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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7. 정오마을-5
작성일 : 19-09-12 21:32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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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정오마을-5

 

 

 “뭐야? 이 어색한 웃음은? 뭐 숨기는 거 있어? 둘이? 뭐야?”

 

 

 박복순은 의심의 눈초리로 한 번은 노진식을 또 한 번은 이씨부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쓸디 없는 소리 할 거믄 축사나 가서 일이나 쳐 허지 여기서 실없는 소리는 왜케 작작하는겨?”

 

 

 좀 떨어진 곳에서 난데없이 꼭대기집 이씨의 신경질적인 말투가 대화의 중심으로 날아들었다.

 

 

 “눼눼. 안 그려도 지금 가려고 했어요. 성님 말 들어야죠. 지같은 것이 성님 말하믄 들어야죠. 예예...”

 

 

 노진식의 말투는 비아냥거렸다.

 

 

 “니도 여그서 노닥거리지 말고 그를 시간 있음 집안이나 치워라. 저 여편네 방댕이 가벼워서 이리저리 싸돌아 댕기는 거이... 저거저거 여직 못 고치네. 쯧쯧쯧.”

 

 

 꼭대기집 이씨는 부인을 향해 매몰차게 말했다.

 

 

 “치.”

 

 

 이씨부인은 입 끝을 삐뚜름하게 꼬았다. 이씨가 등장하자 평상 위의 분위기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냉랭해졌다. 한창 불장난이 최고조를 향해 가던 들썽거리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었다.

 

 

 “아저씨 때문에 분위기 이상하잖아요. 에이씨. 한참 재밌었구만. 노씨 아저씨랑 아줌마만 아는 뭔가가 있는 것 같던데. 못 알아냈잖아요. 으이구. 아무튼 눈치가 없어.”

 

 

 박복순은 손가락을 튕기며 눈을 흘겼다. 이씨는 아래, 위로 박복순을 훑었다.

 

 

 “니는 나이도 어린 기 피 묻은 거 모냥 새빨간 루즈에 옷은 또 그기 뭐여? 니 부모님 아시믄 퍽도 좋아하것다. 망할년... 쯧쯧쯧.”

 

 “어머머. 여기서 갑자기 왜 우리 엄마 아빠 얘기가 나온대?”

 

 

 박복순은 화락하고 불같은 짜증을 내었다.

 

 

 “아이고. 저런 철딱서니 없는 기 놔두고 속 편히 눈이나 감았을까 모르것네.”

 

 “5년 전 얘기를 왜 또 꺼내요? 아빠 엄마 죽은 얘기 꺼내서 누구 좋아할 사람 있다고. 오늘 꼭대기집 아저씨... 사람 제대로 빡치게 만드시네. 재주 있어. 사람 빡치게 만드는...”

 

 잔뜩 공기를 삼킨 것 마냥 박복순의 인중과 볼이 빵빵해졌다.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박복순은 홱 토라졌다. 무슨 이야기든 꼭대기집 이씨만 나타나면 결국 끝이 이런 식이었다.

 

 

 “그런디 최선상은 손 좀 나았어요?”

 

 

 이것이 이씨의 특이한 점이었다. 바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최여강에게는 참 다정하다는 것이다. 최여강을 대하는 이씨의 말투는 마치 부드러운 생크림을 삼킨 듯 매끄럽고 정갈했다.

 

 이건 이씨가 아직도 최여강을 외지인으로 대하는 뚜렷한 방식 중에 하나이리라.

 

 이 말투 속에 이씨는 나지막하지만 분명하게 속삭였다.

 

 이것이 최여강과 방직마을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라고.

 

 

 “네. 거의 다요.”

 

 “조심하고.”

 

 

 아슬아슬할 정도로 어색한 이씨의 서울말이었다. 이럴 때 이씨의 입 꼬리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네.”

 

 “낫겠어? 나을 것도 그 말투에 거북해서 염증 더 돋것네.”

 

 

 박복순의 말투는 빈정거렸다. 분위기는 순간 조마조마할 정도로 어색해졌다.

 

 

 “이 친구가 근데 왜 이렇게 안 오지?”

 

 

 최여강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누가 와요? 최선생?”

 

 

 이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지만 또 다른 외지인이 온다는 말에 그의 눈은 날서 있었다.

 

 

 “아. 네. 친구가 오기로 했어요. 좀 늦네요.”

 

 “음. 요즘 이쪽 방향 도로가 공사중이라 막히니까. 그려요. 그럼 난 가볼게요.”

 

 “네. 들어가세요.”

 

 

 이씨는 간다는 말과 함께 서서히 몸을 돌렸다. 그것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당했다.

 

 그것은 온 몸으로 최여강을 경계하는 몸짓이었다. 박복순은 슈퍼 문 옆에 있던 물통에서 물 한 바가지를 펐다. 이씨가 가는 길 쪽으로 물을 확 끼얹었다.

 

 

 “복순씨.”

 

 

 최여강은 당황했다. 박복순은 최여강이 말리는 대도 이씨의 뒷모습에 대고 혀를 날름 내밀었다.

 

 

 “다 보인다. 철딱서니하고는. 쯧쯧쯧.”

 

 

 이씨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보지도 않고 혀를 끌끌 찼다. 그럴 때면 박복순은 링 밖으로 완전히 떨어져 나가 완패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억울했는지 발을 동동 굴렸다.

 

 

 “어? 근데 왜 집으로 안 가시고 노씨 아저씨네로 가지? 또 뭔 작당 하시려고 저러시나?”

 

 

 박복순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최여강의 시선도 이씨의 걸음을 뒤쫓았다.

 정말이었다.

 

 이씨가 자분자분 밟는 자전거의 페달은 노씨의 축사 입구에 이미 들여놓았다. 최여강도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번엔 또 무슨 작당질을 꾸미려고.”

 

 

 박복순은 축사 쪽으로 고개를 빼며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슈퍼 안으로 휙 들어갔다.

 

 

 이씨는 축사 입구에 자전거를 비스듬히 세웠다. 그의 왼발이 자전거 걸쇠를 땅에 내렸다. 자전거는 잠시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중심을 잡았다.

 

 입구 양 옆에는 나무들의 잔가지와 수풀이 정돈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어지러웠다. 길은 흙과 수많은 발걸음에 밟힌 잡초들로 울퉁불퉁 낮은 방지턱을 만들었다.

 

 무슨 영문인지 이씨는 축사로 올라가는 왼쪽 길옆에 불규칙하게 피어있는 잡초들을 꾹꾹 눌렀다.

 

 이씨는 1미터 정도 그렇게 잡초를 누르더니 어슬렁어슬렁 축사로 올라갔다. 축사가 가까울수록 돼지와 소의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꿀.

 

 꿀.

 

 꿀.

 

 꿀.

 

 음메.

 

 음메.

 

 

 

 5

 

 

 차가운 철제 침대 위에 황봉철의 사체가 놓여 있다. 그것은 곧 사진으로 디졸브 되어 박인수의 손에 들린 사진으로 바뀌었다. 박인수는 죽은 황봉철의 시체 사진을 들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죽을 사람이 장을 봤다?’

 ‘동거자도 없다.’

 ‘그런데 장을 봤다.’

 

 

 “뭐... 우리가 올 줄 알았나? 그럴 리 없지. 우리보고 먹으라고 그걸 샀을리 만무하니... 자신이 먹으려고 샀을 텐데... 유기농... 몸을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자살?”

 

 

 박인수는 콧잔등을 씰룩거렸다. 증거물과 사진들은 황봉철이 자살이라고 서로 앞 다투어 토로했다.

 

 이 모든 변론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만은 뭔가가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박인수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후우, 하고 한숨이 나오자 그는 손가락으로 눈두덩을 긁적였다. 그러자 이마에 자글자글 주름이 잡혔다.

 

 테이블 한켠에 있던 하단이 찢어진 편지가 꼬리를 흔들며 살랑거렸다. 편지는 박인수의 마음속을 파고든 의문에 동조하는 기색이었다.

 

 그의 생각이 맞다고.

 

 

 “그 집 서재에서 발견된 편지 아닙니까?”

 

 

 김지호는 어느새 박인수의 등 뒤에 바짝 다가와 서 있었다. 박인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느라 김지호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문 조회는?”

 

 “편지에서는 황봉철 것 외에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 음... 예상대로네.”

 

 “예상대로요?”

 

 “음. 뭔가 수상쩍어야 설명이 되지. 꽉 찬 냉장고하며... 자살 같은 타살 말이야.”

 

 “네?”

 

 

 박인수는 편지를 펼쳤다.

 

 

 <황봉철씨.>

 <이제 그만 자수하시기 바랍니다.>

 <침묵을 지킨다고 25년 전 사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당신에게도, 모두에게도 위험해 집니다.>

 <연이와 철수의 희생이...>

 

 

 박인수는 편지를 펼치자 여러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자수.’

 ‘25년 전 사건.’

 

 

 “마지막 기회... 연이와 철수...?”

 

 

 그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25년 전 사건이라.”

 

 

 박인수는 편지가 놓여있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탁탁 튕겼다. 그가 뭔가를 고민할 때 하는 행동 중의 하나였다. 그의 눈도 가늘어졌다.

 

 

 “나머지 편지 조각은? 찾았어?”

 

 

 편지는 하단이 찢어진 상태여서 더 이상의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박인수는 나머지 조각의 내용이 궁금했다.

 

 

 “집 안에는 없었습니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뭐래? 근데 지인은 있기는 있어?”

 

 “네.. 그게 뭐. 부인과는 이혼한지 10년도 넘었습니다. 전부인과는 왕래가 거의 없었는데 자식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친척들도 별 거 없었고요.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외로운 인생이었구만. 그러니 그렇지. 쯧쯧쯧...”

 

 

 박인수는 그러니 황봉철이 자살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섣부른 직감으로 말했다가 수사에 혼선을 줄 수도 있었다.

 

 모든 정황은 황봉철이 자살한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박인수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의 생각을 입 안에 묶어두자 마음먹었다.

 

 

 “계속해.”

 

 “네. 친구들을 만나 봐도 일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것이지 마음을 놓고 지내던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동료라고 해봤자 상하 관계가 다라 그쪽도 황봉철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스테리 인물 같습니다.”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늘 우울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음. 그럼 누가 이 편지를 전했을까? 25년 전 사건을 언급한 거 보면 꽤나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 같은데...”

 

 “마... 만약 타살이라면 이 편지 보낸 사람이 범인일까요?”

 

 “글세... 그건 나도 모르지.”

 

 

 박인수는 씽긋 웃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황봉철의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마무리 짓기를 내심 바랐다.

 

 하지만 편지가 발견되면서 수사 방향이 약간은 모호해졌다. 그것을 그냥 흘려 넘길 박인수가 아니었다.

 

 방향의 키는 아직 박인수가 쥐었다. 박인수는 황봉철이 우울증 때문에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살이든 타살이든 황봉철을 죽게 만든 이유가 따로 있다는 묘한 직감이 들었다.

 

 

 “그 건너편 아파트는? 목격자 없었어?”

 

 “거의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긴, 다들 남들 일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까. 요즘에는.”

 

 

 박인수는 이 말을 하면서 입 꼬리가 땅을 향해 내려갔다.

 

 어찌 보면 그도 그 부류에 속해 있을지 모른다는 마뜩찮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다만 우연히 경비원 아저씨 한 분이 목격했는데요. 황봉철이 혼자 베란다로 나오더니 주저하다가 그냥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다는 얘기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까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다? 자살할 사람이? 흥.”

 

 박인수는 콧방귀를 꼈다.

 

 

 “네.”

 

 “뭐. 황봉철 당사자가 아니니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거고. 아무튼.”

 

 

 박인수는 싱긋 웃었다. 그는 “이거.”라며 김지호에게 편지를 내보였다.

 

 

 “발신인은 알아냈어?”

 

 “아니요. 봉투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서랍은 잠겨 있었다. 그런데 편지의 한 조각만 남아 있고 유서는 없다?”

 

 “그렇죠.”

 

 

 박인수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모아 턱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편지.

 서랍.

 서랍은 잠겨있었다.

 

 그럼 보통 비밀스러운 것을 넣기 위함이다.

 

 

 “음. 25년 전 사건을 자수해라?”

 

 

 박인수는 두 가지 말을 되뇌었다.

 

 

 ‘25년 전 사건을 자수해라.’

 ‘그리고’

 ‘철수와 연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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