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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행의 목적
작가 : 랑글렛
작품등록일 : 2019.9.2

임도훈. 33세. 직장을 잃고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어느날 명품 브랜드 지사장의 불륜여행을 대신해 3박 4일 하와이 위장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지성을 보고 반하게 된다.

유지성. 31세. G랜드 그룹의 임원이자 백화점 사장. 세한그룹의 임원과 약혼 뒤 쇼윈도 부부로 지내던 중,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도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3박 4일 하와이 여행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

 
9화. 우리 서로 말할 수 없는 것
작성일 : 19-09-09 00:23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8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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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깬 지성이 몸을 뒤척였다. 숙취가 있는 듯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확인했다. 의자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훈이 그녀에게 물을 건넸다.

 

 “괜찮아?”

 

 그녀는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며 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지끈지끈한 두통이 느껴졌고 어지러웠다. 그녀의 눈앞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는 도훈이 있었다. 그녀가 잠든 방 또한 그의 방인 것 같았다.

 

 “기억은 나?”

 

 도훈이 침대에 앉아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대답 없이 지난 밤 있었던 기억의 회로를 돌려보았다. 무리해서 술을 마셨고, 그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헨리와 루시가 나타나 그들을 클럽 같은 곳으로 데려갔고, 모르는 외국인들과 탁구 내기를 했고, 이겼는지 졌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진 것 같다)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맥주를 모두 비웠고, 그 다음 춤을 춘 건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와 미친 듯이 키스를 한 것까지는 모두 기억이 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온 기억을 감당할 새도 없이 그가 바로 앞에 앉아 있었다.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지…….

 

 “맹세컨대, 아무 짓도 안했어. 난 저기 소파에서 잤고.”

 

 그가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녀가 콧방귀를 끼며 웃었다. 어제 그를 삼킬 듯이 과격하게 입술을 움직였던 기억이 눈앞에 맴돌았다.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졌다.

 

 “변태. 굳이 자기 방으로 데려왔네.”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방을 잃어버렸어.”

 

 그녀는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없는 일이 벌어지는 동안 가방 하나 잃어버리는 것쯤이야. 그나저나 그와 키스를 나눈 후는 어떻게 됐더라……. 그 이후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희미하게나마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그가 울고 있었고, 그런 그의 뺨을 만지고 있었다. 그는 속삭이듯이 무슨 말을 중얼거렸다. 무슨 말이었지……. 그녀는 집중하는 듯 이마를 찡그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멀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몇 시야?”

 

 “10시…… 조금 넘었네?”

 

 벌써 그렇게 됐다니. 그녀는 이불을 훅 뒤집어썼다.

 

 “나가있어. 씻을 거야.”

 

 그가 피식 웃었다.

 

 “라운지에서 기다릴게.”

 

 그는 이불속에 파묻힌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쓱 만지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가 자리에 없으니 말 못할 창피함이 몰려왔다. 지금껏 단단하게 쌓아올린 감정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허탈함과 동시에 어떤 감정의 해소를 느꼈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살아오던 지금까지,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가끔은 두려웠다. 과연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지. 백마 탄 왕자 같은 허상에 가까운 걸 기대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믿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는 특별한 존재처럼 다가왔다. 믿을 수 있는. 그를 신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정신 속으로 평안함 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이 파고들고 있었다.

 

 

 *

 

 

 도훈은 라운지에 앉아 지성을 기다렸다. 그녀의 가방을 되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별 수 없이 점심 먹을 곳을 찾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 루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소피의 가방이 나한테 있어!>

 

 루시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정말 지성이 들고 다니던 가방이었다. 아마 술집에서 지성이 떨어뜨린 것을 루시가 알아보고 챙긴 것 같았다. 곧바로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우린 오늘 어제 만난 친구의 하우스 파티에 초대받았어. 너희도 와! 가방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메시지 끝에는 악마그림 이모티콘과 함께 주소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루시는 정말 악마인 게 틀림없었다. 어제에 이어서 또 파티를 갔다니. 그들의 젊음은 지칠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방을 찾으려면 하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그는 지성이 걱정됐다. 숙취 때문에 불편해 하지 않을까. 그때 라운지로 들어왔다. 직원에게 말해서 방문을 연 듯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얌전한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동안 강렬하고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다면 오늘은 유난히 청순해 보였다.

 

 “오늘도 예쁘네.”

 

 “고마워요. 변태선생.”

 

 “가방을 찾은 것 같아. 근데…… 문제가 좀 생겼어.”

 

 “뭔데?”

 

 “루시한테 연락이 왔는데 네 가방을 갖고 있대. 그런데 오늘 하우스 파티에 갈 거라며 우리도 오라고 하네.”

 

 그녀는 자리에 앉고서 멍하니 그를 응시했다. 눈빛이 흐리멍덩했다. 아직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냥…… 내가 가서 가져올까?”

 

 “아니야, 괜찮아.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

 

 지성이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한 번 흔들고 나서 말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밝게 미소 지었다. 그는 어쩐지 그 표정을 보고서 우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정말 그녀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녀 또한 의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가까운 일식당을 찾았다. 우동과 라멘을 시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뜬 이래, 지성은 다시 말수가 줄어들었다. 숙취가 아직 안가신건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그는 근심이 됐다.

 

 “나 물어볼 거 있어.”

 

 그녀가 물었다. 밥을 먹던 중 처음 꺼낸 말이었다.

 

 “어제 나한테 무슨 말 안했어?”

 

 “응? 언제?”

 

 “나 자고 있을 때.”

 

 도훈은 그녀가 잠들기 전, 잠시 눈을 떴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진실을 고백하고 있었다. 설마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걸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어색하게 둘러대며 젓가락질을 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말할 용기도 그에겐 없었다.

 

 

 *

 

 

 루시가 보내준 주소로 가자 꽤 큰 별장 하나가 나타났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집은 한눈에 봐도 꽤 컸다. 3층 높이의 집이었는데 갈색 벽돌과 통나무, 투명한 통유리창만으로 지어져 있었다. 색이 조금씩 바라고 군데군데 덩굴과 이끼가 낀 걸 봐서는 지은 지 오래된 건물 같았다.

 

 “소피!” “Sopie!”

 

 차에서 내리자 루시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루시는 달려와 지성을 한아름에 안았다. 뒤이어 헨리가 걸어왔다.

 

 “루시가 소피에게 완전히 반했어. 어제 술집에서 그걸 보고는 너무 멋지대.”

 “"Lucy is totally in love with Sophie. It's so cool to see it at the bar yesterday.”

 

 헨리가 말했다. ‘그것’은 아무래도 키스를 말하는 것 같았다. 도훈은 헨리와 악수를 나눴다. 루시가 지성에게 뽀뽀 세례를 퍼 부었고, 지성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여긴 누구 집이야?” “Whose house is this?”

 

 “밀스 씨의 별장이야. 어제 너희가 나간 후, 우연히 만났어. 그에게 너희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초대해도 좋다고 했어.”

 

 “우린 조금…… 소피는 휴식이 필요해. 어제 많이 취했었거든. 파티는 좀 무리일 것 같아.”

 “We're a little…… Sophie needs a break. she was very drunk yesterday. I think the party will be a little too much.”

 

 그는 말을 하며 지성을 흘깃 쳐다봤다. 안색이 피곤해보이긴 했지만 어느새 루시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걱정 마. 조용히 놀기로 했어. 사람도 열 명 정도밖에 안 돼.”

 “Don't worry. We've decided to play quietly. There are only about ten people.”

 

 헨리가 그들을 안으로 인도했다.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있는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이안 밀스입니다.” “I am Ian Mills”

 

 이안은 도훈, 지성과 차례대로 악수를 했다. 가까이서 보니 덥수룩한 수염과 대조적이게 훨씬 깔끔한 인상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한국 친구들은 처음이군요. 저녁에 파티를 할 거고, 지금은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단 들어와요.” “It's my first Korean friends. We're having a party in the evening, and now we're spending time each other. Come on in.”

 

 이안은 몸에 밴 듯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안내했다. 마치 영국 신사 같은 젠틀함이 느껴졌다. 도훈은 내심 그가 뭘 하는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루시, 내 가방은 어디 있어?” “Where's my bag, Lucy?”

 

 지성이 루시에게 말했다. 루시는 깜박했다는 듯 놀라며 지성을 별장으로 잡아끌고 갔다. 도훈이 뒤를 따라가려는데 헨리가 그를 붙잡았다.

 

 “남자들끼리 해야 할 게 있어. 파티 준비 전에 천막을 쳐야 해. 곧 비가 올지도 모르거든.”

 “There's something men have to do. We need to put up a tent before we get ready for the party. It may rain soon.”

 

 *

 

 루시는 별장 안으로 지성을 데리고 들어갔다. 거실 탁자 위에 그녀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헤이.” “Hey.”

 

 루시가 가방을 건네며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너 담배 펴?” “You smoke?”

 

 루시가 그녀를 엉큼하게 쳐다봤다. 지성은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약도 하던데?” “And you drug?”

 

 루시가 덧붙여 말했다.

 

 “루시, 그건…….” “Lucy, That’s…….”

 

 “나도 알아. 무슨 약인지. 구글에 검색해봤어.”

 “I know. What medicine is that. I've tried Googleing”

 

 루시가 능구렁이 같은 몸짓으로 그녀의 몸을 콕콕 꼬집었다.

 

 “그렇게 안보였는데. 혹시 사랑의 힘이야?” “It didn't look like that. Is it the power of love?”

 

 “아마도?” “Maybe?”

 

 지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아쳤다.

 

 “와. 부정을 안 하네. 완전히 빠졌나봐.” “Wow. You're not cheating. You crazy about him.”

 

 “그에게 말하진 말아줘.” “Please, Don't tell him.”

 

 그녀는 웃음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시가 말괄량이 같은 표정으로 그녀의 양쪽 볼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지성을 소파에 앉혔다.

 

 “근데 직업이 뭐야? 전부터 궁금했어.” “anyway, what do you do? I've been wondering before.”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어.” “I run a department store.”

 

 “네가 사장이야?” “You're the boss?”

 

 그녀가 눈썹을 치켜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그럼 엄청 부자겠네?” “Wow, then you must be very rich?”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에 가게 되면 너희 집에서 자야겠다. 아, 그때쯤엔 제임스와 같이 살고 있으려나?”

 “I'll sleep at your house if I go to Korea. Oh, are you going to be living with James by then?”

 

 루시가 말을 마치자마자 휘파람을 불었다.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음흉한 눈짓을 보냈다.

 

 “사실 네 가방에서 반지도 봤어. 엄청 예쁘던데, 그에게서 프러포즈 받은 거야?”

 “I actually saw the ring in your bag. so pretty, did you get a proposal from him?”

 

 지성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기억이 난 듯 입을 오므렸다. 루시가 본 건 남편과의 결혼반지였다. 안쪽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둔건데 그곳까지 뒤졌다니……. 괘씸하면서도 난감해지는 기분이었다.

 

 “난 사실 이미 결혼을 했어. 다른 남자랑……”

 “I'm actually already married. With the other man……”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가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성은 루시의 과한 반응에 괜한 말을 꺼냈나 싶어 후회가 됐다.

 

 “너 남편이 있구나. 이 나쁜 년!” “You have a husband. bitch!”

 

 루시가 인상을 쓰며 화를 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임스도 알고 있어.” “James knows”

 

 “순수한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불륜이었다니. 맙소사.”

 “I thought it was a pure love story, but it was an affair. Oh, my God.”

 

 “상황이 복잡해. 난 남편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그냥…… 부모님이 원해서 한 결혼이지. 심지어 남편은 다른 여자가 있어.”

 “The situation is complicated. I don't have any relationship with my husband. It's just……a wedding my parents wanted. My husband even has another woman.”

 

 루시의 성난 표정이 빠르게 풀어졌다. 그녀는 왜 해명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제임스는 뭐라고 말했는데?” “What did James say?”

 

 “이야기 해본 적은 없어. 그냥…… 그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I've never talked about it. It's just…… I think he knows everything. What kind of situation am I in.”

 

 “그래도 이야기는 해봐야하지 않을까?” “But shouldn't talk to him about it?”

 

 “잘 모르겠어……. 불편한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I don't know……. I don't want to bring up uncomfortable conversation.”

 

 “너희 정말 복잡하다.” “You're really complicated.”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루시는 그와 그녀의 사정에는 별로 아랑곳 하지 않은 듯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페이스북 계정 있어? 인스타그램이나?” “Do you have a Facebook? or Instagram?”

 

 “인스타그램 있어.” “I have Instagram”

 

 루시가 그녀를 향해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친구 추가해.” “Add friends.”

 

 지성은 루시의 핸드폰에 자신의 계정을 입력했다. 루시는 곧바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사진도 없고, 아무것도 없네. 유지성? 이게 네 한국 이름이야?”

 “No pictures, there's nothing. Yu Ji-sung? Is this your Korean name?”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제임스도 페이스북 이름이 다르더라. 뭐였더라, 임……”

 “That's right. James also has a different Facebook name. What was it, Lim……”

 

 “내가 왔다! 루시! 이거 봐!” “I'm here! Lucy! Look at this!”

 

 루시의 말을 끊으며 헨리가 거실로 들어왔다. 그의 뒤로 도훈이 따라왔다. 지성은 루시가 말하려다가 말았던 부분에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헨리가 들어오자마자 거실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바람에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헨리는 팔찌 같은 것을 들고서 루시의 눈앞에 흔들어보였다.

 

 “밀스씨가 직접 만든 거래. 원하면 우리 것도 만들어준다는데?”

 “Mr. Mills made it himself. If you want, they'll make us, too.”

 

 “너무 예쁘다!” “It's so pretty!”

 

 헨리가 자연스럽게 루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도훈이 지성을 보며 어깨를 들었다가 내렸다.

 

 “우리도 갈까?”

 

 “잠깐 앉아봐.”

 

 지성이 그를 소파에 앉혔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그의 땀을 닦아냈다.

 

 “물어볼 게 있어.”

 

 “뭔데?”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행동에 살짝 긴장이 됐다.

 

 “나한테……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내 옆에 계속 있어줄 수 있어?”

 

 그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고민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저의를 알 수 없었지만, 항상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무슨 문제든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그에게 쉬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인 것은 그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였다.

 

 “응. 언제나. 항상.”

 

 그녀는 위안이 된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물어봐도 돼?”

 

 “응?”

 

 “나한테 어떤 문제가 있어도, 날 계속 좋아해줄 수 있어?”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당연하지……. 언제나. 항상.”

 

 그녀가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을 쳐다보고 있는데, 불쑥 그가 다가와 입술을 마주쳤다. 그녀는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상상했다. 언젠가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밝혀지고 나서도, 그가 대답한 것처럼 서로의 곁에 함께 있는 그들의 모습을.

 

 

 그는 상상했다. 그녀의 온기,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입술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말할 수 없음을 확신했다. 그녀와 함께 서울을 거닐 수 있을까. 그녀에게 아끼는 조카를 소개해주고, 그녀와 행복한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는 자꾸만 커져가는 환상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환상이 커질수록 마음은 현실적이 되어갔다.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 수 있는 여자와 친구의 집에 빌붙어 사는 능력 없는 남자. 세상 모두가 탐할 아름다운 여자와 보잘 것 없는 남자.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한 쌍의 모습이 연상됐다. 지금 그녀와 함께하는 환상은 결국…… 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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