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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5. 소리의 비밀 - 1
작성일 : 16-09-30 10:51     조회 : 443     추천 : 0     분량 : 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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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장 소리의 비밀

 

 

 21

 

  고동색 나무로 만들어진 단단한 책상 위에 체중을 잘 분산시킬 수 있는 굽이 박힌 구두가 올려 있다. 그 구두 속에는 양말이 있고 양말 속에는 피부가 있다. 피부에 숨겨진 지방과 근막, 근막 속에 있는 근육,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움직이는 뼈. 그 뼈의 주인인 총리의 뇌는 별다른 목적 없이 근육을 수축시켜 발목관절을 이루는 두 개의 뼈를 움직이고 있다.

 

  뼈의 움직임에 따라 발의 압력을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게 만들어진 구두굽이 책상과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린다. 총리는 그 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며 그 소리가 정확한 박자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발을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소리는 마치 깊은 우물로 빠져 들어가는 양동이처럼 빠르게 총리의 귀로 들어가 고막을 두드린다. 그의 닫힌 영혼의 문을 두드린다. 총리의 귀가 열린다. 외부에서 발생된 소리가 아닌 그의 기억 속에 있던 소리들이 열린 귀 앞에 다다른다.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었던 모든 소리들을 순서대로 자신의 앞에 세워 한 번에 한가지 씩 귀로 들여보낸다. 물이 흐르는 소리, 물이 멈추는 소리, 물이 떨어지는 소리, 물이 어는 소리, 얼음이 물로 변하는 소리, 음성이 단어를 만들어낸 소리, 단어가 문장으로 모인 소리…. 잠시 후, 총리는 슬픈 소리를 듣는다.

 

  총리는 슬픈 소리를 낸다. 총리가 슬픈 소리를 내는 것은 총리가 자신을 슬프게 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 소리가 자신의 몸속에 살아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총리는 겁이 난다. 자신을 죽이겠다던 소리가 들어있는 기억이 자신의 몸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아니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있다. 피부를 뚫어버릴 것 같았던 마찰음, 어른의 성대에서 출발한 무시무시한 소리, 자신의 고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던 그 높은 음, 또 음은 낮지만 소리가 전달하는 단어들이 무섭게 자신의 영혼을 위협했던 기억, 아니 소리. 총리는 소리를 죽이고 싶다. 소리를 내는 사람도 죽였으니 그 사람이 냈던 소리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소리는 그의 몸 속 깊은 곳에 박혀있다. 그래서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낸다. 팔을 들어 올리면 어깨에서 그 소리가 난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 배에서 그 소리가 난다.

 

  발을 움직이면 10개의 발가락들이 그 소리를 낸다. 총리는 그 소리를 없애는 방법이 자신을 죽이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뒹군다. 하지만 그의 몸은 쉽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좀 전과는 다른 소리로 아픔을 노래한다. 비참하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바람이 모든 음절을 채운 그 노래가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영혼과 육체의 충돌이 만들어낸 소리에너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할 때 둘 중 하나가 박살이 나면서 만들어진 슬픔과 비슷한 소리, 청력만으로는 그 소리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총리의 고막과 심장을 찢어놓고 있다.

 

  벽 밖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자세44가 총리를 부르는 소리다. 총리는 자신의 몸 안에서 나는 소리보다 벽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의 끝에 자세44의 발자국 소리가 연결돼 들린다. 점점 커지는 그 소리가 자신에게 다다른 것을 안 총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의자에 몸을 맞춰 넣는다. 푸욱덕. 총리의 몸이 의자에 닿으며 난 소리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자 자세44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방을 채운다.

 

 “네 마음대로 되니까 좋지?”

 “내 마음대로만 된 건 아니잖아?”

 “그래 맞아, 이럴 땐 ‘우리’라는 대명사를 쓰면 좋겠군.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점점 오고 있어.”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네가 원하는 세상하고 내가 원하는 세상은 달라. 넌 돈만을 원하는 쓰레기 같은 인생이고 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려서 그들이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야.”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지? 아니, 너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지? 돈 아닌가? 돈이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아니라고 말을 못하겠지. 그래 이제 솔직해져봐. 넌 돈이 필요해. 그것도 아주 많이. 생각해봐, 그 젊은 나이에 총리의 임기가 끝나면 뭘 먹고 살 거야? 어떤 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거야? 네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을 그 때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착각 하지 마. 네 연금으론 지금의 반 정도도 살 수 없어. 반이 뭐야 너는 거지나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거라고.”

 “내가 총리를 쉽게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하나?”

 “그게 무슨 소리야? 총리의 임기를 늘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못 할 것도 없지.”

 “이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총리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입법부에 있는 애들한테 줄 돈은 또 어떻게 마련할거야. 한두 푼이 아닐 텐데. 그러니까 돈이 많아야 총리도 할 수 있어. 자, 이런데도 너는 너의 첫 번째가 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총리를 더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벌면 돼. 하지만 난 돈을 벌기 위해 총리를 더 하려는 것이 아니야.”

 “둘은커녕 하나도 모르는 소리. 내 말 잘 들어봐.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서 총리를 몇 번 더 할 수 있다면 넌 지금보다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또 총리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넌 엄청난 부자가 돼서 총리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는 거야. 이해 돼? 그러니까 결국은 돈이라고 돈.”

 “돈은 수단이야. 사람을 죽일 때 돈이 필요하다면 나는 돈을 벌어서 사람을 죽일 거야.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국회에서 쫓아낼 때 돈이 필요하다면 나는 돈을 벌어서 사람들을 없애버리는데 쓸 거야. 돈은 내게 그 이상이 아니야.”

 “알았어. 그렇다고 해두지 뭐. 그런 걸로 싸울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널 찾아온 이유는 네 야구팀의 경기 때문이야.”

 “내 야구팀에 대해서 네가 할 말이 뭐지?”

 “내일부터 있을 원정경기에서 너희 팀이 져줘야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미쳤어? 난 승부조작은 하지 않아. 그런 소리할 거였다면 당장 꺼져!”

 “승부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너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하는 놈이야. 그건 승부조작이 아닌가? 그리고 또 누가 너보고 하라고 했어. 네 동생한테 시키면 되잖아.”

 

  총리의 흰색 눈동자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정의에 대한 분노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총리는 감히 자신의 팀에게 패배를 말하는 것에 분노했다. 잠시 후 전염력이 강한 분노가 마음의 모든 곳으로 퍼지자 총리는 붉어지는 시야의 한 쪽 끝에 서있는 자세44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목을 졸라서 자신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그를 죽이고 싶었다. 그가 쪼그라들면서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숨을 헐떡거릴 때마다 그는 그에게 아주 약간의 호흡만을 허용하면서 조금씩 손을 풀어주다가 다시 세게 목을 감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미끼로 그동안 했던 협박과 조롱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총리는 구두를 움직여 자세44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세44는 붉은 눈을 한 총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벽을 만난 자세44가 불안이 깃든 입술로 말을 했다.

 “가까이 오지 마. 나는 널 죽일 수도 있어.”

 “내가 죽는다면 넌 어떻게 될까? 한 나라의 총리를 죽인 범인이 저 카메라에 찍힐 텐데…. 너는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인생을 살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총리는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이 속한다는 진실을 받아들이며 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비참한 삶과 언젠가는 찾아올 비참한 죽음, 그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인생. 하루를 버텨내는 것 이상의 삶이 아닌 현실, 저절로 호흡이 되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가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며 생명을 유지시키는 이 불수의적인 삶.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제외한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안 총리는 온 몸에 들어있는 분노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은 서로의 팔을 과격하게 잡아당기기도 하고 서로의 머리카락을 뜯어 보기도하고 서로의 옷을 찢기도 하면서 몇 분을 보냈다. 그러다가 자세44의 손등에서 피가 났고 총리의 정강이가 부어올랐다. 잠시 후, 서로 지쳐서 상대에게 더 이상의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안 둘은 주먹을 풀고 제자리에 앉았다. 총리는 자세44의 손등을 두꺼운 면으로 감아주었고 자세44는 총리의 손이 올려져있는 총리의 정강이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기 위해 총리의 손을 내려놓았다.

 

  둘의 빨랐던 호흡이 점점 가라앉자 방 안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물리적인 활동이 멈춘 것 같았다. 세포들이 잠자고 있는 것 같았다. 공기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둘의 손가락들이 움직일 때마다 관절 면이 닿아서 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니, 들리지 않았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다. 분명 어디에선가 소리가 나고 있었지만 둘의 청력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둘은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이 진공상태로 포장된 음식이 된 것처럼 둘은 팔과 다리를 우스꽝스럽게 몸에 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의식은 고정된 육체와는 다르게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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