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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eyond Stella
작가 : LEHJA
작품등록일 : 2019.9.14

마법과 과학의 도시 스텔다운. 그리고 그 도시의 교사 케이드 로엔그린에게 벌어지는 여러 '신비한' 이야기들.

 
Beyond Stella - 02
작성일 : 19-09-16 00:13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1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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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뛰었을까. 체감 상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스텔다운 국립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다시 움켜쥐자, 세상은 다시 원래의 속도로, 순리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쁜 숨을 들이쉬고는 정면의 건물에 달려 있는 시계를 보았다.

 7시 43분. 그 거리에서 정상적으로는 도착할 수 없는 시간. 그것이 내가 느낀 그 속도, 시간, 그 모든 것들은 거짓도 환상도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순수한 진실이었다. 우산을 들고 걸어와 얼마 젖지 않은 그녀의 옷이 그것을 증명했다. 나는 소녀, 가야를 바라보곤 말했다.

 “너에 대해선 나중에 깊게 이야기해보도록 하고, 일단은 1-11반으로 가 있어. 음.. 가는 길에 화장실이 있으니 모습을 좀 정돈하고 가는 게 좋을 거다.”

 가야는 이 크고 세련된 건물을 신기하게 바라보고는 내게 질문했다.

 “어.. 몇 층이에요?”

 아차, 위치를 안 알려줬군.

 “2층에서 오른쪽 제일 끝에 있어. 좀 있다 다시 보자.”

 그렇게 말하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교무실로 향하려 했으나 잠깐 멈춰서 가야에게 충고를 한마디 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아무한테나 함부로 보여주고 그러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 다시 교무실로 움직였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쫄딱 젖은 내 모습은 다른 교사들과 교수들, 그리고 강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중 하나이자 내 반의 강사, 블레이크 할로웨이는 내게 다가와 내 꼴의 이유를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까지 젖으셨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내가 방금 집어넣은 우산꽂이의 나의 우산을 힐끔 보았다. 우산까지 들고 있으면서 젖은 이유는 그 누구라 해도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우스운 내 꼴을 생각했고 자조의 웃음을 띄며 말했다.

 “잠깐 역에 갈 일이 있어서요. 어떻게 잘 도착은 했지만... 이렇게 됐네요.”

 그 말을 듣고 블레이크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금발을 쓸어 넘겼다.

 “어쨌든 곧 있으면 수업 시작하니까 빨리 모습 좀 정리라도 하고 오세요. 그 모습으로는 아무래도 수업하기에는 좀 무리일 것 같은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우산을 내려놓고 교사용 화장실로 향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몇몇 학생들이 복도를 지나다니고 있었고. 쫄딱 젖은 나의 모습은 그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발의 움직임을 조금 가속했다. 그 탓인지 나는 그만 스텝이 꼬여 버렸고 아뿔싸, 한 남학생에게 조금 부딪혀 버렸다. 강하게 부딪히지는 않았고 조금 닿은 수준이었지만 내 몸에 만연한 물기는 충분한 짜증의 원인이 되리라. 나는 부딪힌 남학생을 바라봤다. 한 번 더 아뿔싸, 소년의 인상적인 얼굴과 구릿빛 피부로 나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반역자로 유명한 드레퓌스 가드너의 장남 하프리트 가드너. 더해서 내가 맡게 된 학생이기도 한 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얼굴이 굳어버렸으나 빠른 시간 내에 얼굴의 경직을 회복했다. 그리고 나의 사과에 오히려 자신이 나를 발견하고 피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나는 급한 탓에 미안하다고 한 뒤 자리를 빨리 떴다. 화장실에 도착해 거울을 보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역을 왕복으로 뛰어다닌 탓에 머리는 완전히 젖어 버렸고 옷 역시 대부분 젖어 있었다. 나는 수건을 꺼내 머리를 최대한 말렸다. 내 학생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기란 요원해 보였다. 대충 모습을 정리하자 잡생각을 마치고 다시 거울을 봤다. 머리는 최대한 말려졌지만 옷의 경우에는 물기를 최대한 닦는 것 이외에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여전히 어느 정도 젖은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모습을 정돈하자 방금 부딪힌 학생이자 내가 가르칠 제자인 하프리트 가드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나이에 그렇게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안다는 것이 나는 새삼스럽지만 놀랍게 생각했고 동시에 측은하게 생각했다. 그런 능력 이면에는 가문이 풍비박산나는 뼈아픈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냥 대단하다며 감탄할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10분 가까이를 옷을 정비하는 데에, 그리고 잡생각을 하는 데에 쓰게 되었다. 대충 정리를 한 뒤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럭저럭 봐줄만 한 꼴을 만들었음을 확인한 나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시 교무실로 향해 이런저런 서류를 가방 안에 넣고 마지막으로 아까 보려던 학생들의 프로필이 들어있는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한 장의 프로필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바로 아까의 학생, 가야의 프로필이 말이다. 나는 다시 그 프로필을 열어보고 그 깨끗함에 경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런 무지막지한 마법을 쓸 줄 아는 녀석이라고 한들 이곳은 학교다. 지식이 부족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곳인데. 어느덧 시간이 꽤나 흘렀다.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프로필이 든 서류를 가방에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려 다가가자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긴 갈색 머리를 지닌 녹안의 여성이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이야,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꼴이 말이 아니시네요?”

 나는 그녀의 농담에 웃음으로 답했다.

 “제 말이요.”

 그렇게 친근하게 농담을 진 사람은 플로렌스 윈즈. 블레이크 할로웨이와 같이 우리 반의 강사를 맡아 준 인물이었다. 그녀에 대해서는 꽤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특유의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친화력과 놀라운 재능으로 스텔다운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스카웃되어 바로 국립 학교에 강사로 들어왔고, 어째선지 내 반의 강사를 자처했다는 점이 대표적이었다. 그녀의 말로는 상성이 잘 맞을 것 같다더라나 뭐라나. 자유분방한 그녀의 머릿속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것이고. 그녀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자명했다. 그녀는 상상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플로렌스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출발하자 말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복도로 나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쓸데없이 긴 복도를 걸으며 내가 놓친 것은 없나, 두고 온 것은 없나, 잘못한 것은 없나 머릿속으로 수없이 점검했다. 온 몸의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옆의 플로렌스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생각에 잠겨 걷던 도중, 플로렌스는 내게 질문을 건넸다.

 “케이드씨는 아마 교실을 담당하게 된 게 처음이었죠? 긴장되지 않아요?”

 나는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긴장이 안 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지금도 다리가 막 떨리는데요. 그래도-”

 나의 내면 그대로를 전달했다. 나는 뒤에 무슨 말을 덧붙이고 싶었으나 낯부끄럽다는 생각에 다시 입을 닫았다.

 “그래도?

 “그.. 아니에요.”

 플로렌스는 그 망설임의 의도를 대충 파악한 듯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부끄럽네.

 “그래도 잘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라도 잘 해야죠?”

 “그렇죠 뭐.”

 대화가 끝나갈 즈음,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교실 앞에 도착했다.

 나의 첫 교실이자 내 꿈의 시작점이 될 이 곳 앞에서 분명 가슴이 뛰어야 했지만 막상 마주하게 되니 그렇지 못했다. 부담감이 발끝부터 등을 타고 올라왔다. 한기가 몸을 감싸는 듯 나는 문 앞에서 얼어붙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처음은 누구나 떨리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 한들 그 일의 심각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속이 울렁거릴 지경까지 떨렸다. 심호흡을 해 보았으나 심호흡을 하면 안정이 된다던 이야기는 낭설이라는 느낌만 받을 뿐이었다.

 문 앞에 얼어붙은 나를 플로렌스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갈까요?”

 그저 한 마디였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마디. 그러나 그 한 마디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문을 열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무슨 크고 특별한 것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옆에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하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러죠.”

 나는 부담감을 애써 발치에 묻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꽤 넓은 강의실이 허전함을 느꼈다. 수를 세 보니 누군가가 결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6명 딱 맞게 왔으니까. 단순히 학생 수가 적은 것, 그 뿐이었다. 들어가서 교단 위에 올랐다. 교단 위에 올라 강의실의 풍경을 바라봤다. 어두운 조명이 더해져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플로렌스는 계단을 올라가 강의실의 가장 뒤에 섰다. 그 옆에는 블레이크 역시 서 있었다. 그렇게 수없이 예상하고 생각해 왔던 순간이었건만 숨이 막히듯이 느껴졌다. 그렇게 문 앞에서 겨우 마음을 다스렸건만 막상 들어와 보니 무용지물이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내 꼴이 신경 쓰였다. 젖은 옷을 입은 채로 강의실에 들어온 교사, 첫 인상으로는 매우 인상적이겠지. 아까 부딪힌 학생인 제나 헤이즈도 한번 봤다. 부딪힌 사람이 자기 교사라니, 제법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고요 속에서 학생들의 얼굴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프로필에 첨부된 사진 그대로의 얼굴들이었다. 윈드소어 가의 도련님을 비롯해 새로 떠오른 가문인 헤이즈 가의 장녀, 꽤 드문 평민층의 외부입학생, 수석입학생, 몰락한 가문의 자제, 그리고 신비 사용자. 적은 인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다채로운 멤버였다. 이제 반의 소개를 시작할 차례다.

 “나는 이 반의 담당 교사인 케이드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너희가 다닐 이 반에 대해서 아주 간략한 소개를 하려고 하니까 집중들 하고.”

 긴장한 탓에 조금 딱딱하다는 감이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미 내뱉어진 언어의 파편들을 신경 쓸 시간 따위는 없었다. 호흡을 조용히 가다듬고는 이 반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신청들을 했으니 알겠지만 나는 마력의 이론과 효율적인 운영에 중점을 두고 사회에서 사용하는 전반적인 마법들에 대해 너희를 가르치게 될 거다. 내용들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마법의 역사, 마법들의 실습, 마법 이론과 마력에 대한 강의 등이 있겠고, 이 이외의 부수적인 과목들은 뒤에 계신 강사님들께서 가르쳐 주실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학생들의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강사들을 가리켰다. 학생들은 뒤를 돌아봤고 플로렌스와 블레이크는 저마다의 작은 인사를 학생들에게 조용히 건넸다. 그들이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끝나자 나는 다시 탁자를 작게 두드려 이목을 모으고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대강의 반에 대한 소개는 이 쯤 하고, 나머지 상세한 부분들은 지금 나눠줄 책자에 적혀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서류철에 담긴 책자들을 꺼낸 뒤 그 뭉텅이에 손을 올렸다. 이윽고 책자들은 교단에서 떠올라 각 학생들의 자리로 향했다. 책자들이 각자의 자리에 도착하자 나는 작게 호흡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나의 반에서 첫 번째 수업을 시작할 차례였다.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자. 첫 날이니 그렇게 어렵게는 안 할 테니 안심하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분필을 꺼냈다. 뒤의 두 강사들은 수고하라는 인사와 함께 뒷문으로 나갔다.

 “고리타분하고 기초적인 시작으로, 마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아니, 정확히는 마법이 어떤 학문인지에 대해 정의하자는 거지. 말해볼 사람 있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당연했다.

 “없군, 혹여나 말하는 것이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들에게 실망하지는 마라. 문외한들이 보기에는 기초적인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국 이 질문은 가장 본질적이며, 동시에 가장 심오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대신해 교단에 서도 무방할 거다.”

 나는 칠판에 네모를 예쁘게 그리고는 다시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나만의 답을 찾지는 못했으니 말이지. 뭐, 옛 마법사 크롬웰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은 증명의 학문이라고 한다.”

 나는 분필로 네모를 툭 치며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 ‘그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이든 좋다. 내가 지목하면 생각한 방법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렇게 말하고는 중간 자리에 앉은 갈색 머리를 가진 다부진 체격의 남학생을 지목했다. 바빌론에는 드문 평범한 가문 출신의 입학생, 베네딕트 설리번이었다.

 “네모.”

 “좋군. 다음.”

 그 다음으로 나는 가야를 지목했다. 가야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내 진정한 뒤 자신의 답을 내놓았다.

 “분필로 그린 거?”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자신의 답이 부끄러웠는지 조금 얼굴을 붉혔다. 왜, 나쁘지 않은데.

 “창의적이어서 좋은데. 다음.”

 그 다음은 검은 머리에 조금 마른 체형을 가진 학생을 가리켰다. 그 학생, 시그마 윈드소어는 무표정인 듯 하지만 얼굴에 이게 뭐냐는 표정이 쓰여 있었다. 포커페이스가 너무 안 돼는 거 아니냐. 여하튼 시그마는 아주 조금의 고민 끝에 대답했다.

 “각이 4개인 도형.”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지목하며 물어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이렇게 하나의 그림을 설명하고 증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네모, 분필로 그린 것, 각이 4개인 도형 너희가 말한 것들과 같이 말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학생들이 말한 것들을 칠판에 받아 적었다. 그리고 다시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마법의 주문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주문은 기초적 마법인 ‘염력’의 주문이다. 주로 무생물 같은 스스로 마력을 순환시키지 않는 것들을 옮기는 데 사용되지. 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방법 역시 다양하다.”

 나는 분필을 교단에 내려놓은 뒤 분필에 손을 대고는 말했다.

 “떠올라라.”

 그러자 분필이 그 자리에서 떠올라 가을의 잠자리와 같은 궤적으로 교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 후 분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염력의 주문 밑에 글자 세 가지를 썼다. 주문, 말, 행동.

 “이렇게, 주문을 외운 뒤 특정 행동들을 가미한다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스탠다드한 방법이지. 크롬웰의 방식대로 말한다면 주문, 말과 행동. 이 세 가지로 마법이 현실세계에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방금 그린 도형과 비교하자면 도형 그 자체는 주문, 말과 행동은 너희들이 표현한 방식.. 네모, 각이 4개인 도형 같은 것들과 비교할 수 있겠지.”

 나는 그리고 다시 분필을 교단에 내려놨다.

 “여기서 몇 가지의 요소는 빠진 채로 마법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말과 행동, 이 두 가지는 마법의 존재를 긍정해주는 요소일 뿐, 증명 그 자체가 되어 줄 수는 없다.”

 이윽고,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분필이 다시 떠올랐다.

 “다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필은 명을 다하기 직전의 벌레처럼 힘없이 교단으로 떨어졌고, 다시 교단에서 튕겨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렸다.

 “이런 식으로 효과가 약해져 버리지. 마법이란 것들은 원래 그런 거야. 이 그려져 있는 도형과는 다르게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세계에 실체화 하는 것이거든. 강조 방법은 제대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어.”

 나는 떨어져 부수어져 버린 분필을 보고 혀를 가볍게 찼다. 부숴먹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리고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하려들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몸을 낮춰 분필에 손을 대고는 떠올라라, 하고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박살난 분필은 그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된다. 결국 주문이 없이는 마법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이 도형에 비교하자면.”

 나는 분필로 아까 그린 도형을 지웠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도형의 정확한 형태를 모른 채 사각형, 네모,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과 다름없지. 사각형과 네모, 모두 아까 그렸던 도형의 이름들이지만 이 이름들만으로는 그 도형의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없잖아? 주문이라는 건 그런 거다. 그 마법 자체의 본질을 꿰뚫는 마법의 진짜 이름. 이 정도로 생각해두는 게 편해.”

 나는 다시 칠판에 그리고 썼던 모든 것들을 지웠다. 이윽고 다시 학생들을 바라봤다.

 “질문은?”

 그렇게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맨 앞에 앉은 안경을 쓴 갈색머리 단발의 여학생이 질문했다.

 “그래. 노마 마이어, 무슨 질문이지?”

 “음, 예외적으로 주문 없이 쓸 수 있는 마법은 없나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로 ‘이론상’ 가능한 것뿐이야. 마법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마법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고, 마법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마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간 사람은 역사를 통틀어 아무도 없으니까. 결론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경지라고 할 수 있겠군.”

 질문에 답을 받은 노마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그 뒤로도 몇 가지의 질문과 답이 오갔다. 질문이 모두 끝나자 교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고, 이제 기초에서 벗어나 수업의 핵심 주제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뎅, 하고 시계탑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그 소리에 나는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본 뒤 식당으로 향했다. 지친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뒤에서 인기척이 났기에 돌아봤다. 블레이크와 플로렌스였다. 나는 그들과 인사하고 합류해 식당으로 향했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블레이크는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블레이크 씨는 이번이 첫 강사 경험이었죠?”

 그러자 블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렇죠, 하.. 이게 생각만큼 잘 안 되네요.”

 그 마음 백번 이해한다. 나도 저랬으니까. 2년 전 쯤. 딱 저 나이네 그러면.

 “거기서 한 2년 쯤 지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그리고 플로렌스도 자신의 감상을 내놓았다.

 “저도 이번이 처음인데 좀 지치는 거 있죠?”

 그녀의 감상을 듣자 블레이크는 입에 있는 것들을 목으로 넘기고 물을 마신다음 말했다.

 “에이, 플로렌스 씨는 보니까 되게 능숙하게 하시던데. 케이드 선생님, 제가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 분 진짜로 장난 아니신 것 같아요.”

 “호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얼마나 잘 하는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시간 나면 보러 가야지. 그렇게 블레이크가 자신의 자랑을 대신 하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플로렌스는 빙긋 웃었다.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없는 말까지 지어내서 띄워드릴 만큼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죠.”

 그렇게 웃으며 농담을 했고. 대화의 주제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 대화의 물꼬는 플로렌스가 텄다.

 “오늘 수업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학생 있으세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일이 조금 많아서 말이죠. 인상 깊은 학생이 한둘이 아닌데. 내가 고민하는 사이 블레이크가 먼저 대답했다.

 “눈에 띌 정도로 되게 열심히 하는 학생이 둘 있었는데.. 저는 그 중에서 하프리트 가드너? 라는 학생으로.”

 “그럼 이유는요?”

 플로렌스가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스읍, 하는 소리를 내며 고민했다. 이유가 애매한가?

 “절박..? 해 보였다고 해야 될까요? 공부하는 태도 다른 애들과는 차별되게 전투적이라 말이죠. 눈에 안 들어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 녀석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드너라는 성이 흔한 탓에 설마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하프리트는 그 유명한 토드의 아들이니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아~ 그 학생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띄긴 하더라고요. 역시 사연 때문에 그런가?”

 블레이크는 이에 대해 모르는 듯 되물었다.

 “사연이요?”

 “아, 아니에요.”

 거의 부외자나 다름없는 플로렌스 역시도 아는 건가. 가드너란 성이 그렇게 드문 성은 아닐 텐데, 하기야 그 정도 풍파를 겪은 가문의 자제의 발자취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가. 어쨌든 블레이크는 역으로 플로렌스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플로렌스 씨는요?”

 “저는 그럼 가야로 할게요.”

 흐음, 의외인데. 플로렌스는 이어서 이유를 설명했다.

 “하프리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열심히 한다는 느낌? 여하튼 인상도 좋고 맘에 들어요.”

 호오, 그 녀석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녀석인 건가. 신비 하나만 믿고 들어온 건 아니었나보군. 그렇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식사를 끝낸 뒤 나는 다시 반으로 향했다. 펜을 두고 왔기 때문이었지만 그곳에 도착하자 또 다른 용건이 생겨난 듯 했다. 텅 비고 어둑어둑하지만 쳐 놓은 블라인드의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강의실에는 가야가 책을 펴놓고 무언가와 씨름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언급되어졌던 그 학생은 아까 강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아깝지 않게 누군가 들어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나는 조용히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 쪽으로 걸어가 그것을 걷어냈다. 비가 언제 내렸었냐는 듯 화창한 점심의 햇살이 넓어진 블라인드의 틈으로 새어 들어왔고. 동시에 나는 가야에게 말을 걸었다.

 “좀 밝게 해두고 공부하는 게 더 집중에 좋을 걸.”

 갑작스럽게 블라인드가 올라가는 소리와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의 조화는 집중 중이던 녀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듯 했다. 그것은 동그랗게 뜬 눈동자와 놀람으로 인해 상기된 얼굴이 증명했다.

 “뭘 그렇게까지 놀라고 그러냐.”

 가야는 조금 무안한 듯 웃음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제가 집중할 때 진짜 주변에 신경을 안 둬서요.”

 “그건 제쳐두고. 오늘 반 정도 수업을 해보니 어때?”

 나는 가야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조금 힘에 부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고나 할까.. 아니아니, 그래도 못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가야의 눈을 보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 소녀는 대체 어떤 일을 계기로 이 먼 타향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이라 더 수준 높은 수업을 받기 위해 온 것이었다면 적어도 그 이전에 쌓아놓은 지식이 탄탄했을 터인데. 그녀의 현 수준을 고려해 본다면 그다지 그런 쪽은 아닌 것 같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접었다. 차차 알게 되겠지.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간단한 테스트를 보겠다고 가야에게 말했다. 가야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테스트를 몇 개 냈다. 굉장히 간단한 문제들로만 엄선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10분간 몇 가지의 문답을 주고받았다.

 결과를 설명하려면 어떤 수식어가 붙어야 할까? 암담하다? 처참하다? 녀석은 마법에 대해 다른 바빌론의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빌론의 학생들도 마법에 대한 지식수준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닌데.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신비만으로 이 대학에 들어오게 된 거였던 걸까. 마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준비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화가 났다. 그렇다고 그것을 대놓고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다지 교사답지 못한 행동일 터이니. 내가 가야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최대한 절제해서 말 해주는 것뿐이었다.

 “이 결과가 뭘 의미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네..”

 부끄러움으로 달아오른 볼이 그 감정을 대변했다. 나는 답답함과 조금의 짜증을 느꼈다. 자신이 잡은 기회가 얼마나 크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 마지않는 기회임을 그녀가 전혀 모르는 눈치인 것에 대해서였다.

 “방금 내용들은 하루만 진지하게 공부했어도 거의 답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들이었어. 내가 보장하지. 그런데 네가 만든 결과를 본다면 너는 조금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태도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거지.”

 나는 턱을 한번 쓸어내리고 다시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바빌론에 들어오길 바라고, 그 중 대다수는 그것에 실패하지.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건 그에 대한 모욕이야.”

 감정이 조금 올라와서 그런지, 말투는 전혀 인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 나의 말투가 더해져 공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정도였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말없이 교실을 나왔다. 문을 닫는 소리가 공허하게 텅 빈 복도를 울렸다. 아마 교실 내부도 같으리라.

 교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방금의 나는 내가 혐오했던 선생들의 상과 다른 것이 대체 무엇인가. 가야만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을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떠들어댄 것은 아니었나. 절제 없이 말을 뱉었던 결과는 후회뿐이었다. 로건 선생님이었다면 절대 이런 반응을 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더해서 찜찜한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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