젖은 모습으로 웃어대는 모습이 겹쳐진다던지.

 

  이건 위험했다.

 

  분명 푸른빛이었던 마나가 어째서 무색으로 빛나는 지도. 정말 새햐안 마나의 색깔에 그저 눈을 꿈뻑일 뿐이었다. 카를도, 제 의지대로 따르지 않는 몸에 당황하는 진희도.

 

  뭐여, 이거 내 마나색깔 아닌데.

 

  흰 색깔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형형색색의 색들이 오로라처럼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한 줄기의 색들이 서로 얽히며 또다른 색깔을 창조해내며 아름답게, 찬란히 빛났지만, 마냥 구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연진희? 조금만 진정......"

  "네가 뭔데 나한테 진정하라, 마라야. 난 진희처럼 호구가 아니거든."

  "뭔... 너가 진희잖아. 진희가 또 있어?"

  "물론 없지. 내가 진희라니까? 걔도 진희고."

  "아니, 개소리도 그럴싸하게 하던가."

 

  너무 황당한 나머지 평소에 안 쓰던 험한 소리를 내뱉어버린 카를이 미간을 구겼다. 이게 지금 날 시험하려는 건가, 오해하게 될 정도로 터무늬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진희가 이상하기만 했다.

 

  진희조차 이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개소리? 야, 머리가 안 돌아가서 뭔 소린지 모르면 그냥 저기 구석에 박혀 있어."

  "아니, 이걸 누가 이해를......!"

 

  쾅!

 

  구석에 박혀있으라는 말을 사실화 시켰다. 오른손에서 굼주린 용처럼 춤추던 마나 덩어리가 카를의 배 부근 쪽으로 달려들어 학교 구석에 박아버렸다.

 

  "커헉......!"

  "거기서 나오지 마라. 얼굴만 보면 아침에 먹은 게 올라오려고 하니까."

 

  삿대질을 하며 말을 남긴 연두색 머리의 소녀가 길을 뜨려 했다.

 

  "진희?"

  "... ... ."

 

  광망 아래에서 더욱 찬란히 빛나는 듯한 에메랄드색의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오기 전까진.

 

  그 자리에서 멈춰서버린 연두빛 소녀가 진화를 보자마자 동상처럼 굳어버린다. 못 볼 걸 본 것 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진이라도 난듯 떨리는 녹빛 눈동자에 투명한 감정이 가득 고였다.

 

  "진희야, 왜 울...... 진희야?!"

 

  [짜증나.]

 

  신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마나색이 빠지고 푸른빛의 마나만이 남았다. 정신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에 픽 쓰러지려던 진희의 팔을 잡아 일으킨 진화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남아있던 불투명한 감정이 볼을 타고 또르륵 흘러가고 나서야 꿈뻑이는 눈을 제대로 뜬 진희가 이마를 짚었다.

 

  "이게 무슨......"

  "진희야, 정신 좀 들어?"

  "...... 선배?"

 

  진화의 눈동자와 제대로 마주하자 복잡한 감정들이 오고 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왜 여기 진화 선배가 있는지도, 저기 구석에 처박힌 카를도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 선배가 냅다 던진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자비로운 결과였기에, 자신이 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단 진희야 내가 말해 둘 테니까 집에 미리 가. 네 뒤에 있는 애는 잘 처리할게."

  "어어...... 네? 네."

 

  어색하게 웃음 지어 보이며 진희의 등을 떠민 진화의 표정이 빠르게 바뀌었다. 웃음끼 싹 사라진 얼굴은 자비 하나 없는 군주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등 떠밀려 학교 밖으로 나간 진희를 확인하곤 드디어 미소를 띤 진화가, 피를 왈칵왈칵 토해내는 카를에게 무심하게 성큼 다가갔다.

 

  "무슨 맨정신으로 진짜 육체를 들고 오셨을까?"

  "큭...... 쿨럭......! 나, 나는 말만 전하러 왔을...... 뿐인데."

 

  되지도 않는 변명이었다. 말하는 거 봐서 조금의 선처라도 줄까 했더니.

 

  카를이 진심이건 아니건, 성의없는 대답이 심기를 많이 거슬리게 했다. 찌푸려진 미간은 그것을 보란듯이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나더러 그걸 믿으라는 거니?"

  "쿨럭! 믿고 말고는 네 자유야...... 크윽... 어차피 뭔 말을 해도 안 믿을 거면서."

  "뭐, 그건 그렇지."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홱 돌려버린 진화의 눈동자만이 그를 살기 어린 시선으로 내려봤다. 정면으로 마주한 두 쌍의 눈동자가 이미 앞으로의 미래를 비추고 있었다.

 

  "하......"

  "카를 하이슨."

 

  에메랄드빛 눈동자 정중앙에서 시뻘겋게 빛나는 듯한 살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은 카를이 몸을 움찔거렸다.

 

  "돌아가."

  "......?"

 

  예상 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일려던 것이 아니었던가.

 

  너무 빤히 보이는 그의 표정에 진화가 비웃어보였다.

 

  "이게 너한텐 더 독이겠지. 꼴에 지 상사는 있다고 명령을 잘 따르기는 하나본데, 임무를 완벽하게 실패해 버리고 두 명한테 들켜버렸으니 이걸 어쩌나."

  "하......"

 

  고개를 푹 떨군 카를이 피식 웃었다. 틀린 말 하나 없었다. 상사가 있다는 걸 밝힌 적도 없는데 바로 알아차린 진화가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모든 걸 다 아는 신인 것 마냥.

 

  정말 제 상사에게 매달리는 카를이었으니 실패하고 돌아가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임이 틀림없었다.

 

  "돌아가. 돌아가서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보렴. 어디 한 번 제대로 준비하고 와 봐. 너희들이 아무리 아등바등 노력해봤자라는 걸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은 진화가 그 상태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피를 이만큼 쏟았는데도 조금의 두통을 제외하곤 아무런 증상도 안 나타는 것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황혼에 물든 하늘이 불타오를 듯한 색을 띠며 고개만 내민 해를 품었다. 이질적인 따뜻한 바람만 맞다 얼음장 마냥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니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연두색 정수리를 주황빛으로 물들인 하늘 속 숨죽인 달이 아래를 내려다 봤다. 정말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반면에 아무 생각도 없는 진희의 머릿속은 한결 같았다.

 

  아, 집 가자마자 전기장판 키고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밀린 웹툰이나 봐야지.

 

  "엣취!"

 

  코가 간질거리며 내뱉어진 재채기가 무슨 소환법이라도 되는 양 공간이 일그러졌다.

 

  "야."

 

  한이 잔뜩 어린 목소리가 잘 가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갑작스레 멈춘 구름의 이동에 진희의 입에선 한숨만이 터져나왔다. 불렀으면 응해줘야지. 뒤를 돌아본 진희를 바라보는 핏빛 눈동자가 사납게 일렁였다.

 

  "너만 아니었어도 난 성공했을 거야."

  "아니, 왜 나한테 난리여."

 

  자기가 못 한 거를 왜 저한테 따지는 걸까. 말도 안 되는 무논리에 한숨을 푹 내쉰 진희가 무리가 간 몸에 힘을 주어 푸른빛의 마나를 방출했다.

 

  "가."

  "안 가."

 

  뭐 이런 미친 놈이 있어?

 

  입가에 핏자국을 잔뜩 묻힌 채로 찾아와서 대뜸 하는 말이 너만 아니었어도 성공했을 거다, 라니. 기가 막혀서 말이 다 안 나왔다.

 

  넌 내 행복한 미래를 망쳤어.

 

  다른 건 다 몰라도 꿀 같은 휴식을 망치다니. 이 놈이 방해만 안 했어도 지금쯤 집 가서 가방 냅다 집어던지고 옷 휙휙 벗어던지고 침대로 몸을 던졌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네가 순순히 따라와주면 우리 둘 다 이득이 있을 거야."

  "허이구. 퍽이나."

 

  이건 뭐 상대해 줄 가치도 없구만.

 

  힐끗 둘러보니 보이는 결계의 틈에 마나를 던지려는데, 정말 정신이라도 나간 건지 진희의 손목을 세게 잡은 카를이 주머니 속을 뒤적거렸다.

 

  "이거 봐."

  "...... 무전기?"

 

  비장한 표정으로 꺼낸 게 고작 무전기라니.

 

  이젠 얘가 몰카를 찍는 건지 코미디를 하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 이 착한 내가 들어는 줄게. 카를의 손을 빠르게 내친 후 팔짱을 끼고 뭐라고 지껄이는 지 듣기 위해 기다려주는 녹색 눈동자가 지루함을 표현했다.

 

  치직... 치직.......

 

  [카를 하이슨.]

 

  이 무슨 우연인지. 때마침 붉은 빛이 반짝이며 기괴한 소리를 낸 무전기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

 

  발랄한 듯한 목소리지만, 그 누구보다도 차가워 보이는 억양에 진희의 미간이 비틀렸다.

 

  "네, 말씀하세요."

  "...... 카를, 걔 밑에서 일하고 있었냐?"

 

  [...... 카를 이 미친 놈이.]

 

  진희가 툭 내뱉은 말을 들은 건 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꽤나 화난 것 같아 보였다.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제서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은 카를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저, 그, 그것이......"

 

  [그걸 기어이 따라가셨어? 됐고. 입 다물어. 연진희랑 너랑 둘 다 거기서 딱 기다려.]

 

  "뭐래. 내가 왜?"

 

  [닥치고 기다리라면 기다려.]

 

  웃기는 짬뽕일세.

 

  흥. 콧웃음을 친 진희가 주저앉는 카를을 내려다보았다. 진심으로 둘이 지금 시트콤 찍는 건 지 물어보고 싶었던 찰나였지만, 핏빛 눈동자에서 애처로운 서글픔이 떨어지는 걸 보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왜 자기가 잘못해 놓고 저러는 지는 의문이었지만, 꼴에 인간이랍시고 감정을 표출하는 걸 보니 그냥 어색할 뿐이었다.

 

  "야, 그만 울......"

  "다... 끄윽......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아니, 왜 자꾸 내 탓이래."

 

  이건 답이 없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제 뜨거운 눈물을 떨어뜨린다고 따뜻해지기라도 하는지 연신 울어대는 카를이 안쓰럽지도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안쓰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놈은 재활용하기도 아까운 쓰레기였다.

 

  쿠구구-......

 

  그냥 냅다 던질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도중에 결계에 구멍이 나며 누군가의 기척이 드러났다.

 

  녹색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가 담은 건, 일몰 아래에서 더욱 몽환적인 것 같은 파스텔톤의 연한 핑크색 머리와 분홍빛 눈동자였다. 양갈래로 귀엽게 묶은 머리는 사라지고 물결치듯 흐트려놓은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정신없이 흩날렸다.

 

  교복은 어디가고 쫙 빼입은 듯한 검은 정장에 제 눈을 의심한 진희가 인상을 구겼다.

 

  "안녕? 진희야."

  "안녕은 개뿔. 야, 토 나올 것 같다. 아양 떨던 분 어디가셨대."

 

  대놓고 들으라고 열심히 비꼰 말에 시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큰 눈망울은 조용히 꿈뻑일 뿐,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또각또각 거리는 굽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래도 안 가고 여기서 착하게 기다렸네?"

  "미친, 뭐래."

 

  무슨 애기 다루는 선생님 같은 말투에 이번엔 귀를 의심했다. 오늘 여러모로 황당하게 만드는 시온을 똥 씹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일단 지금처럼 착하게 기다려줄래? 난 먼저 처리할 놈이 있어서."

 

  큰 눈망울이 옆으로 도르륵 굴러간 곳엔 카를이 자리잡아 있었다.

 

  그래, 네가 뭘 하건 상관은 없단다. 난 그냥 가면 되니까.

 

  시온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뒤 돌아 카를에게 가는 분홍빛 뒤통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누군가의 말을, 그것도 시온의 말을 고분고분 따를 진희가 아니다.

 

  콰앙!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큰 눈망울이 번뜩 떠졌다. 마나를 공처럼 뭉쳐 홱 던진 진희가 처참히 부서지는 결계를 바라보며 휫바람을 불었다.

 

  "연진희, 좋게 좋게 말할 때 멈춰."

  "연찐훼, 쪼케 쪼케 마랄 때 멈췌."

 

  비꼬듯 따라 말한 진희가 혼자 빵 터져 배를 부여잡으며 깔깔 웃어댔다. 당황하거나 멈춘 기력 하나 없는, 정말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시온은 그런 진희를 빤히 쳐다보다 손에 분홍빛 마나를 모았다.

 

  "호오?"

 

  진희가 그걸 못 눈치챌 리 없었다. 아무리 약한 마나의 흐름이라도 몇 킬로 떨어진 곳까지 눈치채는 게 한계점을 뛰어넘은 능력자의 또 다른 능력이었다.

 

  적발되자마자 팔을 휘둘러 진희에게 마나를 내던졌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진희에게 닿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소멸되었으니까.

 

  "... ...?"

 

  드디어 표정의 변화를 보인 시온이 입을 벌린 채 굳었다. 랭커들이 강하고, 그 중에서도 진화와 진희가 막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으니.

 

  미즈르의 가장 윗대가리로 그동안 잡아온 학생들의 마나를 꾸준히 주입한 시온이었다. 지금 필르야티엘에서의 마나양으로 따져보면 랭킹 20위 안에는 드는 마나의 양이었지만, 3위부터 100위까지 다 합쳐도 진희의 마나를 따라갈까 말까였다.

 

  "왜? 더 해 봐."

 

  [좋아, 좋아. 지금 딱 좋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눈을 번뜩 뜨는 진희의 머리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고통이 전달됐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마나를 미약하게 불어넣으며 치료를 계속했다.

 

  몇 번 당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

 

  앙 다문 입술을 통 열지 못 하는 시온을 보며 진희가 한 쪽 입꼬리만 들어 올렸다. 비죽 웃는 진희를 보는 시온은 이만 갈아야 했다.

 

  이것들을 그냥 죽이고 가야하나.

 

  우우웅-

 

  손바닥에 마나를 끌어모으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소리가 울렸다. 이건 제 손바닥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요란스럽고 기이한 소리에 결계 안에 있는 셋 다 약속이라도 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황혼에 물든 결계 중앙 사이에서부터 서서히 일그러지는 공간에 당황한 기력을 감추지 못 했다.

 

  주황빛의 노을이 아닌 검게 물들어가는 공간 속에서 둥근 타원형의 포털이 생겨났다. 언뜻 보면 온통 검은색 같지만 보라빛과 푸른빛, 녹빛 등 많은 색이 섞여 은하수 같은 느낌을 뿜어냈다. 포털 주위로 흩어진 별무리가 길을 만드는 것은 지금 상황을 잊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에도 우주에 있는 듯한 은하수빛 물감이 잔뜩 칠해져 있었다. 고의로 큐빅을 콕콕 박은 것마냥 반짝이는 공간으로 몇 분도 채 안 되어 바뀌었다.

 

  "이게 무슨......"

 

  당혹스러운 감정들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우주에 온듯한 배경이 온 하늘에 그려지고, 어디가 벽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헷갈릴만큼 빼곡히 채워진 은하수들이 머리를 헤집고 다녔다.

 

  "찾았다."

 

  어떻게든 탈출하려 마나를 손바닥에 모으던 중 들린 목소리가 진희의 마나를 가차없이 소멸시켰다.

 

  옥구슬 굴러가듯 고운 목소리에 넋을 잃을 것만 같으면서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목소리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허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연두색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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