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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조커 뽑기
작성일 : 19-09-11 00:0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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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인생은 조커 뽑기다.

  동등하게 패를 나누는 듯한 행세를 하지만 사실 한명에게 조커가 있다.

  그 조커는 자신을 가장 당당하게 만들 수 있고 또한 가장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이다.

 

  아침엔 역시나 내가 제일 먼저 깼다.

  여전히 손을 잡고 있었다.

  밤 새 손에서 땀이 새어나와 조금 축축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조금씩 뒤척이자 공서진이 일어났다.

  공서진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나를 보고 웃었다.

  눈부셨다. 아침에 떠오른 햇살보다 훨씬 눈부셨다.

  공서진이 잡고 있던 손을 한 번 꽉 잡았다가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내 손을 보며 말했다.

 

  “진짜 이대로 잤네”

 

  “그러게 말이야”

 

  공서진이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어느새 깨있던 김지민이 우리를 보고 말했다.

 

  “왜 그래? 좋은 일 있어?”

 

  우리가 나란히 누워 있는 것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가지지 않나보다.

  빠르게 손을 놓았다.

  공서진이 말했다.

 

  “응 그냥 있어”

 

  “뭐야 비밀이야?”

 

  “그런거지~”

 

  시끄러운 말소리에 안수호도 깼다.

 

  “벌써 아침이야?”

 

  안수호가 이 말을 하고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매점에 가는 것 같다.

  공서진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

  공서진이 그걸 그대로 읽었다.

 

  “오늘은 바다에서 활동을 할 것이므로 긴팔을 준비하세요~ 라고 선생님이 그러는데?”

 

  “긴팔...? 없는데?”

 

  김지민이 당황했다.

  공서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그럼 내 옷 입어”

 

  여자 옷을 한 번 입혀 보고 싶었나 보다. 좋은 방법이야.

  김지민이 공서진 옷을 입고 옷 끝자락을 꽉 잡고 말했다.

 

  “어때..?”

 

  공서진이 흡족하였다.

 

  “좋아!”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전달사항을 듣지 못한 안수호가 반팔로 나왔다.

  선생님은 그걸 보지 못하고 그냥 출발 하였다.

  우린 버스에 타서 바로 바다로 향했다.

  버스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도착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자 이제부터는 3개의 조로 나눌 거에요~ 1번째 조는 바다나 산 같은 주위 풍경을 그림을 그릴 것이에요, 2번째 조는 수영이나 해변가에서 배구를 할 것이고, 3번째 조는 해녀체험을 해 볼 것이에요~ 다들 5분 줄 테니 빨리 정하도록하세요~”

 

  공서진이 고민 했다.

  난 1번째 조로 가서 조용하게 풍경화나 그리려고 한다.

  공서진이 1번째 조를 골랐다.

  옆자리에 앉은 안수호와 김지민에게 물어보니 전부 1번째 조라고 한다.

  그렇게 우린 모두 같은 조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각자 그림 그릴 곳을 찾아 떠난다.

  나와 공서진은 바다를 그리고 안수호와 김지민은 산을 그리겠다고 했다.

  김지민과 안수호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와 공서진이 남겨졌다.

  둘 다 집중하였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는 바다를 그렸다.

  집중해서 그리는데 공서진이 말했다.

 

  “야 저기 앞에서 서있어 줄래?”

 

  “그럼 나는 언제 그려”

 

  “아 빠르게 그릴 게 5분만”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잠깐 쉬었다 그리는 겸 도와주기로 했다.

 

  “알겠어 어디에 서있을까”

 

  “여기 바로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어 줘”

 

  “그래”

 

  공서진이 말하는 대로 해주었다.

  바다를 보고 쪼그려 앉아서 공서진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

  내가 여기서 움직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까봐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한 5분이 지났다.

  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듯 했다.

  약 10분이 지나고 공서진이 말했다.

 

  “이제 됐어”

 

  “보자 어떻게 그렸어?”

 

  “안 돼 나중에 보여줄 거야”

 

  “아...그래 그럼 너도 나처럼 앉아있어 봐”

 

  “응? 아 그래”

 

  공서진이 나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 공서진을 내가 그렸던 모래사장 위에 그렸다.

  잘 어울렸다.

  무언가 부족해서 해변 분위기가 나는 모자를 하나 바람에 날아가게 그렸다.

 

  “다 했어”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서로 보여주는 거야”

 

  “그래”

 

  공서진과 내가 동시에 카운트다운을 했다.

 

  “하나”

 

  “둘”

 

  “셋”

 

  서로 그림을 보여주었다.

  공서진이 내 그림을 보고 말했다.

 

  “와 너 잘 그리네 모자가 포인트구나”

 

  “뭐 매일 혼자 앉아서 그림만 그렸으니까”

 

  “아... 됐고 내 그림은 어때?”

 

  공서진의 그림을 다시 봤다. 나의 뒷모습을 자주 보진 못했지만 똑 닮아 있다.

  그리고 아직 지지 않은 석양을 넣어서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놓았다.

 

  “잘 그리는데?”

 

  “그치~ 내가 좀 잘해~”

 

  겸손 했으면 더 멋졌을 뻔했는데 아쉽네.

  그렇게 열심히 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심심해진 우리는 서로를 그려주기로 했다.

  공서진을 그렸다.

  공서진도 나를 그렸다.

  다 그리고 난 뒤 보았더니 나와 똑같다.

  그리고 내가 그린 공서진을 보여주었다.

  내가 그린 거지만 잘 그렸다.

  어느 덧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나와 공서진은 밥을 먼저 먹으러 갔다.

  해물라면을 하는 곳에 갔다.

  이 집은 주문하면 바다에서 잡아 온다고 한다.

  라면에 문어와 꼬막을 추가했다.

  라면을 먹었다.

  이때까지 추운 곳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라면은 엄청 맛있었다.

  라면을 다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공서진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슨세닝이 오을 햄흐하이어 하ㄴ하은에?”

 

  “뭐라는 거냐”

 

  입에서 아이스크림을 땠다.

 

  “선생님이 오늘 캠프파이어 한다는데 라고 말했어!”

 

  공서진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도 캠프파이어는 조금 기대되긴 한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아까 그림을 그렸던 장소에 갔다.

  거기에 다시 앉았다.

  다음으로 그릴 것을 정했다.

 

  “흠... 뭐를 그릴까?”

 

  “그러게 마땅히 그럴게 없네”

 

  “그럼 그냥 이까지만 그리고 다른 거 하자”

 

  다음으로 그릴 것을 정하지 않았다.

  우린 그냥 카페에 가서 앉아있기로 한다.

  공서진이 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넌 꿈이 뭐야?”

 

  “내 꿈? 잘 모르겠는데”

 

  잘 모르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꿈을 지금은 포기했을 뿐.

 

  “좋아하는 거나 그런 거 없어?”

 

  “응”

 

  “진짜?? 참고로 난 유치원 선생님이 될 생각이야 어린애들도 좋아하니까”

 

  “그래 꼭 이루길 바란다”

 

  꼭 이루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난 꿈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꿈을 포기하고 난 후로 꿈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이 싫어졌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열심히 노력하고 나보다 훨씬 잘한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꿈은 내가 원하는 나의 꿈과 나의 거리보다 더 가까이 있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빛나는 사람이 싫다.

  그들은 나보다 좋은 사람이고 나보다 더 낫다.

  그래서 난 그들이 싫다.

 

  라고 생각하던 때에 아까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난 꺄라멜마끼아또를 시켰다.

  지금은 왠지 달달한 게 당겼다.

  공서진이 나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더 늘어놓았다.

  그렇게 30분 동안 공서진 혼자 떠들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더니 해가 졌다.

  노을이 바다 위에 떠있었다.

  아까 공서진이 그린 그림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그림을 보니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잘 그렸다.

  버스에 도착했다.

  다른 애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다 모이고 난 후 버스에 타서 위치를 이동했다.

  얼마 안 가 바로 멈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큰 캠프파이어가 보였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캠프파이어는 그 글자만으로도 분위기가 나는 것이다.

  학생 전부가 캠프파이어 주위에 둘러서 앉았다.

  나와 공서진이 붙어 앉았다.

  어둠속에서 불이 타올랐다. 따뜻했다. 나무가 타박타박 타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 소리와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 또한 어우러졌다. 불꽃에 타오르던 나무는 점점 더 불길이 세졌다. 연기가 피어 올라갔다.

  이 아름다운 분위기에 난 다시 타올랐다.

 

  “공서진, 있잖아...”

 

  목소리가 떨렸다.

 

  “응?”

 

  “나 사실...”

 

  호흡을 고르고, 공서진을 봐라보았다.

 

  “잠깐만”

 

  공서진의 눈빛이 진지했다.

 

  “그 이상 말하지 마”

 

  공서진이 나를 막았다.

  비가 내려서 불이 꺼졌다.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한 번 타서 불타올랐던 나무에 비가 내리면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도 비가 내렸다. 동시에 불이 꺼졌다.

 

  오늘도 인생이란 조커 뽑기의 한 턴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조커는 내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가 온 탓에 캠프파이어가 종료되었다.

  비를 피해 얼른 호텔에 들어왔다.

  주위에 공서진은 없었다.

  아마 나를 피하는 것이다. 내가 하려던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나를 피하는 것이다.

  정작 나도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분위기에 이끌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공서진은 그걸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호텔 방 앞에서 고민했다.

  과연 이 벽 뒤에는 공서진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약 없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런 내가 최악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고민과 함께 문을 똑똑 두드렸다.

  김지민이 대답했다.

 

  “진설이야?”

 

  “응 열어줘”

 

  방안에서 다른 얘기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김지민이 말했다.

 

  “조금 늦었네 어디에 있다가 온거야?”

 

  “그냥 밖에 있다가”

 

  안수호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빨리 와 이제 시작하려던 참이야”

 

  “어어 뭘?”

 

  “됐고 빨리 앉아”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갔더니 공서진이 앉아있다.

  공서진이 내 눈을 피했다.

  안수호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자 시작합니다 공포 괴담...”

 

  이게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라고 들었다.

  4명이서 바닥에 앉아서 얘기 했다.

  안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부터~ 우리 학교에...”

 

  진부한 학교 음악실 괴담이다.

  안수호의 괴담이 끝나자마자 김지민이 이불을 덮었다.

 

  “미안 좀 무서워서”

 

  안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럼 이제 그만할까?”

 

  “그래주면 좋고...”

 

  김지민이 가장 무서워했다.

  하지만 공서진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무섭지 않나 보다. 하지만 얼굴이 약간 붉었다.

  공서진의 눈을 나를 봐라보지 않았지만 몸은 가까이에 붙어있었다.

  공서진이 말했다.

 

  “그럼 난 그냥 자야겠다”

 

  이 한마디에서 차가운 살기를 느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 같다.

  김지민이 이불을 덮고 있다가 그냥 자버렸다.

  안수호는 다른 방으로 놀러 갔다.

  나는 식탁에 앉아 어제 산 음료수를 마저 마셨다.

  또 다시 사색에 빠졌다.

  나는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아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던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만약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았다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았다면 지금 틀어져버린 것 같은 이 관계가 원래대로 유지 되었을까.

  유지가 되지 않는 지금 상황을 알았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난 아직까지 아쉽다. 아까 그 말을 전부 끝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렇다면 그 말을 한 것은 내가 잘 못한 것인가? 아니다. 내가 잘 못 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잘 못한 것은 내가 하려던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도 틀어져 버렸고 나는 아직 내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내가 최고로 싫다.

  침대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야 진설 이리와봐”

 

  공서진이다.

  공서진이 침대에 누워서 나를 불렀다.

  나는 공서진이 누워있는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공서진이 내 손을 잡았다.

 

  “오늘은 무서우니까 이러고 자줘...”

 

  라고 말하는 얼굴이 조금 붉었다.

  나를 봐라보던 눈이 조금씩 감겼다.

  공서진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어떤 감정으로 말을 하려고 했을까.

  나는 지금 느껴지는 감정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몇 십분 전의 감정을 어떻게 알고 기억 할 수 있겠냐.

  내가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을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는 나의 감정을 공서진에게 전하려고 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 모른다.

  공서진에게 대답해 줄 수 없다.

 

  “그냥 아무 것도 아니야”

 

  “진짜?”

 

  공서진이 약간 실망한 듯한 눈치로 대답했다.

  그 순간, 내 손에서 조커가 사라졌다.

  왠지 모르게 어딘가가 텅 빈 기분이 들었다.

  공서진이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러곤 등을 돌려서 누웠다.

  공서진이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이제 됐어”

 

  보이진 않았지만 공서진의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을 알 수 있다.

  공서진은 지금 애써 눈물을 참으려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표정의 의미를 모른다.

  공서진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도 알 수 없다.

  이런 순간이면, 나는 내가 싫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불을 하나 들고 바닥에 누웠다.

  오늘 난 잘 못 한 게 많은 것 같다. 그 잘 못들을 전부 생각하려 해도 너무 많아서 전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난 왜 내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가, 난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말을 하려고 했는가, 난 왜 끝까지 생각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했는가, 난 왜 공서진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가.

  난 이 모든 게 내가 시작해버린 일이여서 후회된다.

  인간은 나처럼 늘 후회하며 사는 동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의 잘 못 된 점을 찾아내어 그 점에 대해 후회한다. 그렇게 후회하다보면 잘 했던 점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점점 감정마저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하고,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빠르게 한다. 자신의 의견이 확실해도 잘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론 어른이라고 단정지울 수 없다.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능력과 배려, 미성년자와의 거리감이 확실하게 느껴져야 모두가 어른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그건 완벽한 어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에서 어른이 되려면 후회를 하며 살아야 한다.

  난 어른이 되기 위해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졌다.

  창밖을 보니 조금씩 내리던 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눈이 내렸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봤던 바다가 보였다. 잔잔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바다 앞에 공서진이 앉아있다. 한기가 사라졌다. 따뜻한 열기가 나에게 전해졌다. 감은 눈앞에 붉은 빛이 보였다.

  파도소리가 들렸다. 귀뚜라미가 파도소리에 맞춰 울고 있다.

  눈을 떴다.

  눈앞에는 아름다운 관경이 펼쳐졌다.

  바다 앞에서 우린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분위기에 휩쓸렸다.

  다시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었다.

 

  “공서진, 있잖아...”

 

  “응?”

 

  “나 사실...”

 

  “잠깐만”

 

  공서진의 눈빛이 진지했다.

 

  “그 이상 말하지 마”

 

  공서진의 손을 잡았다.

 

  “아니, 말하게 해줘”

 

  공서진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봐라보았다.

  파도소리가 커졌다. 주위에 있는 애들의 얘기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모래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가로등의 불빛이 은은하게 퍼졌다.

  하늘에 빛이 번쩍였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놀이는 더욱 강한 흐름을 만들었고 난 그 흐름을 따라갔다.

 

  “처음 만난 날부터 좋아했어”

 

  불꽃이 계속 터졌다.

  중간중간 보이는 별들의 빛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웠다.

  불꽃에 정신이 팔렸다.

  공서진이 이미 멀리에 서있다.

  저 멀리서 나에게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미안...”

 

  비가 내렸다.

  불이 꺼졌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

  눈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

 

  조커가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 매일 후회하고 그 점을 개선해가며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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