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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물의 연예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4

1817년 늦가을 대한민국 지리산에 살던 동물들이 200년이 지나 인간으로 환생해 만났다? 동물의 특색을 지닌 사람들이 IT중소기업에서 만나 벌어지는 독특한 연예기.


1817년 늦가을 대한민국 지리산에 살던 동물들이 200년이 지나 인간으로 환생해 만났다?

지리산 칠선계곡의 터줏대감인 반달곰과 이 세상에 자기만 있는듯 살아가는 하얀토끼가 IT중소기업에서 만났다.

연예 한번 못해본 모쏠 반달곰이 그녀를 차지하기 까지. 즐거운 상상력의 로맨틱코메디 소설.

 
6회 - 그녀의 본모습 (1)
작성일 : 19-09-10 09:18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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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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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얼굴에 자세히 살펴보니 도가은 대리 같았다. 아직 약에서 덜 깼나? 왜 도 대리님이 내 집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누가 봐도 얼빠진 멍청이 표정으로 쳐다보자 여자가 먼저 대답했다.

 

 "네. 과장님. 이제 오셨어요?"

 

 귓속을 정화시키는 맑은 목소리를 들어보니 현실이 맞나 보다. 문 과장이 이 상황이 믿기질 않아 말을 더듬거리자

 

 "이 안보 부장님이 데리고 오라 해서 회사 차 타고 먼저 왔어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시나 봐요?"

 "아. 네.. 네네. 저 저는 이제 왔습니다. 이 부장님이 저를 데려오라 하셨다고요?"

 "네. 발표하시다 쓰러지셔서 병원에 갔다 하니까 진짜 아픈지 확인하고 데려오라 시더라고요."

 "아. 네.. 하아.. 이 부장님이 데려와라 하셨구나.."

 

 문 과장은 억장이 무너질 듯했다. 절로 몸이 푹 숙어졌다. 밝았던 세상이 순식간에 암흑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가실 수 있으세요?"

 

 도 대리는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과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네.. 잠깐 물 한 잔만 마시고.. 나올게요.."

 

 문 과장은 힘없는 걸음으로 터벅터벅 문 앞에 다가섰다. 누가 봐도 실망감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다섯 살배기 어린애 같았다.

 

 그때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 소리가 울렸다.

 

 땡!

 

 9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에서는 딱 봐도 말 많고 촐랑거리게 생긴 배달원이 내렸다.

 

 "오! 여기 계시네요!?"

 

 치킨이 도착했다.

 

 "오늘은 어쩐 일로 대낮에 시키셨어요? 헉! 웬 여자분이.."

 

 바라만 봐도 귀찮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에 도 대리의 미간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여자친구는.. 아니시죠? 근데 아직 이른 시간인데 집에까지.."

 "여.. 여기. 카드요."

 

 문 과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서둘러 보내려고 했다. 도 대리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니 누가 봐도 짜증이 가득했다. 하지만 배달원은 카드를 결제하면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오늘은 술도 안 시키셨던데.. 집에 술은 있나요? 없으시면 제가 좀 사다 드릴까요? 여자분이랑 같이 드시려면 술이 좀 필요하실 텐데.."

 "아니요."

 

 갑자기 도 대리가 낮은 목소리로 또렷또렷하게 말했다.

 

 "여자친구 아니고. 같이 들어갈 거 아니고. 술 먹을 거 아니에요."

 "아.. 그러셨군요. 여.. 여기 계산 다 됐습니다. 다음에 또 시켜주세요. 하하하"

 

 배달원은 멋쩍은 듯 떠나고 문 과장은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낮게 속삭였다.

 

 "죄.. 죄송해요."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하다고만 말하는 저 덩치 큰 남자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은 그녀는 느닷없이 소리를 치며 말했다.

 

 "네? 뭐가요? 회사 땡땡이치고 집에 와서 치킨 시켜 먹는 게 미안하신 건가요? 아까 쓰러질 땐 언제고 회복도 참 빠르신가 봐요. 배달원이 저렇게 오해하는 거 보니 둘이 여자 얘기를 엔간히 하셨었나 봐요? 이 부장님이 분명 엄살이라며 데려오라고 하신 이유가 있네요. 도대체가 입사 첫날부터 과장님 따라 나와서 옷에 김칫국물 튀고 맛대가리 없는 뼈 해장국을 먹질 않나. 기절해서 대신 운전해 회사까지 바래다준 거로 모자라 쫄쫄 굶은 채로 집 앞까지 모시러 왔더니 치킨이나 시켜 먹고 있어요?"

 "그.. 그게."

 "진짜! 말 좀 더듬지 말아요! 무슨 남자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 대요!"

 "죄.. 죄송합니다."

 

 속사포같이 쏘아붙이자 문 과장은 잔뜩 졸아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또다시 머리를 숙인 채 죄송하다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화난 여자는 정말 무서운데 그 여자가 미인이면 그보다 더 무서울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몸으로 체험하니 보통 무서운 게 아니었다. 이건 싸움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게 귓속으로 들어와 머리를 거친 후 가슴으로 꽂혀왔다.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걸 보니까 인정하시나 보네요! 뭐 하고 서 있어요? 얼른 안 가요??"

 

 아침에 처음 봤던 도 대리의 상냥한 모습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문 과장은 다시금 심장이 뛰고 땀이 너무 흘러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서둘러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삐삐삐삐. 번호가 틀렸습니다."

 

 다시 누르는 손이 덜덜 떨렸다. 도 대리는 그 모습을 보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삐삐삐삐삐. 번호가 틀렸습니다."

 

 "저기요.."

 

 도 대리가 또 말을 꺼내자 문 과장은 또 심장이 뛰었다. 이미 머릿속은 패닉이었고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귓구멍에 맴돌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질 않았다. 그녀의 눈은 쳐다보지도 못한 채 흐르는 땀을 닦더니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죄.. 죄송해요. 갑자기 번호가 생각이 안 나서요.."

 "뭐라고요? 하아.."

 

 문 과장의 어이없는 말에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뱉더니 체념한 듯 문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곤 그가 들고 있는 치킨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세상에 메이커도 아닌 까만 봉지에 배달하는 치킨을 시켜 먹는 자가 또 어디 있나 했는데 자신의 옆에 직장 상사라고 있는 이 인간이라 생각하니 한숨만 절로 나왔다.

 

 "치킨 꼬락서니 하고는.."

 

 집 비밀번호도 까먹은 채 당황하는 30대 후반의 남자에게.. 아주 잠깐 동정이라도 하려던 찰 나

 

 "삐삐삐삐삐. 번호가 틀렸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세 번째 시도가 실패하고.. 비밀번호 입력을 기다려야 하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문 과장도.. 도 대리도.. 머리를 떨구었다.

 

 문 과장은 이런 자신이 너무 한심해 문 앞에 머리를 숙이고 고개를 들지 못 했다. 그 와중에도 치킨 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본 도 대리는 무언가를 결정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부장님. 오늘 입사한 도가은 대리입니다."

 

 아까와는 달리 매우 상냥한 목소리였다.

 

 "네. 제가 지금 왔는데요. 문 과장님은 집으로 안 오고 병원으로 가셨데요. 집에 안 계셔서 전화하니 병원이시라네요. 네. 네. 아니요. 큰일은 아니라고 올 필요 없다 하셔서 제가 병문안차 들러 보겠습니다. 부장님은 안 오셔도 될 거예요. 제가 병원에 가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고는 통화 내내 나 놀랐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던 문 과장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문 열어요. 빨리"

 "네? 아.. 저기. 제가 비밀번호를 깜박해서요.."

 "하아. 빨리 생각해봐요. 그럼.."

 

 문 과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다렸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5시간 같은 5분을 기다린 후 비밀번호를 다시 눌렀다.

 

 띠리링!

 

 열렸다. 문 과장은 해냈다는 듯이 웃으며 도 대리를 돌아보자 그녀는 한층 더 어이없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생각 나신 거 맞아요? 참나. 회사 가기 싫어서 수 쓴 거 같은데.."

 "아.. 아니 이게 지금까지 생각이 안 났었는데요. 그냥 손이 가는 데로 누르니까.."

 

 도 대리는 됐다는 듯 문 과장을 지나쳐 무작정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도.. 도 대리님!"

 

 서둘러 불렀지만, 도 대리는 압수 수색을 하듯 순식간에 구두를 벗고 거실까지 들어가 버렸다. 헐레벌떡 따라 들어온 문 과장이 급하게 구두를 벗으며 혹시라도 지저분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직 청소를 못했어요. 바.. 밖에서 기다리시면 제가 바로 나갈게요."

 

 도 대리는 그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거실을 둘러보았다. 이 짐승 같은 남자 집에서 생긴 것처럼 퀴퀴한 냄새가 나고 쓰레기가 널려있는 집안 꼴을 예상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햇빛에 잘 말린 따뜻한 향과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거실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는 평가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 구석구석을 살펴본 후 갑자기 문 과장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가긴 왜 나가요. 아까 통화 들으셨잖아요. 아프신 거로 했으니 그냥 쉬세요."

 "아.. 가.. 감사합니다. 그럼 대리님은 이만 돌아가셔도 되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라고요? 하아.. 온종일 쫄쫄 굶게 했으면 들고 있는 치킨이라도 나눠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최소한 물이라도 주시는 게 예의죠."

 "그렇죠! 안 그래도 뭘 드릴까 생각을 제가.. 일단 좀 앉아 계세요."

 

 생각지도 못한 미인의 습격에 문 과장은 우왕좌왕했다. 동료들이 수도 없이 들려줬던 [여자가 집에 오면 할 일] 은 한 소절도 기억에 나지 않았다. 일단 물. 그의 머릿속엔 온통 물을 한잔 가져다주는 것만 가득 차 있었다.

 

 반면에 도 대리는 예상과 반대되는 정갈한 집안 풍경을 마치 부동산에서 나온 복덕방 아주머니 마냥 더욱 자세히 둘러보았다.

 

 잘 정돈된 20여 평의 집.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듯이 큰 가구 외에 조밀조밀한 가구나 인테리어용 소품 같은 것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지만, 오히려 오래된 아파트에는 이런 인테리어가 최선이라 말하는 듯이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군더더기 하나 없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집과 같았다.

 거기다 이런 느낌을 잘 전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따뜻한 햇볕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 노을 지어가는 초저녁의 가을 햇빛이 커다란 베란다를 통해 아직도 집안 전체를 기분 좋게 말리고 있었다. 마치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전날 덮은 이불을 모두 옥상에 말려놓았다가 밤에 덮으려 할 때 맡은 따뜻한 냄새.. 그 냄새만으로도 아늑하다는 느낌을 물씬 받는.. 그런 집이었다.

 

 은은한 노란색 노을 빛이 집안 곳곳을 분위기 있게 바꿔 미술작품을 바라보듯 베란다 밖을 감상하고 있을 때..

 

 딸각!

 

 소리와 함께 들어온 차디찬 형광등 불빛이 그녀를 다시 까칠하게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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