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7)
작성일 : 19-09-10 19:48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8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인도자 ‘여명을 쫓는 이리’를 따라 나선지 사흘 째.

 

  그들은 아직까지 인도는커녕, 인도가 행해질 목적지조차 구경하지 못한 상태였다.

 

  탈루는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팔과 다리를 살펴보았다. 약초랍시고 이것저것 바르긴 했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사실 지금 당장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붓기를 가라앉히고 새살을 돋게 해줄 진귀한 약초가 아니라, 격심한 피로를 달래줄 잠깐의 휴식이었다. 제아무리 효능이 뛰어난 풀이라 할지라도 기력이 쇠진한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약효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프타, 헐떡이풀 좀 남았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걸음은 계속되고 있었고, 이 상태 그대로 오르기엔 눈앞의 산이 너무나도 높고 험했다. 결국 탈루는 또 한 번 프타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이게 마지막이야.”

 

  풀 쪼가리를 내미는 프타의 손과 팔 역시 성한 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다 더 구할 수 있겠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상처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아마도?”

 

  프타가 산의 높이를 눈으로 훑으며 대답했다.

 

  지난 사흘 간 그들이 한 일이라곤 눈앞에 나타나는 산들을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올라서 정상에 도달한 뒤, 다시금 내려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냥 산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그들 앞을 막아선 것들은 죄다 머리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높디높은 거산들이었다. 자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리’가 택한 길은 그 의도를 의심케 할 정도로 험난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한 사람 지나가기도 협소한 소로(小路)와 온통 가시로 뒤덮인 수풀지대는 물론이고, 물살 거센 강과 안개 자욱한 낭떠러지에까지 그들을 떠밀었다(덕분에 프타는 더 이상 휘토가 어떤 방식으로 불새동(洞)안으로 들어갔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매번 그것이 목적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만 말할 뿐 다른 설명은 일절 곁들이지 않았는데, 탈루로선 그가 저 ‘가장 빠른 길’을 통해 가려는 곳이 육신을 가지고선(살아선) 결코 갈 수 없다는 지하세계의 바로 그 곳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즈음 앞장서 걷던 ‘이리’가 눈 덮인 산 속의 바람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해라.”

 

  탈루는 고개를 들어 전방을 확인했다. 이번에 넘어야 할 장애물은 뭘까. 눈에 보이는 거라곤 그저 새하얀 눈으로 덮인 좁은 길과 그 뒤의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솟은 흰 봉우리뿐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기다란 암벽이 하나 나올 거다. 우린 그 벽을 타고 오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타가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카시 이 녀석!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탈루와 내 상처들을 좀 보라고!”

 

  “내게 질문하지 마라. 예의 없게 굴지도 말고. 그리고 한번만 더 그 따위로 나를 불렀다간 가만두지 않을 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너나 조심해. 안 그럼 네가 자는 동안 네 그 풍성한 다리털을 몽땅 뽑아버릴 테니까!”

 

  순간 탈루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뻔했다. 놀랍게도 ‘이리’가 한 차례 몸을 움찔거렸던 것이다.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이 도깨비 녀석아. 그리고 이제 그만 좀 징징대지? 저 건방진 불새 녀석은 이미 앞서 간지 오래야. 나약하고 덜떨어진 스스로를 탓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그간 휘토의 불새가 계속해서 온기를 공급해준 덕에 그나마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얼마 전부터 일행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휘토만 따로 떨어져 행동했기 때문이다.

 

  “지금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야!? 우리가 왜 이딴 곳까지 와야 되는 거냐고! 원래 인도는 마눈 산에서 진행하는 거 아냐?”

 

  추위와 굶주림, 격심한 피로와 함께 이 고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샌가 프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던 모양이다, 탈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리’를 향한 그녀의 분노의 외침은 멈출 줄을 몰랐다.

 

  “어디까지 갈 셈이냐고!”

 

  그러나 그러한 프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리’는 다만 코웃음 칠뿐이었다.

 

  “흥, 지금 인도자의 판단을 의심하는 거냐? 마눈 산은 나약하고 겁 많은 놈들이나 가는 곳이다. 그따위 뜨뜻미지근한 곳에선 결코 제대로 된 사냥꾼이 탄생할 수 없는 법이지. 네 녀석들도 나중에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걸?”

 

  “무슨 소리야! 마눈 산은 ‘세상을 토해낸 불새’가 직접 첫 번째 아이의 인도를 명한 곳이라고! 너도 거기서 인도를 진행했던 것 아냐?”

 

  “당시야 그곳이 최적의 장소였겠지. 이천 년 전에는 어느 산이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마눈 산 또한 산짐승은 물론이거니와 곳곳에 요괴와 신수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지. 일족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푸른매’가 얼마나 많은 요괴를 잡아먹어야 했는지는 가히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야. 하지만 지금의 마눈 산은 그저 나약한 겁쟁이들의 명소일 뿐이다. 흡혈나무니, 늑대 떼니, 멧돼지니 하는 것들밖엔 없어. 설마 이천 년 만에 재림한 불새가 그따위 허접한 곳에서 인도를 받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또 뭔가 하나 착각하고 있나 본데, 비단 너희들만이 마눈 산 이외의 지역에서 인도를 진행했던 게 아냐. 과거 저 유명한 일족의 ‘삼난’이 그랬고, ‘흰족제비’ 또한 서북쪽 일대에서 인도를 진행했었다. 심지어 나 역시도 한창 소란스럽던 요괴 ‘파나리’의 둥지에서 무려 2년을 넘게 처박혀 있어야 했지. 그러니 혹여나 저 건방진 불새 녀석과 엮여 괜한 고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따위 수준밖에 안 될 것 같으면 앞으론 더욱더 힘들어질 테니까. 아니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돌아가 후르인지 호르인지 하는 그 멍청한 뚱보와 함께 내년을 기약하시던가.”

 

  프타는 그러고 조소하는 ‘이리’를 한껏 노려보고는 있었으나, 달리 대꾸를 이어가진 않았다. 열을 내봤자 괜히 제 기운만 빠질 뿐, 딱히 더 나아질 상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이리’가 말한 기다란 암벽이 그들 앞을 막아섰다.

 

  “하아…….”

 

  탈루는 저 ‘이리’가 ‘기다란’이란 표현을 썼을 때 미리 각오를 다져두지 않았던 조금 전의 자신을 원망했다. 그들을 막아선 암벽은 단순히 ‘기다란’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청나게 기다란’ 벽이었으며, 심지어 매끈하기까지 했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그것도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저 암벽을 타고 오른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이었다.

 

  탈루가 그에 대해 뭐라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올라가 줄을 던져줄 테니 그걸 잡고 올라오도록. 그리고 행여나 얼어붙은 바위에 발을 디딜 생각은 마라. 십중팔구 미끄러질 테고, 그 순간 니들의 몸을 지탱하려다 얼어붙은 손목과 팔이 먼저 작살날 테니까.”

 

  그러곤 성큼성큼 벽 쪽으로 다가가더니, 대뜸 벽에다 손을 대곤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뭐라 대답할 새도 없었다.

 

  “……저게 가능해?”

 

  탈루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손쉽게 벽을 타는 ‘이리’를 턱이 빠져라 올려다봤다. 마치 온 몸에 검은 칠을 한 거대한 설산원숭이를 보는 것 같았다.

 

  “너는 그래도 춥지는 않을 테니까 괜찮겠다.”

 

  함께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검정원숭이를 쳐다보던 프타가 갑작스레 탈루를 보며 말했다.

 

  “응? 내가?”

 

  탈루는 말로 부인하는 대신, 꽁꽁 얼어붙은 자신의 손을 프타의 얼굴에 대보였다. 그러자 그 차가움에 놀랐는지, 프타가 ‘헉!’ 하고 소리를 질렀다.

 

  “겨우살이 신이 네게 추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야?”

 

  “알려주긴…… 며칠째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는 걸.”

 

  “왜?”

 

  프타는 진심으로 궁금한 듯 물었다. “왜라니? 너는 장난꾸러기 신과 대화해?”

 

  “응, 당연하지. 계속 대화하고 있었는걸. 조금 전에 카시에게 다리털을 뽑겠다고 협박하라고 일러준 것도 우리 도깨비였어. 카시가 자신의 숱 많은 다리털을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라고, 한 번 찔러나 보라면서.”

 

  킥킥대는 프타의 주위로 한순간 공기가 출렁거렸다. 그녀의 메를 통해 장난꾸러기 신이 화답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탈루는 프타의 그런 모습에 적지 않은 부러움을 느꼈다. 좀처럼 감정변화가 덜한 편인 그 역시도 고된 환경에 점점 더 지치고 외로워져 가던 상황이었다. 속의 말을 언제고 편히 나눌 수 있는 내면의 존재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아직 제대로 메를 다루지 못하고 있나봐. 며칠째 계속 불러 봐도 응답이 없네.”

 

  “흠, 왜 그렇지? 잠시만.”

 

  그러고 잠깐 동안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던 프타가 이윽고 탈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도깨비가 그러는데, 신들마다 반응하는 게 다 다르대. 그냥 반응이 느린 것일 수도 있고, 일부로 반응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귀찮아한다거나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극히 드물게는, 평생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대.”

 

  “어, 어째서?”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래. 기질에 흥미가 동해서 내려왔다가 금방 다시 변심해 버리고 만 거지. 그리고 그럴 경우엔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가 없대. 신의 개성을 담지 못한 메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니까.”

 

  문득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냥 아직까지 신이 제대로 네 메와 융화되지 못해서 일지도 몰라. 어떤 메는 감히 신조차도 시험해보려 든데. 부여된 운명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지녔나 보려고.”

 

  “……어떤 식으로?”

 

  “그건 나도 잘 몰라. 우리 도깨비는 뭐든 제대로 설명해주는 게 없어. 내가 궁금해 하면 궁금해 할수록 입을 닫아버린다니까? 별종이야 정말.”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타는 그의 방식이 그리 싫진 않은 듯했다. 말하는 내내 웃음을 참으려 입가를 씰룩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네.”

 

  그렇게 우울함에 잠겨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5. 신기(神技) (11) 2019 / 11 / 9 218 0 3652   
48 5. 신기(神技) (10) 2019 / 11 / 7 225 0 3486   
47 5. 신기(神技) (9) 2019 / 11 / 5 227 0 4069   
46 5. 신기(神技) (8) 2019 / 11 / 4 248 0 3993   
45 5. 신기(神技) (7) 2019 / 10 / 31 221 0 3377   
44 5. 신기(神技) (6) 2019 / 10 / 22 224 0 4566   
43 5. 신기(神技) (5) 2019 / 10 / 16 221 0 3585   
42 5. 신기(神技) (4) 2019 / 10 / 14 212 0 3488   
41 5. 신기(神技) (3) 2019 / 10 / 10 215 0 4572   
40 5. 신기(神技) (2) 2019 / 10 / 7 224 0 6401   
39 5. 신기(神技) (1) 2019 / 10 / 4 199 0 6377   
38 4. 탐욕의 산(9) 2019 / 10 / 3 249 0 4014   
37 4. 탐욕의 산(8) 2019 / 10 / 1 226 0 4338   
36 4. 탐욕의 산(7) 2019 / 9 / 26 207 0 4417   
35 4. 탐욕의 산(6) 2019 / 9 / 25 250 0 4029   
34 4. 탐욕의 산(5) 2019 / 9 / 24 218 0 5103   
33 4. 탐욕의 산(4) 2019 / 9 / 20 225 0 4033   
32 4. 탐욕의 산(3) 2019 / 9 / 19 238 0 5914   
31 4. 탐욕의 산(2) 2019 / 9 / 18 211 0 4308   
30 4. 탐욕의 산(1) 2019 / 9 / 17 211 0 4024   
29 3. 여명을 쫓는 이리(9) 2019 / 9 / 16 207 0 6623   
28 3. 여명을 쫓는 이리(8) 2019 / 9 / 11 214 0 4160   
27 3. 여명을 쫓는 이리(7) 2019 / 9 / 10 230 0 4840   
26 3. 여명을 쫓는 이리(6) 2019 / 9 / 9 250 0 4424   
25 3. 여명을 쫓는 이리(5) 2019 / 9 / 7 227 0 4572   
24 3. 여명을 쫓는 이리(4) 2019 / 9 / 6 235 0 5386   
23 3. 여명을 쫓는 이리(3) 2019 / 9 / 5 245 0 4121   
22 3. 여명을 쫓는 이리(2) 2019 / 9 / 4 258 0 4319   
21 3. 여명을 쫓는 이리(1) 2019 / 9 / 3 211 0 4020   
20 2. 영신제(迎神祭) (13) 2019 / 9 / 2 234 0 400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세자마마의 은밀
지놓
더럽(The Love)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