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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3. 반갑지 않은 죽마고우 (1)
작성일 : 19-09-09 23:0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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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태루는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깻잎을 개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점점 훌륭한 농사꾼이 되어가는 거야! 아니아니, 난 농사꾼이 아니라 천구인데? 여태껏 999개의 소원을 들어준 엘리트인데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인수가 준 편한 츄리닝을 입고 시원스레 옥수수 껍질을 벗기던 태루가 순간 멈칫했다. 엘리트 천구의 자존심을 짓밟고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어서 멈춘 것은 아니었다.

  송충이 하나가 어슬렁어슬렁 수염사이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귀염뽀짝한 얼굴을 하고, 최신유행 털코트를 곱게 입고 꿀렁거리는 춤을 선보이는 송충이를 가만히 응시하던 태루는 이윽고 냅다 비명을 내질렀다.

 

  “으왁!”

 

  쏘이면 아프다! 가렵다!

  일주일 동안 태루는 지상의 벌레들에 관해서도 배워야했다. 책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털을 바짝 세우고 꿀렁이고 있는 송충이를 처음 맞이했을 때, 신기함에 손이 먼저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 소중한 경험으로 인해 태루는 송충이를 보자마자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인수는 노트북을 노려보다 태루의 비명에 놀라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송... 송충이가!”

 

  인수는 고개를 돌려 송충이를 보고는 까놓은 옥수수 껍질로 송충이를 싸서 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밖으로 휙- 버렸다. 평상시라면 꼭 눌러 톡 터트려 죽였을 테지만 동심에 휩싸여 있는 태루의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지난번에 초록 애벌레를 밟아 죽였더니 잔인한 사람이라며 대역죄인 취급을 했었다.

  인수는 짠한 눈으로 태루를 바라보았다.

 

  “맨 손으로 만지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독을 갖고 있는 벌레 아니었습니까?”

 

  “만지면 쏘이겠지만 다가와서 일부러 물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송충이는 작물을 해치는 해충이니까 죽여도 돼요.”

 

  손으로 죽이는 게 내키지 않으면 발로 밟아도 되고요-

  인수가 발로 콱 밟는 제스쳐를 취하자 태루가 움찔하고 놀랐다.

 

  “그 작디작은 벌레를 그렇게 죽여도 되는 겁니까?”

 

  “모기 안 죽여요?”

 

  “모기는 천구를 물지 않습니다.”

 

  좋겠다.

  인수는 순간 자신의 입을 막았다. 속으로 생각하려던 말이 툭 하고 나가버려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데 어쩌란 말인가. 여름만 되면 달려들어 강제 헌혈을 시키는 모기들에게 물리지 않는다니! 잠을 자려 누울 때마다 들려오는 피를 노리는 모기의 거친 날갯짓에 공포와 짜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미했다. 그 축복적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태루가 인수는 엄청 부러웠다.

 

  “하늘에도 벌레는 있지 않아요?”

 

  “벌레의 모습을 한 정령들은 있지만 방금처럼 누군가를 공격하는 벌레는 없습니다.”

 

  지상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하늘의 이야기에 인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스프레이용 벌레 퇴치제를 가만히 태루의 옆에 놓아주었다.

 

  “벌레 때문에 놀란다고 제가 매번 달려올 수는 없으니 이거 갖고 있다가 아까처럼 벌레가 나오면 그냥 뿌리세요.”

 

  “뿌리면 어떻게 됩니까?”

 

  “뿌려보면 알아요.”

 

  죽는다고 하면 왠지 절대로 뿌리지 않을 것 같아 인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직접적인 동심파괴를 시키는 것 같아 좀 걸렸지만 지상의 냉혹함을 이 정령은 알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아, 이 세상의 해충을 다 없애주세요!”

 

  인수가 문득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해충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생명체였다. 도움이라고는 1도 되지 않은 그런... 그런 벌레를 없애달라는 소원은 농사를 짓고 있는 인수에게 있어서 정말 절실한 소원이기도 했다.

 

  “안됩니다.”

 

  태루는 주머니를 뒤져 갖고 있던 카드를 꺼냈다. 카드가 살짝 빛나고 있었다.

 

  “안됩니다.”

 

  카드가 빛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몰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인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토록 소원을 찾아 헤맸는데! 드디어 간절한 소원을 말했는데, 왜?

 

  “카드가 빛나잖아요.”

 

  “카드에 소원이 써져야 하는 데, 써지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그런 소원은 들어드릴 수 없는 소원입니다. 어차피 들어드려도 소원 회수부에서 없던 것으로 만들겁니다.”

 

  “왜요?”

 

  “생명을 없앤다는 소원은 규칙에 어긋난 소원입니다. 생명은 평등하게 소중하니까요.”

 

  생명은 평등하며 그 어떠한 생명이든 소중하다. 그게 하찮은 벌레의 생명일 지라도- 인수는 왠지 꾸중을 들은 어린아이처럼 입을 삐죽였다.

 

  “강인수씨는 이런 소원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위한 소원을 빌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인수는 태루를 바라보았다. 공모전에 관한 소원을 빌었던 그 날부터 태루는 저런 말을 하고는 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소원을 빌었으면 좋겠다. 꼭 찾을 수 있을 거다- 좀 이기적으로 살으라는 얘기인가? 이기적으로 벌레를 없애달라는 소원은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이 세상의 해충이 사라져야 행복해질 것 같은데요?”

 

  “그런 걸로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태루가 단칼에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옥수수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인수는 그런 태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람이랑 똑같이 생긴 정령- 일주일째 보는 거지만 정말이지 신기했다. 원래 사람이 살다보면 정령도 만나고 그런 건가?

  시덥잖은 생각이네. 인수는 가만히 다시금 노트북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 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파란이었다.

 

  “여보세요?”

 

  “인수야,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파란은 전화를 하면서 인수의 집에 오고 있던 건지, 돌연 인수네 대문이 벌컥 열렸다.

  파란은 뭐가 그리 다급한지 이내 인수네 집 거실까지 빠르게 들어왔다.

 

  “뭐야? 무슨 일인데?”

 

  “수혁이가 돌아왔대.”

 

  “누구? 이수혁?”

 

  태루는 인수의 얼굴이 조금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싫어하는 사람인 걸까?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인가? 혹시, 빚쟁이?

  순간 빚쟁이라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던 태루는 고개를 저었다. 빚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농작물도 팔고, 글도 쓰면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는 버는 것처럼 보였다. 섬마을에 살아서 그런지 사치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빚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만약 빚이 있었다면 인수는 ‘빚을 모두 갚아줘.’라고 말했을 것이다.

  아닌가?

  지금까지의 인수를 보아온 결과, 그녀는 빚은 직접 갚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빚쟁이 인가?

 

  “이수혁이 누구입니까?”

 

  “태루씨는 몰라도 되요.”

 

  “고객의 소원을 찾고, 그것을 이뤄드리기 위해서는 주변인의 정보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강인수씨의 반응으로 보아 이수혁이란 사람은 꽤나 깊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인수 친구요.”

 

  인수가 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자 파란이 쏙 나서서 말했다. 인수가 노려보던 말던 상관없다는 듯 파란은 술술 이야기를 내뱉었다.

 

  “수혁이랑 저랑 인수랑은 여기 섬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자랐거든요. 죽마고우예요.”

 

  “그런데 왜 강인수씨 반응이 저러는 겁니까?”

 

  “그건...”

 

  “도파란.”

 

  파란이 다시금 입을 열으려 하자 인수가 차갑게 파란을 불렀다. 그 박력 넘치는 모습에 파란은 살며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인수가 있어서 도저히 말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태루에게 눈짓했다.

 

  “태루씨가 알 필요 없어요. 이건 제 소원이랑은 하나도 관계없는 일이니까.”

 

  인수는 파란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파란이 배웅하고 올 테니까 그거마저 다 해놓고 계세요.”

 

  태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뭔가가 있었다. 수혁이 누구길래? 어렸을 때부터 어울려 놀았던 친구가 고향에 돌아온다면 반겨야 한다고 알고 있던 태루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혹시, 싸운 건가? 싸우고 나서 처음 보는 건가? 얼마나 격하게 싸웠길래 저렇게 날선 반응을 하는 거지?

  하지만 하얗게 변한 인수의 얼굴을 생각해보면 싸운 것 같지는 않았다. 싸운 친구라면 얼굴이 오히려 붉어지면서 화를 냈을 수도 있었다. 그걸 왜 자기한테 말하냐면서. 게다가 싸운 상대가 돌아왔다는 걸 인수한테 파란이 말하러 굳이 달려올까? 오히려 쉬쉬하지 않을까?

 

  “아냐, 파란씨라면 말할 수도 있지.”

 

  태루가 일주일동안 겪은 파란은 능히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옥수수 껍질을 과격하게 잡아당겼다.

 

  “이수혁이라는 사람한테 뭔가 잘못을 한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생각한 가설들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있어보였다. 태루는 살며시 일어났다. 아직 다 까지 않은 옥수수들이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는 조심스레 마당이 보이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파란과 인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궁금해졌다.

  인수가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확 변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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