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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뇌우 (2)
작성일 : 19-09-14 22:3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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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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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서진이 사라지고 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쳤다.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느긋하게 준비를 마치고 현관으로 갔다.

  신발을 신는데 여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오빠~ 잘 갔다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집에서 나왔다.

  미안... 갔다가 다시 안 돌아올 거야...

  내가 죽으면 여동생이 슬퍼해줄까.

  만약 슬퍼해준다면 얼마나 눈물을 흘릴까.

 

  학교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빵빵하고 경적소리가 울렸다.

 

  “설이 일하러 가네? 나도 일하러 간다...”

 

  엄마였다.

  엄마는 내가 죽으면 얼마나 슬퍼할까.

  그건 내가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알 수 없다.

 

  학교 정문에 들어섰다.

  학교에 올라가는 계단이 싫었다.

  아침에 늘 들리던 새소리가 싫었다.

  신발 갈아 신던 신발장이 싫었다.

  반에 있는 애들이 싫었다.

  아직 평화로운 일상 속에 있는 내가 싫었다.

  학교를 마치고 늘 가던 동아리 방에 가지 않았다.

  곧장 학교에서 빠져나왔다.

  학교에서 나와 늘 걷던 길로 지나갔다.

  늘 가던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달랐다.

  나에게 작별을 고하듯 아무런 소리가 없었다. 돌담위에 늘 자고 있던 고양이도 없었다. 그림자 하나 없을 정도로 빛나던 그 길은 내가 걸었던 자국을 따라 빛이 사라져갔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길 같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이 나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지나온 아름다운 길 위에서 따스한 햇빛이 날 비추고 있었다.

  하늘이 맑은 탓에 햇빛이 더욱 잘 보였다.

  공서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라도 내가 보고 있는 저 하늘에 있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난 치사한 사람이니까.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죽으면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치사한 사람이니까 공서진은 죽지 않았으면 했다.

  어쩌면 진짜로 공서진이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갔다.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어 머리핀을 꺼냈다.

  수학여행 때 공서진에게 선물로 주려고 샀던 머리핀이다.

  마지막으로 손에 꼭 쥐고 있다가 다시 집에서 나왔다.

  여전히 하늘이 맑았다.

  하늘을 따라 힘없이 걸어가다보니 기차역 앞이다.

  부산행 기차표를 샀다.

  오늘 부산에 있는 다리 위에서 죽을 생각이다.

  기차에 탔다.

  가방을 바닥에 놔뒀더니 가방에서 부시락부시락 소리가 난다.

  가방을 열었더니 과자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과자는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신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의 향기가 나서

  눈물이 났다.

  기차가 도착하는 내내 펑펑 울었다.

  기차에서 내리고 바다가 보였다.

  바다 앞의 모래사장에서 앉았다.

  공서진이 제주도에서 그려준 내 모습과 똑같이 앉았다.

  가슴이 아팠다. 무언가가 내 가슴에 박혀서 열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공서진이 그립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사라진 공서진이 그립다.

  그리고 원망스럽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공서진이 원망스럽다.

  가슴이 아팠다. 가슴에 구멍이 나있는 기분이다. 숨을 쉬어도 심장이 움직여지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어떤 의사도 이 구멍을 고칠 수는 없을 것 같다.

  벌써 해가 졌다.

  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빛을 내는 그 별들이 부럽다.

  내가 고백하지 않았다면 나도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수학여행에 가서 조금 더 행복했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조금 더 감정을 잘 이해했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문화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안수호와 김지민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그 날 지각을 하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공서진과 만나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그 날 우산이 있었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빛날 수 있었을까.

  혼자서 빛을 내는 별들처럼 되고 싶었다.

  이때까지 내가 웃었던 날들과 그 빛을 바꾸고 싶었다.

  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었다면 공서진은 내게서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힘을 원했다.

  내가 내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내가 스스로 빛나고 더욱 아름다웠다면 난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에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만약 주인공이 되더라도 그건 비극일 것이다.

  인생은 한 번 밖에 없고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그건 나의 운명이 아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과거를 바꿔서 미래를 바꾼다면 나의 운명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뀐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은 되돌릴수록 나를 잃게 되고 주위마저 바뀌어간다. 그렇게 바뀌어간 주위는 나를 원래의 나와 다르게 본다. 시간을 바꾼 나로 인해 나와 주위 모두가 바뀌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운명을 따를 필요는 없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서 운명이 되어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운명을 되돌리고자하면 그것은 운명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다음 운명 또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나는 변화하고 주위를 변화시키게 된다.

  난 이때까지 운명을 되돌렸고 나의 이야기에 모순을 몇 가지 만들었다.

  아직 풀어지지 않은 모순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공서진과 처음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때 내가 고백하고 난 다음의 공서진의 대답.

  둘은 공서진이 불꽃으로 적었던 글.

  셋은 수학여행에서 공서진이 거절할 것도 알고도 고백한 나의 감정.

  넷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공서진.

  오늘 난 이 모든 모순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모순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바다옆길을 따라갔다.

  다리가 하나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숙이고 다리 위를 걸었다.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렸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이다.

  그 노래는 마치 나를 감싸 안는 듯 했다.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 하는 듯 했다.

  다리위에 있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밑을 보았다.

  위에서 본 바다는 깊고 어두웠다.

  그 바다를 보고 난 뒤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무서웠다.

  바다에 빠져서 죽는 것이 단순히 무서웠다.

  하지만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도망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바다가 뿜는 공포보다 내가 바뀌어버린 주위에 대한 죄책감이 더욱 컸다.

  다리 위 난간에 걸터앉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들은 대부분 이때까지 한 짓에 대한 후회였다.

  내 삶을 후회했고 후회하지 않은 날은 찾을 수 없었다.

  공서진과 만난 날조차 후회하였다.

  공서진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렇게 죽진 않을 텐데 라며 후회하였다.

  전부 내 탓이다.

  공서진이 사라진 것도 내 탓이고 내가 이렇게 죽는 것도 내 탓이다.

  나는 그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죽으면 되는 것이다.

  차라리 그냥 태어나지 않았던 걸로 해도 될 텐데.

  하지만 더 이상 운명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주어진 운명을 착실히 실행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죽을 운명인 것이다.

  응, 단지 그럴 뿐인 거야.

  다른 이유도 없어. 그냥 태어 날 때부터 죽을 운명이었던 거야.

  다음 생에는 후회하지 않는, 운명을 되돌리지 않는 삶을 살면 되는 거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아마존에 있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오빠 언제와?”

 

  여동생이 문자를 보냈다.

  핸드폰에 적혀있는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였다.

  대답은 하지 않기로 한다.

  핸드폰을 껐다.

  아 마지막으로 여동생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제 죽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고개를 들었다.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빛나는 별이 되지 못한 내가 싫어서,

  감정을 알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공서진을 찾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난간에서 손을 땠다.

  그 때, 하늘 위로 불꽃이 떠올랐다.

  힘차게 올라가던 불꽃은 눈앞에서 환하게 빛났다.

  다시 난간을 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달렸다.

  그 순간 무언가에 이끌려 불꽃이 떠올랐던 그 자리로 뛰어갔다.

  나도 빛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 자리로 가면 내가 빛이 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뛰어가다 보니 심장이 느껴졌다.

  텅 빈 가슴이 조금씩 채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가슴이 아프지 않다.

  눈을 부릅뜨고 계속 달렸다.

  빛나기 위해 달렸다.

  어둠속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빛이 되기 위해 계속 달렸다.

  주위 건물들의 빛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불꽃만이 아직 떠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이 나를 부르는 듯했다.

  공허한 밤바다를 혼자 달렸다.

  불꽃이 올랐던 자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는 잔잔하고 고요했다.

  모래사장에는 발자국 하나 있지 않았다.

  무언가에 이끌려 미친 듯이 뛰어왔지만 그 무엇도 있지 않았다.

  난 그 실망감에, 상실감에, 공허함에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마음은 다시 차갑게 식었다.

  내 등 뒤에서 불꽃이 터졌다.

  난 뒤돌아보지 않았다.

  희망이 다시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등 뒤에서 떠올랐던 불꽃이 사라지고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희극인 줄 알았던 인생을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내 마음을 알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니까.

  죽을 만큼 아팠다.

  공서진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스쳐지나가더라도 마지막으로 널 좋아한다고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싶다.

  내가 죽더라도 공서진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기뻐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내가 못 느낀 감정들을 모두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 같은 건 기대도 하지 않는다.

  공서진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오랜만이야”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심장이 멈췄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내 모든 후회와 공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그 때 느꼈다.

  오늘 내가 죽으려고 한 이 이유는 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방금 느낀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오늘 죽을 만큼 힘들었던 고통 정도는 달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으로 내가 한 행동에 후회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 하신 적이 있나요? 만약 그것이 별 것 아닌 일이라고 해서 자신이 힘들었던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힘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후회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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