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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eyond Stella
작가 : LEHJA
작품등록일 : 2019.9.14

마법과 과학의 도시 스텔다운. 그리고 그 도시의 교사 케이드 로엔그린에게 벌어지는 여러 '신비한' 이야기들.

 
Beyond Stella - 01
작성일 : 19-09-14 23:51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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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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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산한 새벽, 창문을 넘어 빗소리가 추적이며 들려온다. 아직 일어나기는 이른 시간이건만, 중요한 날이라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걸까. 나는 몸을 돌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스텔다운의 명물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매연 냄새와 비의 내음이 서로 뒤섞여 나름대로 맡기 괜찮은 냄새를 조합해냈다. 사람은 이른 아침에는 사소한 일로도 마음이 들뜬다는데, 어째서일까 나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히 알고 있다. 그날의 3월 2일, 어찌 내가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 좋지 않은 기분도 일 년, 이 년 지나가며 점점 희석되어 갔다.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이의 실루엣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듯이 덤덤하게.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다. 이 삭막한 방의 구석에 놓여 있는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남성, 케이드 로엔그린은 현실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방을 나서 벽에 걸린 촌스러운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넉넉히 세 시간 가량 남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씻고는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었다. 옷까지 차려 입고 나도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나는 집을 빨리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사 놓은 꽃을 꽃병에서 꺼내 꽃다발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 후 꽃다발을 가방 안에 넣었다. 누구에게 구애하기 위함은 아니니 다들 오해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내게 과분한 이 말끔한 집의 고요함은 나에게 왜인지 모를 거부감을 주었고 나는 바삐 집을 나섰다. 언제나와 같이.

 

 집 밖을 나서자 창 너머에서만 들렸던 빗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자물쇠를 잠근 뒤 자물쇠의 정면을 뒤로 돌려 넣었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어쨌건 나는 우산을 피고는 집 밖으로 걸어갔다. 빗방울들이 우산에 날아들어 산산이 조각났다.

 오늘은 따지고 보면 분명히 경사스러운 날이다. 나만의 첫 교실을 배정받은, 나름 교사가 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스텔다운의 하늘 아래에서. 뭐 다소의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아줌마는 내게 자랑스러워하며 어깨를 피라고 말했다만 글쎄. 오늘은 기분이 그다지 상쾌하지 않은 탓에 그 기쁨이 와 닿지 않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를 맡게 된다는 건 내 어깨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웃긴 이야기이다. 이미 교사인 내가 학생을 가르치는 걸 아직도 두려워하다니, 촌극도 이런 촌극이 또 없다. 어쨌건 나조차 훌륭한 인간이 아닌데 스텔다운에서 여기까지 올 정도로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가르치라니,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생각에는 나는 로건 선생님 같이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벨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서와 같이 리더십이 있는 편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생각뿐이 아니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봐도 나는 그들보다 명확히 뒤떨어진다. 어쩌면 나는 나를 증오하는 자들이 생각하는 대로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해서 뭐하겠는가. 이미 상황과 직면한 때에 부정적인 생각은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해 애써 이런 생각들을 밀어냈다. 머리를 비우자 바쁘게 움직이는 주변 사람들과 저 멀리 지나가는 마법공학 기차, 비 오는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이 되어 빛을 빼앗긴 가로등은 그 세련된 디자인 덕에 도시를 말끔한 분위기로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고, 잘 닦인 도시의 도로는 내리는 빗물로 더욱 깨끗해져 갔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중앙의 시계탑이 인상적인 신 고딕주의 풍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거대한 학교의 초입에 들어서 아름답게 가꿔져있는 정원을 걸어 지나갔고, 어느덧 걷다 보니 커다란 건물 3개가 눈에 띄었다. 각각 마법, 기술, 인문을 담당하는 그 건물들 중 나는 커다란 시계탑을 짊어진 중앙의 건물로 발을 내딛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나는 그 건물, 바빌론의 마법관에 당도했다. 학교의 안은 여느 때와 같이 마법공학 기술들이 모이는 곳이라 불리는 스텔다운의 교육기관인 바빌론다운 고풍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학교의 로비의 중앙에는 이번 마법공학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발명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양 측면에는 그 외 다수의 학교의 위용을 자랑하는 여러 유물들과 연구 실적의 인증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학교의 상징, 기술과 마법, 인문학을 의미하는 세 가지의 고리가 교차해있는 구조물이 있었다. 나는 계단을 걸어올라 가 2층의 복도로 향했다.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복도에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만이 울려 가까스로 공허함을 메울 뿐이었다.

 

 길고 긴 복도를 조금 걷자 교무실이라고 적힌 문패가 보였다. 문을 열자 교무실의 내부가 보였다. 교무실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나만 출근한 듯싶었다. 나는 나의 자리에 앉아 책상 서랍을 열어 서류를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맡게 될 학생들의 정보를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온갖 서류들이 뒤섞여 있는 서랍 속에서 하나의 서류를 발견해 꺼냈다. 서류의 가장 윗면에는 ‘케이드’라고 적혀져 있었고 그 속에는 수강생들의 리스트가 섞여 있었다. 나는 서류를 꺼내 수강생들의 수를 다시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수가 많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었다. 다른 평범한 교사들의 3분의 1, 4분의 1? 더 나가서 유명 교사들과 비교하면.. 음. 당연하기도 하고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이제 막 개설된 교실이기도 하고. 교사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 믿지 못할 수도 있으니. 처음에 교실을 가지게 된다고 알게 되었을 때에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로건 선생님이 내게 전해준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느껴졌고 뿌듯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고 보니 뭐... 아까 말한 대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더해서 빽을 쓴 거 아니냐나는 주변의 눈총까지 더하면 말할 것도 없지. 나는 빠르게 잡생각을 끝내고는 서류로 눈을 돌려 목록을 확인했다. 낯설지만 이제는 차차 알아가게 될 이름들이 눈에 보였다. 노마 마이어, 베네딕트 설리번, 시그마 윈드소어, 하프리트 가드너, 로네 헤이즈. 이상 5인이 앞으로 내가 이끌 학생들이었다. 이름을 다시 눈에 익히고 다음으로 넘어가며 프로필들을 잘 숙지했다. 대충 다 살펴보고는 나의 책상을 바라보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눈에 밟혔다. 나는 펜을 꺼내 일처리를 시작했고 시곗바늘 역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한 교무실에 내가 휘두르는 펜의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들렸을 뿐이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교무실은 어느 새 출근한 교사들로 가득차가고 있었다. 나는 몇몇 들어오는 사람들과 인사와 잡담을 나누고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거의 출근했을 즈음, 교무실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같은 교사들은 아닐 것이다. 자기 일터에 들어오는 데 노크를 할 리가 없으니까. 노크 후 몇 초 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뒤 나는 소스라치게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꽤나 놀랐다, 예상치도 못한 얼굴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교무실에 정중히 노크를 하고 들어온 인물은 다름 아닌 나의 양부모이자 후원자, 그리고 이 도시의 의원 중 하나인 레아 마젤란이었다. 아줌마는 평소대로의 쫙 빼입은 정장인 채로 한 손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바구니를 들고 왔다. 성격 상 과자 몇 가지와 찻잎이 들어있음은 명확해 보였다. 아줌마는 놀란 교사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내 자리 쪽으로 왔다. 나는 당황함을 뒤로하고 아줌마에게 물었다.

 “바쁘신 분이 여기는 무슨 일로?”

 그러자 아줌마는 평소대로의 능글거리는 미소로 대답했다.

 “우리 꼬맹이가 드디어 자리 하나 꿰찬 걸 축하해 주러 왔지.”

 “축하는 저번에 밥 먹었을 때 처리한 거 아니었나요.”

 “그건 그거, 이건 이거지.”

 하여간, 아줌마 주책은 어쩔 수가 없나. 이러면서도 또 고맙기도 하지만 또 뒤에서 수군댈 치들을 생각하면 또 머리가 아파왔다. 그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뒤에 모여서 재잘대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들은 아줌마의 등 쪽에 앉아들 있어서 그녀의 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매우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선물도 하나 준비해 놨지.”

 그렇게 말하고는 아줌마가 바구니를 들썩였다. 역시나 바구니의 안은 고급 과자와 고급 찻잎이 들어 있었다. 나는 찻잔을 꺼내 아줌마의 앞에서 흔들었다.

 “차 한 잔 하실래요?”

 “아니, 이것만 전해주고 갈 거야. 내가 여간 바쁜 게 아니니까. 알잖아?”

 바쁘신 몸이시니 어련하시겠어요. 라는 말을 입 안으로 삼킨 채 바구니에서 과자와 찻잎 통을 꺼내 내 자리의 서랍 안에 밀어두었다. 그 사이 아줌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쭉 피고는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어떤 이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아줌마는 그들을 보고 싱긋 웃었다. 더 이상 이 근처에서 재잘대지는 못할 테지.

 찻잎이 든 통과 과자 상자를 정리하자 밑에 깔려있던 서류가 머리를 빼꼼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이 서류에 대해 아줌마에게 물었다.

 “서류? 열어봐도 되는 거죠?”

 “말했지. 이 안에 있는 건 모두 선물이라니까?”

 이것이 무슨 서류인지에 대해 머릿속에서 나름 추측을 해 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집문서는 아닐 테고. 나는 서류를 열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서류 안에는 반듯한 서체로 적힌 학생의 프로필이 있었다. 나는 프로필에 기술되어 있는 학생의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소리 내어 읽었다.

 “가야..?”

 생각한 것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오자, 아줌마는 입을 열었다.

 “과자랑 차는 덤이고 이게 진짜 선물.”

 “이게요?”

 나의 의문이 가득 담긴 질문을 듣자, 아줌마는 피식 웃고는 비웃듯 말을 이어갔다.

 “왜 아니겠어, 우리 세심한 케이드가 지원한 학생이 얼마 안 된다고 낙심하고 있을까봐 학생 한 명을 더 주선해왔지.”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이야? 입학 당일인데? 2시간 후면 입실하는데? 괜한 의문이었다. 레아 아줌마의 말에는 어떠한 거짓도 없었다. 순도 100프로 사실이라는 이야기였다. 하기야 이 아줌마라면 그런 일도 못할 건 없나. 하여간 대단한 양반이다. 나는 머리를 손으로 쥐고는 서류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서류를 딱 보고 느낀 점은 “아, 깨끗하다.” 라고 느꼈다.

 그랬다. 가야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서류는 놀랍게도 매우 깨끗했고 학문 습득 이력란에는 그저 ‘기초적인 마법적 지식’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부분은 이름, 나이, 성별, 생년월일뿐이었다. 뇌물이라도 받지 않은 이상 이런 학생은 당연하게도 바빌론에 입학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줌마를 응시했다.

 “설마 이걸로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그럼.”

 그렇게 말하며 아줌마는 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나는 못 미덥다는 표정을 짓고는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다. 편지의 서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읽으며 그 내용을 중얼댔다.

 “남부 마법대학 총장 리히터 올림?”

 미쳤군.

 

 편지의 내용은 심플하게 말하자면 이랬다. 어쩌구저쩌구 이런저런 이유로 가야라는 학생을 바빌론에 입학시키길 권고한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만나보면 알게 될 거야.”

 그래, 뭔가 있으니까 그런 학생을 추천했겠지. 한번 만나나 봐야겠다.

 “그리고 그 아이는 스텔다운같은 대도시에 오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또 관리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 아이의 생활에 대한 것도 너에게 맡길게?”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데요?”

 “얘, 내가 너 챙길 때도 비슷한 마음이었어, 어떻게 잘 해봐~”

 “이젠 저한테 보육사까지 시키려는 건가요.”

 “그거 좋네, 덤으로 경비원까지 해 주면 좋겠어.”

 나의 불평을 되받아친 아줌마는 그러면서 내게 무언가를 던졌다. 나는 허둥거리며 정체불명의 물체가 떨어지지 않게 잡았다.

 “이건..?”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마력 조율기가 달려 있는 청록색 빛의 구슬 한 쌍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력 조응 방범 장치. 한 마디로 보안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알아서 설치해 주라고.”

 “하아..”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던 나를 쓱 지켜보던 레아 아줌마는 능청스레 나에게 다음 해야 할 말을 건넸다.

 “아, 그리고 안 늦으려면 빨리 데리러 가야할 걸?”

 “뭘 데리러가요?”

 “마중 가야지.

 뭐?

 “예? 마중을 가라고요? 제가?”

 “내가 왜 널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겠니?”

 아 젠장. 왠지 예감이 안 좋더라니. 나는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서는 되물었다.

 “어딘데요?”

 “센트럴 역. 곧 있으면 도착하겠네.”

 센트럴, 나는 역의 이름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되풀이 해 뱉었다.

 “아. 센트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머리에 되뇌었다. 센트럴. 센트럴. 센트럴? 세 번 정도 생각을 하고 나니 정신이 확 들었다. 거기가 몇 분 거린데?

 “장난해요? 몇 분 거리인지는 알죠?”

 “음, 걸어서 한 20분정도 걸릴걸?”

 “지금 몇 시인지는 아시죠?”

 “7시 28분이네.”

 “왕복하면 40분이 걸리네요? 조례는 8시에 시작하는데?”

 따지듯이 얼굴을 들이대면서 추궁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럼 빨리 뛰어야겠네? 힘내!”

 “돌겠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우산을 챙기며 구시렁댔다.

 “어디 다음에 보시죠.”

 “오냐~”

 문 밖을 나설 때 까지 아줌마는 그 능글맞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뛰어서 센트럴 역에 도착해야 하니.

 나는 우산을 들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학교를 나섰다. 지금 말을 렌트한다는 건 과정도 너무 오래 걸리고 도로에 맞춰 빙빙 돌아가야 하므로 시간을 맞추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뛰기로 했다. 물론 정말 무작정 뛰는 건 아니고 마법의 힘을 좀 빌려야지. 밖으로 나온 뒤 나는 다리에 손을 대고 말했다.

 “새겨라.”

 그렇게 하자 다리에 마력이 스며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가벼운 다리는 방금 실행한 마법의 효과였다. 뛰는 건 꽤 오랜만이므로 이런 보조 장치 정도는 필수였다. 그렇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뛰고 있는 탓에 들고 있는 우산이 무색하게 옷이 젖어가고 있었다. 정장을 빼입은 채로 빗길을 내달리는 남성은 단언컨대 이 시간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눈요깃거리 중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이제는 어엿한 교사로서 시간 엄수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 아니겠는가. 나는 애써 옷에 스며드는 빗방울과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센트럴 역으로 달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끌리는 이목에 대한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달리면서 젠장, 이라는 단말마가 새어나왔다. 구시렁대며 뛰면서도 아침비가 내리는 스텔다운의 아름다운 풍경은 언제나와 같이 일품이라 느꼈다.

 거의 10분을 뛰고 쉬고를 반복한 결과, 내 능력 선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센트럴 역에 도착했다. 정문에는 사람이 미어 터져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간신히 들어가게 되었다. 앞서 느꼈듯 아침의 역에는 사람들이 미치도록 붐볐고, 그 인파 속 한 명을 특정해서 찾기란 요원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고 나는 센트럴 역의 광장을 몇 분간 헤매게 되는 꼴이 되었다. 나는 고개를 광장의 큰 시계 쪽으로 돌렸다. 나는 초조함에 자꾸만 손가락을 튕겼고 눈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최대한 소녀를 찾으려 애썼다. 이윽고 나는 운 좋게도 소녀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과 그에 대응하듯 깊은 푸른색의 눈을 가진 소녀는 그 눈을 여기저기 굴리며 우산을 쓴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프로필의 사진에서 본 딱 그 얼굴이었다. 사족으로 감상을 덧붙이자면 시골에서 막 상경한 어리바리한 학생 느낌이 딱 들었다. 척보면 척이었고 설사 그녀의 사진을 보지 못해 얼굴을 몰랐더라도 바로 알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가 가야..지?”

 소녀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을 중지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나를 응시한 채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네! 혹시 케, 케이드 선생님이세요?”

 한번 목을 가다듬었음에도 긴장한 탓일까, 놀란 탓일까. 소녀는 말을 더듬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나마 빨리 만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반갑다. 나는 앞으로 널 가르칠 교사인 케이드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덤으로 너를 앞으로 맡을 보호자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웃고는 내 악수를 받아주었고, 간략히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가야구요, 그..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소녀의 자기소개는 굉장하게도 간단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털웃음이 나오게 하는 자기소개였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소탈하고 담백했다는 이야기다. 처음 온 도시와 처음 본 사람의 조화로 그녀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는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녀의 인사와 웃음에 나도 역시 되도 않는 어색한 웃음으로 화답하고는 센트럴 역의 광장에 걸려있는 시계를 한번 봤다. 7시 40분. 나는 다시 나머지 말을 이어갔다.

 “첫 만남을 이렇게 얼렁뚱땅 넘기는 건 별로 내키진 않지만.. 지금은 시간이 좀 급해서 말이지, 못 다한 이야기는 학교에 가서 하는 걸로 하고. 조금 뛰어야 하는데 괜찮아?”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의 동의를 받은 끝에 다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 젠장, 쫄딱 젖은 꼴로 들어가게 생겼군.

 이번에도 들고 있는 우산이 무색하게 빗방울에 옷이 젖어갔다. 이는 옆에서 같이 뛰고 있는 가야도 마찬가지였다.

 뛰는 와중 가야는 내게 물음을 건넸다.

 “조금 늦었나요?”

 “조금 많이.”

 가야는 그 말을 한 나의 얼굴을 스윽 보더니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결심한 듯이 에이, 뭐 어때 하며 중얼대고는 내게 말했다.

 “조금 늦출게요.”

 “늦춘다고? 잠깐,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내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물리적인 요인은 물론 아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나의 감정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빗방울이 내리는 속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속도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에?

 구름의 움직임도, 말의 움직임도,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와 가야를 제외한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설명하든 그것보다 완벽한 설명은 없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나는 지금 일어난 모든 상황에 그저 전율했다. 주문의 암송 없이 이렇게 거대한 범위의 마법을 쓰는 현상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극한까지 발달된 마법? 신의 권능?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그 정교한 마법의 아주 조금의 부산물, 마력의 파편을 느끼곤 다시 한 번 전율했다. 이 땅의 것이 아닌듯한 마력. 바로 감이 왔다. 이전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었던 감각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아줌마가 이 수준 미달의 학생을 입학시킨 이유.

 그리고 내가 수 년 전 가장 깊이 빠져 있었던 기억 속의 마법.

 이름 자체의 의미와 동일한 수수께끼의 마법.

 그리고 열쇠.

 신비.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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