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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완] 딕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8

마약중독자 흑인 부모에게 태어나, 백인 가족들 밑에서 자라게 된 미국 뉴욕 버팔로 치크토와가 딕 로드(Dick Rd)에 사는 딕(Dick)이 있는 흑인 십대 소년 딕 존스(Dick Jones)의 아주 평범한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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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르가 드라메디 장르인데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할 수가 없네요ㅠ

 
BANANA LOGIC
작성일 : 19-09-14 11:11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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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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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미와 나는 배가 고픈 듯 말도 없이 허겁지겁 햄버거를 먹는다. “켁켁”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켁켁 거리며 기침을 하자 토미가 내게 콜라를 건넸다.

  나는 토미가 건넨 콜라를 마셨고, 다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일주일은 굶은 사람 같다.

 

  아니면 헬리콥터 엄마들이 건강에 안 좋다며 매일 비건 식품만 먹다가 엄마에게서 탈출하곤 생전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어보는 사람.

  그래, 딱 이게 적당한 표현 같다. 비록 치크토와가에 사는 우리에겐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트레이 하나. 트레이에 쌓이는 구겨지고 젖고 헐어버린 햄버거를 감싸던 종이 포장지. 나와 토미가 하나씩만 먹고 배가 부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는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은 성장기다.

 

  “또 뭐 먹을래?”

 

  토미가 말했다.

 

  “비건 너겟. 밀크셰이크.”

 

  내가 말했다.

 

  밀크셰이크를 먹는 다는 건 일종의 디저트를 섭취한다는 것이다. 여자들만 디저트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남자도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

 

  토미를 기다리며, 정확히 말하자면 토미가 가지고 올 비건 너겟과 밀크셰이크를 기다리며 트레이 위에 올려 진 해쉬브라운을 손으로 조금씩 뜯어먹었다.

 

  “야. 이게 뭐가 맛있냐. 비건인데.”

 

  토미가 왔다.

 

  “난 맛있어.”

 

  토미는 내 앞에 트레이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난 진짜 맛없던데. 차라리 야채볶음을 먹는 게 나. 그리고 뭔 비건 너겟을 밀크셰이크에 찍어 먹냐? 차라리 디종에 찍어라. 그게 훨씬 맛있어.”

 

  나는 순간적으로 디종에 비건 너겟을 찍어먹는 걸 상상했다.

 

  미간이 구겨졌다.

 

  비건 너겟은 그렇게 먹는 게 아니야. 토미는 내 미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누텔라에 찍어먹는 거 보단 낫잖아.” 나는 토미의 말에 쉽게 수긍했다.

 

  “그래도 허니 디종은 감자칩은 맛있어도 비건 너겟은 별론 거 같아.”

 

  내가 말했다.

 

  “허니 디종 말고 그냥 디종.”

 

  토니가 말했다.

 

  “그럼 더 별로야.”

  “그래라.”

 

  토미는 내가 손으로 조금씩 뜯어먹던 해쉬브라운을 집어 크게 한 입 베어 먹었다.

  나는 비건 너겟을 밀크셰이크에 찍어먹었다. 아, 바로 이 맛이다. 햄버거를 먹고 나면 꼭 이 맛을 맛봐야 된다. 이건 고든 램지도 좋아할 거야.

 

  먹는 거에 정신이 팔리던 그때 토미가 배를 어루만지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급하게 먹더니 똥이 마려운 건가? 생각하며 비건 너겟을 밀크셰이크에 찍어먹었다.

 

  토미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변비가 있던가……?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비건 너겟과 밀크셰이크를 다 먹고 트레이를 치우기 전까지. 나는 토미의 짐과 내 짐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토미.”

 

  한 쪽 문이 잠궈져 있었다. 저기에 토미가 있는 게 분명하다. 난 토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토미.”

 

  토미는 대답이 없었다.

 

  구역질 소리가 들린다.

 

  나는 반 쯤 열린 문을 열고 문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토를 하는 토미를 내려다 봤다. 토미는 토를 다 했는지 입가에 토사물을 묻힌 채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나는 나도 모르게 토미 입에 묻은 토사물을 보곤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토미에게 휴지를 건넸다.

 

  “더러워. 닦아.”

 

  내 말에 휴지를 건네받은 토미가 입가를 닦았다.

 

  토미는 변기의 물을 내리고 세면대 앞으로 가 입 안을 헹구고, 입가를 닦는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토미가 고개를 들자, 내 얼굴이 토미의 얼굴에 가려졌다.

 

  토미의 얼굴에는 물기가 가득하다. 세수까지 한 모양이다.

 

  토미는 거울을 보며 한참 웅얼거렸다. 웅얼거리던 토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지 모르겠다. 한참을 자전거를 달리다 여기까지 왔다. 다운타운을 지나 나이아가라 스퀘어에 도착했다.

 

  토미는 반갑지 않은 얼굴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빌리를 보자 재빨리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나는 말없이 토미를 따라갔다.

 

  골목에서 보이는 도로, 차들이 쌩쌩 지나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그 틈을 지나가는 토미와 그 뒤를 따라가는 나. 몇 초 후, 나는 후진을 했다.

 

  골목길에서 정면을 응시하며 천천히 멈춰 섰다.

 

  골목길에서 키스를 하는 남자와 여자.

 

  캐롤라인이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내가 묻지 않았던 거처럼 토미도 묻지 않고,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시선을 따라갔다.

 

  “쟤 빌리 친구 아냐…….”

 

  토미가 말했다.

 

  나는 토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허……. 쟤 인종차별주의자 아냐?”

 

  토미가 물었다.

 

  난 토미의 말에 저 녀석에게 인종차별을 당하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깜둥이 새끼. 넌 동양인이 썩으면 나타나는 거야.’ 토미와 같이 학교를 빠져나가던 나를 보며 로빈슨이 말했다. 그때 나 대신 토미가 이렇게 말했다.

  ‘너 지금 딕을 바나나에 비유하는 거냐?’ 토미의 말에 로빈슨은 ‘그렇다면.’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토미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나는 토미의 웃음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병신. 네 말대로 바나나가 껍질이 노래서 동양인이고 오래 되면 까매지니까 흑인이라고 쳐. 그런데 바나나 껍질 까면 속이 하얗잖아?’ 그때 난 토미가 아이비리그에 갈 정도로 똑똑하다고 느꼈다. 논술문제가 있다면 치크토와가가 아닌 동부에서 1등할 거라고 생각했다.

 

  ‘허…… 그래서 어쩌라고. 백인이 똑같은 백인을 욕 하고 싶은 거야?’

 

  로빈슨은 토미의 말에 어이없는 듯 말했지만, 반론할 수 없었다. 반론하기에는 로빈슨이 너무 무식하달까…….

 

  ‘바나나는 지구야. 병신아.’

 

  토미가 로빈슨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토미의 행동에 로빈슨을 둘러 싼 풋볼 팀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토미는 나를 데리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원래 무식한 놈들이 저래. 조금만 더 생각하면 답이 뭔지 보이는데. 저 놈은 풋볼도 어중간 하니까 대학교엔 스카우트 당하긴 글렀어. 우리 보다 한 살 많은 놈이 한심하긴.’

 

  그때 토미에게서 캐롤라인에서만 보이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절대, 사랑에 빠진 건 절대 아니다.

 

  “가자.”

 

  수십 개의 회상 중 하나의 회상만 떠올린 채 토미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 그때 그래도 통쾌하고 재미있었는데.

 

  또 하나는 토미가 되려 로빈슨을 엿 먹였다. 풋볼팀에 들어갈 학생을 스카우트를 하기 위해 남부의 한 대학교에서 치크토와가 고등학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코치라는 사람은 흑인이었고, 로빈슨이 무척이나 싫어하는 인종이었다. 토미는 대학교 점퍼를 입고 있던 코치를 발견하곤 나를 체육관으로 데리고 갔다.

 

  “나 풋볼 보는 거 싫은데.”

 

  눈치가 없던 내가 토미에게 계속 내뱉었다. 사실 혼잣말이었지만 토미가 들리길 바라면서 나를 데리고 나가길 바라면서 했던 말이었다.

 

  “어 왔다.”

 

  토미가 내 말은 들은 채도 하지 않더니 누굴 기다렸는지 왔다며 내 옷자락을 붙들고 내려갔다.

 

  “야 뭐 하는 거야”

 

  여전히 토미는 내 말에 대답하나 없었다.

 

  “야! 깜둥이!”

 

  로빈슨이 나를 불렀다. 나는 토미가 쳐다보며 말했다.

 

  “허…… 깜둥이랑 같이 다니니까 니가 깜둥이라고 생각하냐?” 로빈슨은 그 말을 내뱉고 혼자서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런 로빈슨과 토미 때문에 주먹을 꽉 쥐었다. 토미 이 녀석 뭐 하자는 거야.

 

  “됐어. 이제.”

 

  토미가 내게 말했다.

 

  흥분한 로빈슨과 달리 토미는 아주 안정적이었다.

 

  “뭐가 됐단 거야?”

 

  내 물음에 토미는 또 다시 내 옷자락을 붙들고 올라갔다. 나는 토미를 따라 자리에 앉았고, 로빈슨은 우리를 보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외쳤다. “내 좆이나 빨아, 호모 새끼들아!”

 

  “병신.”

 

  토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토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야. 왜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다. 내 물음에 토미는 “기다려봐.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라고 말했다.

 

  그때 멀리 서있던 남자가 코치에게 다가갔다.

  그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나와 같은 흑인이었다. 오클라호마대학교……? 그 남자는 학교 점퍼를 입고 있었다.

 

  남자의 말에 코치는 호루라기를 불고 풋볼 팀에게 손짓했다. 분명 저 손짓은 ‘빨리 달려 와.’ 이런 말일 거다. 코치의 손짓에 풋볼 팀은 코치와 남자에게 다가왔다.

 

  “야. 이제 가자.”

  “뭐?”

  “가자. 더 있다가 로빈슨한테 얻어맞겠어.”

 

  토미는 체육관을 빠져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내 옷자락을 붙잡고 끌었다. 나는 그 순간에도 저 남자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다.

 

  “뭐라고요?”

 

  로빈슨이 소리쳤다.

  로빈슨의 목소리에 나와 토미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귀를 쫑긋 세워 로빈슨과 코치의 엿말을 들었다.

 

  “네가 존슨에게 인종차별 하는 걸 들었다고 이번 스카우트에서 널 제외할 거야.”

 

  그대로 토미가 날 데리고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체육관만 나간 게 아니었다. 학교를 나가버렸다. 한 이틀 정도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그때 토미는 아처보다 훨씬 더 멋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절대, 사랑에 빠진 건 절대 아니다.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공원에 멈춰 선 자전거. 나는 안장에서 나와 벤치에 앉고 얼굴을 파묻었다. 통쾌한 회상을 했지만 마음이 복잡한 건 어쩔 수 없다. 첫 사랑인데…… 나에게 가장 소중한 첫 사랑인데…….

 

  토미는 내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괜찮아. 나는 어제 빌리랑 키스했어.”

 

  토미의 갑작스런 말에 깜짝 놀란 나는 고개를 들어 토미의 눈을 쳐다봤다.

  햄버거가 입 밖으로 나올 거 같다.

  토미 때문이 아니라 그 상대가 빌리라는 것에 말이다. 나는 동성애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가장 비겁한 중립의 사람이지만 빌리가 게이라니……. 아니, 토미랑 키스한 사람이 빌리라니…….

  토미가 휠씬 더 아깝다.

 

  내 표정을 읽은 토미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나 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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