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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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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4 화
작성일 : 16-07-11 15:57     조회 : 771     추천 : 0     분량 : 1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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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오빠, 적당히 해!"

 쿵! 쿵!

 간편한 흑의를 입은 모습으로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던 키가 크고 단단한 체구의 소년은 갑작스레 옆에서 들려온 맑은 음성에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던 도끼를 늘어뜨렸다.

 그리 질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깨끗한 흑의를 입고 있는 그에게서는 보는 사람의 눈을 크게 뜨도록 만드는 미묘한 힘이 느껴졌다.

 육 척 가까운 신장에 떡 벌어진 어깨,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허리, 쭉 뻗은 팔다리가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목 뒤에서 검은 천으로 질끈 묶은 긴 머리카락, 그리고 굵고 짙은 눈썹과 각이 진 큰 눈, 준령처럼 우뚝 솟은 콧날과 한일 자로 다문 두툼한 입술이 몸매와 어울려 강인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에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맑고 뚜렷하면서도 초점이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는 그가 심지가 굳건한 소년임을 알게 해주었다.

 사내라면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한 외모였지만 한 가지 흠 때문에 그에게 호감을 느낄 사람은 많지 않을 듯했다.

 그 흠은 표정이었다.

 그는 표정이 별로 없어 차가울 정도로 무뚝뚝해 보였다.

 그는 열다섯 살의 생일을 이제 보름 남짓 남겨놓은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나이가 열네 살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성숙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를 보고 미남이라고 한다면 듣는 사람 모두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사내답게 생겼다는 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외모였다.

 관산호.

 그가 일곱 살의 나이에 의부인 강풍양의 손을 잡고 광동성을 떠났던 관산호였다.

 관산호의 얼굴에는 아직 앳된 기운이 남아 있긴 했지만 흑백이 뚜렷한 두 눈이 깊이 가라앉아 있어서 나이답지 않은 몸매와 더불어 그의 나이를 네댓 살은 더 들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가 머물고 있는 집은 철사보의 외원 동쪽에 있는 이층 건물로 후원에 넓은 마당이 있었다.

 관산호는 지금 그곳에 있었다.

 그의 시선이 우측 뒤로 돌아갔다.

 "무공 수련은?"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열 서넛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키는 관산호의 목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작았지만 칠흑처럼 검은 머리가 등허리 중간까지 내려오고 맑은 이마와 그만큼 맑은 눈빛을 가진 소녀였다.

 지금 관산호를 보는 그 맑은 눈에는 장난스런 빛이 가득했다.

 대단한 미소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깨끗해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외모의 소녀로 입고 있는 순백색의 경장이 잘 어울렸다.

 "아빠도 안 계시는데 뭐. 천기 오빠는 지금도 하고 있어."

 관산호의 눈빛과 마주친 소녀는 생긋 웃으며 아직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진시가 시작되고 있었으니 새벽이 막 지났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때 더 잘해야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은 관산호의 말에 소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흥, 어차피 나는 아무리 수련해도 나아지지가 않는걸. 재질도 없는데 강요하시는 아빠가 잘못이야. 차라리 무공에 관심도 많고 재질도 있어 보이는 오빠나 가르치시지 왜 나를 매일 그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어."

 "……."

 소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침묵하던 관산호가 물었다.

 "형님은?"

 "주어진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채워야 하는 큰오빠 성격을 몰라서 물어?"

 소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관산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녀의 이름은 강예령.

 그의 의부인 강풍양의 딸로 올해 열세 살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중에 나온 강예령의 오빠는 이름이 강천기로 관산호보다 세 살이 더 많은 열 일곱이었다.

 관산호를 철사보로 데리고 온 강풍양은 그를 양자로 삼았다.

 그래서 강예령과 강천기는 그의 의남매가 되었다.

 비록 의남매였지만 그들은 친남매보다도 더 사이가 좋아서 주변에서는 강풍양이 자식농사를 잘 지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

 관산호는 강풍양이 그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고, 강풍양의 입장 또한 충분히 이해할 만큼 조숙했다.

 강풍양의 아들인 강천기 또한 강씨 집안의 장자로서 당연히 그 이면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천기와는 달리 강예령은 아직 어려서 그가 무공을 배우지 못하는 사정을 몰랐다.

 침묵하던 관산호가 무어라 말하려고 하는 기색을 눈치 챈 강예령은 백옥처럼 흰 손을 들어 손사래를 치며 말을 돌렸다.

 "요즘 오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시선은 관산호의 좌측에 둔덕을 이루며 쌓여 있는 장작으로 향해 있었다.

 한 자 길이에 반으로 갈라진 장작들은 언뜻 보아도 오백여 개가 넘는 듯했다.

 강예령은 그 많은 양의 장작이 관산호가 새벽부터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봄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따듯해지고 있어 장작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관산호는 매일같이 묘시 초에 일어나 장작을 팼다.

 "남아도는 게 힘밖에 없는 난데 그 힘, 이런 데라도 써야지 어디다 쓰겠냐?"

 강예령에게 대답을 하던 관산호는 흰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었다.

 그는 분위기만큼이나 말수가 없고 냉정한 성격이었지만 가족만은 예외였다.

 강풍양을 비롯한 천기와 예령에게는 꽤 다정한 편이었고, 능청스럽게 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 강예령이 말했다.

 "배고파, 오빠. 잔소리는 이제 그만. 밥 먹으러 가자."

 "먼저 가라. 난 형님 오시면 같이 먹겠다."

 그의 말에 삐죽 나왔던 강예령의 입술이 한 자는 더 삐져나왔다.

 "흥, 오빠들은 남자끼리 연애하나 봐. 매일 붙어 다니려고 하고."

 "뭐? 하하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밥이나 먹어. 계속 쓸데없는 소리 하면 오늘 아버님이 돌아오셨을 때 네가 무공 수련을 등한시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관산호의 웃음 섞인 엄포에 강예령은 세찬 콧바람 소리를 내면서 자리를 떴다.

 강천기가 마당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강예령이 자리를 떠나고도 반 시진 정도가 더 흐른 뒤였다.

 강천기는 관산호보다 세 살이나 위였지만 그 체격은 오히려 관산호보다 세 치 정도 작았다.

 우락부락한 얼굴과 몸집 때문에 지인들로부터 산적이라는 농담을 자주 듣는 강풍양과는 달리 강천기는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눈매가 약간 처져서 선하면서도 어딘지 유약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청년이었다.

 강천기와 강예령의 외모가 강풍양과 많이 다른 것은 그들이 부친보다는 강예령을 낳다가 죽은 모친을 닮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강풍양도 자식들이 자신을 닮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강천기는 몰라도 강예령이 그를 닮았다면 시집보내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형님, 밥 먹으러 가요. 배고픕니다."

 가뿐한 백의 경장 차림으로 마당에 들어서는 강천기를 본 관산호가 한 무더기 쌓여 있던 장작더미에서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기다리지 말라니까."

 강천기는 관산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 말에 관산호가 기이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흐흐흐, 혼자 밥 먹는 건 싫다고 우는 소리 하던 사람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합니까. 유화 누님이 들으면 웃습니다."

 관산호의 말을 들은 강천기의 양 볼이 슬쩍 붉어졌다.

 "헛소리!"

 그는 짐짓 눈을 부릅뜨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홱 몸을 돌리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에 관산호는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강천기의 뒤를 따랐다.

 잠시 말없이 집의 일층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던 강천기가 어느새 옆에 붙어 걷고 있던 관산호를 향해 불쑥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또 실망하실 텐데 걱정이다."

 그 말에 관산호의 시선이 강천기를 향했다.

 "무공 때문에요?"

 "응."

 강천기가 조금 굳어진 안색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진전이 없는 겁니까?"

 "휴우… 무공에 대해서는 타고난 소질이 그뿐인 걸 어떡하겠어. 아버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지만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강천기의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다고 하나뿐인 아들이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 그렇게 기대가 크신데……."

 그의 말끝이 눈빛만큼이나 흐려졌다.

 강씨 남매는 체격뿐만 아니라 재질도 여염집 규수였던 그 선모를 닮아서 무공에는 소질이 없었다.

 평범한 정도는 되었지만 그 정도로는 호북무림에서 일류고수로 이름이 높은 부친의 무공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화목하기로 유명한 강가의 유일한 우환거리였다.

 강천기의 말을 들은 관산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 생각엔 최선을 다하면 그로 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형님. 아버님께서도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는 성격은 아니시잖습니까. 이해심이 많은 분이니까 형님 탓을 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실망은 좀 하시겠지만. 하늘이 형님의 무공에 대한 재질을 그만큼밖에 주지 않은 걸 어쩌겠습니까. 대신 형님은 머리가 좋잖아요. 양쪽 모두 만족스럽기는 어려운 일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하늘은 꽤 공평한 편입니다. 흐흐흐."

 강천기는 자신의 고민에 대해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기이한 미소를 흘리며 말하는 관산호가 밉살스러운 듯 잔뜩 째려보며 말했다.

 "이 자식이! 강가는 단 선대가주와 함께 철사보를 세운 창업 공신 중 한 명이야. 가신들 중 강가의 서열은 세 손가락 안에 들고, 그런 철사보에서 아버님의 대를 이을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런 무림세가의 가신이 무공이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야. 그리고 나는 아버님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렵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나는 장남이야. 둘째인 너처럼 태평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강천기의 볼멘소리에 관산호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두르며 강천기의 어깨를 밀쳤다.

 "어이구! 그래, 나 둘째여서 태평합니다. 그래도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걸 형님처럼 끙끙거리는 것보다는 내가 나은 것 같은데요."

 그들이 식당으로 들어서자 키가 작고 푸짐한 몸매의 중년 여인이 웃으며 그들을 맞았다.

 "도련님, 오늘도 늦었어요."

 그녀의 말에 강천기가 코를 찡긋거렸다. 어색할 때 나타나는 그의 버릇이다.

 그는 의자에 앉으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은 아버님이 돌아오시는 날입니다, 유모."

 "그래도……. 어르신네는 너무 엄격하세요. 그분이 시키는 것을 다 했다가는 도련님과 아가씨의 몸이 남아나지를 않겠어요."

 유모라 불린 여인은 강풍양에게 불만이 많은 듯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녀의 말에 강천기는 쓴웃음을 지을 뿐 별말이 없었다.

 그가 유모라 부른 중년 여인의 성은 능씨로 외원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의 아낙이었으며 강예령의 젖어미였다.

 강씨 남매의 모친이 강예령을 낳은 직후 사망하자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던 여인은 남는 젖으로 강예령을 키웠다.

 그녀는 당시 네 살이었던 강천기 또한 자신의 아들처럼 키웠기에 그들 남매에 대한 정이 각별했다.

 비록 십수 년 동안 철사보에서 살며 옆에서 지켜보았다고는 해도 평생을 농사만 지은 그녀가 무림세가의 사람들이 무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풍양이 강씨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엄격한 방식에 대해서 크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강풍양도 그녀가 강씨 남매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불만에 대해 웃으며 들어주곤 했다.

 물론 그것이 그가 자식들을 가르치는 방식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능 여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식탁에 둘러앉은 강천기와 관산호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음식은 밥과 몇 가지 소채, 그리고 생선 서너 마리 정도로 간소했다.

 무인의 배에 기름기가 끼면 금분세수하고 강호를 은퇴할 때라는 것이 강풍양의 생활신조였으니 식탁이 간소한 것은 당연했다.

 고민스런 얼굴로 숟가락을 드는 강천기를 보며 관산호는 툭 던지듯 말문을 열었다.

 "내 생각에 형님은 공부든 무공이든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좀 더 재능이 있는 쪽이어야겠지요. 형님은 내가 봐도 무공 쪽은 아닙니다. 재질도 그렇지만 무공에 대해서는 흥미 자체가 별로 없잖아요. 이를 악물고 최선의 노력을 해도 아버님의 무공을 익힐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데 지금의 형님으로서는 어렵다고 봐요. 하지만 형님은 공자왈 맹자왈 하는 것도 좋아하고, 병법을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잖아요. 배우는 속도도 형님을 가르쳤던 노선생님들도 놀랄 만큼 빠르고. 보에서도 책사는 필요합니다. 가신들이 모두 무공을 잘해야 한다는 법도 없구요. 난 형님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하다고 봅니다. 형님 나이도 이제 열여덟 아닙니까. 잘 생각해 보고 진로를 아버님과 상의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의 말은 냉정해서 강천기가 기분 나빠할 만도 했지만 강천기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관산호는 직설적인 성격이어서 돌려 말하지 않을뿐더러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산호는 진심이 담긴 것이 아니라면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고민 좀 해보고. 그런데 가끔은 네가 나보다 머리가 더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나보다 나을 때가 있어."

 들던 숟가락을 놓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천기가 시선을 들어 관산호를 보며 말했다.

 관산호는 싱굿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말씀을. 어쨌든 생각을 해보세요. 형님도 갈 길을 정해야 할 나이니까요."

 열여덟이면 혼사가 오가며 향후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나이다.

 강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산호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넌 무공을 배우지 않을 거냐? 아버지도 네가 열다섯이 넘어서도 무공을 배우고 싶어한다면 말리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넌 나보다 무공에 더 관심이 많은 데다 네가 무공에 소질이 있다는 건 너를 처음 본 보주님도 말씀하셨던 것이니 네가 무공을 배운다면 분명 나보다 훨씬 나을 거다. 비록 무공을 익히기에는 네 나이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그건 재질이 따라주면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난 아무리 돌아가신 분의 유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평생 동안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살 수는 없지 싶다. 그렇다고 책만 보면 베개 삼아 잠이나 자려고 하는 네가 공부를 할 것도 아니고."

 "나도 고민 좀 해보구요."

 관산호는 방금 전 강천기가 했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하하하하!"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크게 웃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강풍양이 한 달간의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것은 그날 서편에 뉘엿뉘엿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였다.

 귀보 후 내원에서 보주에게 보고를 하고 귀가한 강풍양은 문 앞에서 자신을 맞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곤 자신이 집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빠!"

 강풍양을 향해 다녀오셨냐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강천기와 관산호와는 달리 강예령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강풍양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 녀석, 아비가 밖에 일이 있어 다녀올 때마다 어떻게 점점 더 어리광만 느느냐!"

 짐짓 엄한 듯 말하는 강풍양이었지만 그 입가에 떠올라 있는 훈훈한 미소는 강예령의 어리광이 마냥 예쁘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진지 차려두었어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강예령을 품에서 떼어내며 머리를 쓰다듬던 강풍양의 시선이 반가운 듯하면서도 약간 안색이 굳어 있는 강천기를 향했다.

 "식전에 너희들이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지 먼저 보자꾸나. 뒤뜰로 가자."

 그의 말에 강천기와 강예령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고, 관산호는 소리없이 웃었다.

 강풍양이 강호에 명성을 떨친 절기는 두 가지다.

 십팔초 풍운뇌격도법.

 삼십육초 복마천뢰산수.

 풍운뇌격도법은 그에게 풍뢰도객이라는 외호를 준 그의 대표적인 무공이다.

 그는 상대와 대적 시 주로 도를 썼기에 그가 복마천뢰산수라는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아는 무림인은 별로 없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수법(手法)이 결코 도법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예령은 아직 도법에는 입문하지 못했고, 삼십육초 복마천뢰산수 중 전십팔초를 익히고 있는 중이었다.

 강풍양과 관산호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무장에서 강예령의 복마천뢰산수 전반부 시전이 끝나고 곧이어 강천기의 무공 시전이 계속되었다.

 비록 정식으로 무공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았지만 강풍양은 강씨 남매가 무공을 수련할 때 관산호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을 막지 않아왔다.

 관산호가 무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당에 친아들처럼 키운 관산호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는 것도 늘 그의 마음에 부담이 되었는데 강씨 남매의 수련을 구경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그것을 막았다면 관산호는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들 가족과 지금처럼 가까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슈슈슉!

 퍼펑!

 뒤뜰의 평지가 벼락이 치는 듯한 바람 소리와 날카로운 기세로 소란스러워졌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만 판단할 때 강천기의 진퇴는 바람 같았고, 손과 도가 움직이는 기세는 지켜보는 관산호의 가슴을 떨게 만들 만큼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강예령의 복마천뢰산수 시전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이 가시지 않던 강풍양의 얼굴은 강천기가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십팔도를 시전하는 것을 보며 실망으로 흐려졌다.

 그의 가문에 비전되는 무공들은 정파의 무공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다 싶을 만큼 패도적인 기운이 강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여자가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남자 중에서도 성격이 유한 사람은 대성하기가 어려운 계열에 속했다.

 강예령의 어설픈 복마천뢰산수 시전을 보면서 강풍양이 미소를 지은 것은 그가 강예령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의 가문에서 여자가 가문무공을 대성한 전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천기의 무공 시전은 달랐다.

 강천기는 남자였고, 그에겐 유일한 친 혈육이었다.

 그의 무공을 이어받아야 할 당사자가 강천기인 것이다.

 그런데 강천기의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십팔도는 본연의 패도적인 기세를 전혀 살리고 있지 못했다.

 형(形)은 충실하되 형 안에 살아 숨쉬어야 할 의(意)가 전혀 살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무공이라면 실전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

 무인의 실전은 생사가 찰나간 결정되는 자리.

 형에 충실한 수준 정도로는 실전에서 자신의 목숨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삼각여에 걸친 무공 시전을 마치고 강풍양의 앞에 선 강천기의 전신은 물먹은 솜처럼 푹 젖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굳은 얼굴로 강풍양의 앞에 서 있던 강천기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강풍양의 눈에서 실망의 기색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풍양은 표리가 일치하는 사람이어서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겉으로 드러난다.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강천기는 어렵지 않게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가 네 살 때부터 익힌 가문무공이다.

 그러니 가문무공이 본연의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형에 어떤 의가 자연스럽게 살아나야 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다. 네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강풍양은 자신의 생각을 강천기가 읽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면구스러워졌다.

 어미가 죽은 후 자신이 노심초사하며 키운 자식들이다.

 그런 자식들의 성격을 그보다 더 잘 알 사람은 없었다.

 강천기는 게으름을 피우는 성격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인정하는 효자였다.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아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가문무공의 진전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된 것은 무공에 대한 강천기의 자질이 상승기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강천기의 자질이 좋았다 하더라도 그의 부드러운 천품 때문에 가문무공을 대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가문의 무공이 그의 천품과 맞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강천기가 무공에 진전이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무공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강풍양도 자신의 아들이 무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꾸짖어서 될 일이 아니었고 인력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내심 한숨을 내쉬던 강풍양은 무심결에 어느새 자신과 키가 비슷할 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옆에 서 있는 관산호를 바라보았다.

 '허, 가문무공을 전수받는 자식놈은 대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무공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녀석은 욕심날 만큼 자질이 출중하고…….'

 그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향했다.

 '이 친구야, 갈등이 생기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그의 뇌리로 재미있다는 듯 싱긋 웃는 관현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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