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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구름따라 날개따라
작가 : 늘리혜
작품등록일 : 2019.9.2

#과거 기억도 잃고 정인마저 잃고서 슬픔 속에 살아가던 운 앞에 옛 정인의 모습과 자꾸만 겹치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의 고집으로 그의 호위무사가 된 운은 그가 데려가 달라고 하는 약속의 장소로 향하게 되는데...... "좋아. 데려다 줄게, 그 약속의 장소로. 그런데 말이야, 아가씨. 난 선불만 받는데 어떡하지?" "좋다. 너의 잃어버린 기억을 주겠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은 옛 정인이 죽기 직전 망가져버린 바로 그 장소인데......

# 외모가 비상한 남주 / 이따금 짓궂은 여주 /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사람

# 왜곡과 진실. 잊는 것과 잊히는 것. 그리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

#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잊어서는 안 되었던 소중하고 소중한 약속 이야기

 
6장. 보름달 아래 첫날밤
작성일 : 19-09-11 10:15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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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리 될 것을 직감했던 것은 아닐까.

 운은 이 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푸른색 비단 시아복과 회보랏빛 긴 머릿결을 잔뜩 휘날리며 제 품으로 떨어지던 소녀. 그의 천청색 눈동자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진정 악몽이었을 뿐이라고 그 날의 진실을 부정해 보려고도 노력했다.

 허나 지금 그토록 잊고 싶었던 그 날의 그 검이 제 앞에 있었다. 나린 공주만이 입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아복을 입고 있는 소녀가 제 앞에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라 여기던 그 날의 길을 다시금 고스란히 밟고 있었다.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이 제 운명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나니 갑자기 허탈해 졌다. 그러자 웃음이 나왔다. 운은 굳이 참지 않고 나오는 웃음을 모두 내뱉었다.

 “핫, 하하하.......”

 강가여서 그런 걸까. 아직 강가에 핀 운무속이어서 그런 걸까. 웃음이 제법 비릿했다.

 비릿한 웃음을 모두 내뱉은 운이 소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어느새 부드럽게 풀려 제법 다정했다.

 “이것만 대답해 주면 안 될까? 어째서 나한테 이 검을 주려 하는 거지?”

 질문의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이 소녀가 이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좀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 한아름이었다.

 그럼에도 운은 다른 질문을 삼켰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그러한 질문들은 사소하게 느껴졌다.

 소녀가 운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눈동자도 어느새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그의 천청색 눈동자가 깊게 일렁였다.

 “네게 필요한 것이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운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좋아. 되어 줄게, 아가씨의 호위무사.”

 운은 소녀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앞으로 그에게 귀속될 예정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혹은 그에게서 계속 겹쳐 보이는 나린 공주의 환영을 향한 제 마음일 수도 있었다.

 소녀가 다시 검을 내밀었다. 운이 그 검을 받아들였다. 몇 년 만에 손에 쥔 검은 낯선 듯 익숙했다.

 

 * * *

 

 한편 한요궁은 몹시도 어수선했다. 그 중 황제가 머무는 중광전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조금 전 천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다한 황은 곧바로 중광전 침소로 옮겨졌다. 서둘러 내의원이 다한 황의 맥을 짚었다. 다행히 잠드신 것뿐이라는 진맥 결과가 나왔다.

 허나 잠에서 깨어난 다한 황이 흥분하여 미쳐 날뛰었다.

 “뭣들 하고 있는가! 어서 데려오라 말하지 않는가!”

 정신이 든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걸까. 다한 황의 행동은 평소보다 더 포악했고, 얼굴은 평소보다 더 섬뜩했다.

 주변에 있는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보았다. 붉으락푸르락 용안 위로 붉은 김이 새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당장 짐 앞에 그 년을 끌고 오거라!”

 목침이니 하다못해 등잔 같은 것들이 마구 날아와 벽과 문에 부딪혔다. 문살은 이미 부러져 너덜너덜하였고, 벽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는지 무언가에 부딪힌 자국들로 가득했다.

 신하들은 두 팔로 얼굴을 보호하며 무언가 날아올 때마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폐, 폐하....... 일단 고정을 하시는 것이.......”

 “지금 고정하게 생겼는가!”

 “폐하, 저는 폐하께서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이 소인께 소상히 말씀해 주시면 찾아 폐하 앞에 반드시 모시겠나이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먹겠느냐? 짐의 여인이라 하지 않았느냐!”

 “폐하의 여인이라 하심은 문.......”

 한 신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한 황이 근처에 있던 검을 빼 들고 신하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신하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둘러 숨기 바빴다.

 안 그래도 조금 전 꿈에서 그다지 떠올리기 싫은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평소에도 자비란 없었지만 다한 황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싸늘했다.

 “그 년의 이름을 내 앞에서 꺼내지 말라 하였을 텐데?”

 “황......황공하오나, 폐하. 그 분은 이 나라의 예비 국모......”

 다한 황이 그대로 신하의 가슴 팍에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덕분에 신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공포에 몸을 바들바들 떨어야만 했다.

 다른 신하들도 서둘러 다한 황 앞에 몸을 바짝 엎드렸다. 다한 황이 내뿜는 기에 억눌려 고개를 조금도 들지 못한 채 공포에 몸을 떨었다.

 “짐에게 반항하는 것이냐?”

 “사, 살려주십시오, 폐하!”

 칼날에 가슴팍이 짓눌린 신하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려왔다. 허나 몇 번의 경험으로 류국의 젊은 황제는 조금도 인정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신하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곧 이 세상을 떠날 자를 위한 깊은 애도였다.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한 황이 신하의 목을 베려는 찰나, 누군가 다한 황께 고했다. 검은 무복에 금빛 구름날개 자수가 놓인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였다.

 그의 오른쪽 눈에 검은 안대가 씌워져 있었다. 다른 쪽 한 눈은 냉기가 흐를 것처럼 차가웠다.

 그를 확인한 다한 황이 검을 거두었다.

 “모두 짐 앞에서 썩 꺼지거라!”

 다한 황의 외침에 모든 신하들이 그곳을 일제히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오래지 않아 중광전에 다한 황과 사내만이 남았다. 다한 황이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 피곤이 역력했다.

 “말하라.”

 검은 안대의 사내가 다한 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짧은 몸짓에 절도가 넘쳤다.

 “보랏빛 눈동자. 그 자입니다.”

 “보랏빛 눈동자?”

 “예. 전 풍화대 대장 운입니다.”

 사내의 말에 다한 황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더 이상 일그러질 것도 없을 것 같은 눈썹이 잔뜩 휘어져 끊어질 것만 같았다.

 다한 황이 크게 격분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럼에도 사내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그 자가 시아님을 데리고 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더 이상 그 자를 심문할 필요도 없다. 그 자의 목과 그 년을 당장 짐 앞으로 가지고 오거라! 명이다! 명을 어길 시 네 목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목에 잔뜩 힘줄을 올리며 다한 황이 외쳤다. 사내가 두 손을 모아 읍했다.

 “명을 받잡겠습니다.”

 

 * * *

 

 류국은 둥근 다섯 잎이 달린 꽃모양이었다.

 가장 가운데 대경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담야국과 완전히 접해 있는 수 지방, 대륙과 바다에 반절씩 접해 있는 산간지방인 교 지방, 완벽한 해안가 지형이며 현재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어 있는 신 지방, 역시 바다와 대륙에 반절씩 접해 있는 곡창지대 연 지방, 마지막으로 류국에서 상업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화려한 빛의 지방인 훤 지방이 있었다.

 그 모양이 마치 물망초와 닮았다 하여 다른 나라에서 류국을 ‘물망국’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운과 소녀는 그 중 가장 위에 있는 꽃잎인 수 지방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대경과 접해 있는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수 지방은 대부분이 무성한 숲이었다. 숲으로 들어서자 조금 전 메말랐던 뭍과 다른 싱그러운 향이 코 끝을 감쌌다.

 마침 동굴이 저기에 보였다. 두 사람은 하룻밤을 묵을 장소로 그 동굴을 택했다.

 소녀가 아무 말 없이 결계를 쳤다. 그 모습을 운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소녀가 친 결계는 무척이나 강력했다. 역시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이제 제 주인이 된 소녀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운이 조심히 가면을 벗었다. 태조 류하랑 가면 아래로 운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왔다.

 짙은 눈썹에 그 아래로 보이는 보랏빛 눈동자가 짙은 흑발에 더해져 무척 관능적이었다. 콧날은 우뚝 솟아 산처럼 높았고 턱 선은 검날처럼 날렵했다. 굵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얼굴선과 목선이, 그를 더욱 아름다운 남성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소녀는 그런 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마침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오자 소녀가 양손을 뻗어 운의 얼굴을 덥썩 잡았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행동에 운이 깜짝 놀랐다. 머리털이 설 지경이었다.

 운의 눈앞에 소녀의 작고 하얀 얼굴이 크게 걸렸다.

 “왜, 왜 이래?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내가 잘생긴 건 알아, 아가씨.”

 운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말했다.

 점차 얼굴이, 눈동자가, 입술이 다가오는 것 같더니 이내 시야에서 소녀의 얼굴이 사라졌다. 무슨 일인가 실눈을 뜨고 보니 소녀는 어느새 운의 팔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거? 여인의 눈으로 봤을 땐 이런 게 역시 고와 보이는 건가?”

 운이 손목을 들어 보였다. 운의 손목에 꽃이 수 놓여 진 검보랏빛의 끈이 감겨 있었다. 운이 묻어 있는 마물의 파편을 떨어냈다.

 언제부터 이것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운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첫기억의 순간부터 제 팔목에 이것이 감겨 있었다.

 혹 잃어버린 기억의 실마리라도 될까, 운은 이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이것은.......”

 “아마…… 구름패랭이꽃?”

 소녀가 구름패랭이꽃이라 생각되어지는 수가 놓인 운의 팔목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운의 팔목에 제 입술을 맞추었다. 마물의 파편이 묻어 불결하며 무엇보다 냄새가 지독할 텐데 소녀는 담담했다.

 소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무슨 짓이냐고 화를 내려고 했다. 허나 도저히 화가 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운은 제 아릿하고 저린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을 또렷이 느꼈다.

 “밥, 밥 먹을까?”

 당혹스럽기만 한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이 서둘러 조금 전 구해 온 식량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류국에서 고기는 무척이나 귀했다. 예전 류국에도 각종 동물들이 많았다고 하나 어느 순간 그 많던 동물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구해 온 버섯을 가지고 지핀 불 앞에 앉았다. 운은 먹기 좋게 잘 구워진 버섯을 소녀에게 내밀었다. 소녀가 그것을 받아들고 작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좁은 동굴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타닥- 타닥- 모닥불 불빛이 붉게 스며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운이 얌전히 버섯을 먹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붉고 도톰한 그의 입술이 마치 작은 앵두의 열매처럼 보여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흠, 흠.”

 그러다 사례가 걸리고 말았다. 소녀가 벌떡 일어서 운에게로 다가갔다.

 “왜, 왜 또.......”

 소녀가 자신 쪽으로 걸어올 때 운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제 앞에 선 소녀를 다시 보니 그가 운에게 물병을 건네주고 있었다. 운이 그것을 건네받아 벌컥 마신 뒤 속을 진정시켰다.

 그 뒤 잠깐 고민하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하늘빛 고운 비단신이었다. 귀한 여인이나 신을 수 있을 만한, 무척이나 고운 비단신이었다.

 운이 소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치마폭을 살포시 들었다. 드러난 소녀의 발에는 어떤 신도 신겨 있지 않았다.

 “내내 맨발로 다닌 거야?”

 운이 제 품에서 꺼낸 그 고운 비단신을 소녀의 발에 신기려 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소녀가 제 발을 물렸다.

 “그건 다른 이에게 주려 했던 것이 아니냐?”

 소녀의 말에 운이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소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 신은 나린 공주께 드릴 선물이었다. 허나 끝내 나린 공주께 드리지 못한, 이제는 드릴 수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런 것도 알고 있군.”

 “그러니 나는 이것을 절대로 신을 수 없다.”

 “됐어. 그저...... 내가 잊지 않으면 될 일이야. 공주님께 선물로 주려고 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끝내 전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 사실을 인정하라고 내게 그 검을 건낸 거 아니었어?”

 “.......”

 운이 다시 한 번 소녀의 발에 신을 신기려 그의 발을 제 손에 쥐었다. 소녀가 이번에는 가만히 운에게 제 발을 맡겼다.

 마침내 소녀의 두 발에 하늘빛 고운 비단신이 모두 신겨졌다. 소녀가 제 발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신이 커 헐렁했으나 안 신은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럼 아주 잠시만 빌리겠다.”

 “괜찮아. 아가씨 신어도 돼.”

 “그럴 수는 없다!”

 소녀의 말에 운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고집하고는. 운의 입가에 저도 모를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운이 고개를 들어 소녀를 보았다. 그러다 모닥불 불빛에 양쪽 볼이 서로 다르게 음양이 진 것을 발견했다. 그가 소녀의 볼을 살폈다. 확실히 왼쪽 볼이 부어 있었다.

 고운 비단옷을 입고 있으나 신도 없고, 볼도 부어 있다. 운이 황급히 소매를 거둬 소녀의 팔을 살폈다. 다행히 팔뚝에는 아무런 상해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오른쪽 손목에 누군가 세게 잡았던 흔적이 있었다. 매우 두터운, 검을 쓰는 자의 손자국이었다.

 만나고 직후 자신이 손목을 잡았을 때 움찔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왜 말하지 않았지? 다른 곳은?”

 “여인의 몸을 잘도 멋대로 보는군.”

 소녀의 말에 운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소녀가 제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운은 소녀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져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소녀가 운을 돌아 보았다. 그의 입가에 부드러우면서도 다소 짓궂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가로 길게 벌어진 그 미소를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듯 했다.

 “여인의 몸을 멋대로 본 벌이다. 이거, 먹여 주거라.”

 소녀가 제 손에 들려 있던 버섯꼬치를 운에게 넘겼다. 운이 별 생각없이 그것을 받아들려다 불연듯 그만 두었다.

 “이 정도는 직접 먹을 수 있잖아?”

 붉은 모닥불 불빛 때문인지 운의 뺨이 붉어 보였다.

 운이 다시 제 자리에 앉아 제가 먹을 버섯을 구웠다. 그 모습을 소녀가 가만히 보았다. 그의 얼굴이 한순간 슬프게 일그러졌다가 곧 다시 짓궂은 얼굴이 되었다.

 “먹여 주거라!”

 “으앗!”

 소녀가 운에게 달려들더니 그가 들고 있는 버섯을 한 입 배어 물었다. 조금 전 어색한 정적만이 감돌던 동굴 안이 어느새 두 사람이 피어낸 체온으로 따뜻해졌다.

 모닥불이 타닥- 타닥- 타오르며 동굴 벽에 아른아른 소녀와 운의 그림자를 그렸다.

 

 

 

 

 

 

 

 >> 7장. 운과 나래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늘리혜입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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