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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5. 소리의 비밀 - 2
작성일 : 16-09-30 10:52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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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우찬8은 세븐으로 가는 어둡고 좁은 통로에서 몸을 비비적거리고 있다. 마치 애벌레가 수분이 많은 흙을 찾아 자신의 몸을 꿈틀거리는 것 같다. 통로가 워낙 좁고 어두워서 몸을 빨리 움직이기 힘든 것을 이해한다고해도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몸짓이다. 어쨌든, 두툼한 그의 근육들이 벽에 자주 부딪혔기 때문에 웬만한 몸집의 사람이라면 벌써 세븐에 도착했어야 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통로의 어느 한 곳에 있는 것이다.

 

  우찬8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상관없이, 피부가 거친 벽에 쓸려나가서 피가 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븐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다리를 양 옆으로 평행하게 놓지 않고 마치 게처럼 일자를 만들어 몸을 이동하며 상체는 벽의 굴곡을 따라 낮췄다가 높이고를 반복하기 까지 하면서 앞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세븐에는 마리가 있다. 마리의 한 쪽으로 넘긴 검은 머릿결이 찰랑거리고 있다. 찰랑거릴 때마다 세상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는 고귀한 향기가 나고 있다. 나는 그 향기를 맡아야한다. 그 향기를 내는 마리의 얼굴을 봐야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조금만.’

 

  마리3은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 것이 한 참 전인데도 세븐으로 들어오지 않는 우찬8을 마중하기위해 좁은 길로 몸을 옮겼다. 잠시 후, 통로에 가득한 어둠의 어느 한 곳에서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리3은 그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소리는 마치 생명이 삶을 붙잡는 소리 같았다. 생명이 삶을 붙잡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본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그 소리가 바로 그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명이 사랑과 소망을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내는 소리, 그 소리가 분명했다. 그런데 마리3은 그 소리를 내는 사람이 우찬8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어둠을 뚫고 그 소리와 함께 점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이 드러나자 마리3은 자신의 심장이 적지 않게 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찬8이 삶을 사랑하고 있고 한 순간이라도 더 의미 있게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마리3의 눈에 비친 우찬8은 세상에 지배당하는 힘없는 인간이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길로만 걸을 뿐 자신의 꿈이 만든 길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이고 나약한 인간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 앞에 피를 흘리며 서있는 남자는 온갖 슬픔을 당했어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세상이 줄 수 있는 모든 고난이 한 순간에 자신을 덮어도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어도 웃을 수 있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이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마리3은 자신의 몸속에서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소리는 ‘사랑해’ 라는 말을 다른 형식으로 하는 것 같았다. 분명하게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리이지만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들리는 소리였다.

 

  소리, 살고 싶다고 몸이 말하는 소리, 절망, 그 까짓 것은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소리, 그 소리를 내며 피가 난 몸을 움직여 자신의 앞에 다다른 우찬8을 그녀는 꼭 안아주었다. 손가락으로 그의 등을 움켜쥐었고 얼굴의 한 쪽 면을 이용해 그의 어깨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찬8은 갑자기 자신의 품에 들어온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 따뜻했다. 뜨거웠다. 강력한 에너지가 들어있는 물체가 자신의 앞에서 폭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마취제가 신체의 한 곳에 들어와 곧 몸 전체로 퍼져서 모든 세포들이 자신의 할 일을 멈춘 것 같았다. 불수의적으로 움직이는 심장도 잠시 멈춰버린 듯 그는 아무런 생각과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정지된 시간이 그려주는 그림이 보였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과 뇌에서 받아들여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달랐는데 그 그림은 언어의 물감으로 그려진 듯 보고 있으면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찬8은 동공을 그 그림에 집중했다. 그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기 때문에 눈을 감아도 그 그림이 보였다. 그 그림은 어떤 도형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동그란 도형이 삼각형에게 무슨 말을 했다.

 

  삼각형은 그에게 말하는 동그라미에게 아무런 말없이 오각형에게 무슨 말을 했다. 우찬8은 그 소리를 듣고 싶었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보고 있으려니 화가 날 듯 했다. 하지만 우찬8은 거기서 듣는 것을 포기했다. 그것이 마리3과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도형들이 우찬8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찬8은 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눈을 더 꽉 감았다. 삼각형이 우찬8에게 무슨 말을 했다. 사각형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각형은 삼각형의 말이 끝나자 우찬8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하고 떠들기 시작했다. 우찬8은 들리지 않았다. 독순술을 배웠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우찬8은 눈을 떴다. 그리고 마리3을 자신의 몸에서 살짝 떼어낸 후 마리3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입술이 닿기 전 우찬8은 마리3의 허락을 기다리듯 잠시 멈칫했다.

 

  마리3은 그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입술을 앞으로 조금 가져가 우찬8의 다음 행동을 유인했다. 우찬8은 생명이 사랑과 소망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내는 소리를 내며 마리3의 입술을 자신의 입 속에 넣었다. 마리3은 우찬8의 허리에 있는 자신의 손을 우찬8의 몸 중 다른 부위로 옮겼다. 둘은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키스를 했고 상대를 놓지 않았다.

 

  세븐에는 마리3의 친구들이 있었다. 우찬8은 그들에게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반갑고 편안한 웃음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도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그것을 그에게 보냈다. 인사를 마친 후, 우찬8의 눈은 세븐의 공간 곳곳을 훑어나갔다. 그런데 그곳이 꼭 야구장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오른쪽에 있는 사각형의 액자가 꼭 1루 베이스 같았고 자신의 정면에 있는 탁상시계가 2루 베이스로 보였다. 왼쪽에는 3루 베이스가 있었고 자신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배트로 흙에다 동그라미를 그리며 투수의 와인드업을 기다리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운드처럼 생긴 책상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우찬8에게 다가왔다.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마리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야구선수였다고요?”

 “네, 그런데 야구선수였던 게 아니라 지금도 야구선수에요. 한 번 야구선수는 영원한 야구선수니까요.”

 “맞는 말이에요. 한 번 소설가는 죽어서도 소설가니까. 야구선수도 마찬가지겠네요.”

 “그런데 이곳에선 무슨 일을 하죠?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나요?”

 “이곳에서 하는 일이라…. 도울 수 있는 일이라….”

 

  마리3이 우찬8의 팔을 의자가 있는 곳으로 비스듬히 잡아당겼다. 우찬8은 마리3의 팔에 몸이 안겨있는 것처럼 그녀가 인도하는 의자에 옮겨졌다. 이곳에서 우찬8이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마리3의 친구가 말을 이었다.

 “이곳에선 오직 한 가지 일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총리를 죽이는 일이에요. 놀라지 마세요.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총리가 나쁜 사람이지. 우리는 나쁜 사람을 죽여서 이 세상이 나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에요. 당신이 이 일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마리3의 친구는 세상이 나빠지지 않게 하려는 그의 행동이 스스로의 생각엔 나쁜 것인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총리를 죽이면 이곳도 없어집니까?” 우찬8이 아주 사소한 질문을 물을 때와 마찬가지의 억양으로 말했다.

 

  일곱1, 일곱2, 일곱4, 일곱5, 일곱6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1루 베이스처럼 생긴 액자에 시선을 옮긴 후 2루 베이스처럼 생긴 탁상시계에 눈을 고정했다가 다시 3루 베이스에 눈빛을 보내며 세븐의 모든 곳을 눈으로 훑었다. 그들은 어떤 애틋한 마음을 표정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은 다음, 마운드에 있던 마리3이 입술을 움직여 공을 던졌다.(말을 했다.)

 

 “총리가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이 총리가 될 거야. 그리고 이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온갖 나쁜 짓을 하겠지. 그러면 우리는 또 총리를 죽일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총리가 돼서 똑같은 짓을 하면 우리는 지금처럼 이곳에 다시 모여 총리를 죽이는 방법을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이곳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겠지.”

 “맞아, 맞아!” 일곱2가 자신의 이마를 자신의 손으로 세게 때리면서 말했다. 마리3의 다른 친구들도 마리3이 한 말이 곧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인 것처럼 강하게 긍정했다.

 

  우찬8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에게 어떤 분노 같은 것이 느껴졌더라면 그들이 총리를 죽이려고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순수한 감정, 그러니까 용서와 자비, 배려와 양보가 많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사랑을 원하는 누구에게라도 줄 수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저기… 그렇게만 서있지 말고 야구할 때 배트를 휘두르듯 이 벽 좀 부셔요.” 친구들 중 가장 체구가 작은 일곱1이 자신의 망치를 우찬8 앞에 던지면서 말했다. 마리3은 그 광경에 웃음을 보탰고 우찬8은 자신의 발치에 있는 망치를 손으로 집어 어느 정도 동굴처럼 변한 벽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게 뭔지 알아요?” 일곱4가 마스크를 걷어낸 후 보이는 그의 입을 움직여 말했다.

 “터널 같은데요.”

 “어디까지 가는 것 같아요?”

 “여기서부터 중국까지 중국에서부터 러시아까지 러시아에서 중동의 여러 나라까지 가다가 이스라엘쯤에서 끝날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농담이죠? 우리가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 동굴을 만들 수 있겠어요?”

 “그럼?”

 “총리의 집까지 가는 거예요.”

 “총리의 집?”

 “네, 총리를 죽이려면 총리의 집으로 가야죠.”

 “총리의 집으로 가면 총리를 죽일 수 있나요?”

 “그럼요. 좀 전에도 말했잖아요. 우리는 그것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요. 우리는 매일 연습해요. 총리를 죽일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우찬8은 총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다들 일에 열중하고 있어서 묻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벽 앞으로 가 망치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 망치에 부딪힌 벽이 작은 조각들을 사방에 뿌리며 자신의 두께를 조금 줄였다.

 

  마리3이 우찬8에게 가까이 다가와 아무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우찬8은 자신의 손과 마리3의 손이 닿을 때 작지만 또렷한 어떤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마치 전기의 힘이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공간을 뚫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소리도 같았고 구름이 모여 비를 만들기 바로 전에 나는 소리도 같았고 스파이크를 신은 달리기 선수가 트랙에서 출발준비를 할 때 스파이크와 트랙이 마찰하며 나는 소리도 같았다. 어쨌든 그 소리는 우찬8과 마리3이 정말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우주의 모든 부분들이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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