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후영당의 그림자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5

100년에 걸친 전설의 3마패가 등장한다. 그리고 유를 무로 돌릴 신수의 주인이 태어난다. 그러나 그날 태어난 아이는 2명. 후영당은 1명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흑자객을 보내 1명의 부모를 죽인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2019년 뺭셔틀인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 그런 주인공에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물인 유척이 등장하며 그의 삶이 180도 뒤바뀐다. 주인공은 점차 신수의 주인이 되기 위한 모험에 빠져드는데...

 
11. 준비된 의식-2
작성일 : 19-09-14 21:1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04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 준비된 의식-2

 

 

 

 <야!!!>

 <이것들아.>

 <돈만 쳐 먹는 벌레마냥 움직이지 말고, 싸게 싸게 움직이거라.>

 <이리 느려 터져서야 어디 2달밖엔 안 남은 우리 직지님의 의식을 제대로 치러 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불호령을 맞아도 시원찮은 놈의 새끼들 같으니라고.>

 <굼벵이를 갖다 쓰는 것이 낫겠다.>

 <어휴...>

 <답답하다.>

 <답답해.>

 

 

 한쪽에서는 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탐욕스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성은택의 앙칼진 목소리가 시종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성은택은 비단이 깔린 탁자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는 비단으로 덮인 의자 깊숙이 뚱뚱한 몸을 밀어 넣었다. 양 팔걸이에 그의 뱃살인지 허리 살인지 모를 두툼한 살이 끼었다.

 

 게걸스러운 입에는 이미 잘 튀겨진 닭다리 하나가 가득 물려있었다. 말할 때마다 닭 찌꺼기가 탁자에 우수수 떨어졌다.

 

 성은택이 앉은 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추생관으로 향하는 문이 있었다. 유진은 그 문에 기대어 몸을 실어 기대었다. 그의 눈살은 성은택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잔뜩 찌푸려졌다.

 

 유진은 왜소한 몸에 키에 170cm가 갓 넘은 작은 키였다. 웨이브진 머리가 그를 세련되고 호남형으로 보이게 했다. 반반하게 생긴 얼굴과 달리 약간 허스키한 보이스였다.

 

 

 “젠장... 시끄러워.”

 

 

 유진의 입 꼬리 끝에는 기다란 강아지풀이 있었다. 오물거릴 때마다 풀은 아래위로 휘청거렸다.

 

 유진은 평소에도 성은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감이랍시고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끼며 성은택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앤티크 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깊이와 신비함이 있었다.

 

 

 “저 놈의 영감탱이. 쯧쯧쯧. 지 주제도 모르고.”

 

 

 생각해보면 성은택도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었다. 이유도 그럴 것이 성은택은 암행어사 성장호 대감의 장자이자, 후계를 이어야 할 피를 타고났지만 늘 서자인 성경택에게 모든 것이 밀렸다.

 

 체력적으로.

 지식적으로.

 인성적으로.

 

 

 인성.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그는 문득 성은택의 인생이 안타까웠는지 머리를 가로 저었다.

 

 성은택과 성경택, 두 사람이 한창 성장기를 맞으며 성은택을 항상 따라다닌 2가지가 있었다.

 

 

 패배와 주눅.

 

 

 성경택, 즉 이화의 남편은 성장호와 이제는 천한 출신이 되어버린 그녀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였다.

 

 그는 출신 자체가 천하다 천대받았지만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역시나 성인식을 치르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무사 중의 무사가 되었으며, 당당했고, 또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풍채 좋고 잘생긴 남자가 되었다.

 

 성은택은 결국 꼼수를 부렸다. 이 모든 것을 혼인을 통해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 들어온 혼처자리는 결국 성경택의 것이 되었다.

 

 성은택은 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모든 것을 엉망으로 뒤흔들고 싶은 충동이 물결처럼 성은택의 가슴속에 밀려든 것이.

 

 

 그가 성경택을 향해 살기를 드리운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의 부인이 되었어야 할 이화.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늘 성경택이 있었다.

 

 

 그녀는 성경택을 선택했다. 이후, 성은택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처음에는 성경택만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과 이화가 동시에 임신했다는 소식에 그는 이화와 그 뱃속의 아이까지 죽이기로 작정했다.

 

 성은택은 암행어사의 피를 이어받지는 못한 억울함을 아들을 통해 풀고 싶었다.

 

 

 바로.

 직지의 피를.

 

 

 그것은 최고의 예언자이지만 이제 더 이상 언급되어서는 안 되는 전 태신관이었던 그녀의 예언이었다.

 

 

 성휘겸의 가문에서 직지가 나리라는 예언.

 

 

 성휘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난리 통에 살아남은 아들은 성장호였다. 다른 한 아들은 행방이 묘연했다.

 

 안타깝게도 성장호에게는 직지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의 희망이 사라질 그때, 성장호에게서 두 아들이 있었다.

 

 

 성은택과 성경택.

 

 

 둘 중 서자인 성경택에게서 직지의 빛이 보였다.

 그러나 생은 예측불허.

 그가 이화를 만나고 나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잠시 멈추는 듯 보였다.

 

 세월은 그렇게 무심히 흐르고 흘러,

 그 다음 세대가 되었다.

 

 성은택은 자격지심에 참지 못하고 결국 일을 저질렀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8년이 흘렀다. 유진은 눈썹 끝을 늘어뜨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코끝을 비볐다. 딱히 간지러운 것은 아니었다.

 

 

 “불쌍한 인간.”

 

 

 후, 깊은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이 유진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따분하다. 이렇게 생에 낙이 없어서야... 후...”

 

 

 유진은 문득 그의 왼쪽 손목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곳은 밋밋한 맨살이 도드라져 있었다.

 

 

 “시후 도련님의 성인식이 2달 정도 남았나? 이대로 정말 그냥 치러지는 건가?”

 

 

 유진의 눈에 기이한 광채가 깃들었다.

 

 

 “추생의 부르심도 없는데 이거이거..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군. 결국 우리들의 선택이란 말인데... 흠.”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탄식하는 여운이 담겨 있었다. 유진은 검지로 기대고 있던 벽을 툭툭, 쳤다.

 

 아직 주인이 아닌 시후를 따르기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방자의 체면이 서질 않았다. 유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화의 아들이 태어난 날 동시에 태어난 아이.’

 ‘성가문의 적자.’

 

 

 그때만 해도 초계당은 누가 직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경택과 이화가 죽고 아이의 기운이 사라지며 자연스레 성은택의 아들, 성시후가 직지의 후보자가 되었다.

 

 그러나 유진은 여전히 미심쩍은 그의 의사를 대놓고 표출했다.

 

 

 ‘18년 전.’

 ‘그 싸움 이후로 사라졌던 아이.’

 

 ‘해태의 환영을 불러내고, 신수의 기운을 불러일으킨 아이.’

 ‘어쩌면 그 아이가 살아 있을 거라고.’

 

 

 유진은 지금까지 보인 적이 없었던 차가운 빛이 눈가에 맴돌았다. 유진의 머리 뒤쪽으로 시후가 아닌 이화의 아들에 대한 생각이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을 때였다.

 

 

 <유진?>

 

 <자네 아닌가?>

 

 

 문에 기대었던 유진은 음식을 씹느라 제대로 발음되지 않은 목소리를 쫓아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역시나 성은택이 있었다.

 

 유진은 2초쯤 뒤에 ‘아’라며 고개를 숙였다. 퍼뜩 정신이 차려졌다. 그의 한쪽 눈이 찡긋거리며 한 차례 욱신거렸다.

 

 

 “이봐. 자네?”

 

 

 ‘자네.’

 

 

 유진은 불쾌한 눈빛이었다. 담백하게 보이는 가면 아래로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성은택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 넘치는 그 말투가 적잖이 유진의 비위를 건드렸다.

 

 

 “예의라고는 밥에 말아먹은 인간 같으니라고.”

 

 

 유진은 웃음을 띤 채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성은택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성은택은 유진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유진은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이로 아랫입술을 한차례 꽉 깨물었다.

 

 

 “난감하네.”

 

 

 으음,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며 유진은 성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봐. 자네 왔으면 냉큼 와야지 왜 저저저...”

 

 

 성은택은 유진이 서 있던 문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저기에 기대어 섰어? 명색이 우리 직지님의 방자가 될 눔이 벌써 요령이나 피워대고 말이야. 응?“

 

 ‘방자가 될 놈.’

 

 

 유진은 부리부리한 눈을 치켜떴다. 표정에서는 드러내지 않기 위해 거짓 미소를 잔뜩 볼에 쳐 발랐다. 그러나 눈빛이 감춰질리 만무했다. 다행히 성은택은 그런 것 따위 관심도 없어 보였다.

 

 

 “이제 곧 직지가 되실 우리 시후님의 의식장 경계를 좀 살펴야 쓰지 않겠느냔 말이야. 어쩌자고 방자 후보자가 이런 게을러터진 뺀질이 눔인지... 쯧쯧쯧...”

 

 ‘게을러터진,’

 ‘뺀질이...?’

 

 ‘천박한 인간 같으니라고.’

 

 

 유진은 목젖까지 올라온 말을 가까스로 목 넘김 했다. 마치 자기가 직지인양 으스대는 성은택의 꼬락서니가 눈꼴사나웠다.

 

 성은택의 눈 안쪽에는 대놓고 속물적인 교활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를 계속 상대해야 하나? ’

 ‘아님 무시하고 가야 하나? ’

 ‘아님 속 시원히 주먹으로 아가리를 한 대 치고 튀어?’

 

 

 유진은 도전하는 듯한 눈빛을 던졌다.

 

 

 “여기에 다 모여 계셨습니다.”

 

 

 구원의 목소리였다. 초계당 최고지도자이며 난원의 주인 장로인 김장로였다. 초계당에 사는 누구나 그를 존경했다. 유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리깔던 날카로운 눈빛이 번쩍거렸다. 유진은 바로 시선을 들었다. 그곳에는 온화한 할아버지 모습인 김장로가 미소 짓고 있었다. 유진은 허리를 굽어 고개를 푹 숙였다.

 

 

 “유진. 장로님을 뵈옵니다.”

 

 “오. 역시 언제 봐도 우리 유진님은 늠름합니다. 내가 유진님이 계셔서 초계당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요. 하하하”

 

 

 김장로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깊은 눈매로 상대의 진의를 투시하려는 듯한 눈초리였다.

 

 

 “과찬이십니다. 장로님. 여기로 앉으시지요.”

 

 

 유진은 곧바로 탁자 뒤에 비어있는 의자를 앉기 좋게 빼었다. 그러자 성은택은 튀긴 닭다리를 잡았던 기름지고 더러운 손을 비비며 그 의자를 낚아챘다.

 

 

 “장로님. 여기로. 여기로. 다리 아프십니다. 제가 이럴 줄 알고 싹싹 기름 쳐 발라놨습죠.”

 

 

 유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성은택의 손이 닿은 곳마다 의자에 기름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세요. 지금 나 늙은이 취급하는 겁니까? 하하하.”

 

 

 김장로의 웃음은 멀리서도 묘하게 두드러졌다. 그의 시선에서는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아... 아닙니다.”

 

 

 성은택은 긴장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에이. 그럴 리 있겠습니까? 사람을 봐 가면서 오해를 하셔야죠. 저를 제일로 잘 아시면서... 아참. 그건 그렇고. 김장로님.”

 

 

 성은택은 능글맞은 미소를 한 움큼 지었다.

 

 

 “그것이 제가 오늘 오전에 보낸 드린 마차는 잘 받으셨습니까?”

 

 

 마차,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유진은 성은택의 수작을 눈치 챘다. 성은택은 시후를 직지로 만들기 위해 18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성은택은 시후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온갖 사부들을 붙였다. 글부터 무예, 기예 등 못하는 것이 없도록 훈련을 시켰다. 시후는 성은택에게 마치 직지가 되어야할 인형 같았다.

 

 시후를 준비시키며 성은택은 초계당 곳곳에 재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전칠기 함에서 출발한 것이 최근에는 마차까지 등장했다. 어디서 이런 재물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마차요?”

 

 

 김장로는 금시초문이라는 엉뚱한 표정을 지었다. 성은택은 당황했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오늘 아침 적에 제 집 앞에서 제 수하가 직접 난원으로 마차를 몰고 가는 것은 지가 봤습니다. 분명 오전 중에 갔을 거인데. 못 받으셨습니까? 정말 못 보셨다고요?”

 

 

 성은택은 말을 하는 내내 떨리는 목소리였다.

 
작가의 말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친구-3 2019 / 11 / 10 255 0 2423   
20 20. 친구-2 2019 / 11 / 10 262 0 5198   
19 19. 친구-1 2019 / 11 / 3 263 0 5390   
18 18. 이화의 유척-3 2019 / 10 / 27 262 0 5091   
17 17. 이화의 유척-2 2019 / 10 / 20 247 0 5068   
16 16. 이화의 유척-1 2019 / 10 / 6 244 0 5003   
15 15. 준비된 의식-6 2019 / 10 / 6 272 0 2580   
14 14. 준비된 의식-5 2019 / 10 / 3 257 0 5317   
13 13. 준비된 의식-4 2019 / 9 / 22 268 0 5541   
12 12. 준비된 의식-3 2019 / 9 / 15 245 0 5368   
11 11. 준비된 의식-2 2019 / 9 / 14 266 0 5044   
10 10. 준비된 의식-1 2019 / 9 / 13 265 0 5392   
9 9. 봉인된 인장-4 2019 / 9 / 12 274 0 5241   
8 8. 봉인된 인장-3 2019 / 9 / 8 257 0 5155   
7 7. 봉인된 인장-2 2019 / 9 / 4 268 0 5036   
6 6. 봉인된 인장-1 2019 / 9 / 1 275 0 5258   
5 5. 조짐-3 2019 / 8 / 31 310 0 5321   
4 4. 조짐-2 2019 / 8 / 29 276 0 5091   
3 3. 조짐-1 2019 / 8 / 28 251 0 5107   
2 2. 인트로 : 3마패 2019 / 8 / 27 284 0 3398   
1 1. 인트로: 예언 2019 / 8 / 25 455 0 479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정오마을 살인사
다시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