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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8)
작성일 : 19-09-11 18:43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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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 저기 내려온다!”

 

  별안간 기다란 넝쿨 두 개가 하늘 위에서 똑 떨어졌다. 어느새 검정원숭이가 암벽등반을 끝낸 모양이었다.

 

  “할 수 있을까?”

 

  안개로 뒤덮인 탓에 넝쿨의 끝 지점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세찬 바람에 넝쿨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해야지 뭐.”

 

  “……그렇겠지.”

 

  탈루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제 다시 사투를 벌여할 때가 온 것이다. 조금씩 온 몸이 욱신거렸다.

 

  “조심해.”

 

  “너도.”

 

  프타와 탈루는 나란히 선채 각자의 앞에 놓인 넝쿨을 잡았다. 넝쿨은 튼튼했다. 적어도 중간에 끊어질 일은 없어보였다.

 

  “후…… 그래, 한 번 해보자.”

 

  하지만 탈루는 그로부터 매초마다 넝쿨을 잡고 오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었다. 매섭게 불어 닥치는 광풍에 살갗은 찢겨져나가는 것만 같았고, 손은 이미 얼어붙은 듯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탈루, 피해! 눈 떨어진다!”

 

  자칫 방심했다간 금방 휩쓸려버리고 말 커다란 눈뭉치들이 심심찮게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다.

 

  “위에는 괜찮아?”

 

  그러나 프타는 별다른 대답 없이 재차 경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한 번 더 온다, 조심해!”

 

  최대한 벽에 바짝 붙어있었음에도 워낙에 많은 수가 동시에 떨어진 탓에 완벽히 다 피할 수가 없었다.

 

  “크윽…….”

 

  눈 속에 자그마한 돌덩이까지 섞여있었는지 눈뭉치를 맞은 어깨와 등 쪽의 통증이 상당했다.

 

  그러나 이 또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더 크다!”

 

  “하, 하하…….”

 

  그렇게 영영 끝나지 않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위에서 떨어지는 건 무시해.”

 

  갑작스레 익숙한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응?”

 

  “지금 네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건 바람이야.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응해야 돼. 메를 옷처럼 두른다고 생각해봐.”

 

  탈루에게 말을 걸어온 이는 다름 아닌 휘토였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는 그의 자그마한 불새의 발끝에 매달린 채 가만 허공에 떠있었다.

 

  “학당에서 배웠던 것을 벌써 다 까먹은 것은 아니겠지? 신을 받았다고 해서 기본적인 메의 활용법을 결코 잊어선 안 돼. 오히려 쉬지 않고 계속 반복해야지. 인도자가 단순히 우리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 이러한 길을 선택한 게 아니야. 우리의 메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지.”

 

  “메…… 숙련도?”

 

  그러고 보면 길을 떠나기 전, ‘이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었다.

 

 

  “셋이 모이는 순간 인도는 시작된 것이다. 길의 시작과 중간, 끝에서 보고 겪게 될 모든 것들이 다 인도의 일부다.”

 

 

  탈루는 잠시 뒤, 자기도 모르는 새 슬그머니 메를 움직여 손의 일부를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의 개성을 좀 더 잘 적용시키려면 너 스스로가 먼저 메의 운용에 숙달되어있어야 해.”

 

  “너는…….”

 

  그러나 휘토는 이미 탈루에게서 멀어진 다음이었다.

 

  “포리, 아이들 곁에 머물면서 추위를 막아줘. 천천히 같이 올라와.”

 

  “치-치!”

 

  그러고 짧게 지저귄 불새가 한 차례 숨을 토해내자, 주위가 삽시간에 온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잠시뿐이었지만, 다시금 몸을 추스르고 숨을 고르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불새와 떨어진 휘토는 탈루가 매달려 있던 넝쿨의 윗부분을 잡고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넝쿨을 오르는 그의 몸은 얇디얇은 불의 막으로 덮여있었는데, 탈루는 불의 옷을 입은 그가 넝쿨을 몽땅 다 태워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묘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냥 그대로 있지는 말라는 거구나.”

 

  물론 탈루 역시 메를 움직여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나와 같이 그것의 실제적 구현과 유지에는 문제가 있었고, 따로 그에 신경을 쓰며 따라갈 수 있을 만한 여정이 아니었기에 그냥 다시 평소처럼 놓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메를 몸에다…….”

 

  탈루는 그의 내부를 배회하고 있던 메를 천천히 외부로 끌어올렸다. 두 손을 덮고 있던 것까지 모두 합친 것이었다. 이윽고, 아지랑이 형태의 불투명한 기체가 자그마하게 그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이제…… 덮는다.”

 

  그의 의지에 따라 불투명한 기체가 얇게 퍼지더니, 천천히 그의 몸을 덮기 시작했다. 앞서 휘토가 두르고 있던 불의 막을 따라 한 것이었다.

 

  “치-!”

 

  그때 탈루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불새가 나지막하게 지저귀었다. 어설픈 모습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휴, 나도 이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아마 네가 바람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금방 찢어지고 말았겠지…….”

 

  티브리 으뜸신녀는 신을 받아들인 순간 개개인의 메에 크나큰 변화가 있을 거라 말했으나, 기이하게도 탈루의 메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아지랑이 같은 형태도 그랬고, 불투명한 색도 그대로였다. 물론 눈에 드러나 보이는 메의 외형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애초부터 탈루는 그의 메가 본질적으로 어떠한 변화도 겪질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하염없이 탈루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설마 겨우살이 신과 메가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 건 아닐까? 만약 프타의 말마따나 자신의 메가 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에 자신이 어떠한 신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 모든 것이 다 환상이고 착각이었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학당으로 돌아가 후르의 곁에 머무는 게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어째서 아무런 대답도 없는 건가요.’

 

  탈루는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그의 신을 원망했다.

 

  복잡하게 얽혀버린 머릿속과는 달리, 메를 두른 탈루의 몸은 착실히 위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불새의 숨결이 속도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좀 전부터는 눈뭉치들도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마 앞서 올라간 휘토가 모종의 조치를 취해둔 덕이리라.

 

  곧 희뿌연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벽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탈루보다 조금 앞서서 올라가던 프타는 이미 거의 다 도착한 상태였다. 불새가 조금만 더 힘내라는 듯 옆에서 끊임없이 숨결을 토해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는 좀 덥다고.”

 

  잠시 뒤, 마침내 탈루는 암벽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프타가 환한 웃음으로 암벽의 끝을 딛고 올라선 탈루를 맞이해주었다. ‘이리’와 휘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만 내려다보니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암벽이었다. 안개가 조금 옅어졌는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바닥은, 그래서 그런지 조금 허탈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이었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만큼 인간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없지. 허탈해할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다. 그것이 우리의 본성일 뿐이니까.”

 

  ‘이리’의 시선을 의식한 탈루가 흠칫해 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말이 이어졌다.

 

  “모두 이리로 와라.”

 

  그가 있던 곳은 암벽에서 조금 떨어진, 한 커다란 나무의 옆이었다. 놀랍게도 나무의 이파리는 파릇파릇한 초록이었다. 눈 덮인 고산지대에 저토록 활력 넘치는 나무가 존재할 수 있다니…… 탈루가 신기하다는 듯 나무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놀랄 것 없다. 그저 평범한 나무일뿐이니까.”

 

  “평범한 나무라고?”

 

  프타가 놀란 듯 소리치자 ‘이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아직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군. 이봐, 아직도 춥나?”

 

  의도를 짐작키 힘든 질문이었다.

 

  “그야…….”

 

  순간 프타의 입이 꾹 닫혔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어 두 눈 한가득 의문을 담은 채 프타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라?”

 

  그즈음엔 탈루 역시도 주위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온기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람이…… 따뜻해!”

 

  “당황했나보군.”

 

  물론 좀 전부터 별반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탈루는 그것이 불새의 영향인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불새는 단 한 번의 숨결도 토해내지 않았고, 그 이유가 굳이 온기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될 만큼 주위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탈루에게서 경악이란 감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저기엔 아직 눈도 있고…….”

 

  “아아, ‘거기’는 춥지.”

 

  이 역시도 대단히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거기’라 칭한 곳도 사실 그들이 있던 곳과 불과 스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 이게 대체……?”

 

  그러나 ‘이리’는 탈루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대신, 새로운 화제로 말을 시작했다.

 

  “인도가 행해질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제 인도자의 두 번째 의무를 시행하겠다.”

 

  결국 탈루의 입장에선 의문점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두 번째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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