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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0)
작성일 : 19-09-11 14:30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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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효령이 방문을 거칠게 열고 달려 들어왔다.

 

  “축하해. 더 살게 됐어.”

 

  효령은 그렇게 말하며, 누워 있는 건축가의 팔을 잡았다.

 

  살아있다 한들 이제는 거의 산송장이다.

 

  효령이 없으면 곧 죽을 것이다.

 

  효령의 비축된 생명력이 건축가에게 또다시 대량으로 흘러 들어갔다.

 

  건축가가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였다.

 

  효령은 개의치 않고 사무적으로 물었다.

 

  “아까 그거, 또 쓸 수 있나? 글자들로 포박하는 거.”

 

  “…생명력만…있다면…”

 

  “좋아. 간단히 설명할게. 방금 그 놈 같은 놈들 여럿이 1층에서 소풍 중이야. 그 놈들 간식이 뭔진 알지?”

 

  효령은 말을 마치자마자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두 팔로 건축가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건축가는 별 저항 없이, 마치 인형인 양 쑥 들려 올라왔다.

 

  효령은 그 상태로 승강기를 향해 달려갔다.

 

  승강기는 다행히 아직까지 무사했다.

 

  1층을 휘젓고 있는 검붉은 형체들은 인간을 살육하는 것에만 관심 있어 보였다.

 

  건물의 일부인 승강기에 굳이 관심을 크게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그것이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승강기라는 사실 자체를 아직 모르는 것일 수도.

 

  그나마 1층에 모여 있을 때 처리하지 않으면 난감해진다.

 

  흩어진 놈들을 쫓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건축가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저 놈들을 봉인할 방법이 없어진다.

 

  건축가를 안아 든 효령이 승강기에 탑승하자, 승강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건축가.”

 

  효령이 말했다.

 

  “1층에 도착하면 나의 최우선 순위는 건축가 너를 보호하는 거야. 옆에서 누가 울부짖든 팔다리가 날아가든 내장이 쏟아지든 저 검붉은 빛줄기에 얻어맞고 증발하든, 난 개뿔도 신경 안 쓸 거야. 내 본체하고 분신들은 니 옆에서 한 발짝도 안 떨어지고 오로지 너만 지킬 거야. 그런데 만약에, 혹시라도, 니가 그러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 피 같은 생명력을 대량으로 받아 처먹은 주제에 1층에서 해야 할 일을 즉시 하지 않고 ‘맙소사, 내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어!’라는 둥, ‘안돼애애!’ 라는 둥, 1초라도 시간을 낭비하면, 짜증나니까 생명력 다시 회수하고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급박한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원칙대로.

 

  허둥대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창백한 얼굴의 건축가가 힘겹게 대답하였다.

 

  “…그…래…”

 

  아래로 내려갈수록 1층의 상황이 점점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온통 붉었다.

 

  검붉은 형체들이, 거주민들의 피로 여기저기 붉게 물든 광장을 돌아다니며, 아직까지 도망치거나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극소수의 전사들을 상대로 검붉은 빛을 쏘아대며 압박하고 있었다.

 

  파투 일행이 승강기를 타고 올라갈 때만 해도 승강기 주변 광장에는 몇 백 명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곳에는 이제 불과 몇 명의 근위대만이 남아 검붉은 형체들과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피로 물든 바닥에는 사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체는 둘 중 하나였다.

 

  팔, 다리, 머리 등 신체의 일부가 없어졌거나, 또는 반대로 신체의 일부만 남아 있거나.

 

  없어진 신체 부위들은 아마도 저들이 내뿜는 검붉은 빛살에 쏘여 증발되어 버렸을 것이다.

 

  살아남은 근위대원들은 광장에 있는 구조물들을 엄폐물로 삼아 몸을 보호하며 버티고 있었다.

 

  27차원에서 온 존재들을 공격할 방법 따위는 근위대원들에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탑의 일반 거주민들이 밖으로 도망갈 시간을 최대한 벌어주기 위해,

 

  근위대원들이 희생양으로서 저들에게 미끼가 되고 있는 것일 뿐.

 

  건축가 역시 효령 못지 않게 시력이 좋은 편인 듯 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

 

  승강기가 10층 정도의 높이까지 내려왔을 때 효령이 물었다.

 

  “얼마나 더 가까워져야 술법이 가능하지?”

 

  “아직…조금…더…”

 

  “한 명이라도 살리고 싶으면 지금 바로 술법을 전개하는 게 좋을 텐데.”

 

  효령의 말은 사무적이고 냉랭하게 들렸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그의 어조, 태도와 달리,

 

  그는 자신의 생명력을 최대한으로 건축가에게 쏟아붓고 있다.

 

  지난 600년 동안 축적한 모든 생명력을 다 쏟아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미 효령은 퀘스트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가 빙의한 파투와 건축가, 이브는 서로 만나게 되었다.

 

  그 뒤는 적당히, 미션의 제한시간이 다 될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어슬렁거리면 그만이다.

 

  이제까지의 효령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령은 그에게 요구되지 않은 그 뒤의 일까지 이렇게 돕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 이유 중 어느 쪽 때문일까?

 

  이 세계가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과거의 세상이라는 건축가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건축가 이브의 모습이 2019년의 일단의 모습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어서일까?

 

  그리고 2019년에 봉인되어 있는 거대한 검붉은 구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인가?

 

  사실 이 세 가지가 모두 이유일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제 두 가지가 남았다.

 

  가장 첫 항목, 즉, 효령이 과거로 불려온 이유는 이제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글자가 불러올 수 있는 자는 수호자뿐이다.

 

  애초 천상열차분야지도 비석의 허락을 받아 바벨탑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수호자들뿐이니.

 

  효령은 그 수호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뱀파이어다.

 

  건축가가 일으킨 대형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 뱀파이어의 능력 – 건축가에게 생명력을 제공하는 능력 - 이 필요하다고 글자가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째서 건축가와 일단은 이렇게까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 의문.

 

  지금 눈 앞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저 다수의 검붉은 형체들이 과연 어떻게 해서 2019년의 검붉은 구의 형태로 제압되고 봉인된 것인가?

 

  단지 하나만 봉인해서 소멸시키는 과정에서도 고대인들 중 최고의 존재인 건축가의 목숨을 도박판에 내걸어야 했는데,

 

  저렇게 여럿을 도대체 누가 – 십중팔구 건축가겠지만 – 어떻게 봉인했단 말인가.

 

  파투의 지식을 얻은 효령이 아는 범위 내에서도,

 

  봉인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건축가다.

 

  그러므로 그녀가 죽어버리면,

 

  이 상황에서 저들을 봉인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래서, 이런 의문들을 해결할 단서를 찾기 위해 지금, 효령은 건축가의 옆에 붙어 있다.

 

  그리고 그녀를 살려놓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건축가가 죽어버리면 어째서 둘이 닮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단서를 찾을 가능성도, 저 괴물들을 봉인할 방법도, 사실상 사라져 버리니까.

 

  효령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건축가의 몸에서 글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제…시작…한다…”

 

  1층까지 약 10미터 정도 남은 위치에서, 건축가가 술법을 개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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