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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장미의 제국
작가 : 임다온
작품등록일 : 2016.8.21

나를 불러온 건 당신들인데.
나를 버리는 것 또한 당신들인가.......

어느 날, 평범한 현실에서 제국으로 오게 된 하랑.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게다가 자신을 신이라 하며 천 년 동안 피지 않았던 붉은 장미를 피우라고 한다!

오직 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아름다운 황제 샤를과 오직 신만을 지켰던 매혹적인 기사 칼. 그리고 신이 되고자 하는 소녀 하랑.

그들 앞에 펼쳐질 가혹한 운명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판타지.

 
29. 장미 가시밭길(2)
작성일 : 16-09-30 19:54     조회 : 470     추천 : 1     분량 :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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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추십시오.”

 

 홀을 울리는 목소리에 손가락을 그으려던 미카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자신이 모든 주목을 받는 이때 방해받은 것에 몹시도 짜증스러워 미간이 절로 주름이 갔다.

 

 ‘누가 감히.......!’

 

 계단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바르만이었다.

 그를 발견한 미카의 붉은 눈동자가 잠시간 흔들렸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바르만, 자네는 어디 있다가 나타나서 신성한 자리를 어지럽히는가!”

 

 수군대는 귀족들 사이로 루카스가 그에게 꾸짖듯이 호령했다.

 바르만을 아니꼽게 여기던 귀족들과는 다르게 그를 대해왔던 루카스에게도 지금 이 자리가 그만큼이나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소멸하기 전에 붉은 장미를 볼 수 있노라는 일말의 기대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바르만의 덕분에 순식간에 거칠어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말하였다.

 

 “이 자리에 신의 증명을 할 이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뭐라고? 신의 증명을 할 이가 더 있어?”

 “그게 무슨 말인가, 바르만!”

 

 그 순간, 바르만의 뒤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빛이었다.

 아니, 빛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가 서있었다.

 어깨선은 얇은 레이스로 가려져 있었고 가슴 부근은 장미 무늬가 별빛처럼 반짝이며 수놓아져 있었다.

 바르만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여자가 걸을 때마다 드레스의 단이 하얀 물결처럼 일렁였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지 드레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얀색이 무척이나 잘 어울릴 정도로 결 고운 피부와 따뜻한 빛의 색을 지닌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그녀가 앞을 지날 때 풍겨오는 미약한 향기가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홀 안의 술렁임이 파도처럼 요동쳤다.

 계단 위에서부터 하랑의 모든 움직임에 칼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칼의 얼굴은 놀람과 동시에 어쩐지 웃는 것 같기도 하는 미소가 걸렸다가 사라졌다.

 

 “성스러운 자리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폐하.”

 

 단상의 앞까지 온 바르만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샤를...... 폐하.”

 

 바르만의 옆에 서 있던 하랑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샤를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닿았다.

 그녀를 보자 마음이 아려왔다.

 자신에 의해 이곳에 불려온 인간이었다.

 붉은 신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그녀를 잊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보게 된 것에 대한 반가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전날 칼을 만나고서 그녀가 왔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먼저 찾을 수 없었다.

 황궁의 입구에서 내쳐졌으니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을지.

 그것이 붉은 신이 명령한 일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샤를의 눈동자를 본 미카는 그의 시선을 갈색 머리의 여자로부터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신의 증명을 할 자가 당신입니까?”

 

 미카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하랑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칼을 발견했다.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붉은 신과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도 당연해 보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곁에는 자신이 있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가가고 싶어.

 지금 당장.

 하랑이 그를 계속 바라보자 시선을 마주친 칼의 입에는 작게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신의 마음이 들린 것일까.

 

 “신의 증명을 할 자인가 물었습니다.”

 “.....아, 네.”

 

 그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미카의 목소리가 하랑의 정신을 내리쳐 황급히 대답하였다.

 자신을 앞에 두고 떨지도 않고 미적지근하게 대답하는 하랑의 모습이 무척이나 짜증 나게 만들었다.

 

 ‘네 까짓 게. 뱀파이어들도 우러러보는 나를, 인간인 네가 우습게 여긴단 말이지.’

 

 하지만 결코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샤를에게 말했다.

 

 “북 대륙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 북 대륙과 남 대륙을 만든 신은 한 명인데, 증명을 하겠다는 이는 두 명입니다.”

 “.......”

 “이 중 한 명이 장미를 피우지 못한다면 신이 아닌 것이 확실하니, 그것은 신을 모욕하는 일이 아닐까요?”

 “신은 미카님이 확실하지 않으십니까.”

 

 그때 홀 안에서 가만히 있던 교황이 황제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렇다면 신이 아닌 자는......”

 

 그는 주름진 손을 들어 하랑을 가리켰다.

 

 “끌어내세요.”

 “잠시만요! 샤를....... 아니 폐하께 할 말이 있습니다.”

 

 교황의 말에 등장한 헌터들에게 양팔이 잡힌 하랑은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사실 자신은 샤를에게 그의 피를 부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증명이니 뭐니 바르만이 그렇게 들여보내 주기는 하였지만 정말 증명할 자신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 가야 하니.

 하랑은 발버둥을 치며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잠깐. 무슨 얘기인지 들어 보죠.”

 

 다행히도 샤를의 음성이 그녀를 붙잡아 주었다.

 헌터들로부터 자유로운 팔이 된 하랑은 샤를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피가 필요합니다. 황제 폐하의...... 피가요.”

 “무슨! 감히 어디라고!”

 “어허, 폐하의 피라니........!”

 “더 볼 것도 없네. 저자를 당장 끌어내게!”

 

 하랑의 말에 주변에서 화가 나서 크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하랑은 그런 소리에 몸을 떨면서도 꾹 참고 자신의 말을 전했다.

 

 “.....꼭 필요합니다. 제발........”

 

 안쓰러운 하랑의 어깨는 작은 새처럼 떨고 있었다.

 보고 있던 칼이 저도 모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는 빠르게 하랑이 있는 곳으로 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귓가에 목소리가 닿을 정도로 하랑의 어깨를 안은 칼을 보자 미카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당장 저 여자를 눈앞에서 치우고 싶었다.

 장미 가시마냥 거슬리는 저 여자 때문에 꽃을 피울 자신이 주목되질 않았다.

 

 “그러면 제가 한 가지 제안해도 될까요?”

 “.......무슨.”

 “당신이 붉은 장미를 피운다면 폐하께서 피를 드리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저, 저는........”

 “만일 피우지 못 할 때엔.”

 

 미카의 붉은 입술이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신의 모욕죄와 더불어 황제를 모욕한 죄까지 해서 사형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수가......!”

 

 바르만이 항변했지만 붉은 신의 말은 곧 법이었다.

 

 “자, 그럼 그녀에게도 내어주세요.”

 

 미카의 말에 시녀 한 명이 똑같은 흙과 단도를 하랑의 앞에 주었다.

 멍하게 서 있는 하랑에게 미카는 친절하게 검을 들어올리며 하랑의 손에 쥐어 주었다.

 자신의 오른손에 잡힌 무거운 무게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눈을 감은 하랑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날카로운 부분을 반대쪽 손바닥에 가져다 대는 하랑의 손은 몹시 떨려왔다.

 괜찮아.

 실패해도 돼.

 붉은 장미가 피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하랑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까와 다르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기에.

 눈을 떠 자신에게 조금 떨어져 서 있는 칼을 한 번 보았다.

 

 ‘황제의 피를 그들에게 보냈어.’

 ‘정말이에요?’

 

 아까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다가온 칼이 귓가에 그렇게 속삭였었다.

 그들이라하면 일라이, 파오, 헤시온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확인을 위한 하랑의 물음에 그의 마지막 대답을 듣는 순간 하랑은 눈물을 터뜨릴 뻔 하였다.

 

 ‘내가 언제 너에게 거짓말한 적이 있던가.’

 

 그 말에 하랑은 설령 그의 마음이 지금은 신에게 가있더라도 괜찮았다.

 그가 일라이를 구하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을 완전히 잊지 않았으니까.

 그거면 됐다.

 하랑은 힘껏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내렸다.

 

 

 스윽-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핏방울이 흙에 떨어졌다.

 홀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미카도 숨을 삼킨 채 흙으로 스며드는 피를 보았다.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흙에서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랑의 손바닥에서는 피가 연이어 흘러내렸지만, 흙에 스며들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을 본 미카가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흙으로 다가가 검지 손가락을 살짝 그었다.

 

 

 사악-

 

 

 그리고 떨어진 한 방울의 피가 흙에 닿자마자 장미꽃 한 송이가 흙 속에서 나왔다.

 이 모든 것이 꾸며진 연출이었지만 하랑의 덕분에 자신이 장미를 피워낸 것이 좀 더 극적으로 보였다.

 그 부분을 고마워해야 할지.

 그녀가 붉은 장미를 손으로 들어 올리자 홀 안은 환희와 감동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붉은 신이시여!”

 “신을 위하여, 붉은 장미를 위하여!”

 

 일제히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 이들의 모습이 하랑의 눈에 낯익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것.

 미카는 하랑을 향해 말했다.

 

 “감히 신을 모욕하고 황제를 모욕한 죄인은 들어라.”

 

 거짓일지라도.

 

 “죄인은 내일 처형될 것이며.”

 

 모두가 믿는다면 그것이 진실이다.

 

 “사형의 집행인은 신의 기사인 칼에게 명한다.”

 

 설령 진짜 신일지라도 없애면 그만이니까.

 

 

 

 ***

 

 

 

 꿈이 아니다.

 이 상황은 미치도록 익숙한 것이었다.

 

 하랑의 양옆에 선 귀족들의 눈에 경멸이 담겨 있었다.

 

 ‘신을 흉내내다니. 천박한 것이 감히!’

 

 ‘죽어마땅하다!’

 

 ‘퉤!’

 

 문득 그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침을 뱉지는 않았다.

 기사들에게 끌려가는 하랑의 눈에 칼과 샤를이 담겼다.

 그들은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똑바로 하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다.

 부릅뜬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 내렸다.

 왜 눈물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치도록 기뻤다.

 이 감정은 기쁨이니 기쁨의 눈물이겠지.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타오르는 눈동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칼의 것이었다.

 

 운명의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난 이곳에 있고 싶어.”

 

 어떤 운명이 기다릴 지라도.

 

 “지금은.”

 

 도망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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