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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6)
작성일 : 19-09-09 21:51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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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토는 발톱에 붙들려있지 않던 반대편 손을 쭉 뻗어 절벽 위에 올려놓은 다음, 천천히 몸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대단히 위험천만한 동작이었음에도 그에게선 별다른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꽤나 익숙한 듯 보일 정도였다.

 

  휘토의 몸이 절벽 끝에 착 달라붙은 걸 확인한 불새가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목을 놓자, 휘토가 재빨리 나머지 손으로 절벽 끄트머리를 잡았다. 이어 휘토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절벽 위로 올라섰다. 화려했던 불새와의 첫 등장과는 달리 조금은 밋밋한 마무리였다.

 

  “오늘은 조금 더 날았구나.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러고 휘토가 불새의 부리를 쓰다듬자, 지쳐보이던 불새가 금세 기운이 난 듯 ‘치-치’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쳐들었다.

 

  “벌써 친구를 사귄 거야?”

 

  어느새 휘토의 곁으로 다가간 프타가 물었다.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 맞아.”

 

  “이름이 치치야?”

 

  휘토가 그에 대답하기 전에, 누군가의 음성이 그의 말을 대신했다.

 

  “그 불새의 이름은 아마도 ‘포리’일거다. 불새신의 막내딸의 이름이지.”

 

  어느새 휘토 앞으로 다가온 ‘이리’가 마치 물건을 보듯 휘토를 훑어보며 말했다.

 

  “언제부터 신수(神獸)소환이 가능했지?”

 

  휘토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또 다른 질문을 택했다.

 

  “……인도자이신가요?”

 

  “그렇다. 내가 바로 너의 인도자인 다란 카시다.”

 

  “그렇군요. 저는 누마 휘토라고 합니다.”

 

  휘토의 대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답이 불충분했다고 느꼈는지, ‘이리’의 미간이 일순간 꿈틀했다.

 

  “그건 나도 알아.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언제부터 신수소환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대답해.”

 

  “그것이 왜 궁금하죠?”

 

  휘토의 되물음은 ‘이리’는 물론이거니와 마르도, 또한 프타와 탈루 역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도, 도련님…… ‘여명을 쫓는 이리’께서는 인도자이십니다. 그에게 질문은…….”

 

  “건방진 열 살짜리 꼬맹이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군. 그래, 불새씩이나 받았다 이거지?”

 

  곧이어 학당에서와 같이 예의 따끔따끔한 기운이 주위를 옭아매오기 시작했다.

 

  “인도자에겐 대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의무가 있지. 조금 이르긴 하지만 기고만장한 꼬맹이에게 합당한 가르침을 내려줘야겠군.”

 

  그러나 ‘이리’가 뿜어낸 살기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져갔음에도, 휘토의 얼굴은 기이할 정도로 무표정했다. 오히려 반응을 보인 건 그의 옆에 둥둥 떠 있던 자그마한 불새 쪽이었다.

 

  “치-치!”

 

  한 차례의 지저귐 이후, 불새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새는 자신의 친구를 위협한 ‘이리’에 대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좋아, 좋아. 새조차도 건방지군.”

 

  ‘이리’는 어쩐지 불새의 분노를 반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냉혹한 흉터 위로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인도자에게 질문은 불가(不可)이다. 몰랐으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묻겠다. 신수를 처음으로 소환한 게 언제지?

 

  탈루는 그 순간 그의 입이 ‘대답하지마라, 대답하지마’ 하고 중얼거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하니 인도자씩이나 돼서 휘토와 우격다짐을 벌일 생각은 아니겠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티브리 으뜸신녀도 그를 보고 ‘터무니없이 골치 아픈 인간’이라 평하지 않았던가.

 

  탈루가 긴장된 눈으로 ‘이리’를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저 아이와 만난 건 그저께예요. 신을 받은 이래로는 나흘 만이죠.”

 

  다행히 대답이 나오긴 했으나 휘토의 음성은 여전히 무미건조한 상태였다. 심지어 ‘이리’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평한 태도는 가히 티브리 으뜸신녀를 대할 때의 프타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다.

 

  “놀랍습니다, 도련님! 보통은 신을 받고서도 6개월은 지나야 첫 번째 신수를 맞이하곤 하는데 말이죠.”

 

  이때다 싶어 마르가 재빨리 치고 나왔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유달리 활달한 음성이었다. 탈루도 이에 동참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신수를 소환한다는 게…… 그러니까 신의 자녀들을 맞이한다는 게 원래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인가요?

 

  “갓 영신을 끝낸 아이들의 경우, 메의 운용이 아직은 미숙하기에 뭐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단다. 막내 자녀분들이야 소환하는데 있어 그다지 많은 메가 필요한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신과 힘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지 않은 너희들이 쉬이 해낼 수 있을만한 일은 아니지.”

 

  ‘하긴…….’

 

  탈루 자신은 그의 신과 아직 제대로 된 대화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니던가. 자신의 신수를 소환해 데리고 다니는 것은 외로이 자란 탈루가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일이었다. 그것이 그리 간단히 이뤄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 탈루의 두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들었다.

 

  ‘이리’는 휘토의 대답에 다소 김이 새어버린 듯했다. 알게 모르게 풀어진 살기는 강렬히 타오르던 불새의 불꽃을 천천히 원상태로 되돌려놓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휘토를 향해 있었지만, 그 안에 들은 것엔 자그마한 변화가 있었다. 분노와 흉포함 외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던 것이다. 바로 호기심이었다.

 

  “다시는 내게 질문하지 마라. 또한 내 대답을 회피할 생각도 말고. 어쨌거나 나흘이란 말이지. 세상의 기틀을 다진 근원신의 신수가 고작 나흘 만에 소환되었다고?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 아니, 애초에 그럴 수가 있나?”

 

  휘토는 기이하게도 이번엔 ‘이리’의 혼잣말에까지 반응했다.

 

  “그것도 질문인가요?”

 

  “……내게 질문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래, 질문이다.”

 

  “그럴 수 있습니다.”

 

  얼추 일단락된 상황과는 달리, 여전히 둘의 기세는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휘토 쪽에서 먼저 ‘이리’를 자극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자, 그럼!”

 

  기묘한 침묵이 잠시간 장내를 감돈 사이,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마르가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어찌됐건 인도자의 인도를 따라야할 세 사람이 모두 모였군요. 그럼 저는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명을 쫓는 이리’시여, 부디 우리의 어린 불새들을 일족의 미래로 잘 인도해주시길.”

 

  마르는 이곳에 남아 끊임없이 양쪽을 중재하는 대신,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혹시 샤나…… 누마의 가주가 내게 남긴 말은 없나?”

 

  “걸음이 시작된 이상 남은 건 모두 순전히 인도자의 몫. 네, 없습니다.”

 

  입가에 슬며시 떠오른 미소가 왠지 모르게 ‘알아서 해라’ 하고 말하는 듯했다. ‘이리’도 그와 비슷하게 느꼈는지 이윽고, 몹시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그리고 저 꼬맹이 옆에 붙은 것들은 다 치워놓고 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가주님께서 미리 다 지시해놓으셨습니다. 두더지들은 모두 저와 함께 돌아갈 겁니다.”

 

  “행여나 기웃거릴 생각은…….”

 

  “결단코 없습니다.”

 

  마르의 단호한 대답에 ‘이리’도 더는 채근하지 않았다.

 

  떠나기 전, 휘토와의 마지막 인사를 끝낸 마르가 슬쩍 뒤돌아 ‘이리’에게 물었다.

 

  “아참, 아이들의 인도는 어디서 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왜?”

 

  “그냥…… 조금 궁금해서 말입니다. 물론 이미 들어 알고 계시겠지만 요즈음 그림자 숲의 짐승들이 씨가 말랐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특히나 올해 초 ‘해신’을 받은 거북이일족의 소녀가 야생늑대 떼를 거의 몰살시키다시피 했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숲의 두령들도 대부분 학을 떼고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다 넘어갔다던데…….”

 

  “근데?”

 

  “예? 아…….”

 

  근방의 일족들이 아이들의 인도를 행하는 장소로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잠든 신’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마눈 산이었다.

 

  평소 영험하기로 소문난 마눈 산에는 인도를 행하기에 적합한 곳이 총 세 군데가 있었는데, 각각 그림자 숲, 도깨비 늪, 그리고 바람 골짜기였다.

 

  메를 수련하기에 적합한 산의 기운, 적당히 위험한 짐승들의 존재, 풍부한 먹을거리, 그리고 유사시 언제라도 마을에 도움을 청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 이와 같은 이점을 자랑하는 이 세 장소는 불새일족의 초대 샤 ‘세상을 토해낸 불새’가 처음 그곳에서의 인도를 명한 이후, 대략 이천 년 동안이나 이 근방 일족들의 방문을 독차지해온 인도의 성지였다.

 

  그중 한 곳이 요즈음 제 기능을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으니, 마르로선 이 인도자 일행의 행선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 따로 생각해둔 곳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도깨비 늪이…….”

 

  “따로 생각해둔 곳 있다.”

 

  어느새 ‘이리’의 입가엔 자그마한 미소가 희미하게 걸려있었다.

 

  “우리의 도착지는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네 녀석이 언급한 대로 앞으로의 인도는 오롯이 내 소관이거든. 우리도 먼 길 가야하니 서둘러 떠나줬으면 좋겠는데.”

 

  “먼 길…… 말씀이십니까?”

 

  마르가 두 눈 가득 의문을 담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마눈 산과는 정 반대의, 안개가 자욱이 깔린 절벽 그 너머를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생각보다는 험난한 길이 되겠군.”

 

  희뿌연 안개 사이로 거칠고 표독스런 바람이 매섭게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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