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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게임 밖에서도 쓰는 인벤토리
작가 : 파한울
작품등록일 : 2019.9.3

큰 배신을 당한 이후 사람을 넘어 세상을 불신하는 주인공, 세상일에 환멸을 느끼고 가상현실 게임이자 인생 파괴게임으로 유명한 R.O.A라는 게임을 플레이하기로 정한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고블린에게 배가 뚫리게 된다.
‘억울하다. 죽을 때만큼은 세상에게서 한가지라도 이긴 상태일 줄 알았는데….’
원통해하는 주인공 앞에 정사각형이 줄지어져있는 홀로그램 창과 그 안에 있는 포션!
현실의 물품으로 사제 폭탄을 만들어 게임으로 가져가고 판타지의 영약을 현실로 가져와 몸을 강화하고 헌터가 된다.
게임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을 오가며 활약하는 주인공의 변화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

 
8화:필요악이 된 기분-3
작성일 : 19-09-10 18:13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6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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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필요악이 된 기분-3

 

 푹!

 

 마지막 고블린의 목에 검을 깊숙이 꽂아넣었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바로 숨통이 끊어졌다.

 

 “후우….”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생각보다 고블린의 수가 많았던 까닭에 체력을 너무 많이 쓴 모양이다.

 

 띠링!

 

 [‘포식자 킹 고블린의 부락’을 소탕하셨습니다.]

 [‘포식자 킹 고블린의 부락’ 최초 소탕입니다. 보상의 내용이 한단계 승급됩니다.]

 [보상이 분배됩니다.]

 [소탕 인원 2인, 하지만 현재 한명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태. 소탕 인원은 1인으로 판정]

 [칭호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의 효과로 보상의 내용이 한단계 승급됩니다.]

 [고블린이 모아둔 무기 중 ‘평범’ 등급의 무기들이 전부 50 개 씩 나뉘어 나무 상자에 들어간 상태로 인벤토리에 이동합니다.]

 [‘고블린의 홍옥’ 3개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오릅니다.]×10

 

 나는 빠르게 차오르는 메시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다.

 소탕 인원이 2명이라는 건 레이든이랑 보스를 잡은 것 때문이겠지?

 그는 현재 로그아웃 상태이니 보상을 전부 몰아받았다.

 뭐… 이것도 녀석의 운인 거지.

 

 “후!”

 

 한숨이 단번에 뚝 끊어졌다. 생각도 못한 보상으로 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단숨에 레벨이 10개나 오른 것도 그렇고 평범 등급의 무기들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도 예상 밖의 수확.

 하나하나 주워 인벤토리에 넣어야만 했으면 그냥 버리고 갔을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아까울 테니까.

 

 “음… 체력에 10, 근력에 5 나머지는 전부 민첩”

 

 이르카 (Lv.42)

 

 …………

 

 *스테이터스

 

 체력:20 근력:35 민첩:190 지력:10 매력:10

 

 

 고블린들을 잡으면서 두 개의 레벨이 올랐고 소탕 보상으로 레벨이 10개가 올랐다.

 나는 손에 들린 숏소드를 휘둘러보았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스텟의 대부분을 민첩에 쏟아부은 보람이 있었다.

 

 이정도면 50레벨쯤 되는 몬스터를 상대로 속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주변에 고블린은 없다는 거겠지?”

 

 나는 왠지 께름칙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고블린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이동을 재개해도 될 것같다.

 100마리에 가까운 수의 고블린들을 상대하느라 몸을 이리저리 굴린 탓에 피로가 꽤 쌓였다.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 대충 한 곳에 모아두고 그 위에 드러누웠다.

 수북하게 쌓인 풀들 덕분에 등이나 어깨에 결리는 느낌없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물을 넣은 수통에 최하급 포션을 한모금 정도 섞었다.

 포션의 재사용 대기시간이었으니 이런 식으로 복용하는 수 밖에 없다.

 

 포션 특유의 씁쓸한 맛이 밍밍하게 났다. 포션 섞인 물이 굉장히 찝찝한 느낌을 주며 목구멍을 넘어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몸이 따뜻하게 유지된다. 피로가 빠르게 풀리는 게 느껴졌다.

 한 시간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컨디션도 하늘을 찌를 것같았다.

 최하급 포션을 희석한 물일 뿐인데 이정도 효과라니.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휘이잉

 

 시원한 바람이 몸을 스쳐지나간다. 햇살이 몸을 내리쬐며 기분 좋은 따스함을 선사한다.

 하… 여기가 천국인가….

 오랜만에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그때

 “여기 맞아?”

 “맞다니까. 촌장이 준 지도에는 분명히 여기라고 적혀있어.”

 “그렇게 큰 부락이 있다는데 오면서 고블린이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게 말이 되나?”

 

 약 3~40m 거리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목소리로 따져보니 남자, 여자 각각 두명씩 구성되어 있는 파티인 것 같았다.

 그들에게 휘말리지 않기 위해 숨으려 일어났지만 그들은 이미 나를 발견한 상태였다.

 

 “뭐야? 선수친 사람이 있었네.”

 “씨… 몇일이나 고생해서 얻은 퀘스트인데….”

 

 그들의 분위기가 매우 흉흉해졌다.

 여느 이야기 속이었다면 저들은 나에게 호의를 건내고 좋은 동료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는 저들이 고생해서 얻은 퀘스트를 망친 훼방꾼, 딱 그 정도 위치다.

 지금 굉장히 허탈하고 화가 날 것이다.

 당장 검을 빼들고 달려들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들이 달려든다고 해서 그리 위험할 것같지는 않았다.

 위험하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등을 돌려 도망치면 될 일이다.

 ROA에서 민첩 스텟은 주류 스텟이 아니다.

 동레벨 대에 나만큼 민첩이 높은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 달리기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저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싸우고 싶던 도망치고 싶던, 도리어 선택지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이게 바로 속도의 장점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30m정도로 한정되어 있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속이는 것도 속아본 사람이 잘 할 수 있다.

 그러니 속아본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부터 그들을 잠깐 속여볼까한다.

 

 “아까 오시면서 하는 말 들었는데. 여기 큰 고블린 부락이 있었다고….”

 “아…? 아, 네”

 

 예상과 다르게 훅치고 들어왔는지 당황하는 게 보인다.

 

 “음… 여기에 고블린 부락이 있긴 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그리 크진 않았어요. 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정도?”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90%의 진실에 10%의 거짓을 섞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걸려도 상관없는 거짓말이나 걸리게 될 시점에 얻을 수 있을 것을 모두 얻은 상태라면 거짓을 얼마나 섞든 상관이 없다.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혹시 지도 한번 보여주실 수 있나요? 제가 현실에선 사진 작가라 오지에 많이 다녀봤거든요. 지도보는 건 확실해요.”

 

 그들은 우물쭈물거리며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지도를 건냈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며칠이나 고생해서 얻은 퀘스트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믿을 바에는 자신들이 길을 잘못 찾았다는 거짓을 믿고 싶은 것이리라.

 

 지도를 보니 당연하게도 그들은 정확히 잘 찾아왔다.

 하지만 내가 얻을 정보는 바로 마을의 위치였다.

 마을의 위치는 이곳의 위치와 같은 빨간색으로 표시 되어있었다.

 그 위치와 가는 길을 정확히 암기한 후 그들에게 지도를 돌려주며 말했다.

 

 “음… 지도가 잘못된 거 같은데요?”

 “지도가… 잘못됐다니요?”

 

 그의 의문에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길에 굴곡이 갈래길이 몇 개 있었는지 기억하세요?”

 “음… 몇 개였지…?”

 

 그가 답을 생각해내기 전에 말꼬리를 가로챘다.

 

 “제가 마을에서 여기로 왔을 때는 4개였어요. 그런데 지도에는 3개로 되어있네요?”

 

 그들은 미심쩍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결정타를 날려줘야한다.

 나는 고블린의 홍옥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줬다.

 

 “큰 고블린 부락을 찾는다고 하셨죠? 여기서 하루하고 반나절 거리에 엄청 큰 고블린 부락이 있었어요.”

 “아, 그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뭔지 아시죠? 고블린의 홍옥인데. 거기서 얻은 거에요. 이거보고 눈 돌아가서 소탕해보려고 했는데 혼자서는 무리더라고요. 하하… 바로 도망쳤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아이템과 그것으로 지어낸 스토리, 끝으로 약간의 자학 유머가 끼워지니 그럴 듯한 거짓말이 완성되었다.

 이제는 꽤 믿음이 가는지 그들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지도에 위치 표시해드릴까요?”

 

 나는 친절하게 웃으며 선의로 가장한 악의의 손을 건냈다.

 대충 지도 가장자리에 표시를 해주고 빠르게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그들이 며칠이나 고생한 퀘스트의 보상, 한번 가져가 볼까.

 

 ***

 

 길을 따라 뛰다가 지치면 걷고 회복되면 뛰는 것을 반복하니 6시간 만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지금 현실에서의 시간은 오전 6시쯤 될 것이다.

 고블린 부락 소탕의 보상도 받고 포션을 보충하고 장비를 사고 이것저것하면 쉴 시간이 부족할 것같다.

 

 척!

 

 마을의 입구로 다가가니 자경단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장창을 교차시켜 길을 막았다.

 이 작은 마을의 자경단이라고 하기에는 수도 많았고 무장 상태도 좋았다.

 지금은 치워져있지만 나무에 철이 덧대어진 바리게이트도 상당 수 보인다.

 나무로 만든 탑 위에는 쇠뇌가 달려있어 여기서 난동을 피우다간 금새 고슴도치가 될 것이다.

 

 그 외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런 작은 마을의 자경단치고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고블린에게 당했을리는 없다. 녀석들은 이런 높은 수준의 경계를 뚫고 이리 많은 인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얼마전에 처치한 포식자 킹 고블린이라하더라도 힘들 것이다.

 최근에 도적들이라도 침범한 건가? 도적단이 이런 마을을 침범할 이유는 없을텐데.

 

 “누구지?”

 “지나가던 ‘외지인’입니다. 촌장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

 “어… 음… 촌장님을 찾는 이유가 뭐지?”

 “고블린 부락을 소탕했다고 보고 하기 위함입니다.”

 

 외지인은 이곳 사람들이 플레이어를 부르는 명칭 중 하나다.

 그들은 플레이어를 ‘천인(天人)’이나 ‘축복받은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게 그들의 입장에선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외지인이라 밝히자 태도가 어색해지는 모습을 보니 플레이어가 왕래하지 않는 곳인 것같다.

 

 “고블린 부락…? 음… 일단 알겠네. 촌장님 댁은 저 언덕 위의 통나무집이네.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각오하는게 좋을게야.”

 

 하지만 앞에서 속이고 온 파티가 노력해준 덕분에 경계심이 조금은 풀려있는 듯했다.

 나는 그에게 촌장의 집에 대한 정보를 듣고 바로 그의 집으로 향했다.

 

 마을 한가운데에 직경 10m는 되어보이는 원 모양으로 나무 벽이 세워져있었다.

 벽 때문에 길이 좁아진 곳도 있었다. 이동할 때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같다.

 뭐 때문에 저렇게 만들어 둔 것인지 의문을 품으며 길을 걷자 금새 촌장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촌장의 집은 칙칙한 색의 통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이었다.

 마을의 우두머리가 지내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집보다 훨씬 작았다.

 나는 문을 두들겼다.

 

 “뉘시오?”

 

 문 안에서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외지인’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 기다리쇼.”

 

 문 밖에 있는데도 문의 잠금장치를 풀며 낑낑거리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끼익

 

 열린 문 안 쪽을 보니 왜 낑낑 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잠금 장치가 5중으로 설치되어있으니 번거롭지 않을 수 없겠지.

 

 “안으로 들어오시게나. 보다시피 몸이 안 좋아 손님대접은 못 해줄 것같네만.”

 “괜찮습니다.”

 “저기 의자에 앉게나”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촌장의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는가?”

 

 길게 끌 이유도 없다.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촌장에게는 이 이야기가 본론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저는 여기 주변에 있는 고블린 부락을 처치하고 오는 길입니다.”

 “보상을 원하는 겐가? 미안하지만 나는 다른 이들에게 임무를 맡긴 참이라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보상은 줄 수가 없네.”

 “보상은 필요없습니다.”

 “그럼 뭘 바라는가? 다른 임무라면 줄 만한 것이 있네만…”

 

 촌장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듯 책상 속에서 기계처럼 서류를 꺼냈다.

 나는 그런 촌장의 움직임을 끊어냈다.

 

 “그런 임무말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이지? 그나저나 식수 조달 임무가 남았는데, 맡을 생각 있나?”

 

 촌장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말투는 차분하게 가라앉히는데 성공했지만 눈동자는 지금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 고블린은 이 마을에 큰 피해가 없지 않습니까?”

 

 민첩 스텟에 올인하다시피한 내가 달려서 6시간이나 걸린 거리다.

 짧은 다리를 가진 고블린이 걸어서온다면? 쉬지 않고 온다고 해도 족히 이틀은 걸리겠지.

 자주 이 마을에 침략해오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 고블린 부락의 소탕을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겐가?”

 “아뇨, 의뢰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죠.”

 

 쉽게 막을 수 있다고는 해도 껄끄러운 건 사실, 마을 사람이 길을 가다가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내 마음에 걸리는 건 다른 거다.

 

 “이 마을의 방어시설은 고블린은커녕 도적단도 뚫기 힘들어보이더군요.”

 

 마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 이렇게 큰 규모의 방어시설이 필요한가?

 

 “그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촌장이 대화의 흐름을 틀어버리려 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흐름을 바로 내 뜻대로 교정했다.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저는 이런 방어시설을 가진 마을을 위협하는 몬스터가 어디있냐고 묻고 싶은 겁니다.”

 “글쎄… 그런 몬스터는 없는 것같네만.”

 “그럼 다행입니다만…”

 

 나와 촌장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왜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거지? 쓸데없는 자존심에 연연하는 성격의 사람도 아닌 듯하다.

 무슨 이유가 있는건가?

 

 “흐음….”

 

 끼이익

 

 나는 발로 땅을 밀어 의자와 탁자의 거리를 벌렸다.

 결국 이기는 건 내가 될 거다.

 나보다 촌장 쪽이 더 간절할 테니까.

 

 “마을이 안전하다면 안심입니다. 그럼 전 이만….”

 

 나는 의자를 몸에서 떨어뜨렸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문 앞으로 다가간다.

 내 움직임에는 조금도 거침이 없다. 강하게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더 안달이 나는 쪽은 분명 촌장이다.

 .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하기에는 이 마을에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첫 번째는 쌀쌀맞게 구는 척하면서 나를 붙잡으려 하는 촌장의 태도.

 

 “잠깐만 기다리게…. 다른 의뢰를 해볼 생각은 없는가? 보수는 넉넉히 쳐주지.”

 

 ‘둘 째는 이 마을의 중앙에 펴져있는 목책.’

 

 보행에 불편이 갈 정도로 크게 지어진 목책의 이유는 무엇인가.

 

 ‘결정적으로 마을의 중앙을 향하고 있는 마을 감시탑의 쇠뇌’

 

 그리고 쇠뇌가 가리키고 있는 마을의 중앙에 있는 건,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큰 목책이었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게. 조금만 고민해보겠네.”

 

 드디어 촌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이쯤에서 슬슬 마지막 미끼를 던져봐야겠군.

 

 “겨울이 되면 괜찮겠지만 그때까지 버티는 게 힘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더욱더 난리를 칠텐데요.”

 

 그 말을 하면서 문고리를 잡았다.

 

 “자네….”

 

 촌장이 미끼를 물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자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겐가....”

 

 씨익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로써 나는 이 작은 이야기의 끝을 볼 자격을 얻었다.

 

 띠링!

 

 [헬렌 마을의 퀘스트 시스템이 붕괴합니다.]

 [헬렌 마을 메인 퀘스트의 중간 과정을 생략합니다.]

 

 눈 앞에 떠오른 글자들이 그걸 증명했다.

 그리고

 

 [샛길 ‘믿지 못하는 자’를 획득합니다.]

 [‘신정훈’만의 ‘절대자의 길(ROA:Road of the Absolute)’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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