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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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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2 화
작성일 : 16-07-11 15:51     조회 : 653     추천 : 0     분량 : 7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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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천천히 오솔길을 걸어가던 선풍도골의 노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예닐곱 살가량의 사내아이 하나가 맞은편에서 바쁘게 뛰어오다 걸음을 멈추곤 머리를 꾸벅 숙이며 그에게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의 목 뒤에서 묶은 숱 많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주며 물었다.

 "그럼, 안녕하고말고. 너는 이른 아침부터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잘생겼다기보다는 이목구비가 뚜렷해 후일 사내대장부 소리를 듣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아이는 아직은 작은 코를 찡긋거리며 노인에게 대답했다.

 "어제 뒷산에 나물이 많이 자라는 곳을 봐두었어요. 캐서 아버지 반찬 해드리려구요."

 아이의 말에 노인의 눈매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우리 호아, 효자로구나. 그래, 나물은 무칠 줄 아느냐?"

 "예, 아랫마을 기룡이 어머니께 배웠어요."

 노인의 질문에 아이는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허허허."

 아이의 대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운 듯 노인은 나직한 헛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지 못했다.

 노인은 며칠 전 초옥에 들러 중년인과 대화를 하던 그 노인이었다.

 밝은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뛰어가려던 아이가 무언가에 생각이 미친 듯 동작을 멈추곤 노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저희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그렇단다."

 "그럼 제가 모시고 갈게요."

 아이의 말에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욘석, 그럴 필요 없다.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이의 맑게 빛나는 눈과 똑바로 눈을 마주친 노인은 치미는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내심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 하러 간단다."

 "예?"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또래의 아이들보다 영특하다고 아랫마을 사람들에게서 크게 귀여움을 받는 아이였다.

 이제 일곱 살에 불과했지만 아이의 이해력은 남다른 바가 있었다.

 그래서 노인의 말을 듣자마자 아이는 노인이 이곳을 떠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놀란 것이었다.

 "일이 있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혼자시잖아요? 이곳에 계시면 기룡이 어머니나 다른 분들이 할아버지 수발을 많이 들어주시는데… 다른 곳에 가면 그런 분들이 없을 텐데……."

 아이는 분홍빛 작은 입술을 찡그리며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다.

 노인은 학식이 풍부하고 의술이 높아서 마을에 정착한 일 년여 동안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왔다.

 그래서 아랫마을 오십여 호의 주민들은 노인을 깊이 존경했다.

 노인이 혼자 살기에 마을 아낙네들은 그동안 친부모를 모시듯 노인의 수발을 들어왔다.

 게다가 마을의 여러 아이 중, 특히 지금 마주하고 있는 아이를 예뻐해서 아이에게 있어 노인은 친할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어린아이의 말이지만 그것이 진심임을 알기에 노인의 가슴은 훈훈해졌다.

 "그래도 가야 한단다. 하지만 너와 나는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니 나를 잊으면 안 된다."

 노인의 말에 아이는 잠시 시무룩한 표정이다가 다시 밝은 얼굴이 되어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성이 밝은 아이였다.

 "저는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다시 뵙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그러마."

 노인은 빙긋 웃으며 다시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런 노인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한 아이는 뒷산으로 난 오솔길을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이 바다처럼 깊어졌다.

 '네게 심인지술을 시전한 것이 마음에 걸리나 네가 좀 더 자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원치 않는 일이었다고 나를 원망한다면 그때 무릎 꿇고 네게 사과하마. 하지만 그것이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니……. 너는 천하인들의 운명을 좌우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다. 네가 그 운명의 바다에 도달할 때 너는 나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심인지술을 시전한 지 이제 이틀이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술법은 일 년이 더 지나야 제 공능을 발휘하게 될 터이다.

 노인이 심인지술로 아이의 마음속에 심은 모종의 안배가 발동되는 시한을 그렇게 후일로 미룬 것은 아이의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그 공능이 발휘되었을 때 어떤 상황이 될지가 불문가지였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다면 너를 거두는 것이 가능한 시간까지 옆에 머물고 싶지만 그는 내게 그럴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구나. 신(神)과 마(魔)는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그러한 분별은 세속의 것일 뿐이거늘……. 그는 자신이 지닌 바 가공할 능력으로 그러한 자신의 믿음을 세상에 강요하고 있으니… 아이야, 네가 그를 막아야 한다. 나는 이미 늙어 그를 잠시간 제지할 수 있을 뿐, 막는 것은 너무 버겁구나.'

 숲 속으로 사라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의 입술 사이로 깊디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노인은 천천히 신형을 돌려 아이의 아버지가 있는 초옥으로 한 걸음을 떼었다.

 그 순간 노인의 모습이 환상처럼 오솔길에서 사라졌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엔 한줄기 바람만이 소슬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 * *

 

 "호아야."

 관현문은 열린 방문을 통해 숲의 어둔 그늘을 바라보고 있는 관산호를 불렀다, 나직한 음성으로.

 "예, 아버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관산호의 눈에 파리한 안색의 부친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왜 일어나세요?"

 화들짝 놀란 관산호가 뛰어가 부친의 팔을 잡았다.

 의원 할아버지가 떠난 후 관현문의 병세는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혼수상태로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몸에 심한 무리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어린 관산호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걱정 어린 눈을 내려다보던 관현문은 쓸쓸함과 분노, 그리고 안쓰러움으로 마음이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 같은 기색을 내색하지 않았다.

 관산호는 일곱 살에 불과했지만 병을 앓는 그와 하루 종일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하는 터라 그가 어떤 기색을 보이기만 해도 바로 마음을 읽을 정도로 그의 감정 변화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살이 거의 보이지 않아 백골을 연상시키는 손을 들어 관산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온화한 음성이었다.

 관산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떠나신 할아버지 생각이요."

 노인이 떠난 지 벌써 삼 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보고 싶으냐?"

 "예."

 "그럴 테지."

 떠난 노인은 관산호를 친손자처럼 아꼈다.

 마을 사람들이 관산호를 귀여워한 것과는 다른 아낌이었다.

 그는 관산호가 부친으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했던 혈육의 두터운 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다.

 그러니 관산호가 노인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관현문은 관산호의 손을 잡아 침상으로 끌었다.

 들어 올려 무릎에 앉히고 싶었지만 그에게 그럴 수 있는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관산호는 관현문의 의도를 눈치 채곤 재빠르게 침상에 엉덩이를 걸치며 올라앉았다.

 관현문은 그런 관산호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할아버지도 머물고 싶어하셨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신 것 같았다. 너를 그처럼 아끼셨던 분인데 그분이라고 너를 두고 떠나고 싶으셨겠느냐. 하지만 네가 그분을 잊지 않고 있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뵐 수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요."

 관산호의 대답에 관현문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고집이 센 노인이었다.

 "그래, 건강하신 분이니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모두 자신의 일이 있는데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항상 옆에서 보며 살 수만도 없지 않겠느냐. 그분이 남긴 말씀처럼 그분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다."

 관현문의 말에 관산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 저는 할아버지를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그러렴. 이제 나가서 기룡이와 놀거라. 이 아비는 좀 자고 싶구나."

 "예, 아버지!"

 관산호의 힘찬 대답 소리에 미소를 짓던 관현문의 눈 밑으로 보일 듯 말 듯한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잊지 않는다고 모두 만날 수는 없는 것이 삶이라……. 호아야, 한시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도 이 아비는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을 것 같구나.'

 웃음을 되찾은 모습으로 달려 나가는 관산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관현문의 마음 한구석으로 쓸쓸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고 있었다.

 

 

 

 제2장

 별리(別離)

 

 

 

 

 "이제 우리 호아 요리 솜씨도 상당해졌구나!"

 작은 키에 통통해서 후덕한 인상을 가진 중년의 여인은 자신의 옆에 앉아서 산나물을 다듬고 있는 아이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햇살에 그을려 얼굴이 새카맣게 탄 아이의 입술 사이로 흰 선이 그어졌다.

 아이는 밝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아줌마가 가르쳐 주신 덕분이잖아요."

 관산호의 흑백이 뚜렷하고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과 마주친 여인의 미소가 짙어졌다.

 똘망똘망 대답하는 관산호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 여실한 얼굴이다.

 "기룡이 녀석이 너처럼 이 아줌마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니. 그놈은 허구한 날 밖으로 싸돌아 다니려고만 하니……."

 여인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관산호는 코를 찡긋거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말없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헤헤헤."

 혁기룡은 그의 친구였지만 그 어머니의 한탄에는 관산호도 대답할 말이 궁했다.

 그가 어색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여인은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

 "네 아버지 병환은 어떠시냐?"

 그녀의 질문을 받은 관산호의 얼굴이 대번에 시무룩해졌다.

 "차도가 전혀 없으세요. 말씀은 괜찮으시다고 하지만 갈수록 힘이 더 없어지시는 것 같고……."

 "의원 어르신이 계셨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 어르신은 연로하신 몸으로 또 어디에서 떠돌고 계실까……. 그 어르신이 떠나신 지도 벌써 아홉 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녀의 말에 관산호는 말없이 누군가를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의 뇌리에는 기룡의 모친이 말한 의원 어르신과의 마지막 만남의 순간이 방금 전의 일처럼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노인이 잊지 말라고 했던 당부까지.

 그때였다.

 우당탕탕!

 "호야! 호야!"

 부엌 문지방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작은 그림자 하나가 구르듯이 부엌으로 뛰어들어 왔다.

 뛰어 들어 온 아이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눈빛이 끊임없이 반짝여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관산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여인의 아들인 혁기룡이었다.

 혁기룡이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어깨를 잡아당기는 대로 따라 일어선 관산호는 의아한 얼굴로 기룡을 보며 물었다.

 "기룡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낯선 사람이 왔어."

 "응?"

 관산호뿐만 아니라 기룡의 모친도 의아함과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이 되었다.

 이곳은 광동성 남부에서도 땅 끝에 위치한 어촌 마을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곳이어서 일 년 열두 달 세금을 걷으러 오는 관원 외에는 외지인을 만나기 어려운 곳이었다.

 구경할 것도, 제대로 먹을 것도 없는 곳이어서 외지인이 올 이유도 없는 곳이라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심이 다른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룡의 열에 들뜬 얼굴과 반짝이는 눈은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지나친 바가 있었다.

 관산호와 모친의 호기심을 의식한 기룡이 가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사람, 허리에 내 키만 한 칼을 차고 있어!"

 그 말에 관산호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모친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다.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기룡의 말이 이어졌다.

 "칼 손잡이 끝에 멋진 색실도 달려 있고, 칼집에는 보석도 박혀 있어! 높은 사람인가 봐! 보러 가자!"

 그의 말을 받은 사람은 관산호가 아니라 그의 모친이었다.

 그녀는 굳은 안색으로 소리치듯 말했다.

 "안 돼! 칼을 차고 다니는 사람을 구경하러 가겠다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너희들은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 마!"

 그녀의 어조는 강경했다.

 말을 잘못한 것을 느낀 기룡의 가무잡잡한 얼굴에 난감해하는 빛이 떠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본 칼 찬 사람 때문에 지나치게 흥분해서 어머니가 계신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말을 한 것이다.

 "아줌마, 멀리서 보기만 할게요."

 기룡이 모친의 눈치를 보던 관산호가 쭈뼛쭈뼛 거리며 말했다.

 기룡이 모친은 평소의 안색을 되찾았지만 엄한 기색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관산호는 여기서 말 한번 잘못하면 보기 드문 구경거리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관산호와 혁기룡이 기대에 찬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느낀 기룡이 모친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아이는 친한만큼 성격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관산호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소탈했지만 그 부친이나 마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는 성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고집이었다.

 그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관산호의 부친조차 두 손을 들 정도였는데, 기룡은 관산호의 여러 성격 중 바로 고집을 갖고 있었다.

 막는다고 막아질 아이들이 아니었고, 방문자는 볼일이 있어 마을을 찾아온 사람일 터이니 언제 보아도 보게 될 것이다.

 기룡의 모친은 엄한 눈빛으로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말문을 열었다.

 "보는 것은 허락하마. 하지만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예!"

 귀청이 떨어질 듯한 대답과 함께 관산호와 혁기룡이 부엌에서 바람처럼 뛰쳐나간 것은 그녀의 말이 떨어짐과 거의 동시였다.

 

 마을에 들어선 후 주변을 살피며 길을 걷던 강풍양은 내심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예민한 감각에 길가 주변에 모여드는 촌민들의 인기척이 잡히고 있었고, 그 기척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눈에 띄는 사람은 어린아이 몇 명 정도였다.

 모두 길가 주변 집의 담 구석이나 벽 뒤에 숨어 구경하고 있는 탓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 느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강풍양도 그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 그것도 이런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장도를 찬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모여드는 촌민들을 상대로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가던 강풍양의 눈동자에서 빛이 일어난 것은 그가 길가에 나타난 아이들 중 어느 한 아이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

 그는 큰 걸음으로 자신이 본 아이의 앞으로 걸어갔다.

 

 

 관산호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지켜보던 장도를 찬 장대한 체구의 장년인이 성큼성큼 걸어와 자신 앞에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는 것에 저절로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사리 같은 손을 움켜쥐며 고개를 들어 장년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그와 눈이 마주친 장년인의 구레나룻으로 뒤덮인 입이 열렸다.

 "네 이름이 관산호가 아니냐?"

 장년인의 말에 관산호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른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저를 어떻게 아세요?"

 강풍양은 놀란 듯하면서도 기세가 죽지 않으려 애쓰며 대답을 하는 관산호의 모습이 귀엽고 기특해 털털한 미소를 흘렸다.

 자신의 외모를 잘 아는 그였기에 어린아이가 자신의 기세를 감당하는 것이 더욱 기특했던 것이다.

 "하하하, 제대로 찾아왔구나. 너는 네 아버지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알아보지 못할래야 그럴 수 없는 모습이야. 안내해라. 나는 네 아버지 친구다."

 강풍양의 말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과 몰래 숨어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관산호 부자가 이곳에 정착한 지도 햇수로 칠 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동안 그들 부자를 찾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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