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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6/천리장성
작성일 : 19-09-14 11:0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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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천리장성

 

 내가 백두산 구경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난 지금 백두산 근처에 와 있다.

 멀리 백두산이 보이는 국경지대에 나는 성을 쌓는 노역에 시달리는 중이다.

 고려는 이곳 국경지대에 오래전부터 여진과 거란 등의 북방의 민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오래전부터 천리장성을 쌓고 있었다. 그 장성을 쌓는 엄청난 노역에 내가 끌려 온 것이다.

 

 내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바로 그 뚱보 공주 때문이다.

 그날 밤 도적들은 공주의 방에 침입하여 보석들을 몽땅 털어 갔다.

 더욱이 그녀가 가장 아끼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한 에메랄드(취옥/翠玉) 목걸이를 도난당했다.

 화가 난 공주는 그 보석을 잃은 것이 마치 내 탓인들 나를 멀리 북방 국경에 성을 쌓는 노역노비로 보내 버린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밤이 될 때 까지 무거운 돌을 다듬고 나르고 하는 노역에 시달렸다. 더욱이 매일 돌에 깔려 사람이 죽어 나갔다. 영양실조에 기력이 쇠하여 죽은 사람도 무지기 수이다. 도망을 치다가 잡혀 와 참수를 당한 노역노비도 있다.

 

 차라리 절에서의 불목하니 생활이 훨씬 편했다.

 내가 병졸들에게 끌려 절을 떠나려고 하자 주지스님은 주먹밥을 싸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 놈을 장마당에서 보았을 때 네 놈한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비록 불목하니 나마 부처님의 가피를 얻게 하려 하였으나 그걸 네 놈 스스로 차 버렸으니 이제 이젠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부디 명심 할 것은 아무 때나 나서지 말거라. 객기가 지나치면 살기를 부르는 법! 어디서든 입 조심 몸조심 하거라.’

 

 내 입도 문제지만 내 팔자도 문제다. 무슨 놈의 팔자가 이리 기구하여 시간을 초월하여 이곳 고려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는 지, 날 사막에 버리고 떠난 그녀가 죽이도록 원망스러웠고 그런 미움마저도 아련한 미련으로 남은 내 자신이 미워 졌다.

 

 오늘은 노역이 더욱 힘들다. 이곳을 총괄하는 삭주 분도장군이 시찰을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분도장군은 바로 왕을 능멸하고 그 위에서 군림하는 대장군 이의민의 차남 이지영이라고 한다. 아버지 이의민이 그를 굳이 이곳 변방인 삭주까지 보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지영은 타고 난 패륜아에 파락호로 문제를 일으켜 민심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가 한 짓은 술에 취해 양반집 부인을 겁탈하다 못해 죽이기까지 한 만행을 저질러 조정에 상소가 빗발쳤기에 일단 무마 차원에서 이 곳북방에 성곽 쌓는 책임자로 보냈지만 이곳에서 그의 악행은 더욱 만연했다.

 

 일단 그는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고 마구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일단 제 맘에 안 들거나 거슬리면 그건 바로 죽은 목숨이다.

 이곳에 부임하여 그가 죽인 인원이 수십 명이 넘는다고 한다. 오늘 그의 시찰에 또 어떤 무고한 생명이 죽어 나갈지 아니면 내가 죽을지 모르는 일이다.

 

 성곽 공사장으로 오르는 길에 흙먼지가 피어나는 걸 보니 이지영과 그의 참모들이 타고 오는 말들의 행렬이 분명하다.

 그 흙먼지와 말발굽 소리에 노역노비들을 감시하는 병졸들의 고함소리는 더욱 커지고 여기 저기 채찍이 날아들고 있다.

 

 이지영은 생각보다 젊었다. 나보다 서너 살이 더 많아 보이는 그러니 서른 살 이전이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후광으로 장군에 올랐으니 안하무인은 물론 잔인하고 난폭한 면모가 얼굴에 가득했다.

 

 그런 그가 뭔가를 가지고 왔다. 서너 마리의 말 짐에서 내려진 바구니 속에는 보리쌀로 지은 주먹밥이 들어 있었다.

 채찍 보다 당근이 먼저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 였다.

 그러나 당근 뒤에는 더 모진 채찍이 뒤 따른다는 것이다.

 늘 썩은 감자만 먹던 노역노예들은 주먹밥을 배급 받았다.

 

 그런데 내 주먹밥을 누군가가 가로 챘다. 허긴 아이 조막만 한 주먹밥이 늘 배가 허기에 찬 노역노비들에게는 양이 찰리가 없다. 내 주먹밥을 가로 챈 놈은 바로 덩치가 산 만 한 깍귀라는 놈이었다. 이놈은 이곳에 끌려 온지 며칠 되지 않은 신참 이었으나 힘이 쎄고 성질이 포악하여 늘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괴롭혔다.

 

 나도 당할 수만 없었다. 이미 그놈 손에 들어 간 내 주먹밥을 찾으려고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나에게 선방을 먹였다. 난 저만치 나가떨어지며 그놈 다리를 입으로 물고 늘어 졌다. 그놈은 비명을 지르고 나의 반격을 제지했다. 그놈과의 싸움으로 인해 온통 소란스러워 지자 병졸들은 싸움을 말리려고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마구 채찍을 휘둘렸다. 녀석과의 싸움으로 주변이 난장판이 되자 분도장군의 얼굴이 일그러져졌다.

 

 장군을 수행한 이곳 책임자인 군관이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질까 눈치를 보며 대신 나선다.

 

  ‘당장 싸움을 멈추지 못할까? 이봐 뭐들 해? 당장 저 두 놈의 싸움을 뜯어 말리지 않고?’

 

 겨우 병졸들이 나서 싸움은 수습 되었지만 주먹밥으로 생색을 내려던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안 분도대장은 나와 깍귀를 자기 앞에 끌고 와 무릎을 꿇게 하더니

 

  ‘왜 들 싸우고 지랄이야? 감히 내 앞에서 소란을 이르킨 죄! 이제 네놈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자가 내 주먹밥을 뺏어 같습니다. 짐승도 자기 몫의 먹이를 뺏기면 상대를 물어 뜯는 법!

  아무리 하찮은 노역노비지만 그 분함을 어찌 참겠습니까?'

 

  '그래서 복수 할 참이냐?'

 

  '아닙니다! 단지 장군님께서 적합한 처분이 있기를 바랍니다.'

 

 분도 장군은 이런 저린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방법이 떠 오른 듯

 

  ‘좋다! 서로 대결하여 상대방을 죽인 자는 살려 준다.’

 

 도리어 싸울 것을 명령한다.

 어쩔 수 없이 나와 깍뀌는 다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워낙 힘이 좋고 싸움에 능한 깍귀에게 유리한 싸움이다. 나는 직사하게 얻어 터졌다.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자 싸움은 흥미를 잃었다.

 그러자 분도 장군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명령했다.

 

  ‘누구든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그 놈이 대신 죽는다.’

 

 그 말에 구경꾼들은 흥분하고 깍귀는 더욱 설치며 나를 공격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싸워 봤지만 워낙 체력이 좋은 상대를 이길 수가 없었다. 난 재 풀에 지쳐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이 땅바닥에 널 부러져 거친 숨만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죽여라! 죽여라!’

 

 평소 무료하던 차 자극거리를 찾던 노비들은 자신이 들고 있던 연장들은 깍귀를 향해 연장을 내 던졌다.

 삽, 도끼. 쇠스랑, 곡괭이 등이었다.

 분도 장군이 입을 열렸다.

 

  ‘좋다! 죽여라!’

 

 깍귀는 잔인하게 웃더니 날이 투박하나 길이 잘든 곡괭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나는 모든 걸 체념한 듯 눈을 떨구고 곡괭이 자루에 힘을 준 체 다가서는 깍귀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분 했다. 차라리 짐승에 물려 죽는 게 낫지 저런 짐승 같은 놈에게 죽어야 하다니..

 노비들의 함성 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깍귀는 나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내 머리 근처에 힘차게 곡괭이를 꽂고는 그만 무릎을 꿇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잔혹하던 짐승 같은 놈도 인지상정이 있는 듯 날 죽이지 못한 것 못한 것이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터져 나오고 한편에서는 안도감도 들려 왔다. 난 살았지만 분도 장군은 실망이 대단한 듯 소리쳤다.

 

  ‘저 놈들을 나무에 매달고 열흘을 굶겨라.’

 

 우리 둘은 함께 나무에 매달렸다.

 모두들 아쉬운 표정들이 역역했지만 하여간 소란은 그것으로 끝났다.

 

 우리는 나무에 매달린 채 밤을 지세야 했다.

 동시에 깍귀와 나는 동병상린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난 깍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내 목숨을 살려 줘 고맙다’

 

  ‘살려 주고 싶어서 살려 준 게 아니야.’

 

  ‘그럼 다른 이유가 있는 거냐?’

 

  ‘아무리 짐승처럼 험하게 살았어도 사람은 죽일 수는 없지.’

 

  ‘그렇지만 살기 위해서는 남을 죽이는 건 어쩔 수가 없잖아?’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났다.’

 

 포악한 줄 만 알았던 녀석이 이리도 착한 심성을 지닌 줄 이야.

 

 우리는 나무에 사흘을 매달려 있다가 풀려났다. 이 일로 우리 두 사람은 친해 졌다. 알고 보니 깍귀는 나와 나이도 동갑이었다. 갑자기 나의 동갑 친구 누타만이 생각났다. 지금은 사막에서 별이 되었을까? 아니면 구사일생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혹시 살았다 한들 살아생전 그를 다시는 만날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항상 잘 해준 누타만의 낙천적인 얼굴이 생각났다.

 

 깍귀는 내가 자신과 동갑이란 사실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기보다 휠씬 어린 동생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허긴 내가 워낙 동안이라.’

 

 난 오랜만에 초췌해진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너는 동안이기도 하지만 너무 잘 생겼어. 그리 잘 생긴 얼굴이 노비라니 말이 돼?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

 

  ‘사연은 무슨?’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이야길 하지 않기로 했다. 모두 믿어주지 않을뿐더러 미친놈 취급을 당 하니 그냥 묻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뿐이 아니라 난 도리어 내가 정말로 미래에서 왔는지 조차도 스스로 의심이 갈 정도로 내 의식은 혼란스럽기 까지 했던 것이다.

 

  ‘분명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한 양반집 도련님이 분명해?’

 

 그 머리에 제법 소설을 쓰네? 내 주제에 양반집 도련님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운전병 출신의 아버지는 평생 시내버스를 몰았다. 시골에서 미용사가 되려고 상경한 처녀를 태운 것이 인연이 되어 나와 여동생을 낳았다. 엄마도 미용사가 되어 동내에 미용실을 차리고 우리 가족은 아파트도 분양 받아 그야말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3중 충돌 교통사고를 일으켜 우리 집안은 풍지 박산이 났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피해자 보상금으로 다 날아가고 우리 가족들은 각기 친척들의 집으로 뿔뿔이 헤어졌다. 아마 현대판 멸문지화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그후 깍귀는 항상 나에게 잘 해 주었다. 그리고 나 대신 굳은 일을 대신 하기도 했다.

 

 하루는 깍귀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은근히 말을 꺼냈다.

 

  ‘우리 여기서 도망치자.’

 

  ‘뭐 도망을 치자고?’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은 경비가 삼엄하고 지세가 험해 도망치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위험한 곳은 거친 억새밭 십리 길의 벌판을 지나야 하는데 그곳엔 인육에 맛을 들인 늑대와 야생여우의 잡종교배인 승냥이가 수 십 마리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승냥이들에게 걸리면 살점을 물론 인골까지 우두둑 씹어 치운다 하여 모두 겁이나 탈출은 생각조차 못한다.

 

 용케 승냥이들을 피해 도망친다 해도 도망친 노역노비들은 반드시 다시 잡혀왔다.

 얼마 전 압록강을 건너 여진 국경까지 도망친 자도 잡혀와 노비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참형할 당하기도 했다.

 

  ‘여기서 삼십 리만 가면 우리 마을이 있다. 나는 무자리 출신인데..’

 

  ‘무자리가 뭐야?’

 

  ‘양수척이라고도 하지. 예전부터 강가에서 살며 고기 잡고 수초로 대나무 자리를 만들어 파는 부족인데 우리는 호적이 없어서 사실 나라에 군역이나 노역, 세금징수 같은 걸 안 해도 되는 백성 아닌 백성이야.’

 

  ‘그런데 왜 여기 끌려 왔어?’

 

  ‘사냥을 나왔다가 억울하게 잡혀 온 거야. 내가 무자리 출신이라고 말 했는데도 내 말을 무시 했어.’

 

 그러더니 한마디 더 한다.

 

  ‘사실 나는 너를 예전에 본 적이 있어?’

 

  ‘나를 보았다고 언제?’

 

  ‘절에서 공주의 법회가 있는 날!’

 

  ‘뭐라고?’

 

  ‘그날 밤, 우리는 공주의 비싼 보석을 훔쳤지.’

 

  ‘그럼 그 도적떼가?’

 

  ‘응!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야.’

 

  ‘근데 그 여자는 누구야?’

 

  ‘아! 아가씨? ’

 

  ‘아가씨?’

 

  ‘우리 족장님의 딸이야.’

 

  ‘그럼 너의 마을에 가면 그 푸른 눈의 아가씨라는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갑자기 가슴이 설렜다. 아니, 불타올랐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그녀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사람이 누굴 좋아 하는데 이유가 있나?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설사 승냥이에게 물리는 한 이 있어도 탈출 하여야 했다.

 

 그러나 탈출을 하기 에는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깍귀는 왠지 초조해 했다. 내달 보름까지는 가야 하는데 하며 은근히 넋두리를 했다. 누군가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 같았지만 아닌 것도 같았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깊은 밤. 나와 깍귀는 감시가 삼엄한 움막을 빠져 나왔다. 용케도 보초을 서는 병졸들의 눈을 피 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저 넓은 벌판에 살고 있는 승냥이 들이었다. 드디어 어둠 속에서 그 어떤 움직임이 우리 쪽으로 다가 왔다. 분명 사람 냄새를 맡은 승냥이 들이었다. 우리를 포착한 승냥이들은 형형한 눈초리와 굶주린 송곳 이빨을 으르렁 거리며 거침없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들의 손에는 몰래 가지고 온 연장이 쥐어 있었다. 나는 풀을 밸 때 쓰는 낫을 깍귀는 날이 선 도끼를 치켜들었다.

 

 일단 달려드는 승냥이는 두 마리 였다. 커다란 수놈과 작은 암놈이 마치 자기들 취향의 분위기가 최고조인 부슬 부슬 밤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밤, 먹이 사냥을 겸한 데이트라도 나온 듯 싶었다. 다행히 서로가 한 마리씩 맡으면 되는 것이었다. 깍귀가 큰 승냥이를 그래도 난 작은 승냥이을 맡았다.

 

 먼저 깍귀가 큰 승냥이를 상대 했다. 깍귀의 도끼가 달려드는 승냥이의 머리통을 내려치자 뻑 소리가 나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승냥이는 괴성을 지르며 날쌘 몸을 허공에 날리며 공중제비를 돌더니 다시 깍귀에게 달려들었다. 깍귀는 다시 도끼로 달려드는 승냥이의 정수리를 재차 가격했다. 결국 큰 승냥이는 몸을 비틀며 쓰러졌지만 문제는 나한테 달려는 작은 승냥이 였다. 나 역시 발톱과 이빨을 들여 내며 달려드는 승냥이를 향해 낫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승냥이는 그런 나의 허점을 찾아 내 다리를 공격해 왔다. 나는 다리에 물려 비명을 질렀다. 승냥이의 이빨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보통 아픈 게 아니다. 그 소리를 듣고 깍귀가 도끼를 치켜들고 달려와 승냥이의 둔부를 향해 나무 장작을 찍듯 내려찍었다. 승냥이는 물고 들어지던 나의 다리를 놓고 다시 깍귀에게 달려들었다.

 

 깍귀의 도끼는 다시 재차 정확하게 승냥이의 머리통을 가격했고 승냥이는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승냥이 무리 들이었다. 저쪽에서 수 십 마리의 승냥이 으르렁 거리며 달려 올 기세 였다. 깍귀는 품에서 예리한 단도를 꺼냈다. 그러더니 빠르고 능숙하게 승냥이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 했다. 먼저 벗긴 승냥이 껍질을 나에게 머리끝부터 씌어 주더니 자신도 또 다른 승냥이 껍질을 뒤집어썼다.

 

  ‘이렇게 당분간 승냥이가 되는 거야. 그러려면 두발이 아니라 내 발로 달려야 해.’

 

 우리는 승냥이 껍질을 뒤 집어 쓰고 두 손을 땅을 짚고 벌판을 달려 나갔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전 네 발 짐승 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되었다. 나는 연신 피가 흐르는 다리를 질룩 거리며 빠른 속도로 달렸다. 다행히 승냥이들은 우리를 승냥이로 인정 해 준 듯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우리는 드디어 압수(압록강) 강가에 이르렸고 그제야 우리는 네 발에서 해방되어 몸에 걸친 승냥이의 껍질을 벗었다.

 

 깍귀가 환호를 질렸다

 

  ‘성공이다! 여기부터가 바로 우리 마을이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목이 터지도록 만세를 불렸다.

 

  ‘만세! 만만세!’

 

 압박과 서러움과 중노동과 인권학대에서 벗어나 드디어 자유를 얻은 것이다.

 깍귀도 좋아서 ‘압시사 압시사~’를 외쳐 대었다.

 이때 인기척과 함께 낮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놈이 평화스런 우리 마을에 나타나 시끄럽게 구는 거냐?’

 

 돌아보는 말을 탄 사람들이다.

 

  ‘어?’

 

 어디서 본 사람들 같다.

 바로 그 도적떼 들이다.

 

  ‘아가씨!’

 

 깍귀가 반가워 소리치며 달려간다.

 그 말을 탄 사람들 중에는 그 푸른 눈의 여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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