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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1-2 장
작성일 : 19-09-12 04:18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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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이는 '린의 날개' 이전까지 합하면 거의 십 년이란 긴 시간 동안 누군가의 팬 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생활을 해왔다. 질리기 잘 하고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데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기할 정도였다.

 

  현금이는 자신의 팬 페이지를 방문하는 익명이들이 현금이 사진의 최초 관객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익명이들은 현금이의 사진을 좋아해줬고 현금이는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사진을 찍어왔다. 팬들의 관심을 바라는 연예인들처럼 현금이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의 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수 년 동안 주말이면 자기 돈을 들이고 ‘사생’ 소리까지 들어가며 아이돌을 따라 다녔다. 현금이는 자신도 이런저런 글을 썼지만 익명이들이 쓴 글들과 댓글들을 보며 위로를 받았고 즐거움을 얻기도 했었다. 현금이에게 익명이들은 현실 친구와 다르지 않았다. 또 언제부터인가 현금이의 생활을 지탱시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금이가 아이돌 사진을 찍고 몰입해온 이유인지도 몰랐다.

  현금이가 이렇게 거의 십 년을 아이돌 주위를 맴돌며 지내오다 보니 꼭 좋은 소리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현금이가 ‘대포여신’ 노릇으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다고 했지만, 하지만 현금이는 아이돌 사진을 찍어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생활비는 늘 공장과 커피숍, 콜센터 등등을 전전하면서 벌어들였다.

 

  "예쁜 빠순이도 많고 성덕 성공한 덕후.

 들도 많음."

  "여기 방장만 해도 성덕 아님?"

  "대학원생이 성덕이냐?"

  "회사 다니다가 퇴사하고 미술사 대학원에 다니는 정도면 성공 아님?"

  "집안 여유 있다함. 스포츠카 끌고 콘써트 장 다니고."

  "어쨌든 미술에 안목 있어서 그런지 여기 방장 사진이 난 제일이던데."

  "맞아. 여기 방장 사진은 인정. 그래서 공항 같은데서 조용할 때 마주치면 ‘광속’ 애들이 말도 걸고 포즈도 잡아 준댄다. 특히 린. 공항 대기실 의자에서 화보처럼 포즈 잡고 찍은 사진 있잖아."

  "나도 그 사진 좋아함."

  "익명이들아. 근데 오빠들 한국에 없으니까 허전하지 않냐? 어차피 직접 만날 수 없는 것은 똑같은 데도 같은 하늘 아래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허해."

  "이제 하루만 지나면 오는 건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지금 일본에서 회식중이래.."

  "어디 출처야?"

  "같이 공연 다니는 세션 오빠랑 나 맞팔 서로 상대방의 SNS에 친구신청이 된 상태.

 이거든. 미국에서 하도 콘서트 일정이 빡빡해서 뒷풀이 한 번 못했다드라.“

  ”너 그런 사람이랑 어떻게 맞팔이냐?“

  ”내가 다녔던 실용음악학원 선배의 아는 사람임. 큭큭.“

  "지금쯤 술 마시느라 정신없겠네. 내일 아침 비행기 놓치는 거 아냐?"

  "아침 비행기가 아니라 정오 비행기일 껄. 내일 공항 나가는 익명이들 있냐?"

  "공항 입국장에 고딩들 천지이겠네. 우리 모르는 척 하자. 큭큭."

  "야, 오빠들 오니까 새 마음으로 스트리밍 하자.

  "맞아. 한국가요계의 정의를 위해 스트리밍!"

  "'광속'은 나 같은 흙수저 팬을 위해서라도 잘돼야 해. 메이저 기획사 출신이 아닌데도 잘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맞아. 중소기획사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해.”

  "혹시 용돈 모자라는 익명이들은 '***'사이트에 들어가 봐. 특별 세일로 천 원에 한 달 치 스트리밍 권 준댄다. 선착순 천명이니까 당장 가야함."

 

  현금이는 '가요계의 정의'를 운운하는 대목에서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춘정에 못 이겨, 가상 연애 감정에 빠져서, 그냥 외모가 아름다운 이성이 좋아서 하는 팬 질에 ‘정의’ 타령이란 얼토당토 않았다. 하지만 팬 노릇이라는 것도 하루 이틀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힘들게 현실을 헤쳐나가는 빠순이들이 감정을 이입할 구실이 필요했다. '착한 애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 보기 좋아서', '아수라 같은 연예계에서 꿋꿋이 버티는 모습을 보면 내가 힘이 나서' 혹은 '어려운 집안이지만 죽도록 노력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나서'와 같은 명분을 내세우다 보면 팬 노릇에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현금이 역시 노래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에서 ‘광속’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야, 근데 ‘아틀라스’라는 회사 이름에 뜻이 있는 거냐?”

  “신화에 나오는 건데,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기둥을 버티고 있는 존재라잖아.”

  “그렇게 큰 뜻 이었음? 별로야.”

  “구려.”

  “구려.222”

  “차라리 큰 회사들처럼 차무진 이름 영문 이니셜로 하지. ‘엠제이 기획’.”

  “그건 너무 흔해. ‘차진 기획’ 어떻냐. 뜻 없음.”

  “차라리 ‘엄빠 기획’은 어떻냐?”

  “무슨 뜻임?”

  “이 회사는 차무진이라는 아빠와 멜로디크루라는 엄마가 두 기둥을 하는 회사임. 그러니까 ‘엄빠 기획’.”

  “좋다.”

  “굿”

  “굿2222.”

  “창의적임. 아틀라스처럼 진부한 것 보다 훨 좋음.”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국어 파괴라는 말이 더욱 적절해 보였으나 익명이들은 그게 좋다고 낄낄 거리며 동조하고 있었다. 현금이는 답글들을 보다가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찼지만, 그것도 댓글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날도 다른 날 처럼 두서 없이 화제가 쏟아졌다.

 

  "야, 사랑이란 게 올 때는 주위로 살금살금 다가와 갈 때는 문을 쾅 닫고 나가는것이더라."

  "니가 한 말이냐?"

  "아니. 책에서 본 말. 히히."

  "그럴 줄.

  "사랑만 그런 게 아니지. 행운이란 것은 당사자 모르게 뒤통수 쪽으로 왔다가 어느 날 문을 쾅 닫고 나간다니까. 킄킄"

  "아니야. 난 반대인데. 살금살금 그런 거는 모르겠고.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임. 니들 덕통 사고 모르냐? 갑자기 교통사고 나듯이 꽝 부딪혀서 덕후가 되는 거. 눈 앞으로 다가오는 데도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파바박!“

  ”그러다가 서서히 시간이 가면서 사랑의 감정이 옅어지지. 킥킥."

  "난 광속이 부르는 아카펠라 동영상 보고 바로 덕후됐다."

  "그러함. 사랑은 전기지. 어느 순간 찌릿하게 감전되는 거."

  "내가 옛날 오빠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봐도 사랑은 문을 쾅 닫고 들어오거나, 사고 나듯이 불현듯 들어오는 거야. 나갈 땐 살금살금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고."

  "사랑에 대한 양대 학맥이 생기겠다. 클클."

 

  현금이는 십 년 전 쯤, 지금은 없어진 오래된 막걸리 집에서 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집 벽엔 낙서들이 많이 있었다. 유치하지만 간절한 사랑 고백부터, 음담패설, 신세한탄, 정치 비평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기발한 시도 있었다. 비록 술집 벽에 휘갈긴 낙서에 불과했지만 그 날 현금이에게는 친한 친구 끼리 하는 하소연처럼 솔직하게 다가왔다. 현금이는 가끔 자신의 사이트에 들어와 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그 낙서들을 떠올렸었다. 맥주를 마시다가 볼펜으로 한 자락 휘갈기던 사람들 모습이 이제는 혼자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모습으로 변했을 뿐, 고민하는 내용은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지도 몰랐다.

 

  ‘가자. 미지의 세계 아틀란티스로. 손을 맞잡고.

  너와 함께 그려나가는 미래가 있는 곳.’

  ‘완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완벽하기만을 기대할 순 없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랑을 믿는 것.

  온 세상을 다 돌아다녀봤지만 네가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

  가자! 미지의 땅으로, 너의 손을 잡고.

  자유란 이별을 만들뿐. 손을 잡고 아틀란티스로 가자.’

 

  ‘아틀란티스’는 ‘광속소년대’의 노래 중 현금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지만 음악은 도시의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작은 마루를 가득 채운 따듯한 공기 같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현금이는 인터넷에서 가요계 가십 기사를 찾아 읽고 있었다. 평온한 토요일 주말저녁이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권재희가 자다가 깼는지 눈을 비비면서 마루로 나왔다가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권재희는 현금이보다 여섯 살 위였고,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자 이 집의 주인이었다. 집은 아주 오래된 작은 개인 주택이었는데 방 두 개에 목욕탕과 주방이 있는 구조였다. 큰 방은 주인인 재희가 썼고, 작은 방은 현금이가 들어와 있었다. 서로를 룸메이트라고 불렀지만 현금이는 엄연히 이 집의 세입자였다. 목욕탕에서 나온 재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현금이를 향해 갑자기 말을 시작했다.

 

  "너 사진 인턴으로 지원한 데선 연락 안 왔냐?"

  "응?"

 

  현금이는 따듯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갑자가 차가운 강가로 내팽겨쳐진 기분이 들었다. 현금이는 이 년 제 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한 이후에 '선생님'이 계시는 사무실의 '보조'나 '인턴', '어시스턴트'라고 불리는 일에 지원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면접 제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동네 사진관에서 일한 것과 애로 영화 촬영 보조 기사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다지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력서를 보내놓고, 이력서를 보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곤 했었다. 그런데 현금이가 애써 잊고 있었던 현실을 재희가 일깨워 주고 있었다. 현금이가 이 집에서 살아온 지난 이 년 동안 재희가 이렇게 쓸 데 없이 룸메이트의 일에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현금이도 권재희에게 '지난 번에 냈던 드라마 극본 공모, 이제 심사 결과가 나올 때가 된 거 아니냐'라는 질문으로 맞받아치려 했다. 그런데 현금이가 그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사이, 재희가 먼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뱉어 버렸다.

 

  "회사 나가나는데 뭔 걱정이겠냐. 매일 어린 남자애들이나 빨면서 살면되지."

 

  권재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끝내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권재희가 잠시 나왔다 들어간 사이 마루는 견딜 수 없이 적막한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그 쓸쓸함을 물리치기 위해 현금이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광속'의 노래가사를 마음 속에 채웠다. 가사는 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주문처럼 들렸다.

  현금이는 다음 날의 스케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부모님의 집에 들른 다음, 공항으로 가서 뽀샤시, 루비나와 함께 삼 주 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광속' 멤버들 사진을 찍고 또 멤버들 이후 동선을 추격하기로 되어 있었다. 현금이는 컴퓨터 옆에 널브러져 있는 맥주캔들을 치우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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