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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게임(2)
작성일 : 19-09-15 19:23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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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B-7 마법사 B-6 도적 처치. D-7 전사 전진.”

 “B-4 궁수 C-4로 이동.”

 “B-7 마법사 A-4로 이동, 체크메이트다. 왕 공격.”

 

  마법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만이 가지고 있던 상위 말로 왕의 목을 바로 노려보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마법사는 눈을 부릅뜨고 있는 남자를 공격하지 못한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여, 역시! 게임을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 리 없지. 아무리 최강의 말이라 해도 왕은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없는 거야. 흐흐, 그렇다면 간단하지.”

 

  그가 직접 움직였다. 머뭇거리던 나의 마법사는 허무하게 사라진다. 동시에 써보지도 못한 D-2의 도적까지 궁수의 손에 사로잡혔다. 맵의 정 중앙을 점령한 궁수는 그야말로 발리스타. 압도적인 사거리로 필드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승기를 잡았다고 웃고 있는 남성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ㅡ

  지금 이렇게 된 게 바로 예상대로라는 거다.

 

 “그럼 내가 슬슬 전진해 볼까.”

 

  그는 한 칸 다가오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승리할 거라 확신하는 웃음이다. 이제 그의 궁수가 움직일 거다. 내 궁수 중 하나가 죽겠지. 다음 턴 내 궁수가 그의 궁수를 잡는다. 그러나 그때 이미 왕은 그 다음 단계. 내 궁수는 쏘지 못할 거다.

 

  결과적으로 그의 검이 먼저 내 목덜미에 도달한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의 게임은, 공정한 듯하면서도 철저하게 계급 사회를 구현하고 있지. 전의 게임에서 너와 맞붙었던 이는 단검이 있었던가? 크큭, 바로 그런 게 어른들의 삶이라는 거다, 애송아.”

 “시끄러운 아저씨네.”

 

  양쪽의 전략은 명확해졌다.

 

  저 남자는 다른 말로는 체크메이트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가 테스트한 마법사 공격이 가장 큰 증거일 거다. 나 역시 그의 말에 십분 동감한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C-7 전사 전진.”

 “용사로 승급하려는 거냐? 안됐지만 내 쪽이 빠르다.”

 

  보드 상황으로 놓고 보면 그의 말이 맞다. 나는 묵묵히 말판을 주시했다. 남자의 턴이다. 그가 내게 다가왔다. 다음 턴. 나의 전사가 마침내 A-7의 자리에 도달했다.

 

  그리고 다음 턴에, 남자의 단검도 내 앞에 바싹 다가왔다.

 

 “체크메이트다, 죽어라 애송이!”

 

  까아앙!

 

  맑은 금속음이 말판에 울렸다. 동시에 남성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어, 어째서?”

 

  그는 힘없이 물러나며 바들바들 떨었다.

  내 목을 향해 들어오던 칼날을 단검으로 내가 쳐 날린 것이다.

 

  날붙이를 직접 대하고 있어 엄청나게 긴장되었지만 상대가 마법사를 죽일 때처럼 뻔히 보이는 동작으로 천천히 들어온 게 다행이었다. 검을 놓칠 정도로 어설프게 쥐고 있었으니까. 멍한 눈으로 비틀거리는 남성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그가 보여준 표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이봐 아저씨.”

 

  남자는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기다란 금속이 뒤에서부터 뚫고 나와 있다. 검이었다. 용사로 승급한 전사의 검 말이다.

 

 “기본적으로 이 이상한 룰의 실사 체스에서 왕을 쉽게 해칠 수 없다는 걸 포착한 건 칭찬해줄게. 그런데 이 게임은, 아무리 봐도 계급 사회를 적용시킨 게 아니야.”

 

  이건 순전히 나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확실할 것이다.

 

  이 하얀 세계는ㅡ

  계급 사회를 전복시킬 수 있는 혁명가를 원하고 있다.

 

 “서로 단검으로 찔러 죽일 거였으면 귀찮은 룰 따위를 만들지도 않았겠지.”

 “크, 크윽.”

 “왕에게 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용사. 왕은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자. 우리들은 플레이어잖아? 고스란히 당할 리 없지.”

 “끄으으…….”

 

  그는 크게 비틀거렸다. 시뻘건 핏물이 칼날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애처롭지만 어쩔 수 없다. 냉정해져야 한다. 이미 겪은 과거를 몇 번이고 반복할 수는 없다. 직접적으로 타인을 구할 수 없는 이상 모든 것을 알아내고 처리할 때까지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

 

  씁쓸한 맛을 목구멍으로 집어삼키며 그를 외면했다. 힘없이 무너지는 남자의 비명이 애처롭게 울렸다.

 

 “……체크메이트야.”

 

 

 

 

 

  방으로 돌아온 후 세수부터 했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인 건 아니지만 같은 찝찝함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몇 번이고 찬물에 머리를 박았다. 몸서리가 쳐졌다.

 

 [너, 교활하네.]

 

  비아냥거리는 진행자의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벽면에 부착된 거울 안쪽으로 초췌한 나의 얼굴이 보인다.

 

 “뭐가?”

 [확실히 넌 룰을 제대로 이해했어. 크크, 실사 체스는 바로 그런 게임이지. 그래도 능력에 대한 건 말하지 않았잖아?]

 “…….”

 

  빌어먹을 자식.

  역시 알고 있었군.

 

  마지막 공방에서 내가 남자의 검을 쳐낸 건, 단순한 근력과 운동신경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애초에 공격 턴이 아니면 단검은 손에 있지도 않았다.

 

  그것은 내 능력으로 만들어낸 첫 번째 단검. ‘닿은 적의 무기를 날려버리는 단검’이다.

 

 [크큭, 상대방도 능력을 제대로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텐데. 아아~ 이래서 고리타분한 노친네들은 싫다니까.]

 “닥쳐, 이 자식.”

 [그거 알아? 그의 능력은 ‘자신에게 살기를 품고 달려든 사람을 날려버리는 것’이야. 먹혔다면 용사는 한 칸 뒤로 밀렸을 것이고 결과는 어떻게 되지 몰랐겠지.]

 

  상대할 가치도 없다. 살아남은 건 내 쪽이다. 분발하라며 비아냥거리는 그의 음성을 속으로 삼키며 드러누웠다. 이미 지난 일이다. 다음 게임까지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망할 놈의 세상.’

 

  그의 음성이 잦아든 후.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힘없이 흐느꼈다.

 

 

 

 

 

  두 번째 게임이 끝난 후 능력의 수련에 집중했다. 앞으로 어떤 게임에 휘말리게 될 줄 몰랐기에 나만의 이능에 대해 확실하게 알아야만 했다. 검을 만들어 보고 없애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몇 가지 규칙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생성해 낸 단검은 일회용이다. 대부분의 검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그 능력이 발동하지 않았다. 평범한 단검이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그 상태에서 하나의 단검을 또 만들어내면, 기존에 만든 것은 아예 사라졌다.

 

  만들 수 있는 능력의 범위도 제한되어 있었다. ‘공간을 베는 검’, ‘시간을 멈추는 검’ 같은 허황된 능력은 통용되지 않는다. 또한 나 자신을 강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늘을 나는 검’, ‘힘이 강해지는 검’ 등 여러 가지 실험해 보았으나 전혀 되지 않았다.

 

  즉 이 능력은 순수하게 단검 자체에 어떤 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전부인 거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이능이고 쓸모가 많았지만 살짝 아쉬웠다.

 

  놈들이 허락할 리 없겠지만 가능했더라면 이것으로 탈출하려 했던 것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수련을 반복했다.

 

  내가 그 남자를 냉철하게 패퇴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도 원인이 있었다. 그 역시 첫 번째 게임을 치렀다. 그 말로 미루어 보건대 그는 칼을 쥔 쪽이었을 거다. 아마도,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쪽이었겠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거리낌 없이 해친 사람들을 용서할 마음은 없다. 그것이 내 전의를 꺼뜨리지 않게 했다. 미지의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영혼을 지탱했다.

 

  나는 반드시 이 게임에서 승리자가 될 것이다.

 

  매일같이 하는 단련은 꽤 효과가 있었다.

  평소의 일상을 지내던 때보다 근력과 지구력이 조금은 붙은 느낌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단련된 육체를 가지고 있던 녀석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찰나의 틈도 허용할 수 없어.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자.’

 

  트레이닝이 지겨워지면 단검에 대해 연구했다. 직접 검을 잡고 휘둘러보기도 했지만 금방 관뒀다. 아무런 형식 없이 휘두르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얀 세계에서 새로운 일과에 적응하며 또다시 일주일을 보낸 후.

 

 [세 번째 게임을 개최한다.]

 

  진행자는 다시 우리들을 찾아왔다.

 

 [다들 잘 지냈나? 세 번째 게임은 꽤 공들여서 만들었다고. 클리어에도 시간이 걸리겠지. 단 이 게임부터는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야. 백 명! 백 명까지를 커트라인으로 정한다.]

 

  백 명?

  무슨 뜻이지?

 

 ‘이곳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수백 명 이상이었다는 소리인가?’

 

  앞의 두 게임에서 반씩 탈락자가 생겼을 거다. 그걸 감안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한다. 치가 떨렸다. 이 이상한 짓을 주도한 놈들은 대체 얼마나 규모가 큰 거냐.

 

  그보다 이번 개임은 대체 뭘까. 굳이 커트라인이라고 통과 조건을 발표한 것과 백 명이라는 인원수를 정한 게 의심스러웠다. 달리기 경주라도 시킬 작정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런 단순한 짓은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들의 심리를 들춰내고 본성을 일깨우고 싶어 한다. 서로를 물어뜯고 죽이고 압박하는 걸 지켜보며 비웃고 싶은 것이다.

 

  차분히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세 번째 게임을 발표해 볼까나. 흐흐.]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힘차게 울렸다.

 

 [세 번째 게임은 생존 미로! 너희들이 각각 시작한 입구서부터 출구까지 열심히 달려주면 된다. 어때, 단순하지?]

 

  고작 그거라고? 아니지, 보통 미로가 아니다. 생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렇다면 목숨을 위협받을 만한 상황이 있다는 뜻이다.

 

 [탈출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하든 자유야. 그럼 힘내 보라고!]

 

  단순했던 설명이 끝났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닐 거다. 미로의 크기도 문제지만 어떤 함정이나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특히 참가자 중 누군가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냉정을 되찾았다.

 

 ‘나쁜 상상은 하지 말자. 일단은 집중해서 통과한다.’

 

  커트라인이 있다. 안정적인 진행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금 전에는 수백 명이라 추측했지만, 만에 하나 수천, 수만 명이 갇혀 있었던 거라면…… 그 커트라인은 굉장히 위태롭다.

 

  복도를 지나 두 번의 게임을 치른 커다란 방으로 향하며 난 각오를 다졌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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