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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5. 소리의 비밀 - 3
작성일 : 16-09-30 10:54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7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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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총리는 자세44와 싸운 지 며칠 후, 자신의 동생이 구단주로 있는 자신의 팀이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패배를 두 차례나 한 것을 본 후, 복지정책 회의 중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각종편의를 늘리기 위해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한다고 주장했던 복지정책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복지정책담당관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끼고 있던 실크셔츠를 일반 세탁물과 함께 뜨거운 물로 세탁해놓은 것을 보고 단단한 회초리를 이용해 그를 때리고 있던 터라 흥분된 목소리와 억양을 자제하며 총리와 통화했다.

 

 “며칠 전 회의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회의 할 때는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물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물어보지요. 당신은 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더 써야한다고 생각합니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까?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돈을 더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듣자하니 당신의 아들의 귀가 막혔다는데 혹시, 당신 아들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아닙니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총리님이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제 아들 때문에 그렇게 하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제 아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합니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총리님, 화나셨어요? 그러면 제가 건의했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은 없던 걸로 해주십시오. 그래도 괜찮습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말해보라고!”

 “네? 뭐를요?”

 “네가 네 아들을 어떻게 하고 싶다고?”

 “네… 저는 제 아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합니다.”

 “더러운 새끼! 왜 아들을 죽이고 싶은 건지 말해봐! 어서!”

 “총리님이 귀가 막힌 놈하고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아십니까? 얼마나 짜증나고 답답한 일이 많은지 아시냐고요. 오늘도 제 실크셔츠를 다른 빨래와 함께 빨아서 망가뜨렸다고요. 여기로 가라고 하면 저기로 가고 이렇게 하라고 하면 저렇게 하는 놈하고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총리님은 모르시잖아요?”

 “입 닥쳐. 너 지금 누구 앞에서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네 아들을 바꿔봐.”

 “네? 뭐라고요? 제 아들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왜요?”

 “바꿔봐. 빨리!”

 

  총리는 눈을 감았다. 수화기너머에서 들리는 남자아이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곧 그 아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고르지 못하고 부드럽지 않은 호흡이었다. 폐에서 기도로 기도에서 콧구멍으로 나오는 공기들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총리는 마음이 흔들렸다.

 

 “이름이 뭐니?”

 “….”

 “그렇구나, 내 이름은 우찬이라고 해. 사람들은 내 이름을 잘 몰라.”

 “…….”

  총리는 호흡이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수화기에 더 집중했다. 곧 흐느끼는 호흡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울 때 나는 소리였다. 육체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영혼이 주체할 수 없는 절망 앞에 무릎 꿇는 소리였다. 총리는 아이의 울음을 따라 울었다.

 “울지 마, 아가야!”

 “….”

 “제발, 울지 마. 내가 네 아빠를 죽여줄까?”

 “…….”

 “대답해봐! 어서! 어서! 내가 네 아빠를 죽여줄까? 네가 보는 곳에서 아니면 네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어디서든 상관없지… 아무튼 나는 네 아빠를 죽일 수 있어. 말해보렴 내가 네 아빠를 죽이는 것이 좋겠지? 그렇지? 왜 대답이 없니? 좋아… 그렇다면 네가 스스로 네 아빠를 죽여! 나처럼!”

 

  총리는 전화를 끊고 엎드려 울었다. 잠잠히 시작된 울음이 거대한 소리를 내는 통곡으로 바뀌는 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총리는 흘리는 눈물만큼 이성을 잃어버렸다. 오로지 슬픔이라는, 절망이라는, 죄책감이라는, 자신이 자신에게 준 모욕이라는 감정만이 그를 지배했다. 그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창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으로 느꼈다. 그는 주먹으로 창문을 세게 쳤다. 창문이 부서졌다.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총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이번엔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벽난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으로 느꼈다. 그는 활활 타고 있는 통나무를 발로 세게 찼다. 통나무가 총리의 책상으로 날아가 여러 가지 물건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총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들렸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 이 세상에 오직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그에게 들렸다.

 

 24

  승호7은 운동장에 짐승처럼 버려졌던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처음으로 아이를 본 간호사는 비명을 질렀다. 흉측한 모습을 봤다고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간호사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본분대로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물었다. 아이의 이름이 뭐죠? 승호7은 아이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원무과 직원이 손톱인식기를 가지고와 아이의 인적사항을 조회했다. 아이의 이름은 승호7의 아들 이름과 똑같은 우찬7이었다. 승호7은 아이의 이름이 아들의 이름과 똑같다는 것을 알고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묘한 기분? 그것은 아마, 짐승 같은 아이를 향한 애절한 마음일 것이다. 아들의 이름과 같은 아이가 아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짐승처럼 누군가에게 맞아서(아마도 그의 아버지에게 맞아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는 것은 마치 자신의 아들이 그렇게 된 것과 같은 마음이 들었다. 승호7은 생명에는 이상이 없지만 며칠 입원하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주치의의 소견을 듣고 아들을 집에 바래다 준 후 다시 병원으로 왔다.

 

  우찬7은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 것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차라리 아무도 자기를 발견하지 못해서 죽었다면 좋았을 걸 괜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승호7은 그런 우찬7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위로하는 마음을 품었다. 우찬7은 손을 뺐다. 승호7은 다시 잡았다. 우찬7은 다시 뺐다. 승호7은 우찬7이 손을 빼지 못하도록 꽉 잡았다. 우찬7은 승호7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사람의 손이 따뜻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우찬7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사람처럼 눈을 다시 떴다. 강한 빛이 들어왔다. 빛 속에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 남자의 몸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얼굴만 보였다. 즐거운 사람의 얼굴이었다. 혼내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눈썹부터 머리카락이 착해보였다. 눈, 코, 입, 귀가 친한 친구처럼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우찬7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태어나서 몇 번 해보지 못한 웃음을 지은 것이다.

 

  우찬7은 상처가 깊었지만 빨리 회복되었다. 주치의는 승호7에게 아버님의 간호 덕택이라고 했다. 승호7은 주치의에게 자신이 우찬7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주치의는 여러 검사를 토대로 하룻밤만 자고 퇴원해도 된다고 말했다. 우찬7은 퇴원 후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자신의 집을 찾아갈 순 있지만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퇴원을 미룰 수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승호7은 그런 우찬7의 마음을 읽고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있자고 했다. 우찬7은 공손하게 감사하다고 했다. 승호7은 우찬7이 저녁 먹는 것을 거들어 준 후 양치질을 시키고 수건에 물을 적셔서 얼굴을 닦아 주었다. 우찬7의 얼굴은 밝아졌다. 구름이 없어진 오후의 하늘같았다. 승호7은 우찬7에게 내일부터 네가 있을 방을 정리하러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우찬7은 꼭 가야하는지 물었다. 승호7은 방을 정리하지 않으면 네가 불편하기 때문에 꼭 가서 방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우찬7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찬7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눈을 감은 후, 빨리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그의 마음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는 승호7이 올 때까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 이불을 걷고 눈을 떴다. 그때, 눈앞에 그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우찬7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아버지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된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며칠 전보다 더 무섭게 변해있었다. 굶주린 늑대 같은 입,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을 것 같은 귀, 눈, 코, 턱, 볼, 이마가 동시에 무서운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우찬7의 심장을 관통했다. 우찬7은 숨을 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 차라리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우찬7은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찬7은 불행했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나를 이런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게 한 거야, 우찬7은 자신의 결정으로 생긴 문제가 아닌 이 현실의 문제를 준 세상이 미웠다. 그리고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에 분노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정신병에 걸려서 자녀를 사랑할 수 없는 남자와 같이 사는 소년은 그렇게 창조주를 미워할 만도 했다. 하지만 승호7같은 사람도 만날 수 있었으니 미움보단 희망이라는 것을 선택하면 좋았을 것이다.

 

  우찬7의 아버지가 우찬7을 일으켜 세워 벽으로 밀치며 발로 그의 허리를 세게 찼다. 우찬7은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더 강한 발차기로 우찬7의 가슴을 때렸다. 우찬7은 멀리 나가떨어지며 침대에 등을 부딪쳤다. 우찬7은 아버지가 때리기 좋게 다시 아버지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다시 우찬7을 때리기 시작했다. 소란을 들은 간호사들이 병실로 들어왔다. 우찬7은 간호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라며 제발 경찰을 부르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간호사들은 그에게 아들을 그만 때리라고 했고 그는 간호사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건장한 체격의 보안요원들이 병실로 들어와 그를 제압했지만 그는 곧 그들의 제압을 뿌리치며 우찬7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리고 우찬7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가까이 오면 이 새끼를 죽여 버리겠어, 라고 소리를 쳤다. 간호사들과 보안요원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자신의 아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우찬7은 모든 것이 익숙하고 괜찮다는 표정을 억지로 지으며 간호사들에게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 간호사들과 보안요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우찬7은 혹시라도 승호7이 오지 않을까 최대한 느리게 걸었다. 하지만 승호7을 볼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우찬7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며칠을 갇혀 지냈다. 아버지가 집 대신 버려진 건물에 데려다 놓고 밖에서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우찬7은 도저히 자신의 본성대로 아버지를 공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낮에도 어둠만이 존재하는 건물 속에서 우찬7은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 이외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부는 소리는 아니었다. 비가 오는 소리도 아니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게에 조금씩 가라앉는 소리도 아니었다. 기어 다니는 혐오스러운 곤충들이 내는 소리도 아니었다. 동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소리도 아니었다. 그 소리는 사람의 소리였다. 호흡이 몸 안을 드나드는 소리였다. 손톱이 시멘트에 긁히는 소리도 났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소리도 났다. 기어 다닐 때 무릎과 손바닥이 바닥을 누르는 소리도 났다. 기침소리도 났다. 음성도 들렸다. 우찬7은 그 소리를 찾아 나섰다. 건물 곳곳을 뒤지다 쥐 몇 마리를 잡아 죽이고 여러 개의 발이 달린 곤충을 밟은 후 소리의 주인공을 만났다. 우찬7은 거울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였고 자신처럼 이곳에 갇혀 있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년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찬7에게 짐승의 목소리를 내며 경계했다. 아마도 우찬7을 짐승으로 봤던 것 같다. 우찬7은 무서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아주 반가운 만남인 것처럼 인사했다. 안녕. 반대쪽에서도 안녕, 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녕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인사했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물어본 후 그곳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일상으로 받아들이자는 듯 모든 시간과 행동을 공유했다. 자세44는 우찬7에게 곤충을 잡아먹는 법을 가르쳐 줬다. 하루 만에 우찬7은 곤충을 좋아하게 됐다. 처음에는 껍질이 잇몸에 거슬려 몇 마리를 뱉어내기도 했지만 단백질의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겼다.

 

  자세44는 고아였다. 아기였을 때 부모님이 죽어서 부모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고아원에서도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고아원은 그를 진짜 고아로 만드는 곳이었다. 그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그는 형들에게 죽기 바로 직전까지 맞았다. 견디기도 하고 빌기도 하고 대들기도 했지만 맞지 않는 방법은 없었다.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그는 도망쳤다. 도망쳐서 거리로 나온 자세44는 도둑질을 했다. 먹을 것을 훔치고 옷을 훔치고 돈을 훔쳤다. 거리는 그가 진짜 고아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곳이었다. 수많은 사람 중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안 자세44는 이곳저곳을 헤맸다. 그러다가 아무도 살지 않고 버려진 건물 속에서 스스로 갇혀 있던 것이다. 우찬7은 자세44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됐다.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몇 주가 지난 후, 우찬7의 아버지가 우찬7을 때리러 왔다. 우찬7은 눈앞에 나타난 아버지에게 인사도 없이 자세44를 불렀다. 자세44의 두 손엔 큰 돌멩이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자세44를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곳에 어떻게 또 한명의 소년이 있었던 거지, 라는 표정이었다. 자세44는 돌멩이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우찬7은 자세44의 손에 들린 돌멩이를 뺏어 아버지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내리 찍었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 생명이 다 날아가며 그려주는 빨간 그림을 둘은 쳐다봤다. 그리고 그 그림은 미래의 어떤 시점에도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다.

 

  둘은 건물을 빠져나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나쁜 짓을 했다. 여자들을 괴롭히는 짓도 많이 했지만 그들이 주로 한 일들은 힘과 돈을 가진 어른들을 죽이는 일이었다. 몇 년 동안 그들은 짝이었다. 호흡이 잘 맞았고 둘도 없는 우정이 쌓였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들은 서로가 생각하는 나쁜 짓의 크기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찬7은 총리 같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되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세44는 그야말로 밑바닥에서 매일매일 새롭게 나쁜 짓을 하고 싶었다.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더 밑바닥으로 기어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둘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에 언짢은 기분이 있었다. 그래서 헤어지기로 했다. 헤어지면서 그들은 나쁜 짓을 혼자만 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서로 돕자고 했다. 22세기가 되어서도 계속 그렇게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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