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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와 인간 사이
작가 : 소설쓰는중
작품등록일 : 2019.8.25

이 작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로봇들의 직업대체율이 90퍼센트 이상이 오른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위단이라는 조직이 무력으로 로봇들을 몰살시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제 같은 경우는 원고엔 1,2 같은 숫자만 썼으므로 좀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8장- 로봇의 무덤(2)
작성일 : 19-09-11 20:27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8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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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초도 안 되는 시간동안 아무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나를 이곳에 가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아내지도 못했으며, 가만히 발로 밀리기만 했으니 말이다.

  복부의 고통이 줄어들었을 쯤, 나는 로봇들의 잔해들을 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여러 종류의 로봇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병원 로봇, 택시 기사 로봇, 심지어 애완동물 로봇도 함께 부서져 있었다.

  고물상 벽은 주변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로봇 잔해들을 치우면 온 벽은 회색 벽이 보일 것이고 온 곳에 푸른곰팡이가 보일 것이다.

  다시 고물상 문을 흔들어도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일어나 철문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높았다. 뛰어서도 철문 위를 잡지는 못할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고물상 중앙으로 들어갔다. 로봇들이 갑자기 일어나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부분이 뭉개져 있는 로봇을 보자 그 생각은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밖에서는 보지 못한 로봇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대학살 때 있었던 로봇들이 여기에 버려졌던 건가?’

  고물상 중앙에 서서 눈알만을 굴리며 로봇들을 보았다. 쇠가 비를 맞아서 산화되고 있었다. 산화되어서 나는 쇠 냄새란.

  로봇들을 보며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로봇들과 같이 죽으면 어떡하지?’

  정말 유치할 수도 있으나,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로봇 무더기를 보면 자동적으로 생각나게 된다. 고물상의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기름이 묻지 않은 부분에다 앉고는 무릎을 굽히고 양팔로 다리를 감싸 안았다. 바닥에 묻어있는 기름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냄새를 맡을 때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그 순간, 어디선가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딱히 뭐라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렇게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할 때쯤,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더 빨리 고개를 돌렸다. 쌓여있는 로봇 시체들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나는 바닥을 박차고 일어섰다. 잠시 동안 가만히 서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웠다.

  다시 로봇들이 나를 공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물상 주위에 있던 쇠 파이프를 하나 들어 움직임이 보였던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눈을 부릅뜨고는 쇠 파이프를 두 손으로 꼭 잡고 걸어갔다.

  ‘대체 뭐가 움직인 거야?’

  나는 숨을 죽인 채로 내가 본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로봇이 멀쩡히 있을 수는 없다. 최소한 이 고물상에 들어오면서부터 부서지거나 오류가 난 상태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아니라면 나 같이 몸의 일부분이 기계인 인간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이게 더 현실적이다. 요즘 몸의 일부분이 기계인 사람 중에서 나처럼 밖에 나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만약 나 같은 사람이라면 주저않고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내뱉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내려놓았다. 이젠 움직임이 보였던 곳에 도착했다. 로봇들이 산처럼 모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팔이나 다리가 분해된 로봇의 잔해들이 보였다.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움직임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나와 보세요.”

  그러자 로봇 무더기의 그림자 사이에서 다른 그림자가 움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곳으로 발소리는 내지 않으면서 최대한 빨리 걸어갔다. 로봇 무더기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누군가가 잔뜩 몸을 움츠리고 벌벌 떠는 모습이 보였다. 그림자에 가려져 실루엣만 보였지만 일단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다.

  “저기, 괜찮으세요?”

  그림자에 가려진 실루엣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어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실루엣은 움츠렸던 몸을 피고는 조금씩 내 쪽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실루엣의 모습이 보이더니 기계인 손이 보였다. 역시나 나처럼 몸의 일부가 기계인 인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루엣의 머리가 모인 후부터는 그 생각은 바람에 불과하게 되었다.

  팔은 검은색 골격에 하얀색 부품들이 부착돼 있었고 차갑고 하얀 머리에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검은 유리가 있었다. 아직 고장 나지 않은 로봇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로봇의 등장에 나는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쇠파이프를 다시 잡고는 공격할 준비를 했다. 로봇은 그림자에서 계속 기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심연 속에서 나를 데려갈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거기 가만히 있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로봇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로봇은 내 말을 듣자마자 그림자 속에서 나오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얼굴 쪽에서 어떤 글자가 보였다. ‘왜?’ 아마 모니터가 카메라 대신에 로봇의 얼굴에 위치해 있는 듯했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아직 죽지 않은 로봇에게 말을 했다.

  “그냥…‥ 거기 가만히 있어!”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고물상에 들어올 때부터 고장나지 않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 근방의 로봇들은 시위단이 모조리 죽인 다음 이 고물상에 버리는 것일 텐데 말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로봇이 있단 말이야?’

  내 처지를 철저히 무시한 채로 내 앞에 있는 로봇을 차갑게 맞이했다. 몸의 반이 기계인 나로써도 온 몸이 기계인 로봇을 따뜻하게 반기지 못했다. 과연 내가 로봇 무더기 사이에서 움직인 것을 처음부터 로봇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다가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몸의 일부가 기계인 사람을 동정하고 공감해왔지, 6개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로봇에게 그러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로봇은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내 말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일 것이다. 나는 잘하면 이 고물상을 빨리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 서봐.”

  로봇을 바라보며 말하자 로봇이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라고 말았다.

  “저기 고물상 문 앞까지 걸어가.”

  나는 굳게 닫혀 있는 고물상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로봇은 위잉 소리와 함께 고물상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인간이 걷는 듯, 로봇은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고물상 문에 도착한 로봇은 다시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나를 보고 있는 로봇을 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쇠파이프를 들고서 말이다. 계속 로봇을 바라보며 조심히 로봇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를 공격할 조짐이 보이면 바로 쇠파이프로 저 로봇의 머리를 깨부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인간이 만들었다면 나를 공격하지도 않겠지만.

  로봇으로부터 세 걸음 정도 떨어져 있을 때, 다시 로봇에게 명령을 했다.

  “나 저기 문 넘어가게 받쳐 줘.”

  로봇은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벌렸다. 상당히 정교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라고 생각했다. 한쪽 발씩 로봇의 손에 올렸다. 로봇의 손이 내 발보다 작아서인지 흔들리는 감이 있지만 그건 내 발목이 움직여서 그랬던 것이다. 로봇의 손은 그대로 굳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마저도 로봇이 흔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 좀 올려봐.”

  나는 중심을 잡으며 말했다. 로봇은 팔을 위로 올렸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들자 팔을 뻗으면 고물상 문 꼭대기에 닿을 것 같았다. 두 팔을 뻗었다. 문 꼭대기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나는 로봇의 머리를 보며 말했다.

  “조금 더 올릴 순 없어?”

  로봇도 나를 보더니 얼굴에서 글씨가 보였다.

  ‘다 뻗은 거야.’

  이 근소한 차이를 어떻게라도 줄여보려 까치발을 들었다. 손가락이 고물상 문 꼭대기에 닿았다. 조금 더 발을 들었다. 이젠 고물상 문 꼭대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발을 들고 있자 발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심이 흐트러진 것이다. 다시 중심을 잡아보려 했지만 들고 있던 발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고물상 문 꼭대기를 잡고 이 고물상을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뛰었다. 뛰면서 중심이 뒤쪽으로 빠지고 말았다. 손을 뻗었지만 문 꼭대기에서 멀어져갔다.

  결국 고물상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고통은 배가 되었다. 서서히 몸통을 일으켜 세우며 신음을 내뱉었다. 로봇은 내가 떨어지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내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

  나는 로봇을 보더니 고개를 어정쩡하게 끄덕였다. 그러면서 손으로 로봇의 머리를 밀어냈다. 로봇은 내가 밀어내는 것을 인지했는지 내가 밀어낸 쪽으로 빠졌다. 주먹을 쥐더니 아스팔트 바닥을 내리쳤다. ‘제대로 뛰기만 했으면’ 주먹이 아파왔어도 저 고물상 문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못해 죽고 싶었다.

  몇십 분간 나와 로봇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로 앉아만 있었다. 로봇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로봇이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다. 시선은 고물상 철문을 향해 있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쇠 냄새나는 로봇 시체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싫을 뿐만 아니라 나를 쳐다보는 저 로봇도 거슬렸다. 한숨을 쉬더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로봇을 쳐다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너, 이름이 뭐야?”

  내 질문을 들은 로봇은 어깨를 들썩였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모르는 거야?”

  나는 로봇을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로봇을 고개를 끄덕였다.

  뭔 짓인가 싶었다. 내가 로봇의 얼굴을 보자 로봇은 자신의 얼굴에 글자를 띄웠다.

  ‘너 이름은 뭔데?’

  내 이름이라…‥ 그건 이렇게 되기 전의 나한테 물어보는 것이 맞는 거겠지. 나 역시 어깨를 들썩였다. 6개월 간 처음 들어본 질문에 할 말을 잊어버렸다. ‘모른다고?’ 로봇의 얼굴에 뜬 글자들이 바뀌었다.

  “그래, 몰라. 생각해 본적도 없고.”

  순간적으로 생각난 질문이 하나 생각났다.

  “넌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것도 멀쩡하게.”

  로봇은 얼굴에 전보다 많은 수의 글자들을 띄웠다.

  ‘원래는 다른 로봇들처럼 사람들을 돕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 같은 로봇을 공격하기 시작했어. 여기저기서 불이 나고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고 다녔고.’

  로봇 대학살 때의 이야기이다. 분명하다. 로봇은 그치지 않고 방금 전의 글자들을 지우고 다시 글자들을 띄우며 말을 이었다.

  ‘많은 로봇들이 도로에서 뛰어가는데 차들이 다 들이받고 그래도 살아있으면 모두 부품들을 뜯었어. 나는 도로로 나가지도 않고 단지 골목길에서 다른 로봇들과 함께 도망치고 있는데 어디선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

  로봇의 말을 듣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 로봇은 대체 로봇 대학살 전에 무슨 일을 한 걸까?

  ‘눈을 떴을 때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어.’

  내 고민을 로봇이 툭 끊어버렸다.

  ‘나는 로봇들 사이에서 숨어 있었는데 다른 로봇들은 눈을 뜨지 않았어. 도저히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렸었는데 빛이 보일 때는 지금 여기에 떨어지고 있었을 때야. 그때 이후로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이상한 기분으로 로봇에게 말을 던졌다.

  “나는? 나도 인간인데?”

  로봇이 다시 글자를 띄웠다.

  ‘너도 무서워. 그렇긴 한데 다른 사람들보다는 무섭지 않아. 오히려 친근감도 느껴지는 걸. 게다가 내가 너를 스캔해 봤는데 몸의 반만 생체 신호가 잡혔어. 그럼 다른 부분은…‥ 기계인거잖아.’

  나는 정곡이 찔린 듯이 몸을 움찔했다. 로봇의 말에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로봇이 이름을 물어봤을 때와는 달랐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뭔가가 풀리는 듯했다. 나를 인간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 로봇은 나를 잘 모르고 말한 것이다.

  고개를 숙인 채로 살짝 미소를 띠었다. 처음으로 인간이라고 불리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아닌 로봇에게 처음 들었다는 게 좀 거슬리긴 했다.

  다시 고개를 들고 로봇을 쳐다보았다. 미소가 살짝 입가에 띠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을 해보려 했지만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로봇을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로봇의 머리 아래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거, 뭐가 떼져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로봇은 자신의 목을 만지더니 내가 뭘 물어본 건지 알아챈 듯했다.

  ‘이건 인간으로 치면 성대부분이었다고 해야 되나? 원래는 나도 말을 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온 후부터 다른 로봇들과 뒤엉킬 때 떼진 거야. 성대 부분이었던 부품이 여기로 오면서 로봇들과 뒤엉킬 때 갑자기 사라졌어. 찾아보긴 했는데 여긴 너무 로봇들이 많아서 결국 찾지는 못했지. 물론 이렇게도 의사를 표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과연 사람들이 내 말을 다 끝까지 들어줄까 싶어.’

  ‘내가 다 듣고 있잖아.’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로봇을 쳐다보았다.

  ‘근데, 뭐길래 로봇들을 모두 부수고 고물상에 버린 거야?’

  “사람들이 일자리를 뺐겼으니깐.”

  갑자기 로봇에게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로봇들이 시작한 것이었다. 그랬다면 내가 이래도 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핍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너 같은 로봇 때문이라고 말하려던 순간, 고물상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이 고물상 안에 처넣은 사람이라고 직감해 재빠르게 로봇 무더기 사이 뒤로 숨었다. 로봇은 그 자리에 앉아서 내가 숨는 것을 보았다. 나는 로봇에게 손을 휘저으며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제야 로봇은 일어나 내 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빨리 와, 빨리!”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은 채로 로봇에게 소리쳤다. 로봇은 조금 더 빨리 걸어올 뿐이었다. 갈수록 덜그럭대는 소리가 커졌다. 결국 다시 로봇 무더기 앞으로 나와 로봇의 손목을 잡고 뛰었다. 뛰어가는 동안 문밖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로봇은 로봇 무더기 뒤로 미끄러지며 숨었다.

  고물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로봇 무더기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고물상 문 쪽을 바라보았다. 고물상 문이 열려 있고 사람들 두 명이 고물상 안으로 들어왔다. 그 두 사람은 고물상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그 기계 어디 있는데?”

  나는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보자 놀라고 말았다. 한승현이다. 저 녀석도 진짜 집요하다. 저렇게까지 나를 잡으려 하다니.

  “어디 있냐고?”

  한승현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시 물었다. 아마 부하? 그 정도 될 것이다. 침을 삼키며 한승현이 하는 말을 들었다.

  “여기 분명히 있었는데.”

  한승현의 부하가 말했다. 한승현은 한 번 더 주위를 보더니 부하에게 윽박을 질렀다.

  “너는 지금 기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냐! 주위를 봐봐라, 어? 찾은 거 맞아? 아니면, 그냥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 건가?” 한승현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의 부하는 정색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진짜 찾은 게 맞아요!”

  한승현은 코트 주머니를 뒤지더니 주머니에 꺼낸 물체를 부하의 이마에 갖다 댔다. 권총이었다. 부하는 자신의 이마에 붙은 권총을 보고는 떨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래, 찾았다고 치자. 그러면 여기서 한 번 더 찾아보든가.”

  한승현은 권총을 부하의 이마에 떼더니 바로 부하의 머리를 가격했다. 부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한승현은 쓰러진 부하를 한 번 보더니 다시 총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고물상을 빠져나갔다.

  ‘한승현만 없으면 바로 나갔을 텐데.’

  한승현이 문밖을 나가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감과 동시에 한승현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었다. 한승현은 곧바로 고물상 문을 닫았다. 나는 고물상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았다. 한동안은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로봇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내가 고개를 로봇 쪽으로 돌리자 로봇은 얼굴에 글자를 띄웠다.

  ‘뭔 일이야?’

  나는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한승현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로봇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이젠 나 같은 사람들을 찾고 다닌다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져 있었고, 어느샌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눈은 기계눈이었기에 눈을 깜빡이진 않았는데 왼쪽 눈은 눈꺼풀이 이미 반쯤 내려왔다. 나는 졸린 눈을 가지고 로봇을 쳐다보았다. 로봇 역시 졸린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 번 두 눈을 모두 뜨려 왼쪽 눈을 떠도 곧바로 눈이 감겼다.

  ‘왜 자꾸 나한테 윙크해?’ 로봇이 자신의 얼굴에 글자를 띄우자 그냥 두 눈 다 감기로 했다. 그러자 쉴 새 없는 졸음이 다가왔다. 다시 잠에 들면 그 뭐같은 꿈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지금 잠을 자지 못하면 영원히 자지 못할 것만 같았다. 결국 로봇 무더기 뒤의 그림자 사이에서 불편한 잠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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