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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손가락의 남은 시간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3

"제가 당신께 드릴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언제든 저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비는 순간 전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겁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고 지불할 대가는 [당신의 신체의 일부, 손가락] 을 주십시오."

.. 예기치 않은 악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허나 능력에 따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1부 5회 - 끔찍한 결말
작성일 : 19-09-09 13:13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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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눈이 떠졌다. 강원도 정선군 어느 병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병원이라는 것만 확인한 채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땐 간호사가 오두방정을 떠는 소리를 들었다. 뭐라 뭐라 외치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뿌연 시야 속에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성식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김성식 씨. 김성식 씨. 정신이 듭니까?"

 "으으으.."

 

 입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온몸이 마비된 느낌이었다. 의사는 곧 또 다른 약물을 주사하였고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뿌옇던 시야가 점차 밝아지고 입안에 혀가 움직여졌다. 갑작스레 타들어갈듯한 갈증이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왔다.

 

 왼손! 내 왼손은 어떻게 된 거지? 손가락을 움직이려 했지만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다.

 

 "김성식 씨. 본인이 김성식 씨가 맞나요?"

 "네.."

 

 성식은 간신히 답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의사와 간호사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인확인에 따른 절차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나 보다.

 

 "보호자분이 곧 도착할 겁니다. 일단은 회복에 주력해주시고 자세한 사항은 그때 얘기하시기로 할게요."

 "손.. 내 손.."

 

 의사는 성식의 말에 무언가 답하려다 말고 뒤돌았다. 다시 한번 힘을 내 고개를 들어 왼손을 쳐다봤지만.. 크게 둘러싸인 붕대에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난 그놈들에게 손을 잘린 것인가. 지금은 몇 시인가?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순 없는 건가.

 

 수많은 물음 속에 다시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꿈속 어두운 곳에 다시 악마가 나타났다. 창백한 얼굴에 검붉은 입술의 그. 평소와 달리 굳은 표정이었다. 성식은 그에게 물었다.

 

 "전.. 어떻게 된 건가요?"

 "당신은 왼손을 잃었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했어요. 저로선 안타까울 뿐입니다."

 ".. 왼손을 잃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까?"

 "여전히 욕심쟁이로군요."

 

 나무랄 줄로만 알았던 그가 점차 굳은 얼굴을 펴고 처음 그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처럼 양 귀에 맞닿을 정도로 입을 찢어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 하지만 저는 인간의 욕심이 싫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이런 세상을 만든 원동력이기 때문이죠. 좋습니다. 당신에게 한번 더 기회를 드리죠. 대신. 잘려나간 왼손의 손가락은 제가 갖겠습니다. 저 역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잃은 손가락들이 아깝던 참이었거든요. 크크큭."

 "그럼 언제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처음 시간을 돌린 때로."

 

 성식은 생각했다. 이미 왼손은 잃었다. 한번 잃어버린 손을 되돌린 후 손가락을 모두 준다 해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에게 지금의 조건은 매우 달콤했다.

 

 "조.. 좋습니다. 부탁합니다.."

 "캬캬캬캬캬. 이번엔 부디 일확천금을 손에 쥐길 바랍니다!"

 

 그가 웃으며 다가와 성식의 왼팔을 보듬자 잃었던 왼손은 손가락 하나만을 잃은 상태로 생겨났다. 기뻐하기도 잠시. 그는 성식의 왼손을 붙잡고 손가락을 하나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오드득! 뚝! 오드드드득!

 

 "으.. 으으으! 으아아아악!!!"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 늑대에게 습격당해 살아있는 몸뚱어리를 뜯어먹힌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 것이다. 새끼.. 중지.. 검지.. 엄지. 1시간 같던 10초였다. 온몸엔 땀이 흘렀고 계속해 질러대던 비명으로 목소리가 쉬었다.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고통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결국 시간을 되돌린 것을 후회하던 그때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머여. 왜 이래. 거 엉덩이 좀 한번 쳤다고 그랴? 자. 어디 한번 해봐. 여긴 이게 메인이여."

 

 현태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눈을 뜬 곳은 또다시 주사위 배팅판 앞이었다.

 

 '다시.. 돌아왔다..'

 

 성식은 간신히 현태엄마를 붙잡고 일어나 배팅판으로 향했다. 성식의 몸에 흐르고 있는 땀과 고통에 떨리는 몸을 알아챈 현태엄마는 놀라 물었다.

 

 "아.. 아니. 아저씨 괜찮은 겨? 웬 땀을 이렇게 흘려..?"

 

 쓰러지기 직전의 몰골을 하고 성식은 배팅판 앞에 서서 또다시 [홀]에 칩 5개를 걸었다. 결과는 당연히 [홀]. 다음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연달아 [짝] 세 번을 맞춰 칩은 순식간에 80개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하아.. 이번 판은 트리플이지만.. 트리플에 걸면 홀이나 짝으로 결과를 바꿀 거야.. 그렇다고 책임자가 플로어에 나온 이상 무사히 나가기는 힘들다.'

 

 이번 판은 조작될 것이라는 미래를 알고 있는 성식으로선 도저히 배팅을 할 수 없었지만 무사히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칩 10개를 [홀]에 걸었다. 결과는 [트리플]..

 

 성식은 마지막판을 잃어 끗발이 떨어졌음을 알리고 그대로 게임을 종료했다.

 

 수수료 20프로를 내고 받은 돈은 5600만 원. 현금으로 손에 쥔 돈 중 가장 큰 액수였다. 하지만 아쉽다. 결과적으로 고작 저 돈을 위해 왼손의 손가락을 모두 잃은 것이 아닌가. 그래도 무사히 살아 돌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겨우.. 5600만 원.. 내 왼손의 대가가 겨우 이 정도였나..?'

 

 성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리 다짐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내였다. 하루 종일 연락 한번 없어 걱정했을 것이다.

 

 ".. 여보세요?"

 

 아직도 남아있는 고통을 참아내며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선 대답 대신 울음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보? 무슨 일 있어?"

 

 훌쩍거리며 울던 아내는 간신히 대화를 이어갔다.

 

 "미혜 아빠.. 미혜가.. 교통사고가 났어.. 어떡해. 우리 미혜.."

 

 청천벽력 같은 소리. 지켜줘야만 했던 첫째 딸이 교통사고라니..

 

 "교.. 교통사고라니! 어디서!"

 ".. 집에서 당신 연락 기다리다가.. 미혜 데리고 동네 슈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인도를 타고 올라왔어. 그래서.."

 

 멈출 수 없는 울음소리와 함께 전해 들은 딸의 교통사고 소식에 성식은 누군가 가슴을 쥐어짜는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 슬픔엔 원망과 분노도 같이 차있었는지 자신만큼 힘들 아내이지만 울컥 화부터 내버렸다.

 

 "그러니까 애를 잘 데리고 다녀야지! 이 늦은 시간에 밖에 나가긴 왜 나가!!"

 ".. 흑.. 흑.."

 

 말없이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성식을 더욱 화나게 했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다. 이게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는걸..

 

 "상태는 어떻데? 많이 다쳤어?"

 ".. .. 응.. 미혜가.. 죽을지도 모른대.."

 "뭐?!"

 "흑흑.. 우리 미혜 어떡해.. 지금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의사가 상태가 어려워서 각오하고 있어야 된다고.."

 

 사정없이 뛰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몸이 땅끝까지 가라앉는 느낌.. 왼손의 고통은 가슴의 고통으로 인해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다. 해준 것 없이 가난하게만 키워왔던 첫째 딸..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때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죽고 싶은 마음만이 성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때.. 남들에겐 없는 능력이 생각났다.

 

 "여보! 잘 들어! 몇 시 몇 분에 사고 났는지 기억나?"

 "뭐? 그건 잘.."

 "우리 미혜 살리려면 확실하게 알아야 돼! 정신 차려! 당신이 똑바로 기억해야 우리 미혜가 살 수 있어!"

 

 성식의 아내는 슬픈 와중에도 남편의 말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시간을 유추해보았다.

 

 "그.. 그러니까 사고 나서 바로 구급차에 타고 오자마자 수술실 들어갔으니까.. 한 시간 정도..? 된 거 같아. 근데 이걸 알면 어떻게 미혜를 살려?"

 "하.. 한 시간.. 확실해?"

 "응.. 아마도.."

 

 한 시간이면 [놀이터]에 들어오기 전이다. 계속해서 걸려왔던 아내의 전화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때 받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성식은 한심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첫째 딸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두 눈을 감고 다시 그 악마를 떠올렸다..

 

 온통 새까만 어둠 속. 창백한 얼굴의 그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되돌리실 건가요? 크크크.."

 "한 시간! 빨리 한 시간 전으로 돌려주세요!!"

 "한 시간이요? 흐음. 그건 안됩니다. 당신에겐 지금 손가락 5개뿐이 없거든요."

 "무.. 무엇이든 드릴게요! 제발 한 시간만 돌려주세요! 우리 딸이 죽을 지경입니다! 이대로 보낼 순 없어요!"

 

 그 무엇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모두 이럴 것이다. 성식은 남은 손가락이 모두 없어진다 해도 첫째 딸을 살릴 생각에 주저 없이 악마를 불렀고. 손가락 이외의 모든 것을 줄 준비도 되어있었다. 설령 그게 자신의 목숨일지라도..

 

 그런 성식의 눈빛을 악마는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진심이었다. 이 인간이 방금 뱉은 말은 정말로 진심이었다.

 

 "호오. 딸을 무척이나 아끼시나 보군요. 좋습니다. 한 시간. 돌려드리죠! 대신 손가락 5개 외에 하나를 더 받아야겠습니다. 가만있어 보자.. 뭐가 좋으려나.. 크크크크"

 "빠.. 빨리요!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어요!"

 

 1초가 아깝다. 아내의 말은 한 시간이라고 했지만 정확하진 않기에 1초라도 더 빨리 돌아가 전화를 해야 한다.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악마는 갑자기 원하는 게 생각났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의 혀! 혀를 가져가겠습니다!"

 

 죽어도 좋았다. 목숨을 달라면 목숨을 줄 생각이었다. 성식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가져가십쇼! 빨리 시간을 돌려주세요!"

 "캬캬캬캬캬. 자 약속한 대로 한 시간 뒤로 돌리겠습니다!"

 

 악마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식의 오른손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와득! 와드득! 소리와 함께 오른손 5개의 손가락은 순식간에 아작이 났고 곧이어 성식의 입에 기다랗고 날카로운 손을 집어넣어 혀를 붙잡았다. 그리곤. 힘껏 잡아뺏다.

 

 "!!!"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기절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다. 그래도.. 참았다. 머릿속에 온통 첫째 딸을 그리며.. 성식은 고통을 참아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오후 8시 40분. 한 시간 전으로 돌아왔다.

 

 성식은 휴대폰을 집으려 하다 떨어뜨렸다. 손가락이 없다. 전화를 집을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전화를 걸어야 했다. 떨어뜨린 휴대폰으로 얼굴을 갖다 댄 뒤 코를 이용해 번호를 누르려 할 때! 아내의 전화가 울렸다.

 

 행운. 이건 필시 슈퍼로 나가기 전 자신에게 걸었던 마지막 전화일 것이다. 고로.. 첫째 딸 미혜는 아직 살아있을 것이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고통에 흘린 탓도 있겠지만 딸이 살아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휴대폰에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내의 전화를 코로 터치해 받았다. 그리고 말했다.

 

 ..

 

 아니. 말하려 했다.

 

 ..

 

 하지만.. 그에겐 혀가 없었다..

 

 "여보세요? 미혜 아빠?"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읍읍으어.."

 

 대답할 수 없었다.

 

 나가지 말라고.. 미혜와 집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분노와 애원이 가득 차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그의 눈동자만이 피눈물을 흘리며 보이지도 않는 악마를 향하고 있었다.

 

 

 ***

 

 

 "인간은 말이죠. 이 세상 모든 생물 중 가장 욕심이 많습니다. 그런 그들에게는 아주 약간의 희망만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들은 간이고 쓸개고 모두 바쳐 욕심을 채우려 하거든요. 그때 우리는 가만히 보고 앉아 그들을 삼키면 됩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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